- 2003년작이니 열흘 뒤면 20주년이네요. 런닝타임은 93분. 장르는 코미디구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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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안 보고 싶어지는 포스터 아닙니까. ㅋㅋㅋ 사진이 그냥 그 자체로 비호감 덩어리인데다가 빌리 밥 손튼도 못 알아보겠어요.)



 - 헝클어진 산타 차림새를 한 빌리 밥 손튼이 바에서 혼자 술을 마시며 본인의 인생을 나레이션으로 대충 요약해 줍니다. 뭐 자세히 알 필욘 없고 그냥 출생부터 꼬인 팔자에 지금도 알콜 중독에다가 소인증 친구 하나랑 콤비로 백화점 금고를 털어 먹고 살아요. 꿈도 희망도 미래도 없죠.

 그러다 대충 다음 크리스마스 시즌. 변함 없이 타겟을 물색해서 산타 알바로 취업하는 데 성공하고, 하던 대로 일을 하려는데 갑자기 '산타랑 한 번 해 보는 게 로망이었어요!'라는 예쁜 바텐더랑 엮이고, 동네 왕따 소년(하지만 부자!)이 와서 달라 붙으면서 상황이 꼬이기 시작합니다. 과연 이 영화의 장르는 블랙 코미디일까요, 비극적 드라마일까요, 아님 또 다른 버전의 크리스마스 갱생담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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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쁜 산타'님. 불행 중 다행으로 진짜 산타는 아니고 산타 알바입니다.)



 - 참으로 게으른 포스터에 과할 정도로 심플한 제목이 달린 영화여서 잠시 고민했습니다만. 아니 뭐 빌리 밥 손튼이 알콜 중독 범죄자 산타로 나온다니 그것만 구경해도 본전은 치겠거니... 하고 봤네요. 마침 바로 전에 본 영화도 산타 관련 영화였기도 하구요. 게다가 티빙에 이 영화가 속편까지 올라와 있는 걸 보고 그래도 어쨌든 재미는 있겠거니... 했어요. 이게 감상 전 제가 알고 있던 정보의 전부인데. 이제사 궁금해지네요. 이거 유명한 영화 맞죠? 왜 전 이런 게 있는 줄도 몰랐을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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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명적 만남!!!)



 - 어떻게 보면 아주 황당한 영화이고 또 어떻게 보면 아주 뻔한 영화이고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결국 크리스마스 갱생담 맞아요. 다만 못돼먹은 인생 루저를 등장시켜서 못된 짓을 막 시키는 걸로 웃기고, 좀 덜 평범한 척하고 그러는 거죠. 뻔합니다. 그리고 이런 식의 영화들 워낙 흔하잖아요. 갱생담 쪽으로 가면 안 이런 영화가 오히려 드물 정도.

 그런데도 이 영화가 살짝 스페셜한 부분이 있다면 그건 주인공의 나쁨을 표현하는 수위에 있겠습니다. 그게 그러니까... 정말로 나빠요. ㅋㅋㅋ 결국 갱생을 위한 캐릭터이니 정해진 선(살인이라든가)을 넘지는 않습니다만, 그 선 안에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나쁩니다. 얼마나 나쁘냐면요, 영화가 시작하고 30분쯤 지났을 때 저는 이 영화가 갱생담이 아닐 줄 알았어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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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생 처음으로 가족의 따스함을 느끼시는 중입니다. 정말로.)



 - 그러니까 그게 영화를 끝내고 나서 보니 절묘한 부분인데요. 가만 보면 이 영화 속 산타 아저씨의 악행은 대부분 어린이들에 대한 걸로 집중이 되어 있습니다. 산타 알바를 하면서 어린애들을 무릎 위에 앉혀 놓고 소원 듣고 뭐 그러는 거 있잖아요? 거기에서 정말 별별 기행을 다 하는 거죠. 화장실 가기 귀찮다고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소변을 봐 버리기도 하고. 애가 좀 맘에 안 들면 저능아네 뭐네 폭언을 퍼부으면서 버럭 소리지르고. 저질 섹드립이야 말할 것도 없구요. 그러다 왕따 소년을 만난 후론 조금 더 나갑니다. 쌍욕은 기본에 물건 막 집어 던져서 다 깨부수면서 성질 부리고... 게다가 보면 아시겠지만 애시당초 이 둘의 관계 맺음 자체가 범죄거든요.


 암튼 이렇게 어린애들 상대로 못된 짓을 하게 만드는 데는 두 가지 효과가 있습니다. 하나는 악행의 (주된) 상대가 어린이들이니만큼 사실 그렇게까지 무시무시한 짓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격하게 나빠 보여요. 그래서 초반엔 그 악랄함에 혀를 내두르다가도 막판의 갱생 타이밍엔 또 '그럴 수 있겠구나' 하고 납득을 할 수 있게 되구요.

 또 하나는 그냥 뭐, 그 자체가 영화의 주제 같은 거니까요. 크리스마스와 불행한 어린 시절에 한 맺혀 나쁜 어른이로 자라난 남자가 어쩌다 엮인 불행한 어린이와의 관계 덕에 한참 뒤늦게나마 정신 차린다는 이야기라서. 그렇게 크리스마스에 애들에게 진상 부리는 것이 그 자체로 주인공의 캐릭터가 되고 사연이 됩니다. 생각보다 진지하게, 생각 많이 해서 쓰여진 이야기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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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 밖에서 맞고 들어온 나를 아빠는 더 심하게 두들겨 패셨어. 왜 그랬는지 아니?", "내 아빠는 정말 쓰레기였거든.")



 - 그리고 역시 1등 공신은 빌리 밥 손튼입니다. 특히 20년 전 그 시절의 빌리 밥 손튼 말이죠. 그냥 캐릭터 설명을 듣고 '그걸 빌리 밥 손튼이 해'라고 하면 바로 그림이 떠오르지 않습니까.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캐스팅의 빛나는 승리라고 하겠습니다. 그냥 완벽해요. ㅋㅋㅋ 그리고 왕따 소년(이름이 거의 마지막에 딱 한 번 짧게만 언급됩니다) 역의 브렛 켈리 어린이도 참... 역할이 역할이다 보니 이런 말씀 죄송하지만 정말 어울리고 잘 해요. 죄송합니다. (쿨럭;) 또 둘이 되게 잘 어울리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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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분, 버니 맥을 참 오랜만에 봐서 반갑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뭐하시나 검색해봤더니 이미 2008년에 떠나셨군요. 뒤늦게 명복을...)



 - 뭐 길게 말할 건 없겠구요. 

 조금 덜 뽀샤쉬한 분위기의 저당도 크리스마스 갱생담을 원하신다면. 혹은 참으로 못돼먹은 개그 영화를 보고 낄낄 웃으면서 훈훈함까지 챙기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하겠습니다. 분명 뼛속까지 저질 인간의 막장 코미디를 보고 있었는데 클라이막스에서는 또 애틋해지고 짠해지고 하는, 코미디 쪽으로도 드라마 쪽으로도 모두 기대 이상으로 잘 만든 영화였어요. 아마 세상 어딘가엔 많은 어른이들이 크리스마스 때마다 이 영화를 찾아서 반복 감상하고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괜찮은 영화였네요.

 아니 그리고 뭣보다, 웃겨요. 코미디 영화인데 웃기게 만들었다면 봐야죠. 왜 아니겠습니까. ㅋㅋㅋ




 + 생각할수록 대사나 장면들이 꽤 기억에 남게 잘 짜여진 것들이 꽤 많은 것 같아요. 막판에 정신 차리기 시작한 주인공이 친구에게 (대충) 이렇게 고백하는 장면에서 많이 웃었습니다. "나 오늘 난생 처음으로 초딩을 두들겨 팼어. 근데 생각할 수록 잘 한 일인 것 같아. 적성에도 맞는 것 같고..." ㅋㅋㅋㅋ



 ++ 저 위에도 적었듯이 속편도 있던데요. 평이 아주 극악으로 나쁜 걸 보고 관심은 그냥 접는 걸로;



 +++ 근데 결국엔 이 또한 이런 갱생담들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그대로 갖고 있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그게 뭐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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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주인공은 지나치게 운이 좋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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