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래 담배 얘기, 칵테일드레스 얘기, 모임 후기 얘기를 보니 저도 오늘은 이거저거 닥치는대로 수다떨고 싶은 의욕이 치솟네요?


  예전에도 금연에 관한 글을 썼지만, 하하, 참나 제가 이렇게나 꾸준한 인간이랍니다. 금연 이후 담배를 안 피워요 담배를. 여름에 일본여행을 짧게 다녀왔는데 그때 이상하게 담배를 피우고 싶다는 충동에 시달려 어찌어찌 한 두모금을 빨아 봤는데 왠일이니, 몇 년만에 빨아도 너무 달콤한 겁니다. 목구멍은 상당히 아팠지만 입안으로 퍼지는 감미로운 니코틴 향기하며, 입천장을 감싸는 연기의 감촉, 역시 술잔을 들었을 때보다 담배를 들고 있을 때 더 예뻐보이던 손가락의 간지 하며... 그런데도 그때 뿐 두 모금 후 아직도 욕망의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는 담배를 그냥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는 용단. 담배를 다시 시작하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습니다. 다만 제가 다시 담배를 피우게 된다면 제 인생에서 딱 2 가지의 조건이 되었을 때라고 가정해 본 게 있는데, 설사 그게 그렇게 되더라도 담배를 다시 피우게 될 것 같지는 않아요. 아주 가끔씩 어쩌다 저렇게 한 두 모금 빨아보고 꺼버리는 정도면 충분히 만족이 되지 않을까 하거든요.


  이런 글을 쓰는 건 사실 어젯밤에 운동 끝나고 편의점에 들러 우유와 맥주를 한 캔 사고 계산하려는데 때마침 들어온 세련된 오피스룩을 한 늘씬한 처자 둘이 "쫌 센 걸로 사도 상관없지?" 라고 소곤거리더니 편의점 알바에게 담배를 주문하는 거였어요. 제 기억엔 국산은 던힐과 디스에 멈춰있고 제가 즐겨피우던 외산 담배는 말보로 라이트였지만 담배를 안 피우니 이제는 국산이고 외산이고 담배이름도 모릅니다만 암튼, 그 광경을 보니 아 맞다... 술은 담배를 부르고 담배는 또 술을 땡겼지. 시간상 어디서 1,2,차 마치고 3차를 갈까말까한 시간인데 담배가 떨어졌나 싶어서 저도 저런 타이밍에 저렇게 담배를 사서 비닐을 벗기고 능숙하게 은박지를 벗겨내 첫담배를 꺼내던 그 손맛이 리얼하게 느껴지더란 말입니다. 이제 제가 담배를 피우지 않다보니 주변에 담배 피우는 (여자) 사람들이 거의 눈에 띄지 않던 차이기도 하고, 흡연자에 대한 압박이 예전보다 강해졌으니 이제 흡연자들이 예전보다는 많이 줄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구요. 그렇지만 피우던 사람들은 다들 피우겠지요. 이번에 오른다는 담배값이 관건이긴 한데, 저는 초반에만 조금 주춤할 뿐 흡연자가 확 줄어들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아요. 


  진짜 좋아하고 열광하는 분들도 분명 많이 있을 것 같아 드러내놓고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사실 저는 두 가지 운동에 대한 편견 내지는 불호가 있어요. 골프와 볼링. 도대체 저 운동은 왜 하는 걸까 싶은 의문을 오래 갖고 있었죠. 특히 골프는 예전에 쉽게 배워볼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시작할 생각조차 안했어요. 일단, 시각적인 것에 한없이 약한 저는 골프를 치는 동작이 아름답다거나 우아하다거나 하다못해 너무 파워풀해서 섹시하다거나 하는 뭐 암튼 제 허영심을 자극할 단 1g의 근거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예요.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그 골프패션은(당연히 골프를 치기에 최적화된 옷이라는 건 잘 알지만) 제가 그렇게나 싫어하는 등산복패션 만큼이나 지루해서요. 만약 골프복이 제가 좋아하는 디자인의 형태나 색감이 주류를 이뤘다면 저는 그것을 동기부여삼아 시늉이라도 해봤을 지 모르겠네요. 니가 정말 잘 치는 사람 경기를 직접 안 봐서 모른다, 프로들이 치는 건 진짜 멋지다 등등의 얘기도 많이 들어왔지만 제 눈엔 타이거 우즈나 우리동네 헬스장 회원 아저씨가 연습장에서 휘두르는 거나 달라 보이지 않는 해태눈인 지라 소 귀에 경읽기 같은 소리죠.


  그리고 제 지독한 편견을 굳히기 한 것은, 자수성가로 피도 눈물도 없이 지독하게 부를 일군 일부의 사람들이, 어느 싯점부터 부를 증명하기 위해 기본적으로 입문하게 되는 운동이 골프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는데 나도 이제 먹고 살만하고 방귀깨나 뀌는 축에 든다 하면 너도나도 골프부터 시작하더군요. 그리고 빠져듭니다, 맹렬히. 그러니까 일정한 부를 축적한 뒤에 그것을 증거해 나가는 단계가 있다면 그 첫단추가 골프라는 셈인데, 주변을 보면 하나같이 골프에 미쳐서 주말이고 평일이고 그 풀밭에서 헤매는 것을 보면(18홀은 기본, 27홀, 36홀을 치는 경우도 봤어요) 운동 자체가 좋아서 치는 경우도 있겠지만 사실 내용은 돈내기 골프인 경우도 많고 승부에 집착하다가 패하면 그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주변인에게 푸는 무식하고 과격한 인간들(중 한명이 제 주변에 있어서 더더욱 치가 떨리는). 게다가 골프 관련한 19금성폭력 농담들은 얼마나 횡행하며, 사실 박*태 같은 정치인이라서 더욱 문제가 되었달 뿐 그런 인간들이 널리고 널렸으리라는 걸 짐작하죠. 박*태 같은 인간 두려워서 골프를 안 하겠다는 것이냐, 아니죠. 저는 그냥 제 눈엔 멋져 보이지도 않으면서 가뜩이나 축적한 부도 없으니 더더욱 골프를 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요. 볼링은 왜 싫으냐고 물으신다면, 골프보단 낫지만 어쨌든 그것도 폼새가 안 예뻐요, 제눈엔. 알지요, 모든 제각각의 폼새가 있고 그 기능과 효과가 있기 마련. 운동이 반드시 예뻐야 할 필요는 없으며 제 눈에 그리 보인다고 만만한 게 아니므로 좋아하는 사람들은 여전히 빠지고 즐기는 거겠죠.

 

  그러니 저는 이제 더늦기 전에 제가 궁극의 운동으로 꿈꾸고(미뤄놓고) 있었던 테니스를 시작해볼까 합니다. 어제 잠깐 채널 돌리다가 우연히 본 우리동네 예체능에서 테니스 경기하는 거 보고 반했기에 이렇다고는 말 못하겠어요. 왜냐하면 막판에 나온 국가대표들 말고는 다들 열심히는 했지만 폼도 어설프고 뭔가 이거다 싶은 느낌은 못받았는데 아직 라켓이고 뭐고 암것도 준비된 게 없지만, 저도 라켓을 들고 정신없이 움직이고 뛰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분열과 갈등이 생겼을 때 이전투구하고 신경전 벌이는 그런 거 말고 테니스 한게임으로 승부를 가를 수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제게 날아온 공에 빈틈을 주지 않고 강력 스매싱으로 내리치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리라는 아주 작은 욕망이 제겐 있어요.


  물론 이게 제 망상에 불과할 뿐더러 그 과정은 입문조차 어렵고 텃세 중에 텃세가 가장 심한 종목이며 연습장을 찾기도 드물며 한낮 땡볕이라면 몇 번 뛰지도 못할 만큼 제 체력도 예전같지 않다는 걸 알면서 말예요. 제가 테니스를 하고 싶은 이유는 딱 하납니다. 제 기준에서의 운동이라 함은 적어도 이렇게나 격렬해야 한다는 것, 그 표본에 가깝기 때문이죠.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9
126078 [EBS1 영화] 페인티드 베일 [4] underground 2018.12.01 47024
126077 황제의 귀환 Bigcat 2016.11.20 46009
126076 게시판 오류 리포트는 여기에- 영웅 모나카님을 찬양하라 [43] 룽게 2014.01.26 43121
126075 노래 부르는 Carey Mulligan [3] 연애소설읽는노인 2014.02.04 42947
126074 최초로 본 '야한 소설' [41] 자본주의의돼지 2011.01.21 42094
126073 여러 가지... [15] DJUNA 2010.12.13 42086
126072 골반을 줄여보자 - 골반교정운동 [11] 보라색안경 2011.07.07 39598
126071 아프리카 BJ여대생의 19금 방송 [12] catgotmy 2010.11.05 38981
126070 미국 CDC가 "좀비는 없다"고 공식 부인, 프로메테우스 IMAX 포스터, 드라이브 속편 등 잡담... [10] mithrandir 2012.06.02 38967
126069 [공지 비슷한 것] 게시판 문제 [108] DJUNA 2012.02.26 37675
126068 타블로 신곡이 나왔네요. [8] CrazyTrain 2011.10.14 35983
126067 채시라는 언제부터 밉상이 되었을까요? [21] 감자쥬스 2012.03.07 35100
126066 [펌] 바람난 남친에게 효과적으로 복수한 아가씨. [33] 핑킹오브유 2010.11.23 34687
126065 2021 Screen Actors Guild Awards Winners [2] 조성용 2021.04.05 34269
126064 공문서 쓰기에 가장 간지나는 폰트는 무엇일까요. [22] Paul. 2010.10.18 34067
126063 군대에서의 성추행 및 성폭행 (-19 및 미필분들은 충격받을 수 있으니 안보시는게 좋음) [20] wadi 2010.07.23 33664
126062 [펌] 자존감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의 특징 [21] 知泉 2010.09.03 33428
126061 시트콤 스탠바이) 이 남자는 나이가 몇살인데 이러는 걸까요 [7] 발광머리 2012.04.23 31628
126060 임동혁 객석인터뷰(일부) - 귀엽고 재밌어요 [5] toast 2012.02.26 3067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