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사랑니 뺐어요

2012.02.02 17:45

정독도서관 조회 수:1409

며칠 전부터 아래 사랑니 부근잇몸이 부어서 밥 먹기가 영 불편했어요.
입을 크게 벌리고 손전등앱을 실행시켜가며ㅋㅋ 관찰해본 바, 충치가 심해졌더라고요.

충치 때문인 줄 알고, 스케일링 할 때도 되었고 해서 치과에 왔어요.

이 치과는 그렇게 친절하지는 않아요. 의사선생님, 간호사 다요. 이 자리에서 병원을 한지 꽤 오래되었는지 인테리어라고 할 것도 없는 작은 치과에요. 근데 그 느낌이 좋아요.
오래된 것 같지만 낡았다기보다는 그냥 단정하고 불필요한 게 없다는 느낌.
오늘 소파에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잡지 중에 르몽드디플로마티끄가 있더라고요. 신기했어요.

-비슷하게 전 닥터슬럼프님 병원에 가보고 싶습니다!! 책이며 피규어, 장난감 등 전부 방(?)에 숨겨 놓으셨을 것 같지만요. ㅋㅋ-

전 이 병원에 오면 항상 한번은 삐끗하는 대화를 하게 돼요.
진료의자에 누워있고 선생님이 오셨어요. 선생님이 어디가 불편해서 오셨냐고 물었어요.
전 근데 그 때 의자에 누운 자세가 좀 이상해서 몸을 움찔움찔하면서 편하게 치료받기위한 최적의 자세를 만들던 중이었거든요. 비교적 편안하게 자세를 만든 후 대답했죠.
"아니요, 이제 괜찮아요."
선생님이 다시 물어 보셨죠.
"아니, 어디가 아프셔서 오셨냐구요."

아, 그제서야 이해했어요. 전 움직이는 저한테 자리가 불편하냐고 묻는다고 생각하고 치료는 시작도 안 했는데 괜찮다고 대답한 거였어요. ㅋㅋ
선생님이 마스크 쓰고 계셔서 제대로 못 들은 거라고 변명하고 싶지만 제가 원래 사오정이기도 해요. 근데 자꾸 이러니까 좀 부끄러워요. ㅠㅠ

잇몸이 부은 건 충치 때문이 아니라 위에 사랑니가 나기 시작해서라고 했어요. 혓바닥으로 찾아보니 아주 조그만 게 느껴지더라고요.

어떻게 하고 싶냐길래, 어떻게 하면 되냐고 제가 다시 물었죠. 윗 사랑니는 빼고 아래 사랑니는 치료하자고 하셔서 오늘 뺄 수 있냐고 했어요. 무슨 쇠뿔도 아니건만 온 김에 빼버리자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한다고 해서 찍고 나왔죠. 전 그 까만 필름(?)을 보여주면서 비뚤어졌니 어쩌니 설명을 할 줄 알았는데 바로 마취를 하고 뺐어요. 하나도 안 아프더군요.
입 벌리고 있느라 턱이 아팠고, 쇠로된 기구와 선생님의 손이 입술을 눌러서 그게 괴로웠을 뿐.

속으로 아니, 이보시오, 의사양반! 뽑으면 뽑는다고 말이나 좀 해주던가!
왜 마취를 하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가 당한(?) 일이라 살짝 원망했습니다만 이 의사선생님 스타일이 원래 그래요. 달리 상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타입. ㅋㅋ
이 부분은 호오가 갈릴 것 같은데 전 그냥 받아들일 수 있는 무뚝뚝함이라 몇 년째 다니고 있죠.

빠진 사랑니는 조그마했어요.
새끼손톱보다도 작더라고요. 빨간 피를 얇게 두르고 있는데 몇 초 동안 신기하게 봤죠.
입을 헹구고 수납을 하러 가서 내내 고심하던 걸 물었어요.

"혹시 이빨 저 주시면 안 되나요?"

이빨은 폐기물이라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제가 갖고 있을 건데요 하면서 한번 더 애처롭게 말했더니 살펴봐 주러 가셨으나, 이미 폐기물함에 버렸다는 답을 들었죠.
아, 고민하지 말고 정리하는 거 볼 때 바로 물어볼 걸, 괜히 망설였나 후회했어요. 유난스러워 보일까봐 주저했는데 ㅠㅠ

딱히 그 사랑니를 가지고서 할 게 있는 것은 아니예요.
하지만 몸 안에 박혀 있던, 이제 더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니까 갖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가지고 있다보면 어느새 천덕꾸러기가 되겠죠. 애써 이렇게 생각하면서 위로하고 있어요. ㅎㅎ

사랑니가 난 줄도 몰랐었는데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 눈으로 빠진 이를 보고, 다시 그 자리를 혀로 더듬어보니 어쩐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요.

스케일링은 사랑니를 빼서 못했어요. 다음 주에 다시 방문하기로 예약을 하고 처방전을 받아왔어요.

물고 있던 거즈를 두 시간 있다가 뱉으라고 했는데 거의 한 시간 만에 질겅질겅 다 씹어버렸어요. 전 피가 그 때 쯤이면 안 날 줄 알았는데 계속 비린 피맛이 나네요.

공부해야 해서 도서관에 왔는데 뜨거운 거 먹지 말라는 말에 커피를 못 마셨더니 집중도 안 되고 멍하게 있어요.

제가 원래 사랑니 뽑아 보는 게 소원이던 사람인데 -아래 양쪽에 사랑니가 났는데 병원 두 군데서 다 뽑지말고 그냥 두라고 했거든요- 오늘 얼떨결에 소원풀었어요. 히히.









*우와, 제가 이 글을 폰으로 써서 내용은 없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거든요. 등록 누르니까 로그인 풀려서 복사해뒀던 거 다시 붙이려고 하다가 무비스타님의 사랑니 글 봤어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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