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 추락의 해부 보고 왔습니다

2024.02.05 11:57

Sonny 조회 수:465

common-21.jpg

스포일러


영화를 보면 볼 수록 주인공 산드라에 대한 의혹은 짙어진다. 그는 남편인 사무엘과 사이가 좋지 않았고 외도를 한 적이 있으며 남편에게 육체적 폭력을 행사한 적이 있다. 법정에서 공개된 녹취록에 따르면 산드라는 남편 사무엘과의 논쟁에서 심지어 외도조차도 자신과의 성관계를 거절한 사무엘에게 있다는 듯이 말한다. 자신의 모든 선택은 필연적이며 그로 인해 상처를 받은 타인조차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듯이 군다. 그는 인격적으로 불유쾌한 사람이고 그에게는 사무엘을 죽일만한 가능성이 잠재되어있다. 설령 죽이려 하지 않았어도, 우발적으로 남편을 죽였을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이것은 상상을 기반으로 한 인격에 대한 판정이다. 중간에 산드라의 변호사 뱅상의 대사도 이를 정확히 지적한다. 이건 모두 환상이 아니냐고. 전문가도 아닌 사람들의 '그랬을 것이다'라는 상상을 바탕으로 진실을 판별할 수 있는가.


아들 다니엘의 마지막 증언만이 다르게 편집된다. 그동안 법정에서 나온 녹취록들은 목소리를 바탕으로 영상이 덧입혀지는 형식이었다. 목소리라는 실재가 있고 거기에 우리가 본 적이 없는 시각적 재료가 덧붙여진다. 이것은 불완전한 진실이다. 그랬을수도 있지만, 아주 정확하게 그 상황이 그랬다고 믿을 수는 없다. 즉 이것은 정확도의 문제이다. 그러나 다니엘의 증언은 어떤가. 아버지 사무엘이 그에게 말하는 대사도 전부 다 다니엘의 목소리로 표현된다. 다니엘이 더빙한, 재현한 아버지의 목소리로 영상이 구현된다. 이것은 녹취록이 존재하는 증언도 아니다. 오로지 다니엘의 증언만이 있다. 이렇게 구현된 영상은 과연 진짜로 일어난 일이 맞는가.


증언을 앞두고 중압감에 휩쌓여 다니엘은 그렇게 말했다. 자신은 이 사건을 이해하고 싶다고. 그 대사를 보자마자 즉각 의문이 떠올랐다. 진실이라는 것이 과연 늘 이해가 가능한 것인가. 이해의 범주 안에서만 진실이 머무르고 있는가. 이해할 수 없는 진실이라면, 이해를 목표로 삼는 건 오히려 이해하지 않겠다는 선언이 아닌가.


다니엘의 증언은 한편으로 엄마 산드라의 언어와 겹친다. 산드라는 자기가 요구받지 않으면 프랑스어가 아니라 영어로 이야기한다. 남에게 맞추는 게 아니라, 자신이 편한 언어로 이야기한다는 뜻이다. 산드라는 사무엘에게 뭐라고 했었나. 그건 당신이 스스로 판 덫이고 거기에 걸려 허우적대는데 당신이 어떻게 피해자라고 할 수 있냐고 빈정거린다. 모든 책임은 당신에게 있고 자신은 오로지 자신의 언어만 한다는 이 자세를 다니엘을 고스란히 습득한다. 오로지 다니엘만 알고 다니엘만이 구사하는 아버지 사무엘과의 생전 대화를 그는 증언한다.


진실은 객관의 상태를 완전히 발굴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것은 관측자의 개입에 따라 추출되는 하나의 조각이며 심지어 관측자는 관측조차도 자신의 의지에서 자유롭게 할 수 없다. (얼마나 많은 실험들이 '이럴 리가 없어'라는 감정 아래 반복되는가) 어떤 진실은 관측자의 결심이다. 이 영화에서 산드라는 두 명의 남자에게 쓰러지듯이 안겼다. 한명은 연인 관계로 보이는 변호사 뱅상이고 또 한명은 아들 다니엘이다. 만약 이 포옹이 진실과 무관한 지지의 제스처이고 산드라가 그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면, 거기에 도달한 아들 다니엘은 지금 어떤 사람이 된 것인걸까.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14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7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403
125670 Kim Min-jae has been solid but his potential for greatness makes his place at Bayern safe [1] daviddain 2024.03.08 108
125669 드래곤볼, 닥터 슬럼프의 작가 도리야마 아키라 급서 [10] 나보코프 2024.03.08 559
125668 ] “누가 흘렸나”…한국 축구 ‘혼란의 도가니’에 빠뜨린 ‘더 선’의 실체 [2] daviddain 2024.03.08 315
125667 30년 차 SF 작가님 인터뷰 [6] thoma 2024.03.08 384
125666 핸드폰 잡담요 [5] theforce 2024.03.08 173
125665 드라큐라 - 미스테리와 상상 돌도끼 2024.03.07 135
125664 프레임드 #727 [4] Lunagazer 2024.03.07 73
125663 퇴마록을... 한재림 감독이 영상화한다고 하네요??? [12] Sonny 2024.03.07 762
125662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 쓰는 갠적 뻘글 유스포 라인하르트012 2024.03.07 318
125661 [핵바낭] 또 그냥 일상 잡담입니다 [10] 로이배티 2024.03.07 423
125660 패스트 라이브즈를 보고<유스포> [2] 라인하르트012 2024.03.07 422
125659 [정보] [듄: 파트2] 메가박스 코엑스 돌비 시네마 예매창 열렸어요. jeremy 2024.03.06 147
125658 '천룡팔부' 돌도끼 2024.03.06 188
125657 프레임드 #726 [4] Lunagazer 2024.03.06 62
125656 용아맥에서 [듄 2]를 본 후기 (스포 아주 살짝...) [3] Sonny 2024.03.06 457
125655 민병헌, 은퇴 후 3년만에 첫 해설 데뷔 확정 "다들 몸 괜찮냐 묻더라" [인터뷰] [2] daviddain 2024.03.06 179
125654 발렌시아 ㅡ 레알 마드리드 후폭풍/파리 챔스 8강 [2] daviddain 2024.03.06 108
125653 [왓챠바낭] 저는 원래부터 유하를 안 좋아했지만... '하울링' 잡담입니다 [4] 로이배티 2024.03.06 392
125652 가끔영화님...? [9] 진진 2024.03.05 804
125651 액션 히어로 줄리 앤드류스 돌도끼 2024.03.05 192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