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웨이 봤어요.(호평, 약 스포)

2011.12.24 13:01

디나 조회 수:1654

 

  1년을 기다린 마이웨이를 드디어 봤습니다. 왜 기다렸냐면. 작년부터 제가 라이트한 밀덕이 되었고 왠만한 2차대전 영화는 다 보았지만 한국에서? 2차대전 영화를 만든다....그것도

  무려 3개의 전선이 다 나온다!  이건 분명희 희소가치가 있는 기획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서양사람들이 동양의 전쟁에 어쩌다 휘말려서 어쩌구저쩌구 하는 작품들은 일본을 배경으로 좀

  있었던거 같은데 (라스트 사무라이도 그렇고요) 반대의 경우는 정말 드문거 같았거든요. 그런면에서 듀나님이 언급하신것처럼 엽문2에서 견자단횽아가 1차대전에서 활약하는것 잠깐만

  으로도 굉장히 혹 하게 하는 그런면이 있었는데 노몬한과 독소전과 노르망디가 한 영화에 다 나오고 동양인 주인공이 군복을 세 번 갈아입고 ... 전 이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죠.

 

  보기전에 리뷰들을 보니 안좋은 평이 더 많더군요. 그런데 좀 신기했던게 대체적으로 다 전투장면은 잘찍었다. 헐리웃에 뒤지지 않는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고 인상적인 연출도 있다.

  그런데 극의 흐름이 덜컹거리고 결정적으로 장동건 캐릭터에 대한 문제들을 많이 지적하더군요. 근데 위에 언급한 장점들만 따져도 보통 블럭버스터 정도는 되는거 같은데 희한하게

  유독 마이웨이 한테만 점수가 짠거 같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7광구나 디워까지 언급되고 (어떤 분은 성냥팔이....까지) 한국영화가 망했네 어쩌네.... 아무튼 보고 판단하기로 했죠.

 

  제가 기대한것은 윈드토커 였어요. 기대했다기 보다 예상이죠. 강제규 감독은 철저히 상업적이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국체급 블록버스터 만드는데 집중해온 감독이고 대부분 성공했죠.

  신파코드는 필수입니다. 저도 신파 싫어하지만 그렇게 돈 많이 들어가는 영화를 찍으면서 신파라는 안전한 코드를 버리는건 한국에선 후달리는 일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뭐 세련된 연출

  이나 이런거는 애초에 저는 스킵입니다. 어차피 강제규가 영화에서 보여주려는 전쟁은 스펙타클이고 또 두 남자의 우정어쩌구라면 저는 이건 십중팔구 윈드토커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윈드토커가 라일구가 나와서 전쟁영화 표현의 패러다임이 바뀐 2000년대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영웅본색 액션을 보여준게 문제였지요. 제가 기대한것은 잘 뽑아져나온 전투신에 윈드토커

  정도의 그냥 무난한 드라마, 적당한 신파와 적당한 오글거림과 적당한 웅장스코어. 딱 이정도 였습니다.

 

  근데 보고나니 예상이 살짝 빗나갔어요. 전투장면은 제가 생각했던것 이상은 아니었고 딱 그정도 였습니다. 물론 헐리웃에 뒤지지는 않는 때깔이었어요. 물론 심화된 밀덕적 관점에서

  이영화의 전투장면이 라일구나 bob에 비해 지나치게 아수라장이고 정돈이 안되있고 뻥뻥 터지기만 한다는 평들도 봤는데 제가 볼땐 애초에 전쟁을 표현하는 관점 자체가 그 작품들이랑

  은 다른거 같더군요. 라일구나 bob가 과장없이 객관적으로 그냥 그 광경을 있는 그대로 담는데 주력했다면 마이웨이는 그냥 아수라장 그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이랄까요? 애초에 주인공

  들이 전투할 마음도 없고 말입니다.  그리고 전투장면이 그렇게 길지도 않았어요. 다 합쳐도 20-30여분 사이 정도입니다.  오히려 저는 전혀 기대를 안했던 드라마가 괜찮았어요. 물론

  초반에는 오글거림이 있고 전형적인 한국영화입니다만 노몬한 이후 소련 수용소로 들어가면서 부터는 제법 무겁더군요. 이건 머 전적으로 오다기리조와 김인권의 활약인거 같은데...

  전쟁의 참상이나 이런 부분을 상당히 간단명료하지만 효과적으로 보여주는거 같더군요. 특히 오다기리조가 후퇴하는 소련군 병사를 쏴죽이는 장교를 보면서 본인을 오버랩시키는 장면

  은 진짜 초 단순하지만 이 영화가 한,중,일의 역사가 맞물려있고 굉장히 예민할수 있는 영역인데 영리하게 중간지점을 딱 잡아서 정리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오글거리는 신파

  장면들이 등장하지만 다행히도 길지않은 지점에서 딱 자르고 넘어가서 구질구질하다는 느낌은 없었어요. 예를 들어 동굴에서 타츠오가 준식에게 '그때 왜 나를 죽이지 않았어' 하면 

  여기서 끔찍한 대답이 등장할수도 있었는데 그냥 딱 자르고 쿨하게 넘어간다거나 하는건 참 좋았어요. 축구 장면같은것도 보기전에는 아 이게 뭐냐.... 7광구의 시추선 오토바이레이스

  신이 떠올랐는데 막상 보고나니 그렇게 심하게 튀지는 않더군요. 그냥 그동안 2시간 내내 쥔공들이 꾀죄죄하게 고생만 했는데 잠시 평화롭게 한숨돌리는 뭐 그 정도여서 욕할정돈 아니

  었다고 봅니다. (근데 왠지 영화 지중해가 떠올랐어요. 강제규가 정말 그거보고 넣었으려나요....)

 

   결국 장동건의 캐릭터에 대해서 말이 많은데 이건 관점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른거 같아요. 그냥 제가 볼때는 오다기리조 주연인거 같았어요. 장동건의 캐릭터는 인간이라기 보다

  는 그냥 살아있는 생불이자 휴머니즘의 화신. 상징적인 존재같아 보였구요 오다기리조를 교화,성장 시키는 안내자 같은 느낌? 다만 장동건의 포스부족인지 연기력 부족인지 거룩한

  느낌이 안났어요. 예를들어 플래툰의 앨리어스라던가 씬레드라인의 그 누구냐 패션오브크라이스트 쥔공 같은 전쟁터의 성자 느낌이 안났다 이겁니다. 그래서 그냥 달리기 덕후...

  로만 보인거 같구요....이걸 배우가 잘 소화했으면 뭐 이런식의 캐릭터도 문제될건 없다고 보여졌어요. (죽네사네 하는 전쟁터 와중인데 언뜻 장동건이 우리들의 천국속에서 나온듯한

  느낌이 들었으니 이건머...) 하지만 반대로 그래서 오다기리조가 무지 돋보였어요. 외모도 참 아름다웠지만 생각보다 이런 영화에도 잘 어울리데요???  2000년대 중반 스폰지하우스

  전성시절을 먹여살리다 시피한 오다기리조.... 그래서 뭔가 오다기리조 하면 일본 인디 영화 좀 작은 영화 잔잔하고 무덤덤한 영화에서 집시처럼 나오는것만 한 백편쯤 되는듯한

  인상이었는데 이런 작품 하나 있는것도 좋겠다 싶더군요. 잘 찍었다 오다기리조. 이런 느낌. 그리고 일본군복은 참 어글리하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오다기리조가 입으니까 그 어글리

  한 일본군복도 간지나 보이더군요....

 

  저는 어쨌든 이 정도 퀄리티면 잘 해냈다고 봐요. 올해 부산에서 1920 바르샤바 전투라는 폴란드 영화를 봤습니다. 3d고 1920년의 폴란드와 소련의 전투를 담은 폴란드 블록버스터

  였는데 정말 놀라웠어요. 3d퀄리티가 아바타 이후로 최고였고 미술이 환상적이었고 (1차대전즈음 군복이 더 고풍스럽고 멋지죠) 아니 폴란드에서 이런 영화를!!! 하면서 놀랐는데.

  전체적인 영화의 만듦새는 마이웨이보다 훨씬 뒤졌어요. 중반부터 스토리가 산으로..... 하지만 소재가 생소했고 뭐 이색적인? 그런 맛 때문에 굉장히 좋게 봤는데 마이웨이는 외국

  관객들 입장에서 그것보다 더 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해외에서 장사좀 잘됬으면 좋겠네요.

 

  그리고 정말 궁금한게 이 영화가 왜이렇게 까지 평가가 박한건지 정말 모르겠어요. 후하게 안쳐줘도 그냥 평균 한국영화의 만듦새 정도는 되는거 같은데. 뭔가 몇몇 실패이후에

  한국산 블록버스터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심어진거 같아요. 저는 헐리웃산 블록버스터들에 비교해도 그렇게 안뒤진다고 생각이 들었고요 최초로요. (놈놈놈,괴물 제외)  

  280억에 이정도 뽑아냈으면 박수쳐줄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545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8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402
85510 청승 맞은 노래, 닮은 사람 [1] 가끔영화 2011.12.24 773
85509 워싱턴 포스트, LA 타임즈에 실린 정봉주 전 의원 구속 관련 기사 [7] 라곱순 2011.12.24 2605
85508 [음악방송] 인디락, 재즈, 클래식 다양하게 나갑니다 [3] ZORN 2011.12.24 656
85507 빨리 구글로 가보세요!!!!! [9] 자본주의의돼지 2011.12.24 3874
85506 미션임파서블4 봤어오(스포 있겠죠) [3] 감동 2011.12.24 1386
85505 오늘 구글 로고는 [1] 예언사냥꾼 2011.12.24 925
85504 연애욕구 증폭시키는 영화좀 가르쳐주세요 [8] loveasweknow 2011.12.24 1978
» 마이웨이 봤어요.(호평, 약 스포) [1] 디나 2011.12.24 1654
85502 오늘 [500일의 썸머] 방영해준다고 하네요. [4] miho 2011.12.24 2026
85501 기분이 묘해지는 블로그 [10] catgotmy 2011.12.24 4449
85500 크리스마스 선물! [3] chloee 2011.12.24 1248
85499 2011년 1위 가요 모음 [2] 감동 2011.12.24 1762
85498 조직 내 정치 혐오론자들 [60] management 2011.12.24 4788
85497 답답합니다. [3] 많고많은익명 1 2011.12.24 1472
85496 연애바낭) 예상은했지만. 막상 닥치니 먹먹하네요. 너무 힘들어요. [6] 마르세리안 2011.12.24 3427
85495 오늘같은 날 카페에서 죽치면 민폐인가요! [5] 놀리타 2011.12.24 2522
85494 천일의 약속 재방을 보다가 [3] 메피스토 2011.12.24 1793
85493 다음사전이 바뀌었군요 [3] nomppi 2011.12.24 1353
85492 메리크리스마스. 커플과 솔로라는 단어에 슬퍼하는 당신은 사치쟁이! [6] a.앨리스 2011.12.24 1794
85491 여러 가지... [8] DJUNA 2011.12.24 2485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