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8년작이고요. 96분이고요. 장르는 걍 '그 시절 홍콩 코미디'고요. 스포일러는 없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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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아'까지 한문으로 깔끔하게 적어 주는 센스.)



 - 도입부 정리가 불가능합니다. 이야기가 진짜 개판이거든요. ㅋㅋ 스토리가 과격하게 막 나간다는 게 아니라 그냥 누가 주인공인지 알아채는 데도 시간이 한참 걸릴 정도로 중구난방 산만한 각본이라서 그렇습니다.

 암튼 대충 요약하면 근미래의 홍콩이구요. '영웅단'이라는 범죄 조직이 나타나 홍콩을 잡아 먹겠다며 인간형(이지만 덩치는 매우 큰) 로봇을 만들어 무력 시위를 하구요. 이 조직에 있다가 은퇴한 남자와 경찰청의 왕따 과학자가 어쩌다 한 팀이 되어 '영웅단'과 경찰 양쪽에서 쫓기게 되는데 또 어쩌다가 영웅단의 신제품 로봇 '마리아'를 데리고 다니게 되고... 뭐 대애충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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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은 이 두 분입니다. 서극(!)과 잠건훈씨요. 둘 다 배우보단 제작자 쪽이시라 연기력이 좀...)



 - 매우 위험하며 불경스런 이야기지만 이 시절 홍콩 코미디 영화들을 보다보면 뭐랄까... 요즘 기준으론 좀 김성모스럽달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합니다. ㅋㅋ 원하는 장면들을 이어 붙이기 위해 개연성 따위 그냥 호쾌하게 접어 날려 버리는 패기라든가. 쌩뚱 맞게 여기저기서 튀어나오는 타 작품 베끼기 인용이라든가. 근본적으로 멀쩡한 완성도나 작품성 뭐 이런 부분보단 '아무튼 보는 사람을 재밌게는 해주겠다!!!'라는 것에 올인하는 태도 같은 게 좀 그래요.

 그러다 보면 멀쩡하게 재밌는 작품이 나올 때도 있지만, 아무래도 이런 식의(?) 영화들이 나올 때가 더 많아지는 게 당연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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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저 미사일이 분명 팔뚝에서 튀어 나온다는 설정인데 말입니다. 그냥 비겁하게 나오는 장면을 생략해버립니다. ㅋㅋ)



 - 이 시점에 이 영화에 대한 글들을 찾아 보면 빠짐 없이 언급되는 것이 '로보캅'입니다. 개봉 연도는 1년 차이 밖에 안 나지만, 뭐 몇 주면 뚝딱 영화 하나 찍어내던 당시 홍콩 영화들 제작 풍토를 생각하면 분명히 로보캅에 자극 받아서 서극이 뭔가 후루룩! 하는 느낌(?)으로 얼렁뚱땅 영화 하나 만들어냈다고 해도 이상할 것 하나 없긴 해요.


 근데 2022년에 이걸 보면... 로보캅과 닮은 부분은 거의 없습니다. '그거 그때 로보캅 때문에 나온 아류라지' 라는 배경 지식을 이미 갖고 있는 게 아니면 아예 생각조차 안 날 정도에요. 우리 마리아님은 경찰도 아니구요, 100% 순수한 그냥 로봇이구요, 만든 사람들도 악덕 대기업 같은 게 아니라 그냥 범죄 조직이구요, 간지나는 총 같은 것도 안 들고 다니구요... 뭐 등등 그냥 전혀 상관 없는 영화라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습니다. 그냥 인간형 로봇이 나오는 액션물일 뿐. 아마도 걍 로보캅의 인기에 힘입어서, 그 틈을 타서 '로봇 나오는 액션 영화 하나 찍고 싶었어!'라는 평소 소망을 이룬 게 아닌가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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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봇!!! 액션!!!!!!!!!)



 - 암튼 그래서 '로보캅'이랑은 정말로 안 닮았지만 그래도 '뭔가'와 익숙하다는 느낌은 있습니다. 그게 뭐냐면... 특촬물 쪽이에요. 그렇다고해서 이 장르의 본고장이라고 할 수 있는 일본의 고퀄 특촬물들이랑 비교할 건 아닌데. 그냥 기본적으로 장르가 그 쪽에 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나 빌런으로 등장하는 '선봉1호' 같은 물건의 생김새나 움직임을 보면 그래요.


 홍콩 영화판이 딱히 로봇 액션 쪽으로 경험치가 많은 동네는 아니었기 때문인지 일본산 고퀄 특촬물들에 비하면 부족함이 많고, 요즘 나오는 영화들에 비하면야 뭐 '그만 비교하자' 수준입니다만. 나름 또 괜찮은 점도 있긴 해요. 이 시절 홍콩 영화 특유의 파렴치함 덕에 말이 되는 거 신경 안 쓰고 그냥 '이러면 재밌겠다!!' 싶은 액션은 다 시켜 보는 느낌이랄까요. ㅋㅋ 어설픔 때문에 웃기는 가운데 종종 그렇게 신선한 게 들어가니 구경하는 재미는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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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천문의 로봇 연기도 사실 상당한 웃음벨입니다. 근데 귀여워서 괜찮아요.)



 - 줄거리...에 대해선 길게 얘기하지 않겠읍니다.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딱 그 시절 양산형 홍콩 코미디 영화들 퀄인데요. 그래도 요즘 우리가 어쩌다 찾아보는 그 시절 코미디 영화면 뭔가 이야기가 재밌는 구석이 있든 배우들이 훌륭하든 뭐 그런 영화들 아니겠습니까. 이 영화는 둘 다 아니에요. 애초에 로봇 액션이 포인트인 영화이다 보니 스토리는 정말 진지하게 봐 줄 구석은 1도 없는 가운데 개그씬들도 다 썰렁하구요. 결정적으로 배우들이... 주인공이 서극이라구요. 정말로 서극입니다. ㅋㅋㅋ 연기 종종 하던 분인 건 알지만 연기력은 뭐... 허허. 실력 있는 슬랩스틱 능력자라면 어떻게든 살렸을 법한 장면들도 다 맥빠지게 만들더라구요. 그냥 '와 서극이 주인공이다!'라는 게 거의 유일한 웃음 포인트랄까요. 로봇 마리아 역을 맡은 엽천문(엽'청'문이 아니었다네요? 추웅격...)은 그나마 막판에 좀 귀엽게 웃겨주시고. 나온 줄도 몰랐던 양조위 아저씨의 지인짜 귀엽고 풋풋하고 탱탱한 모습은 등장할 때마다 흐뭇한 기분이 들게 합니다만 이 분은 주연은 아니시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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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주연이 아니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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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엽잖아요. ㅋㅋㅋㅋㅋㅋ)



 - 아주 약간 나중에 나온 비슷한 영화들과 이야기 측면에서 공통점 비슷한 게 있더라구요. 예를 들어 원래는 마리아의 몸체가 검은색이었는데 마지막에 은색으로 변신하는 건 리메이크 로보캅 생각이 났고. 또 마지막 결전에서 로봇들끼리 치고 받는 동안에 인간들이 레일건 비스무리한 필살 병기를 가동하느라 개고생하는 전개는 트랜스포머에서 비슷한 걸 봤던 것 같기도 하고. 뭐 이 영화가 후대에 뭔가를 남겼다고 말하려는 건 아니구요. 그냥 후대의 그런 멀쩡한 영화들과 비슷하게 멀쩡한 요소들도 생각해보니 적지 않더라... 그런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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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영화 본편의 지배적 분위기는 이거라능...)



 - 뭐 더 길게 얘기할 것 있겠나요.

 스토리 측면에선 과장 없이 '우뢰매'급이라고 생각하심 됩니다. 그 시절 홍콩 스타일 유치 뽕짝 슬랩스틱 못 견디시면 피하시구요.

 액션은 특촬물 스타일의 로봇 액션과 걍 홍콩 무술 영화식 액션이 조합되어 있는데, 어쩔 수 없이 싼티는 내내 작렬하지만 그래도 구경하는 재미는 충분합니다. 유치해서 웃기든 의외로 그럴싸하게 괜찮든 아님 그냥 괜찮든 액션 장면들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사실 이 영화를 2022년 기준으로 평가하는 것 자체가 좀 그렇습니다. ㅋㅋ 그냥 그 시절 홍콩 영화들 즐기시는, 특히 액션 쪽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도 하고. 아님 관심 끊으셔도 돼요. 아... 그리고 양조위를 너무 사랑하시는 분들도 한 번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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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쑤~ 이런 거 좋아하시면 보셔도 됩니다. ㅋㅋㅋ)




 + 우리 빌런 로봇 '선봉 1호'는 그냥 딱 봐도 건담의 자쿠와 하이잭을 섞어 놓은 디자인이라 정겹고 좋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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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들 이미 아시다시피 주인공 마리아(사실 극중 이름은 '선봉 2호'입니다만)의 최종 형태 디자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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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trl+C & Ctrl+V 였죠.

 패기 넘치시는 분들 같으니.................... ㅋㅋ



 ++ 참고로 우리의 선봉 시리즈는 3호까지 나옵니다. 게다가 3호는 무려 '거대 로봇'이에요!!! 우왕 설렌다!!! 라고 생각했으나 불행히도 이 분은 그냥 존재만 하시다가 우주로 가십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제작비 문제도 있었겠고... 속편이 만들어져서 거대 로봇까지 나왔음 좋았을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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