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대표적인 여초 카페에 어떤 분이

이혼을 불사할 각오로 명절에 시댁 먼저 가는걸 거부하고 친정에 가겠다는 글을 올리셨어요.

딸만 있는 집이고 친정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친정 어머니 혼자 명절에 계신게 안타까워서

추석, 설에 번갈아가며 가기로 했는데 시아버지가 반대하셔서

시아버지를 안보고 살거나, 그게 안된다면 이혼할 각오도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시댁, 친정 간 거리가 너무 먼 것도 이유였던 것 같구요.


그래서 제가 번갈아 가는 건 좋지만

그렇게 이혼 불사할 정도로 강하게 주장하실 상황이라면

결혼 전에 미리 남편과 합의하는게 낫지 않았겠냐고 덧글을 달았어요.

물론 결혼 전에 님의 생각을 얘기했는데 알았다고 하고서 이제와서 안된다고 하는 거라면

이혼 각오하는 마음이 이해가 된다고도 했습니다.


(이게 잘못이었단걸 압니다...왜 남의 가정 일에 끼어들어서 오지랖을 부렸을까요..ㅠㅠ)


근데 다른 분들이

이게 왜 합의 할 내용이냐, 당연히 시댁, 친정 똑같이 챙기는거 아니냐

왜 당연한 얘기를 결혼 전에 미리 했어야 하는거냐,

라고 하시더군요. 사실 처음부터 이렇게 덧글이 달렸음 저도 기분 상하진 않았을텐데

어떤 분들은

여자가 팔려서 시집가는거냐, 그런거 합의 할거면 (며느리를) 돈 주고 사와서 계약서 써야되는거 아니냐

이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저도 기분이 상하더라구요.

전 그런 의도로 한 얘긴 아니었거든요.


시댁, 친정 공평하게 챙겨야 하는 것 맞는 얘기란 거 아는데요

사실 부모님들은 번갈아 가는게 당연한거라고 생각 안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신게 뻔한데

나는 번갈아 가는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라고 미리 얘기하는 정도를 전 합의라고 얘기한건데

모든 분들이 저를 공격하니까 굉장히 당황스럽더군요.


당연한 일이지만 그 동안 우리 나라 사회에서 당연하지 않았던 일을

미리 얘기해서 조율하는게 좋다고 한 제 생각이 잘못된건가요?

아님 최소한 설과 추석 중 언제 먼저 어디를 갈건지에 대한 얘기라도 나눴다면

상대방이 그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알게 되고

그 과정에서 조율하는 것도 합의라고 생각했는데

아예 그런 합의조차 필요없는 일이다라고 다들 얘기하니까 정말 제가 잘못 생각한건가 궁금해져서요...


편들어달라고 올리는 글이 아닙니다.

여기는 남자분 여자분 다 계시고 비교적 객관적으로 답변 달아주시는 분들이기에

정말 다른 분들 생각이 궁금해서 올려요.

그런 카페 가지 마라, 남 일에 참견하지 마라..라는 충고는...ㅠㅠ 이미 후회하고 있으니 거둬주시고;;;


여기 분들도 제 생각이 잘못된거라고 하시면

저도 생각을 바꿔야 할 것 같아서요.

솔직히 저도 남동생이 있고, 아들이 있어서 아주 객관적인 입장이 아닌게 사실입니다.

어느 정도 기존의 관습에 길들여져 있는 사람이고  거기에 큰 불만이 없었던 사람이에요.

솔직히 제 남동생이 결혼해서 시댁 친정 번갈아가며 간다고 하면 100% 지지는 못할 것 같거든요.

근데 그건 시댁을 먼저 가는게 옳다고 생각해서가 아니라

제 친정 부모님이 명절 때 시댁 먼저 챙기고 친정을 가는걸 당연히 생각하시는 분들이기 때문이에요.

그걸 당연히 생각하시는 부모님이 결혼 전에는 아무 얘기 없다가 결혼해서 번갈아가며 챙기겠다는 며느리를 보는게 반갑지는 않습니다.

최소한 미리 얘기는 해줬으면 좋겠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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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했을 글 읽고 댓글 주신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

덕분에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에 대해서 많이 깨닫게 되었어요.


특히 마지막 문단 때문에 비난을 많이 받았는데...

저 역시도 객관적인 척 하면서 기존 관습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당연하다 여기고 있었던 것 같아요.

비난 댓글을 보고 얼굴이 화끈거려서 지울까 하다가...

그게 글을 적을 당시에 제가 했던 생각이고,

비난 받을 부분은 인정해야 할 것 같아서 그냥 두고 글만 추가해서 올립니다.


당연히 합의를 해야한다고 생각했던 것도

'제 기준'에서 당연한거고 사실 당연한건 아닌데 미처 생각하지 못했어요.

여전히 결혼 전 충분히 의논하는 게 좋다고 생각합니다만...그게 '당연한 것'은 아니었어요.

제가 잘못 생각했던 부분에 대해서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불편한 주제로 글 올려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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