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입니다. 런닝타임 1시간 19분이구요. 장르는 코미디/드라마입니다. 스포일러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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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제용 포스터라 그런지 심플하기 그지 없군요.)



 - 한 레즈비언 커플의 이별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나이 든 쪽이 별 것도 아닌 걸로 젊은 쪽 마음을 살벌하게 북북 긁더니 야멸차게 쫓아내 버려요. 그러고 혼자서 샤워하다 통곡하는 걸로 마무리. 이 분이 우리의 주인공 '할머니'이고 이름은 '엘'이에요.

 그런데 또 한 젊은이가 그 집을 찾습니다. 또 애인이냐? 했더니 손녀네요. 제목이 '그랜마'니까요. 암튼 이 손녀는 지금 고딩인데 임신을 했어요. 본인도 남자 친구도 애 낳가 키울 생각이 없어서 중절 병원을 예약했는데 돈은 마련을 못했네요. 엄마는 엄청나게 무시무시한 사람이라 털어 놓고 손을 벌릴 수 없다는 데에 손녀도 할매도 동의하구요. 문제는 할매도 지금 퇴직 상태에 '빚이 싫어!'라며 전재산을 탈탈 털어 빚을 갚은 후 자본주의에 종속되지 않겠다며 신용카드까지 다 잘라 버려서 무일푼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당장 병원 예약 시각이 당일 오후 다섯시 반!!! 

 그래서 가진 건 없지만 패기 하나는 쩌는 우리 '그랜마'께선 수술비 630달러 마련을 위해 손주를 동반한 하룻 동안의 동네 여정을 떠납니다... 는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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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제목이자 주제 그 자체.)



 - 저야 당연히 줄리아 가너 때문에 골랐죠. 완전 '오자크' 시작할 때 루스 비주얼 그대로이길래 우왕~ 하고 봤는데 나중에 확인해 보니 오자크 시작보다도 2년 전이네요. 고등학생 역할도 어색하지 않을만큼 풋풋하십니다. ㅋㅋ

 그런데 영화를 시작하고 보니 주인공 '엘'을 맡으신 분이 릴리 톰린이었군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ㅋㅋㅋ 그리고 보다 보면 마샤 게이 하든도 나오구요. 시작 부분에서 차이는 젊은이 역으로 나오는 주디 그리어도 여기저기서 종종 보이던 분이고. 또 샘 엘리엇도 나름 유명한 노익장이시겠고... 쌩뚱맞게 존 조도 튀어나옵니다. 역할이 재미는 있지만 아주 작아서 존 조가 지금만큼 뜬 게 그렇게 오래되지 않았구나... 했네요. 뭐 그렇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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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본적으로는 이 둘의 한 나절짜리 로드 무비... 인데 줄리아 가너는 너무 루스 그대로인데요. ㅋㅋㅋ)



 - 뭔가 제목을 어그로처럼 적어 놨는데요. 어그로가 아니라 진짜로 저게 이 영화의 중요 포인트입니다. 레즈비언 & 페미니스트 독설가 할매가 손주 핑계로 세상에 나가서 여기저기 막 들이 받으며 정의롭게 성질 부리는 게 영화의 중심 내용이거든요. 당연히 이 분의 독설과 성질은 저 캐릭터 기본 설정에서 우러나오구요. 결과적으로 진상은 진상인데 아주 정의로운 진상 할머니인 겁니다. 세상이 이 할매를 진상 부리게 만드는 포인트와 거기서 터져 나오는 독설들에 공감하며 즐기는 코미디 영화... 정도로 생각하심 대충은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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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주 잠깐 나와서 주인공에게 '드립 커피'의 참 뜻을 전수받는 우리의 인기 스타 존 조씨.)



 - 근데 정말로 저런 내용이기만 하면 재미가 없잖아요. 정치적 공정성의 화신이 걸어다니며 근엄하게 사방에 교훈 발사하는 내용의 영화를 누가 재밌다고 보겠어요. 진짜 이 영화의 포인트는 그 할머니의 캐릭터 그 자체입니다. 이 할머니가 손주 위한다는 핑계로 사방을 돌아다니며 '버럭!!'을 쏟아내는 과정에서 하나씩 던져지는 이 사람의 진짜 속내, 살아 온 인생들에 대한 힌트를 조금씩 모아가며 마지막엔 '아, 이런 사람이었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 그런 걸 노리는 영화에요. 


 그래서 당연히 이 할머니의 실체(?)는 다시 한 번 '레즈비언, 페미니스트'로 귀결이 됩니다만. 엘이라는 캐릭터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습니다. 그런 '올바른 사고방식'들을 보여주면서 또 동시에 이런 정체성을 갖고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이 양반이 겪었던 아픔들, 그 과정에서 본인의 인간적인 한계로 인해 저질렀던 시행 착오와 잘못들, 남에게 안긴 상처. 이런 부분들을 모두 함께 드러낸다는 것이 좋았습니다. 이런 영화의 태도 덕에 캐릭터가 훨씬 깊어지고, 그만큼 더 공감할 수 있게 되니 결국 이 할머니가 사방에 날리는 독설들도 더 설득력을 얻게 되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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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에서 가장 안 유쾌한 장면을 맡고 계신 분입니다만. 그만큼 주인공에 대해 더 많은 걸 깊게 느끼게 해주는 좋은 캐릭터이기도 했네요)



 - 생각해보면 그렇습니다. 주인공의 나이가 정확하게 밝혀지진 않지만 맡아서 연기한 배우의 나이를 기준으로 삼으면 대략 77세입니다. 1930년대에 태어난 77세 할머니가 일생을 그런 정체성을 갖고 또 그걸 지키며 살아왔으니 오죽 힘들었겠어요. 그러니 일단 그 존재 자체에 위엄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 캐릭터를 연기하는 게 실제 레즈비언인 릴리 톰린이구요. 오오 자동 뤼스펙... ㅋㅋㅋㅋ


 그리고 당연히도 이 분이 참 연기를 지독하게도 잘 해줍니다. 재밌어야할 때는 재밌고, 울컥해야할 때는 울컥하게끔 정말 능숙하게 연기하는 가운데 그게 다 한 사람의 솔직한 모습이라는 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요. 분명 성격은 x랄 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멋져 보이구요. 그렇게 릴리 톰린의 원맨쇼로 흘러가는 영화지만 그 여정을 함께하며 툭탁대며 받아주는 역할의 줄리아 가너도 충분히 잘 해주고요. 막판에나 등장하는 지옥에서 온 딸/엄마 역할의 마샤 게이 하든도 좋았습니다. 이 양반 등장하는 순간에 긴장감이 장난 아니에요. ㅋㅋㅋ 그러면서 마지막에 잠시 셋이 함께하는 장면은 또 찡하게 좋았구요. 각본도 좋지만 배우들 덕을 많이 보는 영화이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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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무서울 게 없는 엘이 유일하게 두려워하는 존재로 나오신 마샤 게이 하든.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역시 존재감 쩝니다. ㅋㅋ)



 - 시작부터 끝까지 조금씩 조금씩 '엘'이라는 여인에 대해 알아가는 게 핵심인 캐릭터 스터디 영화이다 보니 딱히 스포일러랄 것도 없지만 반대로 보면 거의 대부분이 자잘한 스포일러일 수 있는 영화라고도 할 수 있겠죠. 그래서 자세한 얘긴 접어두고 결론을 내자면, 재밌습니다. 


 각본가가 빚고 릴리 톰린이 연기하는 '엘'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고 멋져서 그냥 이 할머니 구경만 하고 있어도 웃기고 짠하고 감동적이고 그래요. 

 내용 전개상 아무래도 좀 가벼운 코미디가 주를 이루는 전반부가 훨씬 재밌게 슥슥 잘 넘어갑니다만 그 동안 빌드업을 잘 해놔서 막판의 상대적으로 무거운 전개도 몰입해서 보게 되구요. 적당한 선에서 납득 가능한 수준의 화해와 희망으로 맺어지는 마무리도 아주 좋았습니다. 


 꼭 이런 소재와 주제에 관심 없는 분들이라도 대부분 재밌게 보실만큼 잘 만든 코미디/드라마였어요. 볼 거 없으신 왓챠 구독자분들께 살짝 유니버설하게(?) 추천해 봅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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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잡하게 따질 것 없이 일단 재밌거든요. 배우들도 좋구요!!!)




 + 보면서 전도연, 하정우의 '멋진 하루' 생각이 자꾸 나더군요. 기본 설정이 많이 비슷한데 그게 그렇게 다양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설정은 아니죠.



 ++ 주디 그리어의 젊은이(...) 캐릭터는 영화 초반에 20대라고 언급이 되는데요. 실제 배우 나이는 40대입니다. 근데 정말 20대로 보여서 잠깐 속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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