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onel, Kylian, thank you - The Athletic

image.png 디 애슬레틱) 앨런 시어러가 메시, 음바페에게 보내는 헌사


모든 발표가 끝나고, 트로피가 들어올려지자마자 전 곧장 차로 달려가서 복잡한 교통을 뚫고 공항으로 내달렸습니다.



전 지금 도하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심야 비행기를 탑승하기 직전입니다. 조각난 생각들을 걸러내면서, 방금까지 목격한 이 서사시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주 이상한 느낌이었습니다. 비행기가 착륙하고, 눈을 뜨고나니 모든 일들이 마치 꿈결처럼 느껴집니다. 



이번 카타르 월드컵 내내, 논란부터 장대한 결말까지, 그리고 최초로 시즌 도중에 개최되는 시기부터 대회의 장소까지 아주 분분한 현실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모두 이번 대회가 이제까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또 여러 이유때문에 아주 어려운 대회가 되리라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모두가 가장 쉽게 내기할 수 있었던 것은, 리오넬 메시와 킬리안 음바페가 이번 대회에서도 어느 순간엔 주역으로 떠오르리라는 부분이었지만 이런 결말까지 예측한 사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앨런 시어러가 메시, 음바페에게 보내는 헌사


이 웅장함도, 길이길이 남을 경기도, 최고조에 이르기까지 오랜 세월을 보내오면서 계속해서 충격과 불신의 역치를 끌어올려온 이 축구란 스포츠도 아니었습니다. 이제는 더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는 최고의 선수 메시가 있었고, 용감무쌍한 음바페가 그를 뒤쫓고 있습니다. 축구는 팀 스포츠고, 최고의 종목이지만, 이번 경기는 마치 순수한 검투사들의 1 대 1 대결같습니다.



영화 '글레디에이터'에서 러셀 크로우가 했던 대사를 기억하시나요? "이래도 즐겁지 않느냐?" 



이 경기는 그들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하고, 서로를 자극하고 계속해서 밀어붙이면서 진행되었습니다. 서로의 영감이 되고 서로의 빛을 가리고자 분투했습니다.



스타디움에서 벗어나 도하의 숨막히는 거리들을 항해하면서, 동료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경기를 보면서 우리가 생각해낼 수 있던 비유는, 타이슨 퓨리와 디온테이 와이덜의 3차전에서 다운당했던 타이슨 퓨리가 결국은 다시 일어서 승리를 쟁취했던 경기였습니다. 



가장 큰 무대에서 펼쳐진 최대의 경기는 역대 최고의 월드컵 결승전을 장식했고, 전 아직도 현장에서 그 모든 장면을 목도할 수 있었단 현실을 자각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BBC의 전문가로서, 제 역할은 몇몇 부분을 골라내 분석하는데 있지만, 이 경기에선 아름다운 광기에 휩쓸리고, 숨을 헐떡이며 경이로움이 지나간 이후에야 겨우 소리를 지를 수 있었던 순간들이 있었습니다. 이 특권을 깨닫기 위해 스스로를 꼬집어봐야 했습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앨런 시어러가 메시, 음바페에게 보내는 헌사


경기가 끝난 이후에, 제 첫 감상은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에게, 그리고 메시와 음바페에게 그들이 보여준 모습에 대한 감사를 표하는 일이었습니다. 서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실패와 패배를 거부하는 것마냥 대칭같은 모습을 보여준 것에 대한 감사. 또 우리 인생에 있어서 상징적인 하루와 상징적인 경기로 남을 축구의 밤을 선물해준 것에 대한 사의를 표한 것이기도 합니다. 국적불문하고 우리 모두 이 경기를 잘 기억하고 역사를 기억할 것입니다. 



놀랍고 그저 경탄스럽습니다. 이 경기가 후끈 달아오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는지 보세요. 아르헨티나가 메시의 작은 기발함과 함께 패널티 킥과 추가골로 앞서나갔을 때, 프랑스가 얼마나 잠잠했었는지 보세요. 메시는 예전보다 느리고, 정적이고, 덜 뛰지만 여전히 환상적인 패스 세기 조절과 볼을 다루는 모습은 축복과도 같습니다. 그의 터치와 마무리도 아직도 예리합니다.



2 대 0으로 밀리면서, 프랑스는 무너진듯 보였습니다. 그리고 어린 선수들이 팀에 기동력과 에너지를 부여하기위해, 무엇이라도 해내기 위해서, 출장했습니다. 그리고 축구에서 가장 위대한 클리셰처럼, 득점이 모든 것을 바꿔놓았습니다. 음바페의 80분 패널티 킥 골은 팀의 경기 첫 유효슈팅이었습니다. 그리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눈부신 동점골까지 이어지면서, 아르헨티나가 손에 움켜쥐고 있다 생각했던 승기가 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image.png 디 애슬레틱) 앨런 시어러가 메시, 음바페에게 보내는 헌사


논리적으로 설명할 방법이란 없습니다. 뇌가 미치지 않을 정도로 설명할 방법도 없습니다. 무척이나 초현실적인 일이었습니다. 프랑스가 어디서 이런 결과물을 만들어낸거지? 아르헨티나는 어떻게 두 골이나 앞서가고도 따라 잡혔던 순간에 휘어지지 않았을까? 벤치의 앙헬 디마리아는 기쁨과 절망의 눈물을 연달아 흘렸습니다. 그리고 메시와 음바페가 어떻게 이러한 모든 감정, 그들에게 놓인 압박감을 버텨내면서도 다시 빛날 수 있었는지 놀라울 따름입니다. 



그리고 1966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컵 결승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했지만, 이번 대회에서 골든부츠만을 손에 쥔 음바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메시가 우승한게 타당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경기 전, 저는 최고의 스타가 빛날 것이라고 말했고, 음바페는 실제로 빛났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운명이 그를 조롱하고 시련에 들게 하리라 예상친 못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기적을 기대하지 않았지만, 하나의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축구의 관점에서 보자면, 거의 모든 요소가 있었던 아주 우수한 월드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업셋도 여러 번 있었고, 그중 가장 큰 업셋은 사우디아라비아에게 2 대 1로 패배한 아르헨티나의 첫 경기였죠. 아르헨티나는 이 패배로 36경기 무패행진이 끊기게 되고, 메시의 숙원이 끝나갈 위기에 처해졌습니다. 사우디아라비아 외엔 모로코도 이 대회가 글로벌하다는 점을 느끼게 해줬습니다. 그리고 아르헨티나는 이 대회에 팬들을, 그리고 동화를 초대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잉글랜드는, 익숙한 희망, 익숙한 절망 그리고 익숙한 슬픔이 함께했지만, 평소에 우리를 따라다니던 비난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희망은 아직 남아있습니다. 그리고 음바페의 마법과 메시의 걸작으로 저울의 방향이 계속 바뀌다가 승부차기까지 이어지는 경기로 마무리 짓게 되다니. 제 일부는 이 대회가 끝나지 않길 바랬지만, 또 다른 한 쪽은 너무나 지친 것 같습니다.



결승전에 걸려있던 것들을 생각했을 때, 아마도 최고의 스포츠의 최고의 경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출처  https://www.fmkorea.com/53252178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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