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추천하는 영화가 아닌 시리즈 입니다. 제가 시리즈 정주행하는 속도가 엄청 느린 편이거든요. 한 회를 보고나면 좀 소화(?)를 시켜야해서 바로바로 쭉 이어가질 못하는... 그리고 영화는 어쩌다 망작을 골라도 그냥 한시간 반만 버린다고 생각하고 끝까지 보는데 시리즈는 혹시 초반엔 안맞더라도 중, 후반부까지 보면 맞을지도 모르는데 그렇다고 또 시간투자해서 다 봤는데 끝까지 별로면 어떡하지? 이런 소심한 걱정 때문에 선택장애가 영화보다 더 심하게 오더라고요 ㅎㅎ 


아무튼 그래서 고심끝에 선택했는데 간만에 제법 순조롭게 완주에 성공해서 추천하게 된 작품입니다. 총 9화에 회당 러닝타임 평균 50여분 정도를 2주만에 다 봤는데 이정도면 제 기준으로는 초스피드로 끝냈다고 할 수 있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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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이 수북히 쌓인 훗카이도를 배경으로 하는 남녀 주인공의 과거 학창시절 풋풋한 첫사랑, 현재의 세련된 도쿄를 배경으로 둘이 재회하게 되는 성인시절 두 시점으로 번갈아가며 진행되는 구조입니다. 어떻게 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일본 정통 멜로물의 클리셰적인 요소들을 죄다 때려박아서 만들었다고도 볼 수 있는데 그것들이 합쳐져서 제법 상당한 웰메이드 결과물로 나왔습니다. 



안본지가 한참 되서 저는 정확하게 모르지만 요즘 일드 퀄리티 자체가 과거에 비해 하향평준화가 되고 있으며 특히 맨날 이상한 필터 끼운듯한 너무 밝고 흐릿한 화면빨도 구리다는 반응들을 간혹 접하고는 하는데 이 작품은 넷플의 빵빵한 투자를 받아서 작정하고 만들어서인지 일단 비주얼에서부터 티가 납니다. 현재도 이쁘게 잘 담아냈지만 일부러 노스텔지어틱한 느낌이 나도록 촬영한 과거쪽 영상들이 특히 좋습니다. 배경이 배경인지라 국내에서 유독 인기가 많은 <러브레터> 생각이 안날 수가 없고요.



그리고 이 작품의 가장 눈에 띄었던 홍보 포인트였던 것을 이제와서 말하게 되는데 퍼스트 러브면 퍼스트 러브고 하츠코이면 하츠코이지 왜 같은 뜻의 단어를 나란히 제목으로 썼느냐 궁금해질 수 있는데요. 그 이유는 바로 우타다 히카루의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라는 두 곡의 가사에서 영감을 받아서 그걸 토대로 제작된 작품이기 때문입니다. 정말 몇몇 가사내용은 플롯 포인트로 아주 콕 찝어서 활용이 되기도 하는데요. 옛날 뮤직비디오에서 가사내용을 너무 그대로 연출로 옮기려는 장면들에서 웃음이 터지게 되는 것처럼 '아니 이걸 이렇게까지?'하게 되는 부분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억지스럽다는 정도는 아니고 나름대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면서 적당한 잔재미를 주는 수준이라 오히려 장점에 속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시리즈 내내 해당 두 곡을 포함한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들이 삽입곡으로 들어가며 과거시절 시간적 배경이 90년대 후반 ~ 2000년대 초이기 때문에 그 시절 한창 J-POP에 빠져서 MD에 넣어서 듣고 다녔던 저같은 추억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더욱 즐거운 감상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과거파트가 풋풋한 노스텔지어라면 상대적으로 차갑고 현실적이면서도 그랬던 과거를 아련하게 추억하는 현재파트도 다른 느낌으로 훌륭합니다. 과거에서 그렇게 서로 좋아서 죽고 못살던 둘 사이에 과연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시청자들에게 계속 추측하게 만들면서 천천히 알려주는 전개방식이다보니 아주 사알짝 미스테리적인 요소도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좋은 평가를 내리게 되는 작품에서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드물겠지만 이 작품도 캐스팅이 아주 적절한데요. 저에게는 특히 현재의 여주인공을 맡은 미츠시마 히카리의 연기가 너무 좋았습니다. 다른 영화 같은 작품에서 본 기억이 없어서 생소한 배우였는데 찾아보니 그 나이대의 여배우 중에서 탑급 연기력이라는 평을 받고 있는 것 같더군요. 충분히 그럴만하다고 느꼈습니다. 특히 시리즈 후반부에 결정적인 국면전환을 가져오는 계기가 되는 어떤 순간이 있는데 여기서 보여주는 연기가 너무 절륜해서 몇번이나 돌려보게 만들었어요.



아쉬운 부분들도 당연히 있는데 일본 정통 멜로의 클리셰이니만큼 가끔 모니터에서 시선을 회피하고 손발에 힘을 좀 주게되는 그런 연출들도 역시나 있습니다. 남녀가 서로 고백할 때 "저는 당신이... 스끼데스! 스끼야떼꾸다사이!" 현재의 어른이 된 주인공이 마치 어릴 적 자기를 연상시키는 모 소년 캐릭터에게 "앞으로 나가야지! 이께!!!!!!!"한다던지 그런 거 말이죠 ㅋㅋ 그런데 저처럼 항마력이 유난히 약한 편인 사람들에게나 그렇지 별 개의치 않는 분들도 많고 실제로 커뮤니티들이나 평점사이트 반응들을 봐도 이런 언급이 많지는 않고 거의 호평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로 총 9부작 중 8화 마지막에 가장 중요했던 부분이 해결이 되는데 최종화인 9화에서 마무리를 너무 길게 끄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에필로그에 엔드 크레딧 후 쿠키영상까지 좀 과하게 조미료를 치는 것 같았는데 이건 호평하는 분들 중에서도 저랑 비슷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좀 있더군요 ㅋ 이렇게 단점도 그렇게까지 치명적이진 않고 어지간하면 다들 무난하게 보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훈훈한 감성이라 지금 날씨랑도 딱이기도 하고요. 공개 후 당연히 일본에서는 자국 넷플랭킹 1위를 계속 달리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일본이 넷플 오리지널 컨텐츠들이 굉장히 약하다는 것이 중론이었는데 간만에 좋은 작품이 나왔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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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사소한 아쉬움 한가지 더 언급하자면 여주인공 연기한 성인, 학생시절 배우들인데요.... 너무 안닮았습니다. 물론 똑같아야한다 그런 건 아닌데 이건 그냥 얼굴형, 체형이 너무 차이가 나다보니 무슨 자라면서 턱뼈를 깎은 것도 아니고 말이죠 ㅋ 이 작품이 다소 산만하게 현재, 과거를 드나드는 경향이 있다보니 특히 초반 1, 2화 때는 무슨 시골에 사는 여동생이 또다른 주인공인 건지 과거인 건지 헷갈리실 수 있어서 감상하실 분들은 미리 둘이 동일인물이라고 자기최면(?)을 걸어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물론 보다보면 어느정도 익숙해져서 큰 문제는 없습니다. 앞에 미츠시마 히카리만 언급했는데 학생시절을 맡은 야기 리카코도 역시 잘해줬고요. 건강한 매력이 흘러넘쳐서 앞으로 인기 많아질 것 같더군요.





하츠코이라는 곡도 아주 좋지만 역시나 추억이 서려있는 First Love를 오랜만에 들으니까 너무 좋더군요. 작중에서도 더 자주 삽입되고 특히 전체 시리즈에서 아까 언급한 가장 중요한 감정적인 씬에서 나와서 더욱 이 곡의 임팩트가 더욱 강하게 남습니다. 퍼스트 러브 하츠코이 보고왔다는 최신 코멘트들도 역시 많고 ㅋㅋ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했던 곡입니다. 작중에도 살짝 한 번 삽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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