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수많은, '난 한국 영화 안 봐'하는 사람 중 하나인데 뭐 각각 이유가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독립영화든 상업영화든 대개의(모든이 아닌) 한국 영화에서 사건과 캐릭터를 묘사하고 보여주는 방법이 싫어요. 좋게 말하면 날것을 보여주는 묘사고 나쁘게 말하면 직설적이고 세련되지 못했다고도 할 수 있는, 한국 영화에 만연해있는 그런 연출들 말이죠. 한국 영화의 만듦새가 그런 '날것'을 정말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지도 의심이 들고 말이죠.


 솔직이 음모론은 싫어하지만 이번 주 라인업을 보면 몇몇 한국 영화를 위해 개봉을 늦췄다고밖에는 안 보여요. 괜찮아 보이는 외국 영화만 따져봐도 익스펜더블 기버 익스펜더블 매직인더문라이트 꼬마니콜라 다섯개죠. 이 중 두개만 떼서 지난 주에 개봉했다면 이번 일주일이 조금은 덜 지루했을 거고 한국 경제에도 보탬이 됐을 거예요. 저는 영화를 보러 갈 때 그 지역에서만 할 수 있는 식사를 한번 하고 표를 사고 뭔가 군것질거리를 사고 영화를 보고 다시 그 지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식사를 하는데 지난주에만 개봉했어도 저 같은 사람들이 소비진작에 힘썼겠죠. 그러나 지난주엔 정말 볼 만한 영화가 없었어요. 위에 말한 다섯 개 말고도 지난 주에 브레이킹, 러시, 트루스, 로스트리전 같은 영화가 개봉했다면 그냥 봤을 거에요. 아니 심지어는 터널만 지난주에 개봉했어도 터널을 봤을거예요. 하긴 공포영화는 듀나님이 별한개를 주더라도 웬만하면 보지만요.


 그래도 이번 주 다음 주는 풍년이네요. 비호감의 결정체인 라보프와 호감의 결정체인 매즈미켈슨이 동시에 나오는 영화도 있고 이전에 게시판에 쓴 인투 더 스톰도있고...무엇보다 우리 모두가 1년동안 기다려왔던 더 퍼지도 개봉하죠. 한국에도 퍼지데이 도입이 시급해요. 


 휴


 그나저나 인보카머스나 터널은 혼자보기 좀 그러네요. 호러영화는 절대 혼자 못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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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에 스토리 얘기가 나왔으니 잠깐 썰을 풀어 보자면 제 기준이 너무 극단적인 거 같기도 해요. 예전에 듀게에 인생은아름다워(맞나?)를 보고 아들이 게이라는 사실에 부모가 5분 이상 놀라고 있어서 지루하다고 썼다가 그게 뭐가 지루하냐는 덧글만 달렸거든요.


 그런데 최근에 극본을 돌려 읽는 스터디가 있어서 제가 쓴 드라마 대본을 감평받아봤어요. 사람들의 평은 극중에서 매우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데 등장인물들이 전혀 놀라지 않고 그게 당연하다는 듯이 계속 쿨하게 행동해서 기괴하다는 평이었어요. 그 평을 들으니 일일드라마 주말드라마 미니시리즈 등에서 어떤 상황에 울고 화내고 웃고 하는 리액션이 불필요한 게 아니라 사람들의 공감을 얻어내기 위해선 꼭 필요한 건가 싶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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