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년작. 런닝타임은 2시간 6분이구요.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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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제목과 포스터 이미지가 아주 잘 어울리는군요.)



 - 주인공 '히데오'는 뭐 일본 찌질 궁상물의 스테레오 타잎 같은 남자입니다. 만화가가 꿈이고요, 나름 신인상을 타며 주목 받았던 화양연화가 있었으나 그것도 이미 15년 전. 이후로 단 하나의 작품도 연재하지 못하고 다른 만화가의 어시스턴트를 하며 살아요. 동거 중인 오래 된 여자 친구도 있지만 그 친구도 주인공의 출구가 보이지 않는 부진함에 지쳐 불화가 꽃을 피우고요. 덧붙여 우리의 주인공은 안 잘 생기고 성격도 어두우며 자격지심 쩌는, 특기가 자기 비하인 뭐 그런 양반입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특혜로 '성격은 착해요'. ㅋㅋㅋ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 좀비 아웃브레이크는 쌩뚱 맞게 찾아와 이런 궁상남의 인생에 두 번째 기회를 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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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닝 타임 두 시간을 잘 활용해서 주인공 캐릭터와 드라마를 적당히 잘 쌓아둔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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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옴비드아아아아아!!!! 라는 식으로 차분하게(??) 스타트를 끊습니다.)



 - 글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 영화의 포인트는 의외의 멀쩡함입니다. 일본산 장르물들이 자꾸 어울리지도 않는 소년/소녀 만화스런 캐릭터들, 그리고 보기 난감한 코스프레풍 비주얼에 집착해서 망가지는 건 이제 거의 디폴트로 느껴지는 현실인데요. 이 영화는 마치 현실적인 일상물처럼 시작해서 주인공 캐릭터를 공들여 묘사한 후에 또 메이저 블럭버스터 좀비물 같은 특수 효과와 연출들로 멀쩡한 좀비 영화의 길을 가요. 기승전결도 무리수 없이 자연스럽게 흘러가며 끝을 맺구요. 쓸 데 없는 눈물 콧물의 일장연설 장면 같은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간단히 말해서,

 많은 사람들이 일본 영화를 싫어하거나 부담스러워 하게 만드는 요소들이 거의 없는 꽤 매끈한 좀비 영화라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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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수 효과도 꽤 고퀄이지만 애초에 디자인, 미술 쪽이 꽤 좋아요. 일본 영화들에서 자주 보이는 유치함이랄까... 그런 게 없었네요.)



 - 근데 그게 이 영화의 장점이면서 또 동시에 단점이 됩니다. 새로울 게 없어요. 

 평범한 주인공이 좀비 시국을 겪으면서 살아남기 위해 반강제로 '각성'을 하게 되고. 우연히 동반자가 될 파트너를 만나서 여행을 하다가 생존자 그룹을 만나게 되고. 그 생존자 그룹이 탐욕과 이기심 때문에 사분오열해서 난리를 치는 와중에 좀비가 들이 닥치고. 수없이 많은 좀비가 죽어 나가는 와중에 인간들도 거의 다 죽고... 뭐 이런 뻔한 스토리를 따라갑니다. 심지어 클라이막스의 난리가 벌어지는 장소가 대형 쇼핑몰이라는 거. ㅋㅋ

 그러니까 좋게 말해 매끈하게 잘 만든 좀비물이고. 나쁘게 말하면 일본색이 살짝 들어간 걸 빼면 별 특색 없는 평범한 좀비물이고 그렇습니다. '좀비'가 아니라 'ZQN'이라는 호칭을 쓴다든가. 첫 좀비가 마치 일본 호러 귀신처럼 움직인다든가. 이런 사소한 디테일들 말곤 뭐 특별한 게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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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좀비 관련 이야기에 쇼핑몰이 빠지면 섭하긴 합니다만. 이렇게 대놓고 중요한 장소로 한참을 써먹어 버리면 좀 식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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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배우님 살짝 정재형씨 닮은 것 같기도 하구요.)



 - 사실 독특한 설정이 몇 가지 있긴 합니다.

 일단 이 영화의 좀비들은 살아 생전에 집착했던 행동을 무한정 반복하는데... 뭐 이건 '데드 돈 다이'에서 더 잘 써먹었던 것 같구요.

 그리고 여기 좀비들은 달리기도 겁나 빠르고 힘도 인간보다 훨씬 강해요. 그래서 이 영화의 좀비들은 엄청 위협적이고 액션은 대체로 박진감 넘치고 그렇... 긴 한데 사실 좀 작가 맘대로입니다. ㅋㅋ 어떤 좀비들은 세고, 주인공들이 구체적인 액션 속에서 마주치는 좀비는 그냥 알던 좀비고 뭐 그래요.


 다만 이러나 저러나 분명히 튀는 설정이 딱 하나 있어요. 어떤 사람은 좀비에게 물렸을 때 그냥 좀비가 되는 게 아니라 좀비와 인간의 혼종 같은 괴상한 상태가 된다는 겁니다. 구체적인 원인은 모르지만 암튼 이런 혼종들은 약간 인간의 의식이나 의지가 남아 있으면서 신체 능력은 아주 짱 강력해지는데. 덕택에 마치 수퍼 히어로 같은 활약이 가능해집니다만... 각본이 활약을 안 시켜요!! ㅋㅋㅋ 왜냐면 그게 주인공이 아니기 때문이죠. '찌질한 보통 남자가 잔혹한 현실 속에서 영웅으로 각성해가는 휴먼 드라마'라는 서사를 극대화하기 위해 주인공은 끝까지 평범한 인간으로 남고. 혼종은 '그런 것도 있다'는 수준으로 대충 맛만 보여주고 넘어갑니다.


 그래서 결국 결론은 도로 '평범 무난하지만 매끈한 좀비 영화'로.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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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짱 센 좀비 미소녀와 착한 히키코모리 아저씨 콤비라니 뭔가 속이 빤히 보이는 기분입니다만. 다행히도 영화가 그쪽으론 안 갑니다.)



 -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게 원작이 있더라구요. 같은 제목의 만화책을 영화로 만든 건데, 위에서 말한 혼종 설정이 원작에선 아주 중요한 떡밥으로 이야기에 큰 영향을 주는 것 같더라구요. 그리고 영화가 원작의 초반 내용만 다루고 있기 때문에 그 떡밥은 그냥 보여만 주고 넘어간 거구요. 또 두 시간으로 이야기를 맺어야 하기 때문에 주인공은 원작 대비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각성하고 성장해서 영웅이 되고. 뭐 그렇습니다. 

 또 그 원작이 아주 현실적으로 암담하고 우울한 분위기의 작품이라고 해요. 영화 초중반까지 보여주는 현실적인 전개는 그런 원작의 덕을 본 것이었던 거죠. 다만... 역시 검색으로 알아본 바에 의하면 원작은 그 '혼종' 설정이나 기타 떡밥 놀이들에 치중하다가 그만 수습을 포기한채 장렬하게 '아무튼 엔딩!!!' 결말을 맞았다고 하니 어찌보면 영화 쪽이 나을 수도 있겠습니다. ㅋㅋㅋ 이건 결말은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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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예쁜 배우님들이 나오신다는 것도 영화 버전의 장점... 근데 일본의 '예쁜 여고생' 배우들은 좀 신기할 정도로 분위기가 비슷하죠.)



 -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한 가지 재밌는 점이 또 있다면, 이게 한국 기술과 시스템의 덕을 아주 많이 본 영화라는 겁니다.

 중반부터 마지막까지 배경으로 나오는 그 대형 쇼핑몰이 이상하게 친숙한 느낌이다 했더니 한국에서 찍었더라구요. ㅋㅋㅋ 그것도 그냥 한국 로케가 아니라 아예 한국의 특수효과, 분장, 스턴트 회사들이 달라붙어서 만들었고. 더 자세히 찾아봤더니 뭐 초반 20여분 정도를 넘긴 후부턴 거의 감독을 비롯한 핵심 스탭과 주연 배우들만 일본인이고 나머지는 다 한국 쪽 인력들이 만든 걸로. 왠지 스탭롤 보는데 거의 절반이 한국이더라니. 허허.

 원래부터 그럴 생각은 아니었다는데, 극중에서 주인공이 들고 다니는 총이 꽤 중요한 소재로 작용을 해서 더 실감나는 총(프롭건)으로 촬영을 하고 싶었는데 일본에선 그게 사용 금지 아이템이어서 한국으로 와서 찍게 되었다나봐요. 

 암튼 그래서 이 영화의 '매끈함'은 대체로 한국 스탭들 공이었다. 라는 국뽕 터지는 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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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주인공이 들고 있는 저 총... 얘긴데. 오른쪽 배우님이 꼭 마리오 차림을 한 공유 같다는 생각을 하며 혼자 웃습니다.)



 - 계속 평범 무난, 평범 무난 얘기만 하고 있는데. 정말로 그런 영화이고 그래서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 ㅋㅋ

 좀비물을 좋아하신다면. 그리고 서양 좀비들은 좀 질려서 아시아권 좀비 영화 좀 멀쩡한 거 없나? 라는 생각을 하고 계시다면 이 영화를 보세요. 특별한 뭔가는 기대하지 말고 걍 말끔한 완성도의 킬링 타임용 좀비물 정도를 생각하고 보면 꽤 괜찮습니다.

 하지만 도입부 설정 같은 걸 보고서 좀 웃기는, 그것도 일본식으로 적당히 바보 같이 웃기는 영화를 기대하시면 곤란하구요. 의외로 유머 코드 거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진지하게 달리는 영화입니다.

 음... 암튼 그렇습니다. 제가 좀비물을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지 막 칭찬은 안 하게 되는데. 그래도 이 정도면 나쁘진 않았어요. 그냥 그 정도로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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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려서 본 '모던 타임즈' 때문인지 이런 구도가 영화에 나오면 그냥 괜히 좋습니다. ㅋㅋ)


 + 그래서 또 스포일러 파트입니다.


 좀비 난리가 난 줄도 모르고 자기 일 하며 살던 주인공은 동거 중인 애인이 사다코+가야코 좀비가 되어 달려드는 바람에 처음으로 상황을 파악하게 되구요. 애인은 중심 잃고 넘어지다 주인공의 신인상 트로피 위로 넘어져 사망.

 난장판이 된 시내에서 헤매다 우연히 동행하게 된 여고생 히로미(주인공은 이름이 한자로 영웅, 얘는 이름에 hero가 들어 있죠)와 함께 인터넷 루머를 믿고 좀비 정화의 땅 후지산을 향합니다만. 도중에 히로미는 진작에 물렸던 게 늦게 발병해서 좀비가 되지만 절반만 변한 혼종이 됩니다. 

 어쨌든 그렇게 헤매다 쇼핑몰에 도착하는데, 거기 생존자들은 겉보기엔 유능하고 선량해 보였으나 사실은 음식 바닥나기 직전에 리더는 개똥 철학 후까시로 무장한 독재자였죠. 결국 총을 빼앗기고 쇼핑몰 푸드 코너 레이드에 강제 참가하게 되는 히데오입니다만. 거기에서 생존자들의 내분과 배신으로 결국 좀비떼에게 포위 당하며 거의 대부분이 전멸 & 좀비화. 히데오는 극소수의 생존자들과 함께 절체절명 위기에 처하지만 그 순간 각성한 히데오의 미칠 듯한 샷건질과 소수 동료의 희생으로 수백의 좀비를 물리치고는 마지막 남은 차를 타고 쇼핑몰을 떠납니다. 이유를 알 수 웂게 좀비 감염이 사라진 히로미와 방금 알게 된 여자 동료 한 명과 함께요.

 ...적고 보니 정말 내용이 특별할 게 없네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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