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에 나왔습니다. 에피소드는 10개이고 편당 오십분에서 한 시간 근처.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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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리가 붙어 있는 게 더 어울릴 것 같지만 뭐 제목이 '옐로' 재킷이니까요.)



 - 때는 1996년. 지역 대회 챔피언이 된 여고생 축구팀이 전국 대회 참가를 위한 여행을 준비합니다. 밝고 명랑하고 씩씩한 젊은이들이 참 보기 좋습니다만. 잠시 후 교차 편집으로 들어가는 현재 시점(2021년이겠죠)의 내용 덕에 우리는 저 여행의 결과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쟈들은 곧 비행기 추락으로 어딘가의 깊은 산속, 숲속에 처박히고요. 무려 19개월 동안 버티며 아주 비밀스럽고 아주 끔찍한 과정을 거쳐 소수만 살아 남게 됩니다. 그리고 생존자들은 자기들이 어떻게 살아 남았는지에 대해 완전히 철저하게 입을 다물고 살게 되구요.


 그래서 드라마는 크게 두 개의 시간축으로 흘러갑니다. 하나는 1996년에 그들이 자연과 싸우고 자기들끼리 협력, 연애, 갈등, 반목하며 살아 남는 이야기이고. 다른 하나는 25년씩이나 흐른 이 시점에 갑작스레 그 생존자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미스테리한 스릴러 사건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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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랬던 애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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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돼 버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1996년, 과거 회상 파트에요.)



 - 먼저 과거 파트부터 말하자면요. 이미 제목에 적었듯이 아무래도 파리대왕 스타일로 갑니다. 구조의 기약이 없는 상황에서 절망한 아이들이 그래도 어떻게 살아 남아 보겠다고 몸부림치면서 서로 반목하고, 그러다 광기와 폭력 속으로 빠져들어가고 사방에 피가 흐르고... 이런 어두컴컴한 이야기죠. 이 어두컴컴함이 어디까지 갈지를 1화 도입부 첫 장면으로 보여줘버리고 시작하기 때문에 보는 내내 저엉말로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런데 의외로 그게 그렇게 빠르게 가진 않습니다. 초반엔 상황은 절망적이어도 애들끼린 예쁘고 대견하고 훈훈한 느낌으로 가요. 그러면서 캐릭터 하나하나 확실히 보여주고, 시청자들에게 정 쌓게 하고요. 대략 시즌 중반까지도 그런 분위기였네요. 그러니까 튼튼한 빌드업을 마친 후 신나게 망가뜨리며 보는 사람을 고문하는 그런 사악한 드라마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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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데 없이 튀어나오는 이런 장면들로 오컬트 분위기 조성하며 향후 전개를 짐작 못하게 합니다.)



 - 현재 파트도 살짝 슬로우 스타트이긴 마찬가집니다. 일단 주역 생존자들 하나하나의 현상황을 그들의 일상과 함께 차근차근 보여줘요. 아무래도 1996의 조난 스토리에 비하면 임팩트가 좀 약할 수 있는데, 그래서 출동하는 게 멜라니 린스키, 줄리엣 루이스, 크리스티나 리치 같은 배우들이죠. 연륜과 연기도 좋지만 캐스팅 자체로 완벽합니다. 평범 지루함 속에 광기를 숨기고 사는 가정 주부, 일생을 질풍노도로 살아온 불안정 멘탈 자유로운 영혼, 그냥 이 세상에서 제일 미친 x. 배우 이미지랑 딱 맞지 않습니까. ㅋㅋ


 그렇게 대충 납득하고 나면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벌어지는 사건들은 또 1996년에 못지 않습니다. 아니 어찌 보면 이쪽이 더해요. 1996년은 그냥 상황 자체가 극단적이지만 현재 파트는 벌어지는 사건들도 괴상하고 거기에 대응하는 주인공들의 반응도 하나 같이 다 정상이 아니거든요. 그리고 사건의 전개 속도도 오히려 이 쪽이 빠르구요. 그래서 대략 과거와 현재 이야기의 밸런스는 잘 맞춰집니다. 어느 한 쪽도 지루하거나 약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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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 인물도 많고 과거랑 현재가 교차하다 보니 사람 이름 잘 기억 못하는 저 같은 사람은 첫 화를 볼 때 좀 많이 헷갈립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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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 이렇게 상냥하게 캐릭터를 연결해주는 각본의 친절함이 좋았습니다. ㅋㅋ)



 - 그렇게 기본적으로 잘 다져진 각본인 가운데, 현재 파트를 유심히 보다 보면 정말 머리 많이 굴린 이야기라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정보의 제한과 활용이 아주 절묘해요. 그러니까 이게 현재 파트에 누가 나온다면 갸는 과거 파트에서 안 죽는 거잖아요? 근본적으로 셀프 스포일러가 될 수 밖에 없는 구성인데 이 드라마는 그런 위험을 잘 커버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으로 활용해요. 


 일단 전체 생존자 명단이 언급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주역급 네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의 생사 여부를 알 수 없어요. 처음엔 나머진 다 죽었나보다... 싶고. 그러다보니 과거 파트에서 긴장감이 충분히 유지가 되죠.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르니.

 그리고 그래서 '나머지는 다 죽었나?'라고 생각하다가 갑자기 한 명이 현재 파트에 툭하고 튀어 나와서 놀래키구요. 또 그러는 와중에 그 중 몇 명에 대해서만 일부러 '갸는 죽었어! 이제 없어!!' 라고 외쳐주는데, 그러고 과거로 점프하면 그 죽은 녀석들이 참 세상 안타깝고 짠한 드라마를 보여주는 거죠. 곧 죽을 거라는 걸 아니까 더 이입이 되는. 뭐 그런 식으로 셀프 스포일러 구성을 오히려 감정 이입과 반전의 도구로 써먹어요.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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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로 남자도 나옵니다? ㅋㅋ 여자 축구팀이지만 감독, 코치도 있고 또 그 가족들도 있고 그렇거든요. 뭣보다 애들 연애도 시켜야 하니...)



 - 그렇게 잘 쓴 각본 덕이 가장 크겠지만, 이미 언급했듯이 배우들도 참 좋습니다. 현재 파트의 베테랑 배우들도 훌륭하지만 과거 파트의 젊은이들도 참 잘 해요. 탑스타는 아니지만 어디서 많이 본 젊고 능력 있는 배우들이 우루루 나와서 에너지 넘치는 연기를 보여줘서 충분히 몰입이 돼요. 제가 알아 본 배우는 '네버 렛 미 고'의 주인공 어린 시절로 기억되는 엘라 퍼넬이라든가, '스크림' 최신작에 나왔던 재스민 사보이 브라운. 그리고 '드라마월드' 주인공이자 '산타클라리타 다이어트'에서 딸로 나왔던 리브 휴슨... 고작 이 정도지만 암튼 다 좋아요.


 그리고 크리스티나 리치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사람 환장하게 만듭니다. 혹시 '웬즈데이'에서 이 분 역할이 하찮아서 아쉬웠던 분이 있다면 이 드라마 꼭 보세요. 캐릭터는 전혀 다르지만 그 사악함과 거침 없는 빌런짓으로는 '아담스 패밀리' 시절 웬즈데이가 쨉도 안 될 정도의 초강력 악당이에요. 보면서 치가 떨리는데 동시에 웃음도 나오구요. 당장 총 맞아 죽었으면 좋겠는데 또 계속 나왔으면 하는 괴상한 감정으로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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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 정말... 뭐라 말로 형용하기 힘들게 강력한 진상력을 발휘하는 빌런님입니다만. 보다보면 정들어서 막판엔 좀 귀엽고 웃기기도. ㅋㅋㅋ)



 - 대충 굉장히 보기 불편한 드라마일 것처럼 얘기를 했고 실제로도 그렇습니다만. 다음 단락에서 설명할 어떤 이유로 그렇게 직접적인 고어나 폭력이 많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가아끔 나오는데 나올 땐 정말 살벌하죠. 그래도 런닝타임 대비 별로 없는 편이구요. 아 이쯤 되면 좀 피곤한 걸? 이란 생각이 들 때마다 과거, 현재를 교체해버리는 신공을 적절한 타이밍에 잘 넣어줘서 술술 잘 넘어갑니다. 아주 가끔은 우리 크리스티나 리치님께서 괴상하게 웃겨주기도 하구요. 또 정말로 다음 장면, 다음 상황을 계속 궁금하게 만드는 스킬이 훌륭해서 한 번 탄력 받으면 쭉 달리게 돼요. 아주 재밌게 잘 만든 드라마입니다. 그렇습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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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파트를 캐리하시는 중장년 배우님들 군단의 위용!! 다 좋고 너무 좋은데 이 드라마 끝날 때 과연 님들 나이가... ㅠㅜ)



 - 제작자들 말론 다섯 시즌 정도 생각 중이라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아직 한 시즌 밖에 안 나왔어요. 곧바로 시즌 2를 만들기 시작한 덕에 내년 초에 시즌 2가 나온다지만 뭐 정말로 다섯개를 다 채운다면 막 광속으로 찍어내도 앞으로 3~4년은 더 걸리겠죠. 허허. 완결 날 때 제가 몇 살일지 궁금하군요.

 게다가 이야기 구성상 과거와 현재가 병행으로, 각자 시간 순서대로 흘러가기 때문에 제가 본 시즌 1은 그야말로 '발단' 정도의 내용 밖에 안 돼요. 1996년의 아이들도 아직 덜 미쳤고 사람도 별로 안 죽었구요. 현재 파트의 이야기도 이제사 큰 사고를 하나 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간에 끝입니다.

 화가 납니다!!!! 시즌제 드라마 다 망했으면!!!!! 그러고보니 제가 까먹고 있었어요. 아무리 평이 좋아도 완결 안 된 건 안 봐... 가 컨셉이었는데 어느 순간에 그걸 까맣고 잊고 스스로 이 고생을 하고 있네요.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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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청자는 울지만 계약직 근로자들은 행복합니다. 메타 78에 토마토 100%!!! 우리 앞으로 4년치 일자리 보장이래!!!!!)



 - 그래서 결론은 보지 마시라는 겁니다. ㅋㅋㅋ 

 완결을 한 3~4년 뒤에 보더라도 일단 최신 화제작이고 평 좋은 드라마는 챙겨보는 게 좋으신 분들만 보세요. 

 드라마 자체는 '파리대왕'식 잔혹 성장극에 미스테리를 잘 가미하고 MSG도 적재적소에 잘 뿌려낸 고퀄 스릴러에 출연 배우들 연기 보는 재미도 훌륭해서 막 추천하고 싶어지는 작품입니다만. 이거 완결 언제 기다리라구요. ㅋㅋ 참 화가 나네요. 시즌제 다 망해버려라!!!!!!!




 + 아무래도 배경이 1996년이다 보니 옛날 노래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 중에 중요한 장면에 나오는 이 노래가 참 반가웠네요.




 ++ 근데 이 주인공들의 실종 기간이 좀 거슬리더라구요. 1년 9개월이라는 설정인데, 아무리 첩첩산중에 불시착했다지만 아니 뭐 외국도 아니고 미국 내에서 벌어진 일이고. 아주 옛날도 아니고 1996년에. 한 두 명도 아니고 그것도 미성년 수십명을 태운 비행기가 사라졌는데. 게다가 그 학생들 중엔 비행기 주인인 갑부집 자식도 있는데 그걸 1년 9개월 동안 못 찾았다니 납득이 안 됩니다. 뭐 극중에서 이들이 구출되는 장면이 한 번도 안 나온 걸 보면 뭔가 이유가 나올지도 모르겠는데, 일단 제 단순한 머리로는 이걸 그럴싸하게 설명할만한 이유를 생각 못 해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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