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로 대화가 어려울까

2012.02.06 03:27

킹기도라 조회 수:1053

이 나꼼수 사태 (?)에 국한해서 보면..

 

비키니 인증 소동의 배경인 이슈메이커 나꼼수에 대해 원래 어떤 시각을 가졌느냐에 따라서 이 사건에 대해 갖는 느낌이나 입장이 우선 갈리겠죠.

 

예를 들어 '나꼼수는 태생이 엔터테인먼트로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님'이라는 입장을 1단계로 치자면 '나꼼수는 정치세력'으로 보는 시각을 10단계 입장으로 하죠.

또 다른 각도로 '없는 게 더 나을 저질 선동 매체'라는 입장 1단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대안 매체'라는 희망적 시각을 10단계로 치죠.

 

눈팅하는 분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1이나 10단계, 즉 극과 극의 입장을 견지한다기 보다는 '그러면 좋겠지만 아닐 수도 있고...' 정도의 4, 5, 6 단계 어딘가에 그 입장이 위치합니다.

위의 두가지 각도의 관점은 서로 관계가 있지만 꼭 같이 가지는 않습니다. '엔터테인먼트지만 나름의 역할을 할 수 있다' 정도의 긍정적 입장을 가질 수 있거든요. 반대로 '저질선동 매체가 과열되어 정치세력화 된다'는 우려의 시각도 가질 수 있고요.

 

그러나 위의 나꼼수에 대한 입장과 이번 비키니 인증 이슈에 대한 입장은 완전히 따로 갈 수도 있습니다. 전혀 상관이 없다고 볼 수 있죠.

이번 소동에 대한 입장 1단계를 '빼도 박도 못하는 완전 광역 성희롱'으로 치자면 10단계를 '그럼 어떻게 반응하라고! 문제될 것 전혀 없음'이라고 치죠.

 

나꼼수에 지지를 보냈던 사람이 각기 이 비키니 인증 이슈에 대해서 1단계 입장을 견지하기도 하는 경우도 있고 10단계 입장을 보이기도 합니다. 반대의 경우도 물론 많고요.

 

어쨌건간에 만약 나꼼수에 대해서 부정적인 입장이었던 사람이 이번 소동에 대해서 1단계에 가까운 입장을 가졌다면 '역시 그것 봐라. 저 놈들은 원래 그런 놈들이었다'며 맘껏 깔 수 있습니다. 반대로 부정적 입장이었는데 이번 소동에 대해서 10에 가까운 시각이라면 '나꼼수의 실체가 밝혀진 건 좋은데 그 이유란게 참 별것도 아니고 후지군' 정도의 입장이 됩니다. 만약 나꼼수에 대해서 그냥 그런 5에 가까웠던 입장은 나꼼수 보다는 성희롱 이슈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되고요..

 

좀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는 입장은 이 매체에 대해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졌던 분들이겠죠. 비키니 인증 이슈에 대해서 1단계에 가까운 입장이면 소외감, 실망감, 배신감을 느끼고 사과 요구를 할 것이며 10단계에 가까운 분들은 겨우 이딴 일 가지고 뭘 난리야라는 짜증이 나게 됩니다. 극단에 가까운 입장일 수록 스트레스가 심하고 표현도 격렬하고 감정적이 되죠.

 

사실 이건 아주 단순화한 거고 좀 더 보면 꽤 복잡해져요. 여러가지 변수가 있잖아요. 원래 비키니 인증 행위에 대한 입장이 또 각기 다르고 그 사람이 성향상 어떤 이슈에 대해서 주로 1단계나 10단계에 가까울 때 주로 논쟁에 뛰어 드는 사람이냐, 5에 가까울 때 논쟁을 추구하는 사람이냐에 따라 또 다르고요. 원래 특정 이슈에 대한 입장은 6인데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전략적으로 10인 척 하느냐 아니면 반대의 경우냐. 혹은 원래 9인데 자기는 6이라고 자기 자신의 입장에 대해서 착각할 수 도 있고 ..등등등..

 

패션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각 항목별 설문 형식으로 유형을 계산해서 이 소동에 대해서 가지는 입장을 ABC.....Z 유형별로 나누고 각기 추천 토론상대 유형과 주제를 적어보고 싶지만 그럴 능력도 안되고 미친놈처럼 보일까봐 관둡니다.

 

여하튼 이런 여러 가지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고 그에 따른 다양한 입장과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서로 관심사나 이 민감한 이슈에 대한 논점이 다 제각각인 상태로 광장에 함께 쏟아 부어집니다. 도가니가 되는거죠.

 

서로 같은 주제를 얘기하는 것 같지만 완전히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수도 있고 안그래도 첨예하게 대립 중인데 여기서도 오해와 매도, 불필요한 감정적 싸움이 생기기도 합니다.

 

보통 인터넷 게시판에서 한 가지 첨예한 이슈를 두고 게릴라적으로 논쟁이 벌어지면 이런 식으로 이루어진 경우가 많더군요.

 

뭐..근데 이런게 다 인터넷의 묘미라면 묘미죠. 꼭 겉보기에 아름다운 논쟁이어야 생산성이 있는 거라고 볼 수는 없거든요.

 

중요한 건 그런 치열한 논쟁 후에 반대 의견에 대한 증오감과 편견만 더 증폭되었느냐, 아니면 나와 다른 사람을 접해보고 나의 생각의 스펙트럼이 더 넓어졌느냐.

 

이거 아닌가 싶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21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32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98
» 왜 서로 대화가 어려울까 [1] 킹기도라 2012.02.06 1053
82969 이하이는 진짜인 듯. [17] 푸른새벽 2012.02.06 5366
82968 늦은 밤과 노래들과 망상과 바낭 [4] 산체 2012.02.06 1018
82967 잠들지 못하는 새벽 [3] 에아렌딜 2012.02.06 1211
82966 잉여왕 도복순의 매력.avi management 2012.02.06 1730
82965 브리트니 완전히 회춘했었던 공연 영상 아키나쨔응 2012.02.06 1475
82964 YF소나타와 올란도 중 택일한다면? [8] 무비스타 2012.02.06 1880
82963 [바낭] 포킹님에 대한 오마쥬 [7] amenic 2012.02.06 1168
82962 내성 발톱 조심하세요... [3] 선나 2012.02.06 1564
82961 대보름이군요. 부럼은 드셨나요?? [12] 레사 2012.02.06 1030
82960 [듀나인] 명동에 커피마실 만한 곳 추천해 주세요. [9] Brigitte 2012.02.06 1623
82959 눈이 높다는 기준... [20] 구름이 2012.02.06 3093
82958 글쓰기바낭/ 하이 피델리티의 월요일 아침 테입의 노래들. [1] 그의친구마틸다 2012.02.06 835
82957 블러드 다이아몬드를 보다가..(스포 약간) [3] 여름숲 2012.02.06 868
82956 이하이 vs 박지민 [7] soboo 2012.02.06 2821
82955 모태 팔자걸음. [14] 자인 2012.02.06 1835
82954 안녕, 한국, 다음에 또 만나요. [3] 걍태공 2012.02.06 1292
82953 이명바기 보고 있나? - 안철수재단 출범 [2] soboo 2012.02.06 1844
82952 듀9] 스터디를 하나 참석하는데.... [5] 삶의 형식 2012.02.06 1130
82951 트위터에 뜬 조지 마이클 애인 [6] 무비스타 2012.02.06 5498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