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잡담...

2020.08.04 22:12

조성용 조회 수:8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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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Most Beautiful Thing]

 2주 전에 온라인 시사회를 통해 본 다큐멘터리 영화 [A Most Beautiful Thing]은 시카고 서부 지역 출신인 여러 흑인 성인 남성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진행합니다. 전반부에서 이들은 청소년 시절에 동네 고등학교 조정팀에 들어간 걸 계기로 어떻게 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향해 나가려고 했는지를 얘기해주는데, 듣다 보면 그들 동네가 얼마나 험한 곳인지가 절로 실감 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하여튼 간에 후반부에 가서 다큐멘터리는 이들이 자신들 동네에 더 긍정적 영향을 주기 위해 다시 노를 젓는 걸 보여주는데, 물론 요즘 미국 사회 상황을 고려하면 이는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지만 그래도 노력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더군요. 그저 담담하게 이들을 지켜보고 귀를 기울일 따름이지만, 보다 보면 감동이 절로 들지 않을 수 없습니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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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강철비2: 정상회담]에 대한 관심이 좀 들어서 개봉 시 놓쳤던 [강철비]를 지난주에 한 번 봤습니다. 듣던 대로 전반부에서 영화는 이야기와 캐릭터를 빠르게 이리저리 굴려 가면서 한반도 비상 상황을 잘 조성시켰지만, 유감스럽게 후반부에 가서 두 주인공들 간의 남북 브로맨스를 너무 강조하면서 페이스를 잃어가더니 결말에 가서는 상황을 너무 손쉽게 맺어버립니다. 시간 낭비는 아니었지만, 전반부보다 후반부가 약한 게 여전히 아쉽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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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비 2: 정상회담]

 [강철비 2: 정상회담]은 정확히는 전편의 속편이 아닙니다. 여전히 한반도 분단 상황을 소재로 한 가운데 주연 배우들은 같지만, 판을 다 싹 바꾼 가운데 다른 이야기를 하려고 하지요. 이 방법을 통해 아마 앞으로 두세 번 더 우려먹을 심산인 것 같은데, 장황한 설교뿐만 아니라 액션과 싸구려 유머 등 이것저것 하려다 보니 여러모로 너무 엉성하게 나온 결과물을 보면 별로 기대가 가지 않습니다. 대한민국 현대영화사의 최악의 범죄들 중 하나인 [한반도] 수준의 재난은 아니지만, 새 판을 그다지 잘 짜지 못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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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터 릴리즈]

 이번 달에 개봉될 셀린 시아마의 장편 영화 데뷔작 [워터 릴리즈]가 지난주에 동네 CGV에서 살짝 상영해서 부리나케 챙겨 봤습니다.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등의 시아마의 후속작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평범한 편이지만, 여전히 알찬 데뷔작인 가운데 아델 에넬의 10여년 전 모습을 보는 재미도 있지요. 참고로 올해 동안 국내에서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톰보이], 그리고 [워터 릴리즈]가 차례로 개봉되게 되었는데, 부디 올해가 끝나기 전에 시아마의 유일한 국내 미개봉작인 [걸후드]가 국내 개봉되길 기원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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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아메드]

 다르덴 형제의 신작 [소년 아메드]의 주인공 아메드는 동네 이슬람 근본주의자 이맘 때문에 많이 삐뚤어지게 된 아랍계 소년인데, 보아하니 부모의 이혼 때문에 힘들어 하다가 극단주의에 매달리게 된 것 같은 이 소년의 행태를 보다 보면 당연히 걱정과 짜증이 교차하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결국 그는 큰 사고를 치게 되지만, 이럼에도 여전히 반성은 안 하고 있으니 한숨만 더 나오지요. 전작들에서 그러듯이 다르덴 형제는 담담하게 지켜보고 따라가면서 이야기와 캐릭터를 쌓아가려고 하지만, 이는 비교적 약한 결말 등 여러 약점들 때문에 전반적으로 살짝 부족한 인상을 줍니다. 여전히 다르덴 형제 영화답지만 그들의 전작들을 대신 추천하고 싶군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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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시절의 너]

 [안녕, 나의 소울메이트]의 감독 증국상의 신작 [소년시절의 너]는 꽤나 익숙한 유형의 작품입니다. 일단 대학입시에 올인하는 영화 속 고등학생들의 모습은 우리에게 결코 낯선 광경은 아닌 가운데, 교내 폭력이야 살 떨리게 익숙한 광경이고, 전혀 다른 두 남녀의 절박한 청춘 로맨스야 호랑이 담배 먹을 시절 때부터 계속 다루어 온 소재이지요. 그럼에도 영화는 성실한 이야기 전개와 캐릭터 구축 덕분에 생각보다 우리 관심을 잘 잡는 편이고, 눈물 짜대는 후반부는 두 주연 배우들의 허식 없는 연기 덕분에 예상 밖으로 잘 먹히는 편입니다. 물론 엔딩 크레딧에 동반된 공익 메시지는 분명 과잉이긴 하지만, 그래도 [강철비 2: 정상회담]의 그 쓸데없는 엔딩 크레딧 연설 장면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민망한 인상을 주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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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BR]

 [1BR]의 주인공 사라는 막 LA로 왔는데, 이사할 곳을 찾던 중인 그녀의 눈에 한 아파트 건물이 띠게 되고, 그녀는 곧 운 좋게 얼마 전 비게 된 아파트에 이사 오게 됩니다. 첫날부터 그녀의 새 이웃들은 그녀를 다정하게 환영하지만, 당연히 가면 갈수록 이 동네에 뭔가 수상한 구석이 있는 것 같고, 그녀는 나중에 매우 암담한 상황 속에 갇힌 신세가 됩니다. 스포일러 상 더 자세히 말씀드릴 수 없지만, 전 영화가 이야기 설정을 생각보다 더 멀리 밀고 나가는 게 마음에 들었고 그러니 살짝 추천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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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터]

 얼마 전 아카데미 국제영화상 후보에 오른 [문신을 한 신부님]의 감독 얀 코마사의 신작 [헤이터]가 지난주에 넷플릭스에 올라왔습니다. 영화는 한 젊은 찌질이 소시오패스 주인공이 본인의 최종목적달성을 위해 소셜 미디어를 통해 수단방법 가리지 않는 광경을 침착하고 담담하게 지켜다 보는데, 그 결과물은 소셜 미디어 버전의 [나이트크롤러] 쯤으로 봐도 될 것입니다. 결코 편하게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니지만, 실력파 감독의 소름끼치게 좋은 수작인 건 변함없지요.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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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일드 구스 레이크]

 댜오 이난의 신작 [와일드 구스 레이크]는 그의 전작 [백일염화]에서의 그 써늘한 한겨울의 하얼빈과 정반대인 후덥지근한 한여름의 우한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여러모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여기서도 아주 익숙한 유형의 범죄 느와르 드라마를 건조한 중국 아트하우스 영화 안에서 풀어내고 있거든요. 이는 당연히 어느 정도 인내심이 요구되지만, 분위기와 스타일 덕분에 지루하지 않은 가운데 출연 배우들 연기도 좋은 편입니다. [백일염화]를 괜찮게 보셨으면 이 영화도 꽤 즐길 수 있으실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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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웨이 백]

 국내에서는 DVD/블루레이로 직행한 개빈 오코너의 신작 [더 웨이 백]의 주인공 잭 커닝햄은 한때 잘 나가던 고등학교 농구선수였지만 이제는 여러모로 망가진 인생을 근근이 이어가고 있는 알코올중독자인데, 그러다가 어느 날 그는 모교 농구팀 코치를 어쩌다가 맡게 됩니다. 이 정도만 말씀드려도 이야기가 어떻게 굴러갈지 금세 짐작이 가시겠지만, 영화는 그 뻔한 이야기를 우직하면서 절제력 있게 굴려 가면서 감정선을 잡아 내가고 있고, 벤 애플렉의 성실한 연기도 여기에 한몫합니다. 딱히 신선한 건 없지만, 목표달성을 했으니 괜히 툴툴거릴 필요는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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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Go-Go’s] 

 다큐멘터리 영화 [The Go-Go’s]는 1980년대 초 미국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한 유명 여성 펑크 록 밴드 The Go-Go’s에 관한 이야기를 합니다. 소박한 시작 그리고 그에 이은 성공과 좌절이야 너무나 익숙한 유형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일단 그 당시 그 동네 업계 유리천장에 어느 정도 금이 가게 한 젊은 여성들의 이야기로써는 가치가 있고, 무엇보다도 이들은 정말 할 얘기가 많은 개성 넘치는 숙녀 분들입니다. 1985년에 밴드를 해체한 다음 이분들이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해 다큐멘터리가 많이 다루지 못한 게 아쉽지만, 그래도 전반적으로 꽤 재미있더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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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Is Black]

 지난주에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 [Black Is Black]은 작년에 나온 비욘세의 앨범 “The Lion King: The Gift”에 바탕을 둔 음악 비디오 영화입니다. 제목에서 보다시피 그 앨범은 [라이온 킹]의 2019년 리메이크 버전에 딸려 나온 tie-in album이긴 한데, 영화 자체는 그냥 독립적으로 즐길만한 구석들이 많은 편이고 덕분에 상영시간 80여분이 생각보다 잘 흘러갔습니다. 넷플릭스 콘서트 영화 [비욘세의 홈커밍]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강렬하긴 하지만, 잘 만든 음악 비디오 영화인건 부인할 수 없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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