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08.01 11:46
금요일 저녁부터 트윈픽스를 보면서 달리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다닐 때 TV에서 방영했던 걸 보고 데일 쿠퍼 요원의 추종자가 되었지만, 야자와 시험의 압박으로 종종 놓쳤었죠. 그래도 꽤 잘 따라 갔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놓친 게 많아요.
갑자기 트윈픽스가 보고 싶어진 건 나름 대학 시절을 보냈던 90년대의 그 우울하고 칙칙한 분위기가 그리워졌기 때문이에요.
주변에 "우린 칙칙하고 어두운 걸 좋아하잖아?" 라며 spss 14.0(통계패키지) 버전을 사용하시는 분이 있죠. 18.0은 너무 밝고 산뜻하고 가볍고......감당이 안된다고 하십니다. 그 감당이 안되는 기분, 알아요.
그러게요.
너무 밝고 가볍고 산뜻하고.......그래서 이게 더 비현실적이라고 느껴질 때가 있어요.
미스터리와 초현실과 꿈과 환상과 뱀파이어와 심지어 선과 악이 뒤엉켜 있는데도, 너무 밝아요.(젠장! 낮에 돌아다니는 뱀파이어라니!!!트루 블러드는 또 뭐야!!)
더 칙칙했으면 좋겠어....라는 타는 목마름이 느껴져서 찾다 보면 역시 90년대 시리즈 물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죠.
역시 전 90년대 아이였어요.
통기타, 맥주, 청바지, 반항의 시대를 뛰어넘은 컬트와 세기말의 우울함이 뒤엉켜 있던 시대 말이죠.
트윈픽스를 보면서 느낀 건 생각보다 훨씬 클래식하다는 것이었죠.
이야기를 쫓아가는 진지한 듯 가벼운 발걸음도 마음에 들고요.
로라 팔머의 살해범이 밝혀진 후 이야기가 점차 탄력을 잃은 듯 느려지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캐릭터들은 모두 너무 귀엽죠.
마치 2000년대의 시트콤에서 그렇듯 악인에게마저 애정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열심히 달려서 이제 4편이 남았습니다.
이것보다는 더 긴 시리즈라고 생각했는데, 많이 짧네요.
후반으로 갈수록 꿈과 환상과 티벳(^ ^)에 대한 쿠퍼의 의존도가 낮아져서 안타깝습니다.
헤더 그래이엄이 애니로 나왔었군요.
저 이 배우 좋아하는데, 어렸을 때는 쿠퍼의 마음을 훔쳐 갔다는 이유로 애니를 별로 안좋아 했었죠.
꼬리가 열 개는 달린 여우처럼 보였다니까요.
이제 카일 맥라클란의 턱선도 예전처럼 날렵하지 않으니, 훨씬 포용력이 생기는 것 같군요.
갑자기 데이비드 린치의 영화가 너무 그립습니다.
멀홀랜드 드라이브도 다시 볼 예정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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