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버진 뱀파이어 (2013년, 1시간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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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제를 갖고 농담을 해보자면 대략 '안티 순결 호러 코미디' 정도 되는 영홥니다.)



 - 대애충 미국 청춘물에 늘 나오는 그런 배경입니다. 적당히 시골이고 적당히 구리구리한 마을과 학교 분위기. 당연히 학교엔 여왕벌 그룹이 설치고 다니는 가운데 우리의 주인공은 마이너 아싸 캐릭터겠죠. '리아' 라는 녀석이구요. 지극히 소셜 저스티스하면서 페미니즘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칙칙한 옷차림을 하고 다니며 모든 인싸적인 것들을 배격하는데, 장래 꿈은 저널리스트입니다. 다만 아직 어리고 치기어린 부분이 많아서 자꾸만 뻘한 기사를 써서 어그로만 끌고 주변의 평가도 아주 낮네요.

 그런데 이 학교에 갑자기 두둥! 하고 유럽에서 온 매우 뱀파이어스런 미모를 지닌 여성이 나타나서 '순결 지키기 클럽' 같은 걸 만듭니다. 보수적인 마을 분위기와 오피니언 리더 아줌마들의 격렬한 지원 + 본인의 섹시 카리스마로 순식간에 학교 여왕벌 그룹을 비롯한 여학생들을 끌어들이는데 성공하는데. 우리의 주인공은 당연히 그걸 비웃겠지만 하필이면 하나 밖에 없는 인생 절친이 이 뱀파이어에게 매혹되어 버렸네요. 이미 동네 사람들에게 양치기 소년 캐릭터로 낙인 찍힌지 오래인 우리의 모질이는 어떻게 친구를 구하고 뱀파이어 '리즈 배토'를 물리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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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학창물 중에 이런 '여왕벌 클럽' 안 나오는 영화가 몇 편이나 될지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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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아웃사이더 & 너드들이 주인공인 걸 볼 때마다 시나리오 작가님들의 학창 시절을 의심하는 것도 이젠 지겨울 지경... ㅋㅋ)



 - 대략 원 조크 코미디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니까 처녀의 피를 들이키면서 힘을 얻는 뱀파이어가 현대에 나타나 자기 원하는 걸 얻기 위해 학교에다가 '순결 지키기 모임' 같은 걸 만들어서 피를 공급받으려 한다는 거잖아요. 그러니까 미국의 보수 단체들이 벌이는 청소년 대상 캠페인 같은 것. 그리고 그걸 진지하게 추종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는 것이고. 거기에 맞게 주인공은 페미니즘 전사(...)로 설정을 해서 계속해서 직설적으로 비웃고 까고 씹고 뜯고 즐깁니다. 그리고 이런 풍자 부분에선 의외로 잘 해요. 조롱하는 대사들도 적절하고 또 적당히 웃기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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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접하고 부실한 호러 장면들과 가난하기 그지 없는 영화의 때깔을 잘 캐스팅한 배우 한 명으로 필사적으로 때워봅니다만... 그것도 한계는 있더군요.)



 - 다만 문제는... 초반의 그 '원 조크'가 먹히는 구간을 넘기고 나면 이야기가 굉장히 하찮아진다는 겁니다. 결국 나중엔 위기에 빠진 친구를 구하고 뱀파이어와 맞짱을 뜨는 호러/액션처럼 흘러갈 수밖에 없는 이야긴데, 그 후반부 전개가 정말 엉성하고 대충이에요. 심지어 이 부분으로 가면 모자란 제작비를 사정 없이 티를 내며 아마추어들이 만든 홈비디오 촬영 영화급까지 완성도가 추락해 버립니다. 좀 아쉽더군요. 그 후반 전개 중에도 괜찮은 게 없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어쨌든 최종 결과물이 이렇기 때문에 추천은 못 해드리겠습니다. 그냥 이런 영화도 있구나... 하고 넘기셔도 별 문제 없을 영화인 걸로.


 

 +뱀파이어 전설에 관심 많은 분들이라면 저 수상한 여성 캐릭터의 이름만 들어도 피식 웃음이 나오겠죠. 리즈 배토. 그 유명한 엘리자베스 배토리잖아요. 


 ++ 동양계 캐릭터 하나가 나오는데 막판에 '야 이 중국인아!!' 라는 욕(?)을 듣고 버럭 화를 내며 '난 한국인이거든!!?'라고 반박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ㅋㅋ 근데 캐스팅을 확인해 보니 일본계 배우더군요. '별나도 괜찮아'와 '살인죄를 피하는 법'에 나온 분이니 얼굴 익숙한 분도 많으실 듯.


 +++ 중간에 주인공의 황당한 뱀파이어 얘길 듣고 어이 없어하는 상담 선생 아저씨가 짧게 나오는데, 스튜어트 고든입니다. 네, 그 호러 감독 스튜어트 고든이요. 카메오 출연이었네요.




2. 그래버스 (2012. 1시간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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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뭔가 사이먼 페그가 나와야 할 것 같은 느낌의 포스터입니다.)



 - 아일랜드의 어느 작은 섬마을 앞바다에 하늘에서 몹시 수상한 것이 불타며 떨어집니다. 잠시 후 인근에서 조업하던 어선 선원들이 싸그리 실종되구요. 하필 그 다음 날 2주간 땜빵으로 출장을 온 도시 경찰 리사는 알콜 중독 동네 경찰 시어런과 달갑지 않은 파트너가 되어 이 사건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자꾸만 이상한 알 같은 게 보이고. 여기저기서 사람은 죽어 나가고. 그 와중에 동네 어부 할배 한 명은 자기가 괴물을 잡아서 욕조에 가둬놨다며 자랑을 하네요. 설마설마했는데 정말로 기이한 촉수 괴물의 소행이라는 걸 알게 된 주인공들은 외부 지원을 요청하지만 당연한 듯이 태풍이 밀어 닥치구요. 온통 할매 할배들 밖에 없는 이 섬마을 사람들을 하룻밤동안 거대 촉수 괴물 & 주니어들에게서 지켜야 하는데... 그래도 한 가지 희망은 있습니다! 이 괴물의 약점을 알아냈거든요. 그게 뭐냐면, 술입니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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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그 사이먼 페그가 나올 법한 영국 코믹 SF/호러들과 결을 같이하는 성격의 영화 맞습니다. 분위기가 딱 그렇잖아요. 그만큼 성공을 못했을 뿐이죠.)



 - 흔한 B급 크리쳐물입니다만 배경이 아일랜드잖아요. 그리고 괴물 약점이 하필 술이라잖아요. 그렇습니다. 아일랜드인들이 만든 일종의 자학 개그 영화인 것... ㅋㅋ

 원 조크 코미디라는 점에선 위에 적은 '버진 뱀파이어'랑 궤를 같이 하는 영화입니다만. 다행히도 2연속 멸망은 망했습니다. 이 영화는 괜찮아요.


 일단 만든 사람들이 그래도 B급 크리쳐물에 대해 잘 이해하고 만들었다는 게 느껴집니다. 별 참신할 것 없는 크리쳐이지만 적당히 괜찮은 특수 효과와 의외로 성실한 아이디어들로 채워진 연출 덕에 충분히 위협적으로 느껴지구요. 이 괴물이 활약하는 장면들의 재미도 평타 이상은 꾸준히 해줘요.

 그리고 뭣보다 웃깁니다. '술로 외계 크리쳐를 해치운다'라는 핵심 아이디어는 영화의 후반에나 전개되는데 그 전부터 꾸준히 웃겨줘요. 얼핏 보면 비호감이지만 보다 보면 서서히 정들게 잘 짜여진 캐릭터들이 좋구요. 이 양반들의 캐릭터와 관계성을 전반부에 충분히, 그리고 재미나게 빌드업 해주니 클라이막스의 대결(?)도 더 웃기고 더 몰입이 됩니다. 나름 인상적인 장면들도 몇몇 나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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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괴물 cg도 의외로 꽤 준수한 편이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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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승부수격인 아이디어도 적절히 배치해서 잘 써먹었습니다. 기본이 부실한 영화는 아니어서요.)



 - 태생부터 아무 야심이 없는 가벼운 농담조로 만들어진 영화라는 걸 생각할 때 크리쳐, 캐릭터, 스토리, 연출 모두 '생각보다 고퀄'이라서 내내 즐겁게 봤습니다만. 그렇기 때문에 당연히 큰 기대는 하시면 안 됩니다. ㅋㅋㅋ 하지만 가볍고 즐겁게 웃어 넘기기 좋은 B급 호러 코미디... 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저만큼 즐겁게 보실 수 있을 거란 생각도 들구요. 귀여운 캐릭터들 나오는 영국/아일랜드 시골 코미디 좋아하는 분들도 괜찮으실 거에요. 저는 재밌게 잘 봤습니다.




 + 스포일러 구간입니다.


 1. 버진 뱀파이어


 리아는 어떻게든 리즈 배토에게 매혹된 친구를 구해보려고 애를 쓰지만 당연히 그게 잘 되겠습니까. 친구는 결국 여왕벌 클럽 아이들과 함께 리즈 배토의 추종자가 되어 버리고. 우리 뱀파이어님이 준비하신 피의 파티에 초대 받아 라랄랄라 달려갑니다. 이 상황을 주변에 아무리 열심히 알려 봐도 당연히 아무도 상대를 안 해주겠고. 그러니 혼자서 어떻게든 해봐야 하는데... 그래서 리아는 초딩 때부터 자길 짝사랑했다는 남자애를 찾아가요. 집 비었다고? 완전 좋네~ 하고 가서는 다짜고짜 유혹해서 섹스를 합니다. 리즈 배토는 처녀의 피만 원하니까 내가 안 처녀가 되면 면역이 생기는 셈! 뭐 이런 논리구요. ㅋㅋ 근데 이 남자애 참 착하고 섹스도 좋았고... 결정적으로 매우 페미니스트적인 사고를 가진 괜찮은 총각이었네요. 뭣보다 리아를 정말로 좋아하구요.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하고 이 남자애를 데리고 리즈 배토의 집으로 가죠.


 그리고 우리의 빌런님은 그냥 피를 먹는 게 목적이 아니라 얘들 데리고 무슨 의식을 치르는 게 목적이래요. 그 의식을 위해선 다섯 명의 처녀의 피가 필요한데... 이미 구비해 놓았던 다섯 명 중 가장 골 빈 한 놈이 하필 하루 전날에 그새를 못 참고 섹스를 해버렸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마구 분노합니다... 만. 혹시라도 이런 일이 생길까봐 스페어로 준비했던 게 리아의 친구였던 겁니다. 그래서 얘도 죽을 위기에 처하는데, 당연히 그 순간 주인공과 방금 사귄 남친이 난입하겠죠.


 그 뒤야 뭐... 그냥 허술한 칼싸움 같은 게 한참 벌어지고. 그러다 리아의 핏줄의 비밀이 밝혀집니다. 애초에 엘리자베스 배토리를 잡아다 거의 죽일 뻔 했던 놈의 후손이라네요. 이야기상 하등 의미는 없지만 그렇구요, 당연히 주인공이 이깁니다. 새삥 남친과 베스트 프렌드와 부둥부둥하며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저택을 빠져 나오구요. '그 후로 얘들은 다들 잘 나가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라는 에필로그를 보여주며 적당히 끝이 납니다.


 2. 그래버스


 그래서 마을 주민들을 지키기 위해 주인공 콤비가 생각해낸 방법은 바로, 마을의 유일한 주점에 주민들을 싹 다 불러 모은 후 미친 듯이 술을 퍼마시는 겁니다. 초반에 이 외계인에게서 살아남았던 유일한 이 마을 주민이 또 알콜 중독자라. ㅋㅋㅋ 혈중 알콜을 싫어해서 피를 빨다 말고 튀어 버렸던 거죠. 그러니 술을 잔뜩 마시면 괴물의 타겟이 되지 않을 수 있다!! 뭐 이런 건데요. 그래도 혹시 위기 상황이 올 수 있으니 주인공들 중 적어도 한 놈은 술을 먹지 말자... 는 작전을 짜고 우리 알콜중독 시어런 경찰님이 그 역할에 자원합니다. 자기도 그동안 쓰레기 같이 살았던 거 정리하고 새 삶을 살고 싶고, 또 리즈는 이 마을에 온지 며칠 안 되어서 뭘 잘 모르니 자기 밖엔 적임자가 없다며.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신나게 술을 마시는 와중에 드디어 거대한 외계 생명체 보스 같은 게 나타나 술집을 습격하고. 그 와중에 몇몇 귀여웠던 캐릭터들이 죽어 나갑니다. 생각해보면 술을 마시면 피를 안 빨릴 뿐이지 그냥 때려 죽이는 건 상관 없잖아요(...) 그러다 결국 나머지를 살리기 위해 주인공 콤비가 밖으로 뛰쳐나가 괴물을 멀리 공사장으로 유인하구요. 거기에서 사투를 벌이다 시어런이 괴물 촉수에 붙들려 죽을 위기에 처하지만, 난생 처음 술에 취해보고 너무 기분이 좋았던 리사가 몰래 챙겨온 동네 할아버지의 밀주를 괴물의 입에 몽땅 털어 넣어 괴물을 마비 시키고. 그 곁에 놓여진 휘발유 드럼통에 불을 붙여 외계 해산물 통구이를 만들며 주인공들은 승리합니다.


 그래서 뭐 다음 날이 밝고, 주인공 둘이 서로의 감정을 확인하는 기분 좋은 해피 엔딩... 후에 섬 으슥한 곳에 남아 있는 괴물의 알 몇 개가 부화되는 쿠키를 보여주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11년전 영화지만 속편은 안 나왔어요. 제작비 크게 안 들인 영화지만 흥행이 그것 보다도 더 안 됐더라구요(...) 재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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