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온지 며칠 안 됐죠.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으로 애니메이션치곤 좀 기네요.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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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셰이프 오브 워터'를 적어 놓은 이유는 알겠지만 그래도 이 영화 성격을 생각하면 '악마의 등뼈'를 올리는 게 나았겠죠.)



 - 1차대전은 끝났고 2차대전은 아직이면서 무솔리니가 장악한 채로 파시즘이 활활 타오르는 중의 이탈리아... 에서 시작합니다. 우리 최강의 목공 기술자 '마스터 제페토'씨는 금이야 옥이야 하던 외아들을 폭격으로 잃었구요. 한참 동안을 고통에 몸부림치다 상실의 아픔을 달래기 위해 소나무 하나를 베어다가 뚝딱뚝딱 초고속으로 목각 인형 하나를 만들어내고 잠이 듭니다만. 지나가던 숲의 신(?)이 뭔 생각인지 '어엿차!' 하고 이 인형에 혼을 불어 넣어 버렸네요.

 ...저는 무슨 생각으로 이걸 굳이 소개하고 있을까요. ㅋㅋㅋㅋㅋㅋ 근데 아무 쓸 데 없는 것은 아닌게, 이게 원작이랑도 전혀 다르고 디즈니 버전이랑도 다른 이야기라서요. 하지만 역시 자세히 설명할 의욕은 안 생기니 이만하고 본론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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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각 빌런 피노키오님 되시겠습니다. 핫초코를 좋아하지요. 나무 주제에!)



 - 그러니까 결국 '악마의 등뼈'와 '판의 미로'의 뒤를 잇는 델토로 스타일의 잔혹 어린이 모험극이라 하겠습니다. 이전 두 영화는 스페인 배경이었는데 이번엔 이탈리아로 옮겨왔네요. 뭐 어차피 본인은 멕시코 사람이니 여기나 저기나 상관 없겠습니다만, 그냥 좀 재밌어요. 외국인이 헐리웃 자본과 스탭으로 6.25나 군사 독재 시절을 배경으로 하는 한국 어린이 모험 영화를 만들어서 개봉하고 세계적으로 히트를 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문득 '파친코' 같은 게 떠오르지만 그건 그래도 원작자나 제작자가 한국계이기라도 하잖아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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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나라 칙칙한 역사 갖고 이래도 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ㅋㅋ)



 - 두 시간에서 고작 6분 빠지니 런닝타임이 좀 길죠.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엔드 크레딧까지 쭉 보고 싶어지기 때문에 정말 긴 편입니다. 아마도 델토로가 그만큼 하고 싶은 이야기, 만들어 보여주고 싶은 장면이 참 많았던 거겠죠. 

 그래서 이 영화는 수시로 배경을 바꿔가며 다양한 사건들을 보여줍니다. 제페토가 사는 마을, 서커스단, 고래 대신 괴물이 사는 바다, 소년 유격대 훈련소, 사후 세계 등등 장소도 수시로 바뀌고 장소마다 벌어지는 사건들도 다르고 분위기도 다르고요. 뒤늦게 서로의 소중함을 깨달은 제페토와 피노키오가 재회를 위해 몸부림친다는 기본 이야기는 늘 같지만 이렇게 배경, 사건마다 분위기가 훅 달라지니 여러 에피소드로 된 시리즈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고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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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를 어떻게 바꾸든 요 서커스단 얘긴 안 나올 수가 없겠죠. 근데 저 단장 머리 볼 때마다 헤이아치 생각나서... 쿨럭;)



 - 이야기는 무겁고 심각하고 진지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잖아요. 우리의 피노키오군은 마물로 몰리고, 서커스단에 끌려가 학대 당하고, 군대에도 끌려가고, 죽었다 살아나고, 당연히 괴물 뱃속에도 들어가구요. 등등 뭐뭐 별의 별 험한 일을 다 겪어요. 

 하지만 비슷한 델토로의 소년 개고생 시리즈에 비해 요 '피노키오'는 그렇게 큰 부담 없이 볼만 합니다. 다른 영화들은 다 15세 이상 관람가였지만 요건 전체 관람가거든요! 애초에 아동 문학의 고전을 가지고 만든 이야기라 어린 관객들을 신경 쓴 것 같아요. 

 그래서 이 영화엔 그렇게 직접적으로 살벌한 장면은 아예 없습니다. 소재와 배경이 그렇다 보니 사람들이 좀 죽어 나가긴 하지만 죽는 모습은 안 보여줘요. 괴물이나 악당들도 다 기괴한 듯 하면서도 적당히 귀엽거나 그냥 견딜만한(?) 정도의 디자인을 고수하구요. 아마도 델토로 인생에 (장편 영화로는) 첫 전체 관람가인 것 같은데, 수위 조절은 참 잘 해놨습니다. 초등학생 이상이라면 아마 대부분 큰 부담 없이 볼 수 있을 거에요. 내용 면에서도 어린 관객들이 못 따라갈만한 장면은 거의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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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섭다고 해봐야 뭐 이 정도?)



 - 사실 전 이게 전체 관람가라는 걸 모르고 신경 안 쓰고 봤어요. 그래서 내심 '제 아무리 피노키오라지만 델토로가 만들었는데!'라는 생각에 애들 보긴 좀 그런 영화를 기대(...)하고 봤고 그래서 초반엔 살짝 실망했습니다. 기대만큼 그로테스크하지 않고 기대만큼 처절하지 않더라구요. 이야기의 전개도 딱 동화틱한 논리로 흘러가구요. 죄송합니다... 제가 원래 이런 사람이라. ㅋㅋㅋㅋ

 

 하지만 전체 관람가의 틀 안에서 델토로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냥 스틸샷 몇 개만 봐도 그렇잖아요. 이 영화에 나오는 생명체와 물건들 중에 아주 일반적인 의미로 그냥 귀엽고 예뻐 보이는 건 별로 없죠. ㅋㅋ 그렇게 본인 취향의 미술을 맘껏 펼쳐주시고요. 또 외모상으론 선악을 알 수 없게 생긴 (사실 별로 안 착하게 생긴) 신적인 존재들이 나와서 다크 환타지 느낌을 뿜뿜 해주시고요. 그리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미쳐 돌아가는 세상에서 펼쳐지는 순수한 어린 영혼들의 애절한 드라마라는 측면에서 '악마의 등뼈'나 '판의 미로'를 보고 이 영화를 기대했을 사람들을 충분히 만족시켜 주기도 합니다. 누가 뭐래도 기예르모 델토로 영화이고, 그런데 전체 관람가로서 적절한 영화이니 델토로로서 정말 최선의 결과물을 냈다고 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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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적으론 결말만큼이나, 혹은 그보다 조금 더 감동적이었던 부분이었네요. 이 직전의 침대 장면도 좋았구요.)



 - 이전의 두 영화들처럼 이것도 상당한 신파입니다. 아니 '신파'는 좀 아닌가요. 억지로 쥐어짜는 건 없지만 암튼 보다보면 마음 아프고 슬퍼지고 눈물 나는 이야기입니다. 불쌍해서든, 애틋해서든, 아님 그냥 감동해서든 마지막엔 꽤 강하게 맘이 울리는 이야기라는 뜻이었습니다.

 어린이들도 보라고 만든 이야기답게 결국 마지막은 훈훈하게 마무리됩니다만. 그 훈훈함이 뭔가 찡한 감정을 남기거든요. 인생은 짧기에 소중한 것이고. 세상 모든 것에는 작별이 있고. 세상은 참으로 지x맞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주어진 시간을 있는 힘을 다해 살아 나가야 한다. 뭐 이런 뻔한 이야기를 동화풍의 캐릭터들과 이야기들을 통해 참 설득력 있게 풀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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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역시 그 훈훈함은 약자들의 몫이죠. 영화에서라도 좀 그래봐야 쓰지 않겠습니꽈.)



 - 당연히(?) 목소리로 참가한 배우들 면면이 참 화려합니다. 일단은 이 영화의 변사(...) 역을 맡은 말하는 귀뚜라미 이완 맥그리거도 좋았구요. 특히 마지막 엔드 크레딧 부분은 이 분을 캐스팅하길 참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어요. 인간 아닌 것 전문 배우 틸다 스윈턴님의 또 인간 아닌 캐릭터는 그 델토로스런 캐릭터 디자인에 이 분 목소리까지 얹혀서 참 폼나는 캐릭터가 되었죠. 론 펄먼과 크리스토퍼 발츠의 빌런 캐릭터들도 아주 적절한 캐스팅이었구요. 개인적으론 거의 엔딩만큼이나 찡했던 장면을 연출했던 동네 친구 역의 핀 울프하드는 젊은 나이에 필모 참 잘 채워가는구나 싶었네요. 그 외에 팀 블레이크 넬슨이나 존 터투로도 맡은 역할들 참 재밌게 잘 소화해주셨습니다만. 역시나 이 영화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캐스팅은 원숭이 스파짜투라 역의 그 분이었죠. ㅋㅋㅋ 아마 일생에 가장 럭셔리한 우끼끼 연기를 보시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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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첨에 '바퀴벌레' 어쩌고 하는 자막이 나와서 음? 설마?? 했는데 역시 귀뚜라미 맞습니다. 의심해서 죄송합니다 맥그리거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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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바 쩌는데 간지나는 빌런 전문으로 흘러가고 계신 크리스토퍼 발츠님. 그러게 누가 그렇게 잘 하랍니까? ㅋ)



 - 뭐 대충 마무리하겠습니다.

 평소 기예르모 델토로 스타일에 애정이 있으셨던 분들이라면 반드시 보셔야할 작품입니다.

 다만 '전체관람가' 수준에 맞춘, 정말로 어린이들도 보라고 만든 작품이라는 건 좀 감안하시길. 사실 전 초반에 거기 적응이 안 돼서 살짝 집중이 덜 됐습니다. 아니 맨날 피칠갑 호러 스릴러만 보다 보니 그게... ㅋㅋㅋㅋ

 보면 좀 센 거, 강한 거 좋아하던 창작자 & 배우님들이 나이 먹고 나면 '나도 우리 애들이랑 같이 볼 수 있는 거 하나...' 이런 식으로 전체 관람급 작품 하나씩 남기시던데. 그걸 아주 고퀄로 잘 해낸 경우라는 생각이 듭니다. 애들이 봐도 좋고 어른이 봐도 좋아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넷플릭스 아니겠습니까? ㅋㅋ 보다 재미 없으면 끄면 되죠. 부담 없이 한 번씩 시도해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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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우리가 언제 또 이런 고퀄 대자본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겠습니까?)




 + 올해는 넷플릭스가 내내 부진하다가 연말 들어오면서 막 부활하는 느낌이네요. 반년을 포기하고 하반기에 추진력을 얻어 버린 듯!



 ++ 글 제목은 당연히 농담입니다. 설마 기예르모 델토로가 자기 이름 꼭 넣어달라 그랬겠습니까. ㅋㅋㅋ

 ...아니겠죠?? ㅋ



 +++ 문득 원작(디즈니 애니 말고!) 피노키오의 내용을 거의 다 까먹었다는 걸 깨닫고 여기저기 검색을 해보다가 웃기는 걸 봤네요.

 이게 원래 연재 형식으로 나오던 소설이었는데 작가가 돈을 제대로 못 받고 빡쳐서 피노키오를 강도들에게 살해당하는 엔딩으로 끝내 버렸다고. ㅋㅋㅋㅋ 인간 어린이가 되는 우리가 아는 결말은 주최측이 뒤늦게 돈 주며 달래서 얻어낸 얼터너티브 엔딩이랍니다.

 우리야 이런 얘길 나중에 전해 들으며 웃지만 씐나고 재밌다고 연재 따라가며 보던 당시 어린이들 어쩔... ㅋㅋㅋㅋㅋ



 ++++ 황당한 이야기 하나. 전 보고 싶은 작품이 있을 때 일부러 정보도, 예고편도 잘 안 찾아보는 편이고 이 영화도 그렇게 봤는데요. 영화의 거의 절반을 볼 때까지 이게 당연히 스톱모션인 척 하는 cg인 줄 알았습니다. 미쳤습니까 휴먼...;; 언젠가 다시 봐야겠다고 결심했어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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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근데 이것 때문에 'A.I.'도 다시 보고 싶어지구요. '악마의 등뼈'랑 '판의 미로'도 한 번 다시보고 싶어지고요. 참 곤란하네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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