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밤거리)

2016.02.11 01:19

여은성 조회 수:1036


 

 1.휴...듀게 글이 이제 너무 매너리즘에 빠진 거 같아서 새로 일기장 용 블로그를 만들까 트위터를 만들까 하다가...트위터는 글자 제한 때문에 블로그로 하기로 했어요. 그리고 글을 옮겨 보려고 그간 쓴 글을 읽어보니...추리력이 조금만 좋아도 저를 추적할 수 있을 거 같더군요. 듀게 글에 조금씩 모인 정보를 합치면 내가 언제 어디쯤에 있을지 꽤 쉽게 알 수 있거든요. 그래서 정말 옮기긴 옮겨야겠다 하고 옮기려 했는데...글이 너무 많아서 옮기려다가 포기했어요. 그냥 듀게에 백업해 두다가 언젠가 블로그에 듀게글들을 옮길 수 있겠죠.


 ...언젠가라는 날이 달력에 있었던 적은 없던 것 같지만요.



 2.너무 많이 말한 것 같지만 저는 밤과 잘 맞아요. 그래서 여름이 오는 게 두려울 정도예요. 더운 게 두려운 게 아니라 밤이 짧아진다는 것 때문에요. 



 3.사람들을 만나서 떠들다 보면 궁금해했던 것에 대해 답을 찾아내곤 해요. 글도 그렇고요. 그냥 어떤 토픽에 대해 죽 글을 쓰다 보면 답을 찾아내게 되거나 '그래! 나의 행동 원리는 이거였어!'라고 믿고 싶어질 만한 그럴듯한 이유를 찾아낼 수 있는 거죠. 어제도 누군가와 대화를 하다가 몇 가지를 발견했어요. '요즘은 왜 이러는가?'가 토픽이었죠.


 요즘은 어디 놀러갈 때 페이즈가 2개로 나눠져요. 1페이즈는 미지의 어떤 곳을 찾아 서울을 빙빙 도는 단계죠. 왜 단골가게를 가지 않는가? 라고 하면...요즘은 낯선 사람이 되는 게 좋아서요.(라기보다 편해서요.) 가만히 생각해 보니 늘 내가 움직이는 패턴은 역-역-역인거예요. 밥을 먹어도 역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어떤곳에서 먹고 차를 마셔도 역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어떤곳에서 마시고 영화를 봐도 역에서 내리자마자 있는 어떤 곳에서 보는 거예요. 


 그런데 역세권이라는 말도 부끄러울 정도의 '역 바로 앞'에는 늘 뻔한것들만이 있어요. 뭔가...표준적이고 안전한 것들이요. 그래서 요즘은 마이너 노선의 버스를 타고 길거리를 스캔하거나 일부러 발품을 팔아서 역과 역 사이에, 대로에서는 보이지 않는 뒷골목에 뭐가 있는지 확인하거나 해요. 이런식으로 돌아다니다 보면 새벽 두시까지 발품만 팔다가 그냥 돌아올 때도 있죠. 하지만 그것도 좋은 거예요. 돈을 안쓰고 논 거니까요. 그냥 밤거리를 쏘다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어요. 어두운 밤거리를 걷고 있으면 이 도시의 음울한 관찰자가 된 기분이거든요. 밤거리에 나가기만 해도 알 수 없는 미신적인 힘이 부여되는 기분이예요. 그 힘이 온몸에 흘러넘쳐서 자신감 넘치는 발걸음과 표정을 이끌어내죠. 낮에는 10시간 자고 레드불을 마셔도 피곤한데 말이죠.



 4.흠.



 5.중구, 강남, 강북서는 이미 너무 잘알아서 재미가 없으니 요즘은 한남이나 강동이나 강북동 쪽을 주로 가곤 해요. 사실, 어떤 유명한 곳에 가도 기대했던 그 위치를 특정하는 건 늘 힘들어요. 예를 들어서 이제는 강남역의 어디가 좋은지, 역삼역의 어디가 좋은지, 신촌역의 어디가 좋은지 알지만 아무 정보 없이 그냥 피상적으로 '신촌이나 홍대 거리는 먹고 놀기에 참 좋은 곳이다.'라는 말만 듣고 가보면 사실 그 말에서 언급되는 '좋은 거리'는 홍대 구역 전체 면적에 비해 굉장히 좁은 곳이거든요. 그냥 무작정 홍대 쪽으로 가면 대체 그 말에서 언급된 '좋은 곳'이란 곳은 대체 어딜 말하는 건지 알 수가 없는 거예요. 그게 강남이든 역삼이든 압구정로데오든간에 스위트스팟이라고 할 만한 곳은 '압구정, 강남, 한남'같은 단어들만 듣고 무작정 역으로 가보면 진짜 찾기 어려운 거죠. 그런 스위트스팟을 찾는 건 발품을 팔거나 그런 정보를 이미 획득한 녀석들에게 불게 만들어야 해요. 뭐 요즘은 발품을 파는 쪽이죠. 그렇게 해 보니 그동안에 차를 타고 역에서 역으로 다니던 건 정말 도시의 겉면만을 긁고 다닌 거구나 하고 느끼게 됐어요. 



 

 6.그런데 모르는 곳을 간다는 건 불확실한 거거든요. 모르는 곳을 걷다가 그럴듯해 보이는 어떤곳을 찾기도 힘든 거고, 뭔가 그럴듯해 보이는 간판과 문을 찾더라도 문을 열기까진 그 뒤에 뭐가 있을지 누가 있을지 전혀 알 수가 없어요. 이 불확실성은 너무 좋은 거예요. 인생에 많이는 아니지만 아주 약간은 있어야 하는 비타민 같은 거죠.


 여기서 제일 좋은 건 이거예요. 이 문 뒤에 뭐가 있건 누가 있건 내가 환영받을 거라는 거죠. 환영받으려는 노력을 안해도 말이예요. 누군가는 '그야 손님인데 그건 당연한 거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 문 뒤에 누가 있건간에 환영받는다는 확실성을 실현시킬 역량이 내게 있다고 생각하면...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느낌이예요. 문 뒤의 존재가 '여긴 주대가 좀 나오는 곳인데요.'라고 하면 어깨빵을 하며 '제대로 찾아왔네.'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2016년 버전의 나는요. 


 하여간, 어제 대화를 하다가 알게 된 거 같아요. 이건 불확실성과 확실성을 동시에 만족시키는 놀이이기 때문에 이러고 다닌다는 거요.



 

 7.아마 한국 레드불엔 카페인이 너무 적어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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