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기대하던 영화였어요. 기대와는 약간 다르기는 했지만 좋았구요.

왕년에 좀 반항적인 소녀였던 분들이라면 다 아는 얘기입니다. 그냥 'Been there, done that'이라고 할 만한.

보수적인 학교는 답답하고, 가난한 집은 부끄럽고, 부모랑 트러블도 있고, 연애와 섹스도 해 봐야 하고, 무엇보다 지긋지긋한 동네를 떠나서 큰 도시로 가고 싶은 소녀의 이야기요.

그래서 기시감이 들기도 합니다. 보이후드 소녀판이라는 평이 나오지 않을까 싶기도.

이 영화의 장점은 등장인물 누구도 악마화하거나 냉소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일 것 같네요. 다 그 시기에 주변에 있을 법한 사람들이죠. 남자애들은 좀 답답하거나 허세스럽긴 하지만 크게 쓰레기나 찌질이는 아니에요.

삐딱한 소녀가 자신이 남들과 다르다는 것을 어필하기 위한 방편으로 아저씨와 연애를 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도 큰 미덕입니다.


보이후드와 비슷한 지점에서 눈물나게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희망으로 가득찬 자식이 아주 먼 도시로 떠나면 엄마에게는 빚과 가난과 노후에 대한 불안과 늙음밖에 남지 않는 거죠.

이제 나이가 좀 드니 자식보다는 엄마에게 더 이입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희생한 만큼 빛나는 미래가 보장되지 않을거라는 비통함이랄까요.

트위터에서 본 건데, 2000년대 초에 저렇게 집 저당잡혀 학자금 대출받아 대학 들어가서 졸업하고 나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오는 거 아니냐고요-.-;;


궁금한 것도 있어요. 주인공의 아버지는 보기에 성실하고 사람 좋아보이는 인물로, 큰 벌이는 아니었어도 성실하게 몇십년간 직장에서 일했을 것 같고, 엄마는 간호사잖아요.

그런데 25년간 허름한 작은 집에서 벗어날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할 수가 있는 건가요?

그리고 미국 의료비 괴담(?)에 의하면 앰뷸런스 한번 부르는데도 엄청난 돈이 든다는데, 술 먹고 쓰러졌다고 응급실에 싣고 가면 그 감당은 누가 할런지 걱정되더라구요.

대학교에서 학생에게 의료보험을 들어 주나요?

이젠 영화를 봐도 돈 걱정부터 드니 큰일입니다. 그래도 위안이 되는 건 이게 그레타 거윅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니, 주인공은 결국 성공적인 미래를 갖게 될 거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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