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6년 영화입니다. 어쩌다 세 편 연속으로 비슷한 연도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34분. 스포일러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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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엔 '그 동네 한량들이 빈둥거리며 지나가는 기차를 뭐뭐'라고 설명했던 것 같은데. 요즘엔 약쟁이들 주사 바늘 자국을 가리키는 표현이라는 게 정론인 듯 하더군요.)



 - 스토리 소개가 뭐가 필요하겠습니까.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또 뭔가 하나의 스토리로 설명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기도 하구요. 걍 스코틀랜드의 인생 아무렇게나 막 사는 약쟁이 젊은이들이 이리 저리 사고 치고 다니다가 서로 운명도 갈리고, 그 중 누군가는 흔한 말로 '철 들고' 하는 이야깁니다. 마치 포스터의 모두가 주인공일 것처럼 생겼지만 사실은 그냥 이완 맥그리거가 단독 주인공이구요. 아니 뭐 이런 건 됐고...



 그 시절 젊은이들 중에 이 음악과 이 장면을 모르면 정말 간첩이겠죠. ㅋㅋ X세대 출신 탑골 인증 무비 중 대표격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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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영상과 이런 스틸샷들을 보고 약동하는 젊음의 패기! 같은 걸 생각하고 영화를 봤다가는... ㅋㅋㅋㅋㅋ)



 - 어째서 세기말 반도의 젊은이들이 이 생경한 스코틀랜드 약쟁이들의 이야기에 그렇게 공감하며 열광했을까요.

 독하고 센 드립들을 쉴 새 없이 날려대면서도 가볍게 질주하는 이야기. 폼나고 신선한 영상미와 끝내주게 선곡되어 잘 활용된 음악들. 막장 폐인룩을 하고서도 충분히 빛이 나는 이완 맥그리거의 매력. 뭐 이것저것 이유야 많겠지만 가장 핵심적인 부분은 도입부의 'Lust for Life'와 어우러진 질주하는 젊은이들의 이미지, 그리고 이 나레이션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미래를 선택하고

   인생을 선택하라.

   내가 왜 그래야 하지?

   난 인생을 정하지 않기로 정했다.


 뭔가 그 시절 젊은이들에게 세계적으로 공통된 정서가 있다면 이런 부분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기성 세대의 사고 방식과 삶의 방식에 대한 반감.

 그게 뭔진 모르겠지만 난 그것과는 다르게 살아 보겠다는 패기.

 그런 부분들을 굉장히 정확하게 짚어주는 나레이션이었던 것 같아요. 물론 영화의 결말은 이와 좀 많이 다르긴 합니다만. 어쨌든 굉장히 강렬하니까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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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설의 바로 그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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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영화 같은 걸 순위 매긴다면 분명히 최상위권에 들어갈 자격이 있는 영화입니다.)



 - 그래서 결국엔 스코틀랜드 약쟁이 청춘들의 구제불능 라이프를 그린 이야기가 맞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보니 그 시절에 받았던 임팩트가 이해가 가더라구요. 20여년이 흘렀지만 지금 봐도 정말로 강렬하게... 더러워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전설의 그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더러운 화장실'은 지금 봐도 육성으로 우욱 소리가 나올 정도로 더럽고 이어지는 장면도 마찬가지죠. ㅋㅋ

 얘들이 약을 하는 장면을 봐도 정말 와, 저렇게 막 살면서 용케 병도 안 걸리고 잘 버티는구나 싶을 정도로 더럽구요.

 시도 때도 없이 고추(...)가 튀어 나오고 똥 드립도 치고 부패 시작된 갓난 아기 시체도 보여주고 참 여러모로 더럽고 또 셉니다 영화가.

 젊음이고 자시고 간에 '약쟁이 하면 인생 저렇게 된다'는 마약 예방 교육 영화로 틀어줘도 되겠다 싶을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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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비하면 '브레이킹 배드'의 약쟁이들은 정말 축복 받은 환경에서 매너 약질(...)하는 복 받은 녀석들이죠.)


 거기에 결정적인 게, 그 '젊음'에 대한 미화가 거의 없습니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그저 한심한 약쟁이일 뿐 뭐 특별할 게 없어요. 특히나 막판 전개는 그나마 위태롭게 유지되며 일말의 긍정적인 여지를 남기던 친구 관계까지 싸늘하게 박살내 버리면서 결정타를 날리죠. '쉘로우 그레이브'에 이어 이 영화라니. 그 시절 대니 보일은 참 시니컬한 사람이었을 것 같기도 하구요.





 - 그런데 어쨌거나 영화가 참 재밌습니다. 참신한 장면 연출들도 많고, 인정사정 안 보고 독하게 시전되는 유머들은 지금 봐도 대부분 잘 먹히구요. 쉴 새 없이 국면이 전환되고 새로운 일이 팡팡 터져서 늘어질 틈이 없구요. 그리고 리듬감이 참 좋아요. 영화의 오프닝 시퀀스가 영화의 전체적인 성격을 정말 잘 보여줬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시종일관 에너지가 넘치고 엎치락 뒤치락 난장판이 이어지다 끝나는 영화에요. 이 영화가 맘에 안 들 수는 있겠지만 지루하게 볼 사람은 거의 없을 거란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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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시절엔 이런 연출이 나오면 늘 'Mtv 스타일' 이란 얘길 했었는데. 이것도 탑골 용어가 된지 오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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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해보면 비틀즈 요고 흉내낸 사람들은 헤아릴 수 없이 많지만 그 중에 이 영화가 원조까진 아니어도 꽤 선배이자 네임드격은 되는 듯.)



 - 결말은 지금 와서 다시 보니 생각이 좀 복잡해지더군요. 

 결국 중딩 여친 다이앤을 제외한 메인 등장 인물 남자애들 중에 그나마 현실 감각이란 걸 조금이라도 갖추고 자기 살 궁리를 하는 유일한 캐릭터가 이완 맥그리거의 렌튼이었죠. 단독 주인공이기도 하고 또 이야기 전개상 여러모로 관객들에게 이입하고 응원할 여지를 보여주는 유일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렌튼의 선택은 결국 그 시궁창 바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생에 하등 보탬이 안 되는 친구들의 뒷통수를 치는 거란 말이에요. 그리고 패기 넘치게 단호한 목소리로 이렇게 읊조리는 게 마지막이죠 


   과거를 버리고 앞만 보고 나아가면서 인생을 선택할 거다. 

   벌써 기대가 된다.

   바로 당신처럼 될 거니까.


 근데 이걸 긍정적인 마무리라고 생각하기엔 저 말 바로 뒤에 이어지는 '당신 같은 삶'의 내용이 뭔가 되게 시니컬하단 말이죠. 그럼 대체 우리 렌튼군은 성장을 한 걸까요, 아님 그냥 타협을 한 걸까요. ㅋㅋ '당신 같은 삶'에 대한 그 시니컬한 묘사들을 보면 비꼬는 것 같기도 한데. 그걸 진짜 비꼬는 걸로 생각하기엔 이 때까지 살아 온 렌튼군의 삶이 너무 격하게 시궁창이어서 또 애매하구요. 하지만 또 영화 속에서 기성 세대들이 딱히 좋게 묘사된 것도 없었고...


 그렇게 고민하다가 결국 그냥 생각을 중단했습니다. 그냥 사람 사는 게 이런 거다! 라고 보여주는 거라고 생각해버리면 속 편하더라구요. 기성 세대의 삶도 참 별 거 없지만 그렇다고해서 약쟁이 막장 인생으로 쭉 사는 것도 답은 아니고. 결국 렌튼에게 가능한 선택이라는 게 그것 뿐이었고 그게 (당시 그 동네의) 현실이었고. 그런 거겠죠. 아님 말고.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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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과적으로 중딩 소녀가 삶의 구세주 비슷한 역할을 해주는 게 좀 재밌더라구요. 유럽 예술(?)의 전통에서 온 설정인 것일까요.)



 - 그래서 재밌게 잘 봤습니다. 

 보통 이렇게 오래 묵은 '그 시절 참신 화끈 센 이야기'들은 세월 지나고 나서 보면 낡은 느낌 가득하게 마련인데 그런 게 없어서 신기했구요.

 애초에 젊은 시절부터 그렇게 반항적이었던 적도 없고, 또 그렇게 막 살아본 적도 없는 입장에서 "그래 이거지!" 하고 감정 이입할 건 없었지만요. 그래도 막연하게나마 (그때 그 시절 갬성을 떠올리며) 공감할만한 부분은 있더라구요. 역시 그 시절 감성을 잘 잡아낸 이야기는 맞았구나... 싶었습니다. 왜 있잖아요 그. 90년대 특유의 루저 갬성.

 그리고 다시 한 번, 어쨌거나 재밌어요. ㅋㅋㅋ 그게 가장 중요하겠죠. 지금 다시 봐도 경쾌하게 잘 달리는,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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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 보일에게 있어 '친구'란 건 대체 무슨 의미였던 건지 문득 궁금해집니다. 돈가방을 들이밀고 싶어지는 어떤 것?)




 + 초반 이야기 전개, 특히 다이앤이랑 엮이는 부분들은 영국 드라마 '스킨스' 생각이 많이 나더군요. 정말로 그 동네 청소년들은 그렇게 험하게 사는 게 흔한 일인 걸까요. ㅋㅋ 



 ++ 옛날 생각이 나서 당시 사진을 찾아봤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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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 두 분 참말로 예쁘게도 생기셨구요. 대체로 영화 속 캐릭터들과 이미지 갭이 쩌네요. ㅋㅋㅋ

 다이앤 역의 켈리 맥도날드는 영화 속 교복 차림과 다르게 그냥 딱 자기 나이로 보이는 게 또 신기해요.

 벡비 역으로 나온 로버트 칼라일은 비슷한 시기에 '풀 몬티'에서도 활약하며 되게 잘 나가는 이미지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 정도는 아니게 된 것 같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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