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작입니다. 에피소드 13개에 편당 50분 살짝 안 되구요.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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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성 터지네요!!!)



 - 검사실로부터 용의자들 정신 건강 확인 업무를 수주 받아서 일하는 심리학 박사 '크리스틴'이란 분이 주인공입니다. 결혼했고, 젊은 나이에 애는 딸만 넷을 낳아서 빡세게 키우고 있어요. 남편 놈은 여행사, 정확히는 산악 등반가들 대상으로 장사를 하느라 맨날 히말라야니 어디니를 몇 달간 돌아다니느라 없는 거나 마찬가지. 그렇게 헤매고 다니느라 집안 일에 보탬도 안 되는 주제에 벌어 보내는 돈도 쥐꼬리라 보모를 쓸 수도 없고 일을 그만 둘 수가 없어서 친정 엄마를 소환해서 틀어막는 매우 한국인스런 육아 라이프를 살며 지쳐가고 있어요. 그나마 애들이라도 귀엽고 예뻐서 다행.


 암튼 이 분이 무차별 연쇄 살인으로 잡혀 온 아저씨의 정신 감정을 맡으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근데 이 아저씨 마누라가 이상한 소릴 해요. 자기 남편에게 빙의된 악마가 저지른 거라 남편은 무고하다나요. 헐 미친... 하면서 정신 감정을 하는데 그 마누라님이 소환한 성당의 '감정사'들이 나타나고. 별 웃기는 직업도 다 있네. 라고 쏘쿨하게 무시하던 크리스틴은 연이어 벌어진 희한한 상황들 때문에 사건이 끝날 때는 검사실 일을 더 못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밥줄이 끊기려는 찰나에 아까 그 사이비들이 손을 내미네요. 우리 함께 일해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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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측부터 시작해서 피부색 그라데이션을 조화롭게 이루는 우리의 주인공들!! 보다 보면 똑같이 정 드는 좋은 캐릭터들입니다.)



 - 존재 조차 몰랐던 드라마였어요. 주요 출연진 중 아는 배우도 한 명도 없구요. 뭐 나중에 찾아보니 제가 본 드라마에 나온 분이 있긴 했지만 암튼 그 당시엔 기억 해두지 못했죠. ㅋㅋ 그냥 '옐로우 재킷' 때문에 티빙 쓰기 시작한 김에 뭐 더 볼 거 없나? 하고 호러/스릴러처럼 생긴 걸 뒤지다가 발견했죠. 제목부터 '이블'이라니 넘나 직관적이고 좋잖아요. 게다가 정보를 대충 찾아보니 에피소드마다 사건 하나씩 해결하는 형식이라고? 냅다 봤습니다. 그리고 결론은, 다시는 파라마운트 플러스를 무시하지 말라!!! 는 걸로.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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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따지자면 이 둘이 좀 더 주인공입니다만. 좌측은 사제 수련 중, 우측은 애 넷 딸리고 멀쩡한 남편 있는 유부녀 되시겠습니다.)



 - 아주 거칠게 갖다 붙이자면 카톨릭 세계관의 엑스 파일 같은 이야깁니다. 멤버가 둘이 아니라 셋이긴 하지만 결국 '나는 믿고 싶다!'라는 남자와 시니컬, 합리적, 과학적인 여자(+남자 1)가 만나서 괴상한 사건들을 캐러 다니는 에피소드 형식의 이야기이고 뒷배경에선 거대한 초현실적('영적'이라고 해야 정확합니다만. ㅋㅋ) 음모가 진행되구요. 둘 중에서 남자가 본인의 과거지사 때문에 그 '음모'에 집착한다는 것도, 남녀 주인공이 서로 호감은 느끼지만 연애로 바로 발전하지 않고 살짝살짝 여지만 보이는 식으로 감질나게 한참 흘러가는 것도 좀 비슷하죠. 여러모로 '엑스파일'이 후대에 남긴 영향이 참으로 지대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며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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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멀더 & 스컬리 캐릭터 조합 발명은 정말 영원의 포레버...)



 - 매 에피소드마다 다른 사건이라는 형식을 아주 제대로 활용하는 시리즈입니다. 매번 다른 사건을 다루니 그럴 때마다 작품의 분위기나 형식을 마구 갈아 치워가며 놀기 좋거든요. 개그, 반전 스릴러, 오컬트, SF에 가끔은 의외로 제대로 된 호러 느낌으로 바뀌는데 이런 식의 시리즈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꼭 보셔야 할 작품입니다. 의외로 이런 형식, 성격의 시리즈가 그리 많질 않기도 하고. 또 그런 스타일의 드라마로서 상당히 퀄이 좋거든요. 주인공들이 해결하게 되는 사건들도 튀는 내용에 기발한 것들이 꽤 있구요. 가끔은 사회 풍자도 하고, 가끔은 신과 믿음에 대해서 성찰도 하고. 가끔은 그냥 패러디 개그 치며 놀고 그러는데 다들 꽤 준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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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에피소드 같은 건 개그로 시작해서 호러로 가는 전개가 아주 매끄럽고 좋았구요.)



 - 뭣보다 이 드라마가 제 맘에 쏙 들었던 건 캐릭터들 덕입니다.

 일단 주인공 3인방이 다 아주 좋아요. '믿고 싶은 자' 역의 흑인 사제 수련생님은 사실 좀 평이한 '리더' 캐릭터입니다만 그런 평이함이 이 분의 기능이니 적절하다 하겠구요. 이 사제님을 돕는 나머지 두 명, 주인공 크리스틴과  벤의 캐릭터가 되게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둘 다 쉽게 정 줄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면서 드립들도 잘 쳐주고 서로 쿵짝도 잘 맞구요. 또 크리스틴은 심리 전문가, 벤은 과학 기술쪽 전문가로서 사제님이 영적 사건이라고 주장하는 일들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면서 반박하는데 그게 매번 꽤 그럴싸해요. 그렇게 도입부에서 빼박 신비로운 사건을 보여준 후 나중에 이 불경한 인간들이 그걸 과학적으로 설명해버리는 미쓰버스터식 전개가 종종 나오는데 나올 때마다 재밌구요. 


 또 이 셋이 각각 다른 스토리를 갖고 있는 것도 좋습니다. 사제님은 인종 차별 당하는 흑인 사제로서 카톨릭 교단의 거시기함을 드러내는 쪽. 크리스틴은 귀염뽀짝 정신 사나운 4자매 엄마로서의 피곤한 인생. 벤은 무슬림 냉담자로서 카톨릭과 '믿는 자들'을 경험하며 고민하는 이야기. 뭐 이렇게 각자 다 곱씹어 볼만한 스토리 라인을 갖고 있구요.


 마지막으로 가장 좋은 건 이 셋의 관계입니다. 믿는 자와 안 믿는 자. 백인과 유색 인종. 카톨릭과 무슬림. 신학자와 심리학자와 공돌이(...) 등등 여러 종류로 각각 다른 포지션을 대변하는 인물들인데. 셋 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강한 사람들이면서도 서로의 생각과 의견을 존중하며 늘 대화를 통해 해답을 찾아냅니다. 어찌보면 이 드라마의 가장 큰 환타지라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ㅋㅋ 그냥 그게 너무 좋더라구요. 그래서 인물들에게 더 정도 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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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굳이 한 명만 고르자면 원탑 주인공은 이 분이구요. 이렇게 다정한 애들 엄마로 살다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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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리스마 악당인 척하며 협박하는 빌런에게 '네 안엔 악마가 없어. 빙의 대상은 악마가 고르는 건데 너같은 상찌질이를 고를 이유가 없으니까?'라고 받아 쳐주는 패기 넘치는 모습이 좋습니다. ㅋㅋ)



 - 아쉬운 점이 없다고 우기고 싶지만 사실 좀 있습니다.

 '엑스파일'도 그랬듯이 시즌 후반부로 가면 메인 스토리의 비중이 좀 커지는데, 그쪽도 구리진 않아요. 어찌저찌 잘 풀어가긴 하는데 어쨌든 평소의 좀 가벼운 에피소드들에 비해 재미가 덜하긴 하구요.

 시즌 마무리도 문제였습니다. 클리프행어 엔딩인 건 이게 시즌 3까지 나왔고 4도 나올 예정인 드라마라는 점에서, 그리고 티빙에 어차피 다음 시즌도 있다는 점에서 용서해줄 수 있는데. 그 내용이 문제에요. 아니 이걸 대체 어떻게 수습하려고??? 라는 생각이 드는 캐릭터 파괴('붕괴' 아닙니다. 파.괴.) 엔딩이었거든요. 굳이 이럴 필요까지 있었나? 라는 생각도 들고.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게 잘 수습될 것 같지 않아서 걱정을 안겨주는 마무리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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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모가 있다 보니 메인 빌런도 있습니다. 저 빌런님도 참 재수 없고 좋아요. '로스트' 나오셨던 분이더라구요. 세월...)



 - 마무리하자면 이렇습니다.

 앞서 말씀 드렸듯이 21세기 & 카톨릭 교회 버전 엑스 파일 같은 이야기에요.

 똑똑하고 귀엽고 정 가는 캐릭터들이 가득 나와서 재미나고 신랄한 드립과 나름 정말로 똑똑해 보이는 대화들도 들려주고. 각자의 재미난 드라마도 펼쳐주고요. 

 좀 위험한 말이지만 개인적으론 올해 본 드라마들 중에 가장 신나게 달렸어요. 그러니 평소에 저랑 취향이 대략은 맞는다... 싶었던 분들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보셔도 좋을 겁니다. ㅋㅋ 물론 또 플랫폼이 문제겠죠. 티빙에만 있습니다.




 + 아 맞다. 깜빡할 뻔 했군요. 이 또한


 시즌제 싹 다 망해버려라!!!!!


 에 해당되는 작품입니다. ㅋㅋ 현재 시즌 3까지 나와 있고 내년 초에 시즌 4가 나온다 그러구요.

 근데 결정적으로 티빙에는 아직 시즌 2까지 밖에 안 올라와 있어요. 아니 왜 이미 나온 것도 안 갖다 놓는데!! 장사 똑바로 안 하냐!!!!!



 ++ 그리고 사실은 제가 이미 시즌 2도 9화까지 봤거든요. 시즌 1 마무리에서 제 우려를 불러일으킨 그 사건은 역시 그렇게 깔끔하게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ㅋㅋ 아마도 시즌 2 마무리까지 이어질 것 같구요. 그것 때문에 초반 에피소드 몇 개는 너무 어두워서 좀 실망도 했는데 그래도 중반 넘어가면서 다시 재밌어진 관계로 에피소드 조금 남은 거 아쉬워하며 달리고 있습니다. 시즌 3 빨리 갖다 놓으라고 파라마운트!!! 티빙!!!!!!



 +++ 교황과 바티칸의 극소수만 알고 있는 초비밀 문서!!! 의 내용을 막 그려대는 사람이 나오는 에피소드에서 우리의 냉담 무슬림 벤씨의 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이 분은 그게 그냥 지들끼리만 비밀이네 뭐네 호들갑 떠는 거고 사실 애저녁에 다 유출된 내용이라서 그럴 거라고 해석을 해요. 그래서 아니 이건 정말 엄격하게 관리했을 비밀인데... 라고 상대가 대꾸를 하자 이렇게 말합니다. "아니, 여긴 아동 성폭력에 대한 입장 하나 정리 못 하는 조직이라구요."

 ㅋㅋㅋㅋㅋ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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