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3.12 15:45
간병. 보육. 노인돌봄 등등.
예전에는 가족 구성원들이. 특히 여성이 전담(이라기 보다는 희생에 가깝죠)하던 부분이 핵가족화.여성의 사회진출 확대.
그리고 생활양식이나 의식구조의 변화 등으로 이전의 가족기능이 축소되면서 일종의 과도기 아닌 과도기를 겪고 있다고 봅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과도기라 할 수 있는 시기가 복지라는 사회 시스템으로 이전해가는 과도기라면 참으로 좋겠는데 그게 아니라
여전히 개개인에게 짐을 씌우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는거죠.
제가 어릴 때만 해도 대가족이 많았고 소위 이웃사촌도 많았죠.
덕분에 급할 때 아이를 봐줄 수 있는 가족들이나 이웃들이 있었어요.
저만 해도 어릴 때(물론 저혼자만 담당한 것은 아닙니다만) 이웃의 아기를 봐준 적이 꽤 되거든요.
덕분에 아기보기의 달인이 되었다는..
당시야 복지라는 개념 자체가 없던 때였고 그렇게 가족 구성원끼리. 또 이웃사촌이란 시스템 아닌 시스템으로 간병. 보육. 노인돌봄
등이 어케어케 커버(라고 하지만 실은 누군가의 희생이 대부분이죠)되었다 하더라도 이젠(어쩌면 이미 벌써) 제도화가 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개개인이 경제적. 물리적 희생을 통해 각자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라는 말을 달고 살지만 그런 시대에 가족 복지를 어떻게 이뤄 가족. 그리고 가족 구성원
개개인의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에 대한 장기적 전략이 없었다고 봅니다.
뭐. 복지라는 얘기만 꺼내면 경제가 우선이지 뭔 복지냐 하는 분들 덕분이지만 말입니다.
물론 한정된 재정으로 모두가 원하는 복지 정책을 펴기는 당연 어렵죠.
하지만 복지 재정의 압박이 커지면 커질 수록 경제가 우선이지 타령보다는.
그러니까 소득보장이라는 소극적 지출보다는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적극적 지출을 늘리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이 바로 의료. 보육. 교육.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 사회서비스 부문입니다.
이런 식의 사회투자지출은 예방적 투자고 생산적 지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경제 타령과도 함께 갈 수 있는 지점이 매우 많죠.
지난 몇년간 유행처럼 의료. 교육 서비스 등을 발전시켜 경제를 블라블라. 하고 있지만 그 실체를 보면 여전히 과거 재벌 키우기 형태와
비슷할 뿐 실제 인적자본에 투자를 하고 사회서비스를 발전시키는 방향과는 거리가 먼 방식들이었고 현재 역시 그렇습니다.
간병인 문제로 돌아오면.
외국에 거의 없는 간병인 제도가 우리나라에 자리 잡은 이유는 의료기관의 고질적인 간호인력 부족 때문입니다.
병원이 담당해야 할 간병 의무를 환자 본인이나 가족에게 떠넘기는거죠.
예전에는 가족내 여성들이 대부분 담당했지만 그것이 불가능한 상황이 되자 간병인을 개별적으로 고용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을 뿐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전혀 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2013년 OECD 통계를 보니 국내 간호사 1명이 담당하는 입원 환자는 15-20명으로 OECD 최다 수준입니다.
참고로 미국은 5명이고 일본은 7명입니다.
국가의 공급 간호사 수와 생산성은 간병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기에 이는 환자 서비스 질과 직결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간호인력 부족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혀 개선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반 병원의 경우 입원 환자에 대한 서비스는 국가의 면허 또는 자격을 취득한 사람이 아니면 수행할 수 없도록 규정되어 있지만 아시다시피
현재 많은 간병인들이 환자나 환자 가족들에게 고용되어 일을 하고 있어요.
간병인의 자격. 역할 등이 법령에 규정되지도 않고 신분 보장도 되지 않은 상태로 환자의 보호자 역할과 돌봄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는거죠.
이렇게 제도권 밖 인력이 의료기관에 상주하며 환자를 돌봄으로써 발생 가능한 감염 및 안전사고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도 구축되어 있지 않습니다.
간병인분들은 간병인분들대로 열악한 노동환경과 처우. 그리고 불안한 신분 문제가 있고.
그분들을 고용한 분들은 비용부담은 물론이며 간병받는 가족의 안위를 위해 그분들과의 갈등을 합리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부분 등이 있고.
사실 이들이 충돌하는건 어찌보면 이건 새로운 형태의 노노갈등이 아닐까 싶을 정도입니다.
그런데요.
간병인 문제는 간호인력 문제와 연결되며 OECD 통계를 거론하며 간호인력 부족을 언급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간호인력 부족이
실제 간호인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건 아닙니다. -_-;;;
그동안 정부의 보건의료인력 수급정책은 종합적인 계획을 제대로 수립하지 못하고 주로 의사인력의 수급정책에만 초점을 맞춰왔습니다.
덕분에 비의사 인력인 간호 인력 문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른거죠.
7-8년 전에 봤던 자료라 현재는 상황이 다를 수 있겠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을 것이라 봅니다. -_-;;
간호사 면허 소지자의 대략 60% 정도가 활동을 하고 있고 그중 의료기관 종사자는 76%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자격증은 있지만 활동하지 않는 이른바 유휴 인력의 규모가 매우 큽니다.
또한 유휴 간호사 70% 정도가 재취업을 원하지만 재취업에 성공하는 이들은 매우 소수입니다.
간호인력들은 높은 노동강도와 임금수준 때문에 이직이나 취업포기를 하고.
병원들은 임금 부담을 이유로 숙련된 인력 채용보다 순환이 빠른 신규 채용을 선호하고.
덕분에 의료기관 내 숙련된 간호인력이 부족해지고 있는데 이건 간병인 문제를 떠나 환자의 만족도. 급기야 의료사고 등의 문제를 야기하게 됩니다.
의사의 취업률은 100%에 가깝지만 간호사의 취업률은 반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는 건 정부의 보건의료인력 수급정책이 엉망이었다고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취약한 고용조건 때문에 많은 간호인력들이 취업을 포기하고 그로 인해 간호인력난이 심해지면 그 간호인력들이 사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우선임에도 불구하고 그 자리를 비전문가 간호인력 활용정책. 단순하게 더 많은 인력을 배출하자 등등으로 해결하려고 하는데 이건
취약한 고용구조는 유지한 채 저임금의 인력공급만 꾀하겠다는 것과 다를 바가 없죠.
그래서 결국은 돈이죠. ( ")
한정된 재정을 어디에 쓰느냐가 문제인데 이건 앞서 말씀드린대로 인적자본에 투자하는 적극적 지출을 늘리는 방식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봅니다.
그리고 그 핵심은 바로 의료. 보육. 교육. 적극적 노동시장정책 등 사회서비스 부문입니다.
물론 현실은.. -_-;;;;;;;
@ drlinus
2014.03.12 16:54
2014.03.12 17:58
전체 병원의 90%가 민영병원이라고 하던데, 간호사 인력 수급 관련 정책에 정부의 역할이 어느정도 인가요?
인력관리의 경우 정부의 역할은 제한적이지 않을까요?
2014.03.12 20:03
병원의 다른 부분도 그렇지만 특히 간호 인력 문제는 수가를 올리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고 봐요. 물론 수가를 올리는 것이 무조건 간호 인력 고용 확대로 연결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그 연결고리를 마련하는 것이 우선되어야겠죠.
예를 들면 병원 별로 병상당 간호사 수에 따른 등급제를 적용해 숙련된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보한 병원에게 높은 수가를 적용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찾아보면 간호 인력에 대한 연구나 정책 대안들이 꽤 있어요. 그런데 정작 그것들을 실현해야 할 정부는 의료기관들이 비급여로 돈을 번다는 것을 전제로 정책을 고민하고 마련하기 때문에 저수가 정책을 유지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또 생각해보면 현재 상황은 정책의 부재 이전에 지나친 수익성 경쟁이 문제라 할 수 있어요.
병원들이 비급여로 돈을 벌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인정하지만 값비싼 장비들을 경쟁적으로 들여놓고 꼭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검사와 처치. 대규모 병상 확충 등에 병원 재정의 대부분을 사용하다보니 실제 의료 서비스의 질과 직결되는 간호인력은 늘 구조조정의 대상이 되는거죠. 비급여 항목 늘리고 인건비를 줄여야 수익이 나는 구조를 바꾸는 것이 시급한데 이건 정부가 나서지 않으면 방법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