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병인과 한국 현대 자본주의

2014.03.11 22:21

bankertrust 조회 수:4477

1. 듀게에 다시 글을 쓸 일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밑의 닌스트롬님의 간병인 이야기를 읽고 나니 뭔가 쓰고 싶다는 욕망이 불끈 생기는 군요. 생각해보니 간병인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에요. 

 

2.  제가 대학교 1학년때 배웠던 경제학 원론(김대식 3인공저)의 맨 앞부분에는 "왜 별 쓸 가치도 없는 다이아몬드가 없으면 사람이 살 수 없는 물보다 비싼가?"에 대한 주류 경제학의 설명이 나옵니다.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재화의 총효용이 아닌 한계 효용에 의해 결정된다는 설명을 합니다.   이에 대해 납득을 하던 하지 않던간에 사람의 가격인 노동력의 보상(임금) 역시 같은 원리에 의해 가격이 결정됩니다. 

 

3. Paul Krugman이 얘기한 "자본주의의 최대 비극은 인간을 생산요소의 하나로 간주한다"는 자본주의 사회의 근본적인 약점과 문제점을 모두 집약하는 문장입니다.  내가 제공하는 노동이 진입장벽이 낮아 경쟁자가 많고 더해지는 부가가치가 별로 없으면 자본이 노동에 치루는 가격은 아주 박할 것이고, 그 노동에 대한 진입장벽이 높고 부가가치가 높다면 그 보상은 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닌스트롬님이 한참 써주신 간병인은 간병인이 되는 것이 별다른 교육기간과 자격을 요하는 것도 아니니 진입장벽이 낮고, 간병인을 하겠다는 사람이 없어서 구하기도 어려운 것도 아니니, 적어도 경제적으로 그 사회 내부에서 보상의 수준이 높다는 것은 불가능할 겁니다. 

 

4. 예, 우리사회의 간병인의 노동에 대한 보상은 아마도 낮을 겁니다.  그런데 얼마나 낮은 걸까요?  캐나다의 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분명히 낮을 겁니다. 노르웨이의 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도 낮을 거구요.  그렇지만 중국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는 훨씬 높을 것이고, 인도네시아에서 같은 일을 하는 사람보다도 훨씬 높은 겁니다. 그러니까 중국같은 곳에서 그 일을 하려고 몇백만원씩 돈을 써가며 한국에 오려고 하겠지요.  한달에 200백만원이란 돈, 약 미화 2,000불이라는 금액이 그렇게 낮은 걸까요?  지난달 한참 뜨거웠던 방글라데시의 임금 인상 시위에서 방글라데시의 봉제 노동자들이 월에 미화 100~150불 정도를 못 받을 겁니다.  그건 후진국이니까... 하실 지 모르겠지요.  그런데 미국에서 가장 많은 직원을 고용하는 회사인 월마트의 평균 임금이 2만불 초반이(바로 1인당 GDP가 한국의 2배가 넘는 미국에서) 될까 말까 합니다.  게다가 이건 세전 기준이에요.  간병인은 세금도 전혀 없고, 숙식이 대체로 제공(식사를 보통 환자와 나누어 먹는 경우가 많죠)됩니다. 미국 기준으로 세전 3만불이 넘는 수입입니다.

 

5. IMF를 겪으면서 한국 사회는 자본의 편으로 심하게 편향되었습니다.  2000년 초반 GDP에서 가구가 가져가는 비중이 68%에서 2010년대로 62%로 낮아졌습니다.  게다가 비정규직이 많아지면서 노동의 분화(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가 심하게 일어나면서, 경제성장에서 소외되는 계층은 점점 늘어만 갑니다.  이것이 전세계적으로 한계에 다다른 것이 지난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민주화가 전세계적 화두가 되었고, 새누리당마저 경제민주화가 공약인 시대에 들어왔습니다.  자~ 이제 노동이 더 많이 가져가야 할 시대가 왔어요.  그런데 어떻게 해야할까요?   세금을 더 걷을까요? 아니면 비정규직을 없애 임금을 높일 수도 있겠죠. 그런데 한국은 문제가 다른 자본주의 국가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노동자 만큼이나 많은 한국의 자영업자들. 빈곤하지만 Marx의 기준에 의하면 자본가(쁘띠 브로주아)인 사람들.   어떻게 저임 노동자와 이 쁘띠자본가들의 이해를 일치시킬 수 있을까요? 그런 방법이 존재하기는 하나요?

 

6. 일년에 순이익을 몇백억, 몇천억씩 내는 회사의 노동자들의 처우가 나쁘다면 회사에 처우의 개선을 요구하면 됩니다.  자본은 높아진 처우의 임금을 지불한 "능력"이 있어요. 그런데 한국의 쁘띠자본가들은 먹고 살기도 힘드네요.   쁘띠자본가 밑에서 노동자들은 그들의 노동을 착취당하고 있는지 몰라요. 그런데 그들을 고용하고 있는 고용주들은 "정당한 처우"를 지불한 "능력"이 없어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정말 궁금해요. 어떻게 해야 하는지.

 

7. 간병인을 고용하는 고용주는 자본이 아닌 노동일 뿐입니다.  노동이 임금을 받아 고용하고 있는 하위 노동자에게 임금을 줘야 합니다. 한국 가구의 가구당 평균 가처분 소득이 대충 월 4백만원 정도 됩니다. 그러니까 보통의 가정에서 1달간 간병인을 쓰면 자기 가정의 수입의 딱 절반을 고용인인 간병인에게 줘야 합니다.  한 두달은 그럴 수 있겠죠.  그런데 간병인이 필요한 상황이 5년 10년이 될 수 있어요.  보통의 가정에서 이런 상황에서 정상적 생활이 될까요?   2백만원이니까 (현실적 부담은 그거보다 커요) 낼 수 있겠죠.  300백만원이라면?  아주 부유층이 아니면 못쓸 것이고, 간병인의 수요가 줄어든 상태에서 2백만원 이상의 임금 시세가 가능할까요? 법정 최저 임금을 시간당 한 1만원 정도로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당장 사회적 평등이 제고되는 좋은 변화가 나타날까요? 몇백만명의 자영업자들의 곡소리가 먼저 날까요? (그렇다고 제가 법정최소임금을 절대 올리지 말자는 입장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그 긍정적 효과가 일어나는 임금의 증가 수준은 아주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8. 의학이 발달하면서 사람들의 수명이 늘어났습니다.  늘어난 노인들이 병원에 머무는 시간을 점점 더 길어집니다.  그냥 다리를 다쳐서 몇주나 1~2달 병원에 있으면서 간병인을 쓰는 건 보통의 가정에서 어렵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부모님이 10년이상 15년 넘게 병원에 계신다면...  총액이 2억 5천에서 4억가까이를 부담해야 합니다.  노동착취 금액 기준으로요.   모든 가정이 이런 부담을 겪는 건 아니지만 이런 부담을 겪는 가정은 적지 않게 있습니다.  이분들에게 양심적인 충분한 보상을 해주려면 울는 얼마나 부유해야 하나요?  의학의 발전으로 비명횡사를 하지 않는다면,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은 인생말년에는 병원에 보통 5~10년은 계실 가능성이 높고, 배우자까지 두명이 간병인을 쓰려면 간병인 비용만 월 400백만원, 노동착취를 하지 않으려면 월 600백만원은 있어야 겠네요. 인생의 말년에 이정도 능력 되실 분들이 얼마나 되실지 모르겠습니다. (설마 우리의 딸 아들들이 그 비용을 대줄 거라고 기대하시는 분들은 별로 없겠죠?)  닌스트롬님은 이 정도야 노동착취하면 않되니 가뿐히 지불하시겠죠? 

 

9.  간병인글을 읽으면서, 지금도 간병인을 쓰고 있고, 앞으로 얼마나 더 써야할지 모르는 입장에서 처음엔 상당히 열받는 글이었는데, 조금 생각해보니 현대 한국 자본주의가 가진 모든 문제점들, 노동과 자본의 문제, 자영업의 문제, 의료와 복지의 문제, 노동의 분화등이 간병인이라는 직업 하나에 집약되어 매우 흥미로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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