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작 프랑스 영화구요. 런닝타임은 1시간 47분. 스릴러가 가미된 드라마입니다. 결말 스포일러는 안 하겠지만 중반까지의 전개가 노출됩니다. 그걸 안 적으면 할 얘기가 아예 없어지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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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애충 '떠나갈 시간' 정도로 번역하면 될 제목이긴 한데, 영어 제목이 'School's Out'이니 괜찮은 걸로 하고 넘어갑시다.)



 - 한 여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네요. 선생은 교실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리다 창문 앞에 의자를 놓더니, 밖으로 걸어 나갑니다. 여기 꽤 높은데요...

 다행히도 죽지는 않았지만 의식 불명. 긴급 투입된 대체 교사 '삐에르'가 주인공입니다. 적당히 프리하고 적당히 정의롭고 나름 꽤 똑똑한 젊은 라틴어 선생이구요. 엄청난 충격을 받았을 우리 학생님들을 지극 정성으로 보살필 의욕으로 충만하여 수업을 시작합니다만... 뭔가 예상과 좀 다르네요. 아무래도 이 학생 놈들이 교사 투신의 원인이었을 것 같아요. 그 반은 학교측의 영재 육성책으로 특별히 선발된 영재들로 구성된 학급이었고. 거의 오만방자 수준의 태도로 삐에르를 무시하며 가지고 놀려 합니다. 하지만 굴하지 않는 우리의 열혈 교사 삐에르! 그래봤자 니들이 3학년 망아지들이지 뭐! 라는 맘으로 당당하게 맞섭니다만. 조금 지내보니 그 학교 자체가 시궁창이며, 이 오만방자 3학년들은 절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알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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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만방자 3학년 군단. 참고로 이 동네 3학년은 한국식으로 따지면 중3에서 고1쯤 되는 건가 봅니다. 11학년으로 시작해서 역순이래요.)



 - 그러니까 대체 이게 무슨 이야기일 것 같으신가요?

 뭐 2018년에 나온 프랑스 스릴러 무비가 설마 '언제나 마음은 태양' 식으로 흘러갈 거라곤 저도 애초에 생각하지 않았습니다만. 그래도 영화를 보다보면 정말 한참동안 혼란스럽습니다. 뭐지? 이건 어쩌라는 거지? 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려고 이런 전개가 나오는 거지? 그래서 쟈들이 나쁜 애들인 거야 아닌 거야?? 이렇게 혼란스러운 분위기로 거의 한 시간여를 끌고 간 후에야 영화는 그 엘리트 학생들의 속내가 무엇인지를 보여줘요. 그리고 그게 이 영화의 핵심인데요. 결말과는 거리가 멀어도 결국 스포일러이기는 하니 다시 한 번, 애초부터 이 영화에 관심이 있던 분들은 아래는 읽지 말고 보시라고 말씀드리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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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내내 거의 철저한 싸가지를 지켜내는 분들. 특히 저 여학생이 그 집단의 리더 역할인데, 캐릭터도 연기도 꽤 강렬합니다.)



 - 갸들이 싸가지가 좀 많이 없는 중2병 환자들인 건 맞는데요. 갸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가 중요합니다. 그러니까 얘네들은 어려서부터 너무 조숙 똑똑해진 나머지 이 세상에 절망해버렸던 겁니다!!! 그러니까 얘들의 싸가지는 그냥 싸가지가 아니라 세상에 대한 절망에서 우러 나온 행동이었던 거구요. 특히나 이 세상을 요 모양 요 꼴로 만들어 버린 게 바로 주인공 삐에르를 비롯한 기성 세대들의 잘못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거고. 덧붙여서 얘들은 이미 세상이 망가질만큼 망가져 버려서 자기들이 뭘 해봤자 소용 없다는 절망감에 빠져 있어요. 그러니 이 꿈도 희망도 없는 세상에서 자기들은 고작해야 자신들에 대한 어른들의 기대에 크고 아름다운 엿 한 번 날려주는 게 최선이라 생각하고 뭔가를 꾸미고 있었던 거죠. 그 뭔가가 뭔지까진 안 적도록 하겠구요. ㅋㅋ


 그래서 결국 이 영화는 21세기 현재 기성 세대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 환경 파괴, 부익부 빈익빈, 자본 만능주의... 뭐 기타 등등 거의 모든 것들에 절망해버린 새로운 세대들의 감성을 보여주는 게 주목적인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또 그 중에 핵심이 '뭘 어찌하든 우린 이미 늦었다'라는 판단이에요. 고로 정말 암울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가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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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 다 망쳐 놓고 지들도 망가져 사는 주제에 아무 쓰잘 데기 없는 잔소리나 해대는 인간들... 이라고 우리 3학년들은 생각합니다. ㅋㅋ)



 - 그래서 이 영화가 보여주는 세상, 그러니까 주인공들이 다니는 학교와 교사, 학생들을 통해 보여주는 세상의 모습은 그냥 모든 게 미쳐 돌아가는 비정상적인 세상입니다. 영화에서 현실의 기성세대를 대표하는 교사들 역시 다들 어딘가 심각하게 망가져서는 자신도 깨닫지 못하는 채로 절망감에 빠져 무의미한 데 집착하며 살고 있구요. 학생들 역시 깨달은(?) 놈들이든 깨닫지 못한 놈들이든 다 문제가 많습니다. 너무 싸가지 없거나, 너무 열등감에 빠져 있거나. 그리고 이런 바닥에 들어와 버린 삐에르 역시 서서히 맛이 가서 첫 등장 때 보여주던 패기 같은 건 다 날려 버리고 밑바닥을 보이며 허우적거려요. 


 그리고 영화는 이런 부조리함과 절망감을 강조하기 위해 종종 삐에르의 망상 장면을 집어 넣는데, 그 장면들 자체도 참 거시기하지만 그 와중에 망상인 척하는 실제 황당한 장면들을 섞어서 더욱 더 거시기한(...) 분위기를 성공적으로 만들어내요. 참으로 갑갑하고 불편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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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춘 영화의 정의로운 영 티쳐처럼 등장하셔서는... 참 고생 많이 하시고 많이 망가지십니다.)



 - 그리고 진짜 걸작은 엔딩인데... 이건 큰 스포일러라서 언급을 못하겠네요. 암튼 영화에 관심 가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세요. 참으로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는 초난감 엔딩인데요. ㅋㅋㅋ 보기에 따라서는 그냥 과도한 상징 내밀기다... 라고 느낄 수도 있겠고. 혹은 옛날 프랑스 사람들이 열심히 만들던 좀 부조리하게 막 나가는 스타일의 예술 영화들 추억이 떠올라서 반가울 수도 있겠고. 뭐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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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뭘 보고 있는 걸까요?)



 - 암튼 뭐... 이래저래 또 이상하고 알 수 없는 이야길 잔뜩 적어 버렸습니다만.

 결론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ㅋㅋㅋ 솔직히 이게 좀 지루해요. 특히나 런닝타임의 거의 절반을 이게 뭔 이야기인지 숨기면서 진행이 되다 보니 더 그렇습니다. 그냥 드라마로 보기엔 뭔가 비정상적이고 괴상한데, 스릴러로 보기엔 또 별 일 안 벌어지구요. 차라리 그 영재들이 악의로 똘똘 뭉친 사이코패스들이라면 재밌는 뭔가가 나올 수 있었겠지만 그것도 아니거든요.

 하지만 어쨌거나 다 보고 나면 '기성세대들이 완벽하게 망쳐 버린 세상에 대한 젊은 세대들의 절망과 분노'라는 주제 하나는 꽤 그럴듯하게 잘 전달이 됩니다. 그러니 이런 이야기에 흥미가 생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시간이 많이 아깝진 않으실 거에요. 사실 어찌 보면 이 또한 2022년 언저리의 지구촌 시대 정신 비슷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구요. 한 번 들여다볼만한 이야기인 건 맞는 것 같다...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끝. 이구요.




 + 원작 소설이 있답니다. 크리스토퍼 듀포세라는 작가가 좀 예전에 발표한 소설이고 나름 히트작이었다는데 한국에 출간은 안 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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