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이란 사나이.

2013.11.05 22:34

lonegunman 조회 수:1347







(여기는 지상 관제탑이다, 탐 소령

지상 관제탑이다, 응답하라 

단백질 보충제를 복용하고, 헬멧을 착용하라 

여기는 지상 관제탑, 탐 소령 

응답하라 

카운트 다운에 들어가라 

엔진을 켜고, 점화를 확인하라 

신의 가호가 있기를..)



만일 고통이 색채처럼 눈에 보이는 것이라면

네 심장은 온통 푸른색일 거야

그러니 그림처럼 그렇게 있으렴

네 몸이 네 머리와 만날 때까지

모든 게 은빛으로 빛날 때까지


사람들은 너를 예수 그리스도라 불렀지

하지만 그는 락큰롤을 몰라

오직 총으로 만든 계시를 내릴 뿐이야

사람들이 그걸 베트남 소년의 손에 쥐어주도록...

사람들은 소년에게 말했지


우리 모두에겐 광기가 잠재돼 있어

누구 하나 미치지 않은 자가 없어


그렇다면 누가 그 법칙을 깨지?

누가 법칙을 깨지?

예외를 만들 이는 누구지?


사람들은 말했지

너희 중 누구도 도움의 손을 뻗지 않을 거다,

적어도 경찰이 개입돼 있다면 말이지


거기 소년들, 모든 소년들아

너희는 이게 꽤나 미국적이라 생각하지

소녀들, 너희 모든 소녀들아

그것 참 미국적이지 않니


그는 비록 이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았을지라도

이 세상에서 태어난 것이긴 할 텐데

그는 모든 어머니의 아들,

우리 형제들의 피부색,

이제 시작된 사랑일 텐데


사람들은 너를 예수 그리스도라 불렀지

어쩌면 그에게 락큰롤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듯

어쩌면 천국같은 건 존재하지 않을지도 몰라

적어도 널 위한 천국은...

하지만 알잖아, 결국엔


우리 모두 미쳐버리고 말 거라는 거

광기가 우릴 모두 집어삼킬 거라는 거


그렇다면 누가 시작하겠어?

누가 법칙을 깨겠어?


너희 중 누구도 서로를 돕지 않을 거다

경찰이 물어도 모른다고 할 거야


소년들, 모든 소년들아

너희는 그저 이건 미국식이라고 생각하지

소녀들, 모든 소녀들아

저 친구들 참 미국적이지 않으냐


우린 모두 두 눈을 부릅뜨고 있지만

누군가 우리 앞을 가로막고 서서 우리의 눈을 가리지

모두가 눈 뜬 장님처럼

발빠른 자들의 공작에 놀아나고 있는 거야


이봐, 친구

이것도 그냥 미국식이라 할텐가

오, 맙소사

그것 참 미국적이로군


우리 모두 두 눈을 멀쩡히 뜨고서도

발 빠른 자들에게 가로막혀 아무 것도 보지 못 하는데


(난 너의 친구가 될 수 없어

내가 악마라서가 아니라, 위선엔 취미가 없어서야

너의 친구만큼은 절대 못하겠어

난 못된 게 아니라, 그냥 솔직한 거야)



//


데이빗 보위의 '스페이스 오디티'로 시작해서 후속 앨범 타이틀곡 '이블 프렌즈'로 끝맺는 이 아름다운 라이브는 

'Portugal. The Man'이라는 밴드의 작품입니다.

포르투갈과 전혀 무관한 이 밴드의 멤버들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미국인들(so american)입니다.

포크락과 포스트락이 강세를 보이던 인디락씬에서 꽤나 굳건히 사이키델릭의 명맥을 이어온 이 부지런한 밴드는 

2006년 결성 이후 거의 매년 쏟아내다시피 8장의 정규 음반을 발표해왔습니다.

데이빗 보위, 비틀즈, 핑크 플로이드 등 밴드 자신이 자양분 삼은 음악적 토양을 자신들의 작품에 여실히 드러내온 이 희귀한 사이키델릭 밴드는

그러나 놀랍게도 엄청난 멤버 교체를 반복해왔는데요, 저는 아직도 멤버들 얼굴을 잘 구분해내지 못해요.

멤버 구성원들이 거의 멀티 플레이어들이라, 멤버가 바뀌었나? 하고 보면 신서사이저 주자가 퍼커션을 만지고 있고, 기타리스트가 코러스를 하고 있고, 또 드러머는 어디갔나?하고 보면 어느새 탈퇴하고 없고...

밴드 멤버도 많으면서 볼 때마다 바뀌어 있는 이 정신없는 구성 안에서도 음악 색깔을 유지하는 건 역시 프론트맨의 역량에 상당히 의지하고 있는 밴드란 뜻이겠죠.

새앨범이 나온 올해까지 쭉 유지된 창단 멤버는 단 둘, 보컬을 맡고 있는 존 고어리와 베이스의 재커리 캐러더스입니다. 

고교 동창생으로 음악적 행보를 같이 해온 이 둘이 찢어지면 그 날이 밴드가 끝나는 날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고 있어요.

존 고어리는 취미로 밴드를 만들기 전까진 제대로 노래를 해 본 적도, 배워본 적도 없는 뜨내기였다고 합니다.

그런 그가 입을 열자 아름다운 소리가 그냥 저절로 흘러나왔다는 참 어처구니 없는 사실. (그 결과 어느 해인가, 어떤 매체에선가, 존 고어리는 최고의 보컬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어서 와, 내 옆에 앉으렴

너도 알다시피, 우린 네게 필요한 걸 갖고 있어

군중을 향한 우리의 설교는 어쩌면 모두 거짓일지도 몰라

하지만 어쨌든

넌 우리에게서 꿈을 살 수 있어


너에게 연민 따위는 필요없지

세상에 고치지 못할 병은 없으니

그냥 이 먹구름을 가져가렴

한바탕 흔들어 네 몸을 적시게

그러나


우릴 향해 기도하지 말아라

우린 새로운 예수가 되려는 게 아니야

누구의 가르침도 필요없어

배워야 할 건, 오직 포기하지 않는 것 뿐이니까

믿어야 할 건, 오직 우리 자신이니까


우린 그냥 작은 불씨를 지피는 것 뿐

불길이 치솟기엔 아직 이르지

그러나 한 번 타오르기 시작하면

그 빛을 막을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을 거다


그리고 마침내 파도가 밀려와

우리의 재를 바다에 실어 가는 날이 온대도

누가 지옥 따위를 두려워하겠어?

우리가 축배를 드는 곳이 바로 천국의 문 앞일 텐데


우릴 향해 기도하지 마라

우릴 쥐고 흔들 또다른 예수는 필요 없잖아

이제 우리의 유일한 계명은

포기하지 말 것

우리의 유일한 신앙은

우리 자신을 믿는 것


우리도 알아, 우린 속수무책이고

그렇지 않다해도, 그렇게 생각해 온 걸

우린 네게 아무것도 증명하지 않을 거다

나쁠 거 없잖아, 낙담할 필요 없어

우린 널 두고 장사하려는 게 아냐

아무튼 쓰레기는 팔지 않아


그러니 우릴 향해 기도하지 마

더이상 우릴 가르치려드는 또다른 예수는 필요 없어

우리의 유일한 계명은 포기하지 않는 것

우리의 유일한 신앙은 우리 자신 뿐이야



//


사이키델릭 뮤지션들의 열렬한 팬이었던 두 친구는 밴드를 만들면서 마치 '지기 스타더스트'처럼 얼터 에고를 세우면 멋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것은 곧 밴드 이름이 됩니다. 즉, 밴드명은 포르투갈이라는 국가완 전혀 무관한 '포르투갈이라는 사나이'인 거죠.

어쩌면 전혀 무관하진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들은 줄곧 미국을 대변하는 것들, 예를 들어, 전쟁, 인종차별, 개신교 신앙 등과 대척하는 지점을 노래해왔으니까요. 

그래서, 사이키델릭 밴드인 것도, 무신론자의 노랫말도 (신께 죽고싶다고 빌었는데 아무런 응답도 없다면, 그걸 신호로 살아보는 건 어때-sea of air), 무수한 멤버 교체를 거쳐 어쿠스틱 라이브에 점차 최적화되어 가는 것도 저에겐 너무나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런 그들이 올해 'evil friends'라는 새앨범을 냈는데, 좀 지나치게 좋아서 이렇게 따로 글을 쓰고 있는 겁니다.

스파클호스의 마크 링커스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 유작이 되어버린 앨범은 데이빗 린치의 전시와 한 세트로 만들어진 'the dark night of the soul'이죠.

그 유작을 함께한,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장르를 불문하고 어디선가는 들어봤을 프로듀서 '데인저 마우스danger mouse'가 포르투갈의 이번 앨범을 프로듀싱했습니다.

해서인지, 밴드 스스로는 핑크 플로이드의 영향하에 있다고 밝힌 이번 신보는 오히려 데이저 마우스의 영향이 더욱 강하게 느껴져요.

현대적으로 탈색했다 해도 여전히 조금은 촌스럽던 신서사이저의 사이키델릭한 맛은 더더욱 옅어지고, 오히려 조금은 일렉트로닉하게 정돈된 사운드로 이행한 듯 들리거든요.

이러한 정돈은 틀림없이 데이저 마우스의 영향인데, 근본주의자들에겐 아쉬울 이러한 탈색도 이래저래 오염된 제 귀에는 별 수 없이 좋더군요.

멜로디라면 사족을 못 쓰는 시시한 취향인지라, 멜로디라인이 보다 전면에 나선 편곡도, 그럼에도 여전히 사이키델릭의 토양을 벗어나지 않은 고어리의 송메이킹도요.

그래도 공정을 기하기 위해, 이들의 데뷔곡을 소개해드리는 걸로 마쳐야겠습니다. 아, 윗곡이 이번 앨범 수록곡이었어요.

들어보면 아시겠지만, 이들은 데뷔곡부터 쭉 좋았습니다. 

소개하는 자(저요)의 취향의 한계로 이들 역시 이 땅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뮤지션이지만 솔직히 좀 더 사랑받아 마땅해요, 이 포르투갈이란 사나이는.








구부러진 치아, 봉인된 입 밖으로

그들은 너에게 침을 뱉어댄다

마치 제방을 따라 걷는 사자의 무리처럼


그들이 말하길

'내게 저 강을 그려줘

오직 파란색만을 써서.

눈부신 칠흙의 거대한 소나무 뿌리들이

꿰뚫고 꿰뚫으며 파고드는 강을'


멋지군, 황홀한 나뭇잎의 무도회장에서

우린 춤추는 유령들을 보고 싶어


그들이 말했지

'저 나뭇가지를 그려줘

빙하가 타고 오르는 산등성이를 

가리키며 드리워진 나뭇가지를.

돛단배와 함선이 노를 저으며

할퀴고 간 상처가 흩어진 뒤에

그 줄기가 작은 선물이 될 거야

쏟아지는 바다의 소음과 함께'


근사하군, 근사해

춤추는 나뭇잎의 무도회장에서

함께 흔들리는 유령의 춤을 우리에게 보여줘


난 그저 볼품없는 사내일 뿐이지만

그거면 됐어

그거면 충분하잖아


관목의 흰 꽃이 꼬리를 끌며 유혹하는

그 길로

우리가 널 찾으러 갈게





so american

modern jesus

aka m80 the wolf

all songs from portugal.the man

translated by lonegun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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