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제목을 보면 아시겠지만 2005년작입니다. 17년 전이라니!!! 장르는 코믹 드라마 정도 되구요. 스포일러 없게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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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시다시피 원제엔 맨 끝에 '위 노우'가 붙습니다. 극중 대사에요.)



 - 주인공이 남, 녀 둘이라서 영화의 시작도 둘로 갈라집니다. 주인공 1번은 남들 사진을 가져다가 이야기를 만들어 홀로 더빙을 하며 그걸 녹화하는 예술가... 를 취미로 하며 노인들을 위한 운전 기사로 먹고 사는 크리스틴. 주인공 2번은 방금 아내와 이혼한 후 절망과 상실감에 몸부림치는 신발 매장 직원 리처드에요. 이 둘이 어쩌다 인연으로 엮여서 서서히 가까워지는 가운데 리처드의 아들 둘도 각자 스토리를 갖고 이런저런 경험을 하구요. 그리고 지나가던 동네 여고생 둘도, 크리스틴의 단골 고객 할아버지도, 리처드의 직장 동료도, 그리고 크리스틴의 작품을 받게 되는 미술관 직원도... 다들 나름의 이야기를 갖고 뭐 이것저것 다양한 일들을 합니다. 도입부 요약이 참 개판인 건 알겠는데요, 정말로 이런 이야기입니다. 정리를 못하겠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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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론 이 둘이 메인으로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입니다만.)



 - 그러니까 얼마 전에 넷플릭스에 올라왔던 '카조니어'의 감독 미란다 줄라이의 장편 연출 데뷔작이에요. 그 영화를 나름 좋게 봤는데 연출작이 17년간 단 세 편(...) 뿐이라고 해서 이 영화의 제목을 기억하고 있다가, 올레티비 무료 영화로 올라와 있는 걸 며칠 전에 발견하고 냉큼 봤습니다. 읽고 계십니까 맥거핀님! 드디어 한국에 vod가 출시됐습니다!! 이제 광명정대한 루트로 보실 수 있어요!!! ㅋㅋㅋㅋ 다만 이 말 적으면서 검색을 해 보니 같은 KT 계열인 올레티비랑 시즌 서비스에만 보이긴 하는데... 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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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독 겸 작가 겸 주연을 맡으신 미란다 줄라이님. 아무리 봐도 주인공 캐릭터는 그냥 본인이 모델일 듯한 느낌적인 느낌.)



 - 전에 '카조니어' 이야기를 적으면서 '참으로 21세기 여성 감독의 인디 영화 답다'는 말을 한 적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합니다.

 말 꺼낸 김에 '카조니어'랑 비교를 하자면... 이야기 측면에선 역시 섬처럼 살아가던 인간들이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으려 애쓰면서 벌어지는 소동극이라는 점에서 비슷하구요. 다만 '카조니어'와는 달리 여러 사람들의 여러 관계를 다루고 있고, 또 특정한 악역 같은 게 존재하지 않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차이점이 있습니다.

 그 외엔 거의 비슷한 느낌이 많아요. 감독의 센스와 상상력이 돋보이는 독특하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자주 나오구요. 섬세하면서 독특하게 감성 터지는 상황들이 종종 있구요. '으아니 이건 좀 세지 않나?' 싶은 상황들이 은근 많은데 그게 또 구렁이 담 넘어가듯 무난하게, 심지어 훈훈하게 해결되는 것도 비슷하고. 여러모로 '카조니어'가 맘에 드셨던 분들이라면 아마 이 영화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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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르를 바꿔 놓으면 어둠의 조직 부두목쯤 되어 보이는 짤입니다만. 그런 사람 아니시구요... 다만 저 손에 얽힌 장면은 진짜. ㅋㅋㅋ)



 -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건 주인공 크리스틴이었어요. 이 양반... 아무리 봐도 감독 본인을 많이 투영한 캐릭터 같아서요. ㅋㅋ 감독 미란다 줄라이가 영화만 만드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특히 미술 쪽으로 열심히 작업하며 사는 분이라고 하는데 주인공 크리스틴도 그렇구요. 또 이 캐릭터가 뭔가 영화 분위기랑 어울리게 엉뚱하고 튀는 행동을 벌이면서 사람들이 말려들게 만드는 데 그게 꼭 '창작자'로서의 행동 같더란 말이죠. 

 그리고 은근 이 주인공이 선량하고 순한 버전의 '플리백' 같다는 생각을 하면서 보는데... 결정적으로 그걸 연기하는 게 작가 겸 감독 본인이어서 말이죠. 플리백도 작가 겸 감독이 직접 연기한 캐릭터였잖아요. ㅋㅋㅋ


 그런데 의외로 요 캐릭터는 주인공 주제에 자기 내면을 많이 드러내진 않습니다. 영화 끝까지 봐도 그 분이 왜 그런 성격이고 왜 그렇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선 아무런 정보가 주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좀 비현실적 캐릭터 같다는 생각도 많이 들었구요. 마치 평범한 중생들이 살아가는 사바 세상에서 좌충우돌하는 요정 같은 존재라는 느낌도 들어서 감독님 사실은 자뻑캐... 아니 이건 농담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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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 속 모든 여성 캐릭터들이 다 좀 안 평범해요. 아마 모든 게 감독님 분신들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 그런 관계로 이런저런 사연을 안고 실질적인 주인공 느낌을 주는 역할은 주인공 2번 리처드가 맡습니다... 만.

 그 분의 스토리는 그렇게 특별하지 않습니다. 그냥 이혼하고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모드로 우울해하는 남자구요. 그래서 자기 앞가림만 해도 피곤한 와중에 애 둘을 어설프게 돌보느라 고생 중인 사람이구요. 딱 그 정도... 인데,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이 다 그렇습니다. 모두 다 각자 사연이 있고 각자 외롭고 또 나름 사는 게 피곤합니다만. 그 중 누구의 사연도 평범한 시민 1의 사연 수준을 넘기지 않습니다. 초현실적 빌런을 부모로 둔 죄로 일생을 고통 받았던 '카조니어'의 주인공 같은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이 영화에는 존재하지 않구요. 그래서 그게 이 영화의 특징이자 컨셉이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정말로 그냥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에요. 물론 평범하게 삶이 퍽퍽한 사람들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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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 캐릭터들에만 뭔가 사연이 등장하는 것도 오히려 감독이 여성이다 보니 남자들에게만 설명을 덧붙이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기도.)



 - 이 영화의 좋았던 점을 얘기하라면... 역시 감독 양반 특유의 섬세하고 개성적인 시각과 그와 어울리는 비주얼들이 떠오르네요.

 영화 말고 다른 쪽으로도 '예술가' 라이프를 살아온 양반이라 그런지 좀 독특하게 드라마틱한 상황들을 잘 만들어냅니다. 예를 들어 이 영화 초반에 나오는 '봉지 속의 금붕어' 장면 같은 게 그래요. 참 별 거 아닌 걸로 희한하게 튀고, 그런데 그게 또 뭔가 갬성 터지고 좋구나... 이런 기분이 드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그래서 텍스트로만 뽑아내서 정리해보면 참으로 평범한 이야기에서 흔치 않은 개성과 감성 같은 걸 느끼게 되는 거죠. 뭐 '흔한 인디 스타일'이라고 살짝 낮게 보는 평가도 가능하겠습니다만, 그래도 그걸 이만큼 잘 해내는 경우가 흔치는 않다고 생각하구요.


 또 뭐랄까, 근본적으로 세상을 참 긍정적으로 보려고 노력하는 이야기입니다. 악당도 없고, 감당 못할 시련도 없고, 사람은 누구나 기본적으로 선한데 다만 타인과 소통하기를 두려워하고 또 어려워한다는 식이죠.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한 발짝만 다가간다면!! 이런 식인데 제가 참 자주 반복하는 얘기지만 요즘엔 이렇게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이야기가 좋아요. 대책 없이 절망적인 건 현실 세계로 족하다구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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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의 금붕어님. 참 쌩뚱맞게 낭만적이다가 짠하게 되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었어요.)



 - 다만 위에서 언급한 장점들이 동시에 단점이 되는 면도 분명히 있습니다.

 이보다 훨씬 살벌한 이야기였던 '카조니어'에서 주인공이 구원(?) 받을 수 있었던 건 마치 신이 맞춤형 도우미로 내려보낸 것 같은 세상 둘도 없이 사람 좋은 조력자 덕분이었잖아요. 몽글몽글 예쁜 거품처럼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분위기 덕에 납득하고 넘어가긴 했지만 누가 뭐래도 비현실적인 동화 같은 이야기였죠.

 그게 이 영화에도 비슷하게 나타납니다. 주인공 크리스틴이 '카조니어'의 그 맞춤형 수호천사 비슷한 역할을 하는 장면이 좀 있구요. 그 외에도 뭔가 이야기가 대책 없이 긍정적, 낙관적이에요. 뭐가 됐든 그냥 마음의 문을 열고 돌진하라!! 라고나 할까요. 이 영화의 등장 인물들이 좀 현실에서 저질렀다간 큰일날 짓들을 한 가지씩은 다 하거든요. 그런데 그 결과가 모두 그냥 마법처럼 아름답고 행복하고 훈훈하게만 끝이 나니 뭐랄까... 톤이 좀 가볍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진짜 이야기'라는 생각이 별로 안 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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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깜찍한 꼬맹이가 지금 극중에서 뭔 짓을 하고 있는지 아시면... ㅋㅋㅋㅋ)



 - 그래서 결론을 짓자면.

 세상은 여러분들 생각보다 따스해요~ 우리 모두 마음의 문을 열어 보아요! 라는 얘길 하는 예쁘고 감성 터지는, 일종의 '힐링 무비'입니다.

 잘 만든 영화임은 분명하지만 묵직하고 진중한 이야기가 취향인 분이시라면 좀 많이 가볍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드실 수도 있어요.

 하지만 감독님의 개성과 센스는 확실해서 그냥 그걸 장점으로 생각하고 '이 풍진 세상에 이런 영화도 좀 필요하지 않나'는 맘으로 볼 수 있는 분이라면 상당히 만족하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즐겁게 잘 봤네요. 끄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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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합니다. 이 풍진 세상에 이렇게 희망적인 이야기도 좀 있어야죠.)




 + 여러모로 '카조니어' 대비 남성 캐릭터들이 숫자로도 많고 또 비중도 큰 이야기입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여성들의 이야기에요.

 이 영화에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관계를 열고 맺어가는 인물들은 다 여자들이거든요. 어찌보면 그 캐릭터들 하나하나가 다 감독의 분신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린이, 청소년, 젊은 성인, 중장년, 노년까지 연령별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어째 다 같은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ㅋㅋ



 ++ 제가 좋아하는 장르인 듣보 B급 호러 무비들에서 몇 번 접하고 익숙해진 배우가 이 영화에 나와서 반가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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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측에서 세 번째... 인데 옷차림이 별로 10대 같진 않군요. ㅋㅋㅋㅋ)


 나자라 타운젠드라는 분인데. '컨트랙티드', '퍼펙트 머더: 와이 우먼 킬' 같은 영화들에서 좋은 연기 보여줬었죠. 정작 그 영화들의 완성도는 다 좀 애매합니다만... ㅋㅋㅋ 배우 실제 나이를 찾아보니 이 영화를 찍을 땐 실제로 미성년이었더라구요. 늘 칙칙한 영화에서 칙칙한 역할로만 보다가 이런 모습을 보니 신선한 기분이.



 +++ 한 페이지에 글 셋이라니. 게시판 도배 죄송... 한동안 직장서 워낙 피곤하다보니 영화를 보기만 하고 기록을 미뤄둬서. 오늘 한가해진 김에 그냥 대충 막 적어 올리고 있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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