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9.17 18:54
1. 간간히는 봤지만 추석에 꽃보다 청춘 페루편을 몰아서 하길래 봤습니다.
유희열, 이적, 윤상이라는 평소 호감 있어하던 사람들의 조합이기도 했고, 제 나이대에서 가장 공감할 수 있는 고민들과 얘기들이 나오기도 했고 여러모로 지금까지 시리즈 중에 젤 좋고 와 닿았어요. 유희열씨는 옛날 음도 할 때 그쪽이나 청취자들이나 다같이 싱글일 때 그렇게 활활 동지애를 불태워 놓고는! 홀랑 혼자 장가가서 잘 살고 계시니 뭐 뿌듯합니다. (?) ㅋ 신해철과 유희열을 잇던 그 옛날 음도의 추억들도 어렴풋이나마 생각나고 그 여정을 다 거쳐 이제는 자기들 말마따나 다 유부남이 되어서 애들 얘기하고 있는 게 웃기기도 하고 성장한 것 같아 기쁘기도 하고 뭔가 아련하기도 하고... 마지막 마추픽추에서의 말처럼 왠지 모르게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그냥 그 말들이 다 이해가 되더라구요.
페루편 처음 몇편을 보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페루의 길냥이들은 얼마나 경계심 없이 사람들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나 하는 거였어요. 처음엔 내가 잘못봤나 했다가 공원 등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들이 앉아서 쉬고 먹고 있으면 좀 있다 올라와서 남은 것도 먹고 사람들도 아무렇지도 않게 그것을 이 도시 이 공간에서 더불어 살아가야 할 생명체로 받아주는 모습. 선글라스도 끼워주고. ^^ 사람들이 있어도 편히 누워서 그루밍도 하고 쉬는 모습들. 그간 우리나라만큼 길고양이들의 야생성이 강한 나라가 없다고 (냉대하고 적대시하고 해코지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종종 얘기는 들어왔지만 그걸 실제로 확인하게 되니 새삼 놀랍고, 부럽고 가슴이 답답하기도 하고. 비단 이런 부분을 떠나서라도 전반적인 삶의 모습이라는 게 사람들의 인식에 따라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 우리나라는 과연 어떤 모습을 지향하고 어떤 곳으로 사람들은 가기를 원하는건지 투표 때마다 나오는 결과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건지 여러 생각도 들고 그렇더군요.
그리고 상남자 유희견을 필두로 한, 사실 가만히 보면 그에 못지 않은 이적과 윤상씨를 포함한 남자들의 그 이성 (미인인 이성? ^^) 에 대한 본능적인 끌림과 들뜸과 미소와 텐션! 들은 왜 그렇게 웃기고 귀여운지! ㅎㅎ 그렇죠, 그게 결혼하다고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그게 꼭 무슨 의도가 있어서도 아니고 그냥 본능인 건데. 그게 너무 솔직하고 자연스럽고 그러면서도 숨길 수 없이 너무 대놓고 나타나는 게 정말 웃겼어요.
2. 저번에 올렸던 카오스묘 연두를 기억해 주시는 분이 계실까요?
요 녀석이죠. ^^
아직도 연두는 집을 찾지 못하고 듀게분께서 힘드신데도 계속 임보를 해 주고 계십니다. 임보처 전전하게 돼서 어디 가서도 마음을 놓지 못하는 처지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연장을 해 주고 계신데... 임보분께서 원래 키우는 냥이가 아픈 데가 있어서 신경을 써 줘야 하는 상태라 정말 죄송하고 계속 신세를 질 수가 없는 형편이구요, 연두 입장에서도 이게 자기 평생 집이 아니란 걸 아니 불안감을 느낀다고 합니다. 동물 키워보신 분들 아시겠지만 인간의 생각보다 훨씬 많은 것을 다 이해하고 알고 있잖아요.
아깽이가 아니어도 사랑 받고 싶고, 사랑 드리고 싶은 마음은 오히려 한 번 힘든 여정을 거쳐봤으니 더 크지 않을까요.
다시 한 번 듀게에서 묘연의 끈을 간절하게 찾아봅니다. 성격은 너무나 애교많고 사람을 좋아하고 케어하기 좋은 아이에요. ^^
자세한 내용은 예전 글 참고해 주시구요. ^^
http://www.djuna.kr/xe/board/11405685
며칠 전에 다시 한 번 정기검사를 받았는데 치아나 간 상태, 전체적인 건강에 아무 이상 없이 건강하답니다! 특히 무서운 범백이랑 클로미디어 등은 항체가 너무 잘 형성돼 있다 하구요, 조만간 접종도 다시 시킬 예정입니다. 나이가 정확히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아주 어린 아이는 아니라 꺼려지는 점 이해하지만, 그간 몇 번 안 되지만 유기묘들이나 길냥이들이 나타나 돌보며 느낀 점은, 생명이란 건 사람 손에 달려있지 않더라구요. 사실 한 번 이런 일 겪은 이런 아이들이 더 오래살지 당장 어린 아깽이들이 오래 살지는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이 녀석 뿐만 아니라 다른 모든 성묘들에게도 돌아갈 곳이 많아지길 기원하며! 그럼 관심 부탁드릴게요. 고맙습니다. ^^
순하고 케어하기 쉬우면서도 귀염쟁이에 씩씩하기도!
저에게도 평생 집이다 맘놓을 수 있는 곳이 생겼음 좋겠어요.
저에게 묘연의 손을 내밀어 주세요~ 무한한 사랑을 돌려드릴게요! ♥
2014.09.17 22:45
2014.09.17 22:57
그쵸, 참 좋더라구요. 윤상 씨 성격 등에 대해선 노출된 게 별로 없어서 잘 몰랐는데 이 사람들 자기 좋아하는 일로 업을 삼아 성공하고 학벌도 좋고 다들 부러워하는 인생들인데, 나름 창작의 고통이란 게 쉽지는 않음을 엿보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뭐 부러운 인생들. ^^ 공짜로 여행가고 예술적 영감도 얻고 다녀와선 cf도 찍고? 밤에 고려청자기랑 그거 무슨 여인인가요? 그 노래 부르는 부분 진짜 웃겼어요! ㅎㅎ 옛날에 음도 들으며 미친듯이 낄낄댔던 그런 느낌? ^^
2014.09.17 23:16
아휴, 진짜 제가 안타까워요. 저도 작년 11월에 2개월냥 아깽이 들여 지금까지 너무 잘 지내고 있는데 외동이 넘 외로운 것 같아 둘째를 들일까 하다가도 이 녀석이 지금껏 혼자 누리던 모든 것을 양보할 것 같지 않다는 걸 최근 방광염 땜에 찾은 병원에서 아메숏 잠깐 아는 척 했더니 미친 듯 하악질 해대서 지레 포기한 저로선 참 안타깝네요. 개인적으론 아깽이보단 성묘가 진리 같은데... 어쨌든 도움 안 되는 댓글 미안합니다.
2014.09.17 23:41
댓글 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걸요. ^^ 둘째 들일 때는 어느 한 쪽이 나이차가 좀 많이 나는 게 서열정리가 더 쉬운 것 같더라구요. 냥님들도 다 개성이 있어서 잘 지내는 아이들이 있고 못 지내는 아이들이 있고, 처음엔 누구나 적응기간이 필요하고. 하지만 동료가 생기면 거기에 따른 장점은 역시 사람이 해 줄 수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구요. ^^ 냥님이랑 항상 건강하시길 기원하겠습니다.
2014.09.17 23:39
우리나라에서 사람들이 길냥이들을 대하는 모습은 사람들이 자신보다 약자를 대하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길냥이들은 우리와 가까운 곳에서 함께 살아가지만 아무리 괴롭히거나 심지어 죽여도 최소한의 법적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절대약자인 이웃이죠. 그래서 어떤 사람이 그들을 대하는 모습에서 그 사람이 절대우위일 때 상대를 어떻게 대할지도 엿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2014.09.17 23:47
네, 그런 면도 있는 것 같아요. 다들 뭔가 엄청나게 치이고 심리적으로 병들어 있고 그런 것들을 약자인 모든 대상들에게 풀고 아무도 그걸 신경쓰지 않고. 요즘 군대 가혹 행위들이나, 얼마 전에 동물농장에 나왔다는 (저는 보지는 않았습니다만) 백구인가 얘기도 - 어차피 도축장 끌고가서 도축할 대상이었으니 오토바이에 매달고 몇 킬로를 달려서 애를 끌고 갔어도 크게 처벌할 필요성이 없다는 구형내용이던가는 이 나라가 생명을 어떻게 대하나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 같더군요. 그러니까 어차피 죽일거면 최대한 인도적인 방법으로 죽일 걸 찾는 게 아니라 그 전에 어떤 잔인한 짓을 해도 상관없다는 마인드라니. 그게 가혹행위를 한 당사자의 심리상태 뿐만이 아니라 법을 구형하고 집행하는 소위 엘리트라는 사람들의 마인드도 그러니. 갑갑합니다. 도대체 뭐가 중요한 걸까요? 이 시대엔. 패션을 위해서라면 살아있는 생명을 피를 흘리던 말든 산채로 털을 뽑고 다시 나면 또 뽑고 또 뽑고...산채로 가죽을 벗기고. 최근 몇년 폭발하는 거위털 제품 광풍과 모피 제품들이 날개를 칠 계절이 다시 돌아오면서 그것들이 실제로 어떻게 살아있는 생명에서 단순한 물건으로 전락되어 우리 앞에 와 있는지 관심을 가져주었음 좋겠습니다.
2014.09.18 10:36
2014.09.18 22:20
아, 연두는 임보해 주시던 듀게님께서 큰 결정을 내리셔서 여러가지 부담이 있으실텐데도 둘째로 맞으시겠다고 말씀을 해 주셨습니다.ㅠㅠ 그간 신세진 것만도 감사한데 이렇게 또 정말 은인이 되어주시네요. 그동안 연두 글에 댓글 주셨던 분들 모두 감사드리고, 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꽃보다 청춘 페루편은 닳도록 보고 또 보고 그랬어요. 세 사람의 어울림 너무 정겨웠고 음악도시할 때의 추억이 너무 그리워지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