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잡담...(피상)

2017.01.19 11:27

여은성 조회 수:521


 1.휴...오늘은...아니 어제는 '말을 기분나쁘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다.'라는 말을 들었어요. 너무 슬퍼서 일찍 돌아왔어요.


 아니 그야 모든 녀석들이 나를 그렇게 생각하긴 할 거예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건 별개죠. 아직도 내게 이따위로 말하는 녀석이 있는 신세라니...그게 너무 슬펐어요.



 2.나도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내 주위의 작은 세상을 제어하고 싶을 뿐이예요. 거대한 세상을 제어하겠다는 허황된 꿈은 버렸죠. 내 손끝에 간신히 닿고 발끝에 간신히 닿는 정도의, 세상의 작은 한 부분을 제어할 수 있으면 만족이지만 그것도 힘들어요.



 3.GTA3을 처음 플레이해봤을 때가 가끔 생각나요. 길거리를 지나가는 행인을 죽일 수 있는 게임이죠. 물론 GTA에는 그것말고도 다양한 플레이의 재미가 있다지만...뭐 내게는 지나가는 행인을 죽일 수 있다는 게 흥미로웠어요.


 그래서 게임을 시작하고 지나가는 녀석을 죽여 봤어요. 그렇게 행인들을 죽이면서 쫓아오는 경찰들을 죽이는 걸 한시간정도 하고 놀았어요. 그리고 그 후로는 GTA를 플레이해 본 적이 없어요. 


 사실, 지나가는 녀석을 죽이는 건 재미가 없거든요. 하지만 현실의 내가 지나가는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 된다면 아마 죽이겠죠. 왜냐면 지나가는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권력과 권한이 정말로 내 것이 된 건지 확인해야 하니까요. 몇십 분 정도 지나가는 녀석들을 죽이다가...내가 지나가는 녀석을 죽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걸 확실히 깨닫고 나면 아무도 죽이지 않을 거예요. 



 4.휴.



 5.하지만 한 달 후에는 다시 사람을 죽일 거예요. 왜냐면 현실은 게임 시스템으로 되어 있는 게 아니잖아요. 내 권력이 여전히 내 것인지 확인해야만 하거든요. 그걸 확인하기 위해선 일정 기간마다 지나가는 녀석을 없애 볼 수밖에 없는거예요.


 '뭐 이런 섬뜩한 소리를 하는 거지?'라고 묻는다면 그냥 예를 드는 거예요. 권력과 권한에 대해서요. 그리고 인간처럼 불완전한 존재에게 권력과 권한이 주어졌을 때 발현되는 힘의 방향성과 분류에 대해 말이죠. 



 6.사람들은 갑질에 대해 뭐라고 하지만 인간이 갑질해대는 것처럼 인간적인 모습도 없을걸요. 물론 인간적이라고 해서 좋은 건 아니지만요. 나는 갑질같은건 하지 않아요. 착해서가 아니라, 인간적으로 행동하는 게 싫어서요.



 7.어느날 친구가 내게 주의를 줬어요. '자넨 절대로 사람들을 우습게 보지 말게. 네가 아무리 하찮게 여기는 인간이라도 마음먹으면 사람을 죽일 수 있거든.'이라고요. 맞는 말이예요. 하지만 한가지는 틀렸어요. 나는 아무도 하찮게 여기지 않거든요. 내게 쓸모가 있는가, 쓸모가 없는가를 정할 뿐이지 하찮은지 그렇지 않은지는 정해 두지 않아요. 


 그걸 정하는 건 애초에 내 몫이 아니니까요. 내가 다른 사람에 대해 결정해도 되는 건 쓸모가 있는지 없는지뿐이예요. 쓸모가 없다고 해서 뭐 나쁘거나 무능한 사람이 되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삼성의 이재용도 내게 전혀 쓸모가 없으니까요. 


 그런데 왜 내게 저런 뜬금없는 말을 한 건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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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는 재미있는 소리도 꽤 했던 것 같은데 이젠 재미없는 사람이 되어버렸어요. 하지만 뭐 됐어요. 


 요즘은 꽤나 초조해요. 일이 잘 안 되고 있거든요. 바꿔말하면 내가 쓸모없는 사람이 되어가는 중이란 뜻이죠. 그게 뭐가 문제냐고요? 쓸모가 없는 사람에겐 선톡도 오지 않고 어딘가에서 환영받을 일도 없거든요. 


 게다가 이젠 젊음도 사라져가고 있다는 걸 확실히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죽는 게 훨씬 덜 망설여질 것 같아요. 사람들에게 가끔 말해두곤 하죠. 내가 죽어도 전혀 슬퍼할 필요가 없다고요. 왜냐면 나는 서울 안에선 하고 싶은 걸 거의 다 해봤거든요. 그래서 슬퍼할 거라고 말하는 사람에겐 이렇게 말해요. 만약 내가 죽으면 내 인생을 위해 슬퍼하는 데 시간을 낭비하기 전에 네 인생을 한번 돌아봐 보라고요. 나는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일을 다 해봤는데 너는 죽기 전에 네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나 있을지에 대해 말이죠. 날 아는 사람이 누군가를 위해 슬퍼해야 한다면, 그 대상이 나는 아닌 거죠.


 나를 정말로 안다면 말이죠. 그야 나를 피상적으로 아는 녀석들이야 내가 사라지면 며칠 정도 슬퍼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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