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1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2시간. 스포일러는 신경 안 쓰고 마구 적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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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종상이라... 그리운(?) 이름이네요. ㅋㅋㅋ)



 - 때는 일제 강점기... 지만 어차피 내용의 거의 대부분이 첩첩산중 속의 초가집 한 채에서 대략 5명 정도의 등장 인물로만 진행되기 때문에 별로 티는 안 나구요. 엄마랑 둘이 산 속에서 숯을 만들며 살던 '현보'라는 20대 총각이 어느 날 엄마가 줍줍 해 온 어린 여자 아이와 함께 살게 되면서 시작합니다. 엄마는 당연히(?) 이 여자애를 키워서 아들 색시를 삼겠다는 생각이구요. 실제로 그렇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여자애, 순이가 크면서 정윤희처럼 생긴 초절정 미인이 되어 버렸다는 거죠. 현보의 오랜 친구 칠성이도, 산림 감시원(?) 김주사도 모두모두 순이에게 첫 눈에 반해 버리고. 호시탐탐 순이를 노리며 온갖 뻔뻔한 짓, 나쁜 짓, 민망한 짓을 다 해요. 뭐... 대충 그런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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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어린이가 6년 후에)



 - 아시다시피 원작 소설이 있습니다. 친일파 사전에 등재되는 업적을 이루신 베스트셀러 작가 정비석의 단편 소설 '성황당'이요. 확인해보니 무려 데뷔작이더군요. 예전에 읽었던 것 같은데 확신은 안 서요. 어디에 시험 문제 지문처럼 나온 것 보고 작품 해설과 줄거리 요약만 읽었을 확률도 배제 못하기 때문에... ㅋㅋ 어쨌든 뭐 원작은 대중, 오락 소설에 속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원시적 자연의 생명력과 그에 순응하는 삶을 찬양하고 어쩌고... 이런 거창한 테마가 붙어 있는 '순수 문학' 카테고리에 들어 있든가 그랬죠 아마. 암튼 잘 기억도 안 나는 원작 얘긴 이만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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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잘 자랐습니다!!!)



 - 작가님 성향 때문인지 정말로 당시 현실 같은 건 거의 없는 셈치고 전개됩니다. 나중에 경찰이 등장하는 장면에서 '~~므니다!' 라는 말투를 쓰는 사람이 나오는데 조선말이 서툰 일본인인지 그냥 일본인 워너비 조선인인지도 모르겠고 애초에 그걸 알 필요도 없고 그렇습니다.


 그럼 무슨 얘기냐면... 일단 겉으로 내미는 주제는 자연 최고! 자연이 짱!!! 이라는 얘기입니다. 도시 가면 뭐하냐. 거기 다람쥐가 있냐 뻐꾸기가 있냐 두릅 나물이 자라냐 그냥 우리 사는 산이 짱인겨!! 라는 대사가 여러 번 반복해서 나오고요. 그러한 자연 만세의 일환으로 거의 원시에 가깝게 살아가는 현보, 순이의 에로틱한 모습들을 '이 또한 자연 그 자체!'라는 톤으로 보여주고요. 또 마찬가지의 흐름으로 도시에 다녀 온 친구 칠성이와 도시 그 자체인 김주사는 부정적 인물이 되죠. 이들이 순이에게 느끼는 욕망은 주인공들의 순수한 애정과 대비되는 불순하고 안 좋은 것으로 세팅이 됩니다.


 일단 원작도 그렇고 영화의 의도 또한 이런 이야기를 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만. 영화가 만들어진 모양새가 거기에 적절하냐? 고 묻는다면 그게... 허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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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을 곱게 해서 '찝쩍거리는' 거지 사실상 끊임 없이 성추행, 성폭행 시도가 이어집니다.)



 - 그 주제의식이란 게 [[[제게]]] 와닿지가 않았던 이유는 대략 이렇습니다.


 일단 그 '자연 예찬'이라는 테마 자체가 유행이 지난지 수십년이잖아요. 그런데 극중에서 그걸 뒷받침해서 관객을 설득하는 장치가 거의 없습니다. 그냥 자꾸만 쌩뚱맞은 숲속 풍경 좀 보여주고. 그 속에서 헐벗은 채로 땀 흘리며 일 하는 이대근과 정윤희 모습 좀 보여주고. 그러다 이대근이 껄껄 웃으며 "아 역시 산이 최고여~ 난 다른 거 다 필요 없으~~" 하고 외치고. 다른 사람에게 또 얘기하고. 나중엔 정윤희도 따라하고. 그게 대략 행복해 보이고. 그냥 그게 다에요. 

 옛날 기억을 떠올려 보면 1981년에는 이래도 됐을 겁니다. 당시엔 자연이냐 도시냐! 하면 자연이 최고! 라고 일단 대답한 후에 속으로 딴 생각 하는 게 기본이었잖아요. ㅋㅋㅋ 하지만 요즘처럼 '솔직히 난 시골에선 못 사는데염' 이라고 말하는 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사람들 입장에선 그게...


 게다가 요즘 관객들 입장에서 보면 아무래도 순이 캐릭터의 판단과 결정을 지지할 수가 없어요. 10살인가 12살인가 하는 여자애를 애초에 신부감으로 집어와서 바깥 세상, 바깥 사람들 구경 한 번 안 시키면서 키우고 결혼한 건데. 그러니까 애초에 이 분에겐 선택, 판단의 여지 같은 게 없었던 겁니다. 그동안 장래의 신랑감이자 이미 한참 성인인 남자로부터 거의 암기 교육 받는 식으로 '자연이 최고여~' 라는 개념을 주입당해 왔는데... 그러니 얘가 '자연이 최고여~' 를 따라하며 속세 삶을 거부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심사가 꼬입니다. 한 번은 가 보고 결정하시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서... ㅋㅋㅋㅋ


 덧붙여서 정윤희를 노리는 사악한 도시, 현대 사회의 대변자 칠성과 김주사의 캐릭터도 그렇습니다. 얘들이 뭔가 안 자연주의적이라든가 자연의 적이라든가... 이런 걸 좀 보여주고 전개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거든요. 걍 길 가다가 정윤희가 옷 벗고 수영하는 모습 보고선 홀딱 반해서 자꾸 찾아와 진상 부리는 남자들일 뿐 이 사람들에게서 무슨 다른 디테일을 찾을 수가 없어요. 그런데 영화의 중심 사건들을 일으키는 게 다 요 캐릭터들이어서... 결국엔 그냥 치정극처럼 되어 버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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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로 순수하게 자연과 하나된 삶을 즐기는 모습... 으로 보이십니까. ㅋㅋㅋ 암튼 그런 장면 맞습니다.)



 - 그러니까 2024년의 관객 입장에서 볼 때는 결국 이 작품은, 유명한 원작 소설의 권위와 거기 담긴 메시지를 핑계로 정윤희가 자꾸 벗는 영화(...)에 가깝지 않나 싶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참 불경한 것인데요. 뭐 1981년이라는 시절을 감안할 때 영화의 완성도는 준수하다고 생각하긴 합니다만. 뭐랄까... 21세기 관객 입장에서 볼 때 이 영화의 주제 의식이나 그 주제를 표현하는 방식 같은 게 참으로 시대에 안 맞다 보니 진지하게 봐지지가 않더라구요. ㅋㅋㅋ 그래서 사실 그만 보고 싶었는데 정윤희는 너무 예쁘고. 1.5배속의 유혹에 막 빠지려는 순간 정윤희가 너무 예쁘고. 뭐 이런 불필요한 장면이 길게 나오나... 라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정윤희는 빈틈 없이 에쁘구요. 그런데 그 와중에 자꾸만 노출씬이 나온단 말이죠. 그래서 다 보고 나니 기억에 남는 게 정윤희는 정말 계속 매우 예뻤다. 그런데 그래도 당시 이미 톱스타였는데 이렇게 노출씬이 많다니? 뭐 이런 것들 뿐이었...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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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영화 속 순이 캐릭터의 평상복입니다. 2024년으로 생각해도 상당히 과감하죠.)



 - 그래서 가장 큰 장점은 정윤희의 미모이고 이 부분은 확고합니다만. 가만 보면 이것 말고도 장점이 있긴 해요.

 순이의 캐릭터가 그 시절 한국 영화 치고는 좀 독특한 면이 있거든요. 일단 지고지순, 청순가련 캐릭터와는 거리가 멉니다. 늘 밝고 에너지가 넘치며 당당하구요. 자신에게 찝쩍거리는 두 남자를 상대할 때도 굽힘 없이 위풍당당. 심지어 골탕을 먹이는 장면도 몇 번 나오구요. 또 막판에 현보가 감옥에 가서 홀로 남은 후에 이 캐릭터가 내리는 결정도 좀 특이하죠. 그냥 혼자서 남편이 하던 일까지 다 하면서 삽니다. 그러니까 도끼 들고 산에 가서 나무 베고, 그거 가져다가 숯 만들고 이런 걸 다 해요. ㅋㅋ 그리고 마지막의 마지막에 완전히 희망이 꺾여 버린 순간에는 인생의 원쑤를 직접 처단하는 과감성도 보이구요. 


 뭐 당연히 한계는 있습니다. 원작을 뜯어 고쳐 가며 만든 비극적 엔딩 때문에 순이의 그 씩씩함이 결국 남편에 대한 일편단심 애정 때문이었다... 는 식으로 정리가 되어 버려서 좋다 말았다는 기분이 들게 하긴 합니다만. 어쨌든 정윤희가 반짝반짝 빛나는 미모로 이런 그 시절 대비 당찬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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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쨌든 정윤희는 아름다웠습니다. 그것이 결론.)



 - 돌고 돌아 결국 결론은 '정윤희가 예뻤다'로 정리되는 영화... 였네요. ㅋㅋㅋㅋ 하지만 어쩔 수가 없는 것입니다. 정윤희는 정말로 예쁘거든요.

 완성도가 딱히 떨어지는 영화라는 생각은 안 들었습니다. 오히려 그 시절 기준 영상미도 괜찮은 편이고 촬영도 잘 했고 동시 녹음이라는데 배우들 목소리 연기도 괜찮고...

 다 좋은데 그냥 담고 있는 메시지나 그걸 전달하는 방식 같은 게 너무 많이 낡았습니다. 그리고 동시에 톱스타 여배우의 섹시한 자태를 강조해서 흥행몰이 한 번 해 보세~ 라는 태도도 넘나 명백하게 느껴지고 말이죠. 그래서 그렇게 칭찬은 못 해주겠군요. 사실은 매우 별로였지만 정윤희 때문에 심한 말은 자제하겠습니... (쿨럭;)




 + 이 영화가 별로... 가 되는 데엔 죄송한 얘기지만 이대근씨의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연기를 못한 게 아닙니다. 잘 하셨는데, 그게 넘나 그 '전형적인 이대근' 캐릭터라서요. 좀 순박한 버전의 이대근 캐릭터랄까요. ㅋㅋ 그래서 진지하게 보이지가 않고. 또 이 캐릭터가 그냥 워낙 흐리멍텅합니다. 아무리 주인공이 순이라고 해도 현보도 당연히 중요한 캐릭터인데, 너무 단순하고 또 이야기 속에서 하는 역할이 없어요. 그러니 순이가 남편을 그토록 사랑하는 게 납득도 안 되고 아름다워 보이지도 않고...



 ++ 참고로 '야한 영화'는 아닙니다. 그런 장면은 거의 안 나오고 나올 때도 아무런 노출이 없어요. 그냥 이대근이 런닝타임 중 절반을 웃통을 벗고 나오고 정윤희가 자꾸만 목욕을 할 뿐입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 



 +++ 1981년의 한국인들도 현보와 순이의 결혼에 좀 껄끄러운 맘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아마 원작에선 되게 어릴 때부터 그냥 혼례 올리고 살았던 걸로 아는데, 영화에서는 현배가 자기 엄마에게 '순이가 몇 살이죠. 아무리 그래도 지킬 법도는 지켜야...' 같은 질문을 해서 대략 18세는 되었겠지? 같은 대답을 듣고 나서 혼례를 올려요. 



 ++++ 원작의 결말은 대충 이렇습니다. 칠성이와 김주사의 계속되는 유혹과 겁박을 계속해서 당당하게 씹어 버리는 순이의 일관성에 칠성이는 살짝 포기한 듯한 모습을 보이지만 김주사는 현보를 삼림법 위반으로 감옥에 보내 버리는 강수를 둬요. 그러고 혼자 남은 순이를 찾아와서 겁탈하려 하는데, 현보가 감옥 간 소식을 듣고 나타난 칠성이가 김주사를 공격해서 큰 부상을 입히죠. 그러고선 '니 남편 나오려면 수년은 걸릴 텐데 나랑 내려가서 도시에서 살자'고 설득해서 순이를 데리고 내려가는데요. 내려가던 길에 산을 떠나 살기도 싫고, 도시는 무섭고, 남편에게 의리도 지키고 싶고... 결정적으로 이렇게 가버리면 성황당에게 저주라도 받을 것 같은 두려움에 순이는 칠성이를 따돌리고 집으로 돌아가는데, 안방에 불이 켜져 있고 남편의 노랫 소리가 들립니다. 우왕 성황당님이 기적을!!!


 영화의 결말은 이렇습니다. 대충 집으로 돌아오는 것까진 비슷한데 돌아와도 아무도 없어요. 그러자 순이는 그 곳에서 그냥 그동안 살던대로 살기로 결심합니다. 그래서 그동안 남편이 맡았던 나무 베기까지 직접 하며 씩씩하게 살죠. 한참 시간이 흐른 어느 날에 순이가 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데 안방에 불이 켜져 있네요. 덩실덩실 더덩실 춤을 추며 달려가 문을 여는 순이입니다만. 그곳엔 부상에서 회복한 김주사가 와서 앉아 있습니다. 완전 초 좌절, 분노로 정신이 나간 순이는 김주사를 끌고 나와 불가마 앞에서 옷을 벗고 안겨요. 그리고 김주사가 자신에게 찰싹 달라 붙어 정신 못차리는 사이에 김주사를 꽉 끌어 안고 데굴데굴 굴러서(...) 불가마 속으로 들어갑니다.

 장면이 바뀌면 그로부터 오래 지나지 않은 듯한 상황에서 현보가 폐인 같은 비주얼로 집에 돌아오고, 집에는 칠성이가 앉아 있네요. 며칠 전에 들렀더니 아무도 없고 불가마에 다 타서 숯이 되어 버린 김주사와 순이의 시체가 있었다며, 그래서 순이를 자기가 묻어주고 현보를 기다렸답니다. "순이는 역시 네 여자였어!" 같은 깨는 드립을 치고... ㅋㅋ

 현보는 순이를 묻은 곳을 마구 팝니다. 시체라도 보고 싶었나 보죠. 하지만 순이는 보이지 않고 자신이 순이에게 선물했던 옥가락지만 보여요. 꺼이꺼이 울음을 터뜨리는 현보의 귀에 갑자기 뻐꾸기 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그게 순이의 목소리라고 느꼈는지 갑자기 울다가 웃으며 집을 떠나 정처 없이 어디론가 걸어가는 현보의 모습으로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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