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변과, 여성 노출에 관한 덧붙임

2012.01.31 22:19

callas 조회 수:1501

요즘 시험 준비 때문에 12시 이후에는 자버리고 있어서 답변을 바로 달지 못했어요.ㅋㅋ

어제 글에 대한 답변과, 그에 대해 덧붙이고 싶은 말이 좀 있어 또 새롭게 글을 올리게 됐네요.

 

 

 

 

 

킹기도라님/

그 여자분들이 그 발언을 성희롱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그리고 어차피 가슴 사진 인증의 행위 당사자는 본인들이라는 부분을 고려한다면요. 이럴 경우에도 보수적 사고가 베이스가 되는 걸까요? 과연 그 분들은 인증 이후 쏟아진 비난을 보고 어떤 생각을 했을지..

그 분들은 적어도 자신을 계몽의 대상으로 생각하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꼰대들 시끄럽네’하고 비난의 화살들이 자신들을 직접적으로 향하지는 않았으니 조용히 있었을 수도 있죠.

 

-그 발언을 성희롱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그냥 농담으로 받아들인다는 것 자체가, 바로 여성을 성적으로 도구화시키는 발언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내재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거기 리플로 달렸지만 편견이 무서운건 그 일이 편견인 줄 몰라서인거죠.. 여자는 남자에게 순종해야한다고 생각하는 여자가 있고, 자신은 그게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해서, 그게 남녀평등사고관인 건 아니잖아요. 그냥 그 여자의 사고 방식이 남성중심사고에 물들어있는거죠. 그러니까 이번 일의 경우 그 여성분의 자체 판단이 틀렸다고 보는 거죠. 

 

 

 

 

 

 

저는 그런 여성들이 사회적 통념이나 틀을 무시하고 비교적 자신의 성적 주도권을 행사하는 부류라고 생각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성이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여기고 준다거나 지킨다는 등의 이데올로기에서 좀 더 자유로운 여성들이요.

-조선시대에 여성의 성이 억압되었었다고 해서, 반대로 여성의 성을 해방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몸을 더 노출해야 하는 것일까요?

히잡은 여성억압이고, 노출은 여성해방일까요?

 

제가 보기엔 히잡도, 노출도 절대 여성해방과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이 두 극단 자체가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남자에게 보여지는 여성 그 자체입니다. 

 

일단 히잡은, 남자가 보기에 너무 유혹적인 여성의 몸을 가리기 위해 필요한 도구이죠. 참으로 여성을 억압합니다. 맞습니다. 그건 그냥

남성을 위한 조치 그 이상도 아니죠.

그래서 이번엔 이러한 여성들을 성적으로 해방시키기로 합니다. 이제 여자들은 옷을 벗고, 드러내고 싶은 만큼 드러내도 좋다.

사회적인 그 어떤 제약도 이제 없애겠다.

최초의 미니스커트를 입은 윤복희는 현대 여성 자유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노출을 하면 더 당당한 성적 자유를 누리고, 더 진보된 여성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여성들은 이제 자유롭게 노출하도록 선택할 수 있습니다. 헌데, 그 실체를 한 번 보세요.

도대체 이 노출에 관해 쌍수를 들고 반가워하는 것은 어느 쪽이죠.

결국 여성이 노출이라는 자유를 통해 여성의 도구화를 해소시켰나요, 아니면 그저 여성의 도구화를 가시화시켰을 뿐인 건가요.

걸그룹의 노출을 권하는 것이 누구이고, 포르노에 가까워지는 여성연예인들의 패션이 과연 여성 스스로의 선택이었나? 분명히 노출은 진보여성의 상징이었는데, 왜 지금에 와서는 그것이 포르노 산업과 더더욱 밀착되어만 가는 걸까요. 길거리에 노출이 있는 옷을 입고 다니는 일반 여성들이 왜 은꼴사의 단골출연진이 되고 있는 걸까요.  (그렇다고 지금 제가 다 가리라고 말하는 것이 절대 아닙니다, 지금 이 현상이 어떤 식으로 활용되는가에 대해서 생각해보라는 겁니다)

모든 인식이 아주 더디게 변화되어 가고 있는데, 왜 노출에 대한 인식만은 이다지도 빠르게 진보하고 있는 것일까요.

그건 노출이 우리에게 익숙한 남성중심사고에서 별로 벗어나주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너무 반가운 현상이기 때문은 아닌가요.

 

 

여성 스스로의 노출에 대한 욕구, 분명히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자아 존중감 확보 가능하며, 노출을 스스로 선택해도 비난받을 필요는 없을 겁니다. 하지만 노출은 여성의 성적 주체성과 성적 주도권, 성을 대단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에 관한 자유분방한 사고를 가지는 것이 노출과 관련된다면, 남자 바람둥이가 바람둥이로 인정받기 위해서 모바일 누드 화보를 10번 이상 찍어야 되는 것이게요. 그 사람 싸이월드에는(만약 한다면) 상의입은 사진은 존재하지 않아야 되게요.

멀쩡하게 옷 입고도 다 가능해요.  

남자가 노출을 많이해서 자신의 성을 소비하는 것에 자유롭던가요. 왜 여자만 노출을 많이 하면 자신의 성에 자유롭고 진보적인 여성이 되는 걸까요.

 

 

 

결국 지나친 노출은 그냥 개방적인 옷차림을 가능케 하는 현대사회의 또 다른 여성 억압 기제라는 생각입니다. 예전엔 가리도록 요구받았지만, 지금은 벗도록 요구받는 거죠. 결국 이것도 여성 대상화의 새로운 현상인거에요. 현대사회의 자유논리의 수혜를 입은 보수사회의 강한 욕구의 표출 경로로써요. 아, 물론 성욕은 진보사회의 욕구이기도 하죠. 그러니까 정확히 성에 대한 욕구는 언제나 본질적인 현상이죠.

하지만 여성의 노출을 왜곡된 시각으로 보는 남성층이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 여성 자신도 자신이 성적도구화가 된다는 것에 정확한 인지적 성찰이 많이 없는 현 사회에서, 그것은 그저 한복에서 새 양복/드레스로 갈아입은 '보수'의 새로운 모습일 뿐이라고 봅니다.

물론 변화가 있기도 했겠죠. 새 양복 입는 동안 스테이크 써는 법도 좀 배우고 컴퓨터도 좀 배우고, 그래서 사고방식도 좀 국제화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 때 그 사람이긴 한거죠. 물론 우리 모두가 말입니다.    

 

 

그러니까 진보된 여성상은 노출하는 여성이 아니라, 굳이 가리지도, 굳이 벗지도 않는 균형잡힌 시각을 가진 여성이라는 거죠. 멀쩡하게 옷 제대로 입고도 여성 해방 외칠 수 있는 거고, 벗는다고 여성 해방 더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거에요.

실제로 노출을 많이 하는 소위 날라리 여성이 남자들과 더 자유롭게 성을 즐기는 것은 그네들이 여성 해방에 무슨 의식이 있어서 그러는 것이 아니라, 남성에게 더 잘 먹히는 옷차림을 활용하는 효율성의 측면 때문이고, 또 그네들이 자신을 대상화하는 것에 오히려 더 익숙하다고 볼 수도 있는거죠. 

물론 의식적으로 여성 해방을 위해 노출을 즐기는 여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두 가지가 항상 같이 붙어다닐 필요는 없는 겁니다. 또 노출이 진보여성이란 표식일 필요도 없구요.

이건 옷차림에 관심이 많고 상대적으로 노출이 많은 게이 남성이 일반 남성보다 진보적인 사고관을 가졌다고 착각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옷차림은 사고의 진보와 관련이 없다고 봅니다. 현재 시대에서.

 

 

그러니까 제 생각엔 히잡도, 노출도 그저 여성대상화를 보여주는 양 측면이라는 생각입니다. 여성은 자신의 성적 개방성을 위해 개방적인 사고를 가지면 되는 것이지, 진보적인 사고를 가지기 위해 자신의 몸을 개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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