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온 영화네요. 런닝타임은 1시간 45분. 장르는 제목대로 코미디/스릴러입니다. 스포일러 없을 거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Mr. 임어전'... 죄송합니다. ㅠㅜ 암튼 별로 좋은 제목은 아니더군요. 검색에 상관 없는 게 너무 많이 걸려요.)



 - 션과 쿤레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입니다. 쿤레는 부자집에서 곱게 자란 모범 흑인, 션은 거리에서 거칠게 살아온 친구들, 가족들을 둔 흑인이지만 어쨌든 둘 다 좋은 녀석들이고 세상 둘도 없는 베스트 프렌드죠. 그리고 오늘은 D-Day. 대학 내 클럽들이 동시에 파티를 벌이는 날이고 션은 쿤레를 끌고 모든 클럽의 파티를 섭렵하는 '레전더리 투어'를 완성해서 학교의 역사에 남겠다는 야심을 갖고 있어요. 갑자기 모 영국 코미디 영화가 생각이 나는데, 사실 이건 훼이크이고 전혀 다른 이야기에요.


 그러니까 그 파티 투어를 시작하려는 순간 이들이 자기들 집 거실에 만취해서 뻗어 있는 백인 여자애를 발견해요. 실수로 문을 안 잠근 틈에 멋대로 들어와서 맘대로 뻗은 것 같은데, 상태가 안 좋아 보여서 쿤레가 911을 부르려는 순간 션이 뜯어 말리며 말합니다. "유색 인종 남자 셋(카를로스라는 라틴계 친구놈이 하나 더 나옵니다)이 사는 집에 백인 여자애 한 명이 그냥 술인지 데이트 약물인지 알 수 없는 걸 먹고 뻗어 있다고 신고한다고? 너 총 맞고 싶냐?"


 격론 끝에 세 친구는 결국 다른 해결책을 생각해냅니다만. 그게 그리 의도대로 잘 풀릴 리가 없고, 세 유색 남자와 한 백인 여자애의 길고도 파란만장한 밤이 시작됩니다.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걍 외모와 스타일링만 봐도 캐릭터가 바로 이해되는 캐스팅이네요.)



 - 그냥 딱 봐도 뭔 얘긴지, 어떤 의도로 만들어진 이야기인지 뻔히 알겠죠. '겟 아웃' 이후로 꾸준히 만들어져 나오는 흑인 차별 고발 테마의 장르물입니다. 전에도 같은 얘길 한 적이 있는데, 전 사실 이런 영화를 보면 영화의 재미와 관계 없이 살짝 삐딱해지는 기분이 듭니다. 왜냐면 요즘 나오는 이런 영화들은 워낙 단호하게 흑.인.에 대한 차별을 이야기하기 때문에 뭔가 좀 국외자가 되는 기분이랄까. 그렇거든요. ㅋㅋ 이 영화에는 알리바이스럽게 라틴계도 한 명 추가됩니다만. 엄연히 주인공들은 션과 쿤레이고 카를로스는 조연으로 머물다가 클라이막스에서는 스스로 물러나 버리기까지 해요. 생각해보면 초반에 동양계에 대해서 '경찰들이 동양계는 우리보단 덜 나쁘게 생각할걸?' 이라는 식의 대사도 한 번 나오고 뭐... 그렇습니다.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아니 그러니까 무단 침입은 님이 하셨는데요... 엉엉.)



 - 암튼 일단 아이디어가 좋습니다. 지 멋대로 무단 침입한 백인 여성을 안전하게 도와 상황을 해결하려고 개고생하는 흑인 남자들이라니 상황 자체가 참 아이러니컬하지 않습니까. 착한 일을 하려는데 그냥 법대로 정석대로 했다간 오히려 본인들이 위험해질 것 같아서 별로 안전하지 않은 무리수 방법들을 쥐어짜내며 고통 받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니 문자 그대로 '웃기고 슬픈' 상황인 거죠. 아이디어 자체가 웃기기도 하고, 주제를 드러내는 데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설정인 데다가 갖가지 골 때리는 상황을 만들어내기에도 아주 편리합니다.


 다만 딱 한 가지. 이거 뭔가 짧은 이야기에 어울리는 '원 조크 코미디'성 아이디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고 또 실제로 영화를 보다 보면 그게 맞는 것 같아요. 후반까지 들어가면 뭔가 '아아 런닝타임을 위해 이야기를 좀 늘리고 있다!'라는 느낌이 좀 들구요. 혹시나 해서 찾아보니 찾아보니 같은 감독, 작가가 만든 같은 제목의 12분짜리 단편 영화가 있더라구요. 배우는 바뀌었지만 등장 인물들 이름도 같구요. ㅋㅋ 단편용 아이디어로는 더할 나위 없이 훌륭했던 것 같은데 그 단편은 어디서 볼 수 있는 곳이 없군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그리고 주인공 일행을 쫓는 추격자들. 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 느리고 비효율적이어서 웃깁니다.)



 - 그리고 영화를 보다보면 좀 당황스러운 게, 제목에도 적었듯이 이게 자주 웃기질 않습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웃으라고 의도한 장면보다 긴장되고 암울해지는 장면들이 훨씬 많아요. 그러니 가볍고 즐겁게 볼만한 영화를 원하신다면 다른 영화를 보시는 게 낫습니다. 이거 심지어 막판에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짠하고 감동적인 대화 장면이 아주 길게 이어지다가 끝나거든요. ㅋㅋ 설정은 꽤 웃긴데요. 실제 영화는 정말 긴장되고 억울하고 슬프고 뭐 그렇습니다. 진지한 스릴러 무비에다가 유머는 중간중간 환기용으로 쓰인 거라고 해도 크게 지나치진 않을 거에요.


 대신 미국의 흑인 차별에 대한 흑인들의 입장은 참 다양한 소재와 상황들로 영화 내내 아주 절절하게 잘 전달이 됩니다. 디테일도 아주 풍성해서 영화를 보다보면 그 분들 입장이나 감정 같은 걸 대리 체험 시켜주는 잘 만든 공익 영화(...) 보는 기분도 들고 그래요. 주인공 흑인 둘의 배경을 상반되게 설정한 것도 그런 측면에서 아주 효과적이었구요. 단순하게 흑 vs 백으로 가는 것보다 훨씬 할 얘기가 많아지더라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카를로스는 알리바이(?)용 캐릭터일 뿐. 그냥 이 두 사람, 두 흑인 젊은이들 이야기라고 생각하셔도 무방합니다.)



 - 거기에다가 결정적으로, 그냥 영화를 꽤 잘 만들었습니다.

 캐릭터들도 생생하게 살아 있는 느낌이고. 계속해서 밀려오는 위기 상황들은 하나 같이 진짜로 위험해 보이고 걱정되고 그래요. 그리고 '환기용'이라지만 어쨌든 유머도 등장할 때마다 잘 먹히구요. 거기에다가 두 베프의 드라마도 생각보다 깊이 있게, 진짜처럼 잘 만들어져서 막판엔 정말로 짠하기도 하고 또 감동적이기도 하고 뭐 그랬어요. 이렇게 영화가 재미가 있으니 그 안에 담긴 메시지도 거부감 없이 잘 전달되구요. 제가 자꾸 좀 시니컬하게 이야기하긴 했는데, 메시지 전달하느라 영화의 완성도나 재미를 놓치는 작품은 아닙니다. 오해 말아주세요. ㅋㅋㅋ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이 상황의 몇 초 뒤가 영화에서 가장 웃기는 장면이었는데. 당연히 설명은 못 하겠군요. ㅋㅋ)



 - 뭐 대충 마무리하자면요.

 아마 선댄스에 출품됐던 영화를 아마존이 사와서 오리지널 딱지 붙여 올린 것 같은데. 암튼 꽤 오랜만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서 접한 만족스러운 영화였습니다. 웃기고 긴장되고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그러니 복잡하게 생각하실 것 없이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이용하시는데 딱히 볼 게 없어서 아쉬운 분들이라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어쨌든 재밌는 영화'였습니다. 다만 포복절도 유쾌상쾌 코미디는 전혀 아니라는 거... 하하. 사실 전 그런 가벼운 게 보고 싶어서 골랐던 영화였지만, 원하는 방향은 아니었어도 암튼 잘 봤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6437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502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4040
121831 [펌]여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txt [28] 루아™ 2011.01.20 5542
121830 [우행길] 19. 연어와 고등어, 혹은 오메가3의 위용..: 오늘의 식단.. [11] being 2011.03.07 5542
121829 여름밤에 듣는 음악 [5] calmaria 2010.06.06 5542
121828 반도의 일일드라마 퀄리티.jpg [9] 黑男 2013.09.19 5541
121827 안철수 노원병 출마 [26] 마르세리안 2013.03.03 5540
121826 도둑들 폭발했네요 [9] 감동 2012.07.26 5540
121825 여배우 괴롭히기 전문 감독들 [5] 쥬디 2011.04.18 5540
121824 빙연 부회장 이지희의 문제점 [13] 익명함 2014.02.22 5539
121823 범죄와의 전쟁: 최익현의 아들은 왜? (스포유) [10] 정독도서관 2012.02.08 5539
121822 샴양라면이 요즘 이상한 모험을 합니다. [24] 자두맛사탕 2011.10.27 5539
121821 대중 매체에서 보이는 간호사의 모습 [17] 남자간호사 2011.10.14 5539
121820 수트 간지.jpg [15] 남산교장 2013.03.22 5538
121819 박원순 하버드 도서관 논란... [32] 도야지 2011.10.13 5538
121818 현재 미국 인기가수 데뷔 및 히트 경로 [13] Lisbeth 2011.03.07 5538
121817 교회 예수 벽화 망가뜨려놓고… "관광객 늘었느니 로열티 내놔!" [24] 사과식초 2012.09.20 5537
121816 지금 제 타임라인을 달구고 있는 악마의 게임 [19] nixon 2011.03.22 5537
121815 웅진코웨이 사내복지 [10] 기릭스 2011.01.09 5537
121814 제가 타블로라도 응답하기 싫을 것 같습니다. [10] 걍태공 2010.06.09 5537
121813 [바낭] 지긋지긋하시겠지만, 아이유 떡밥에 한 숟가락 얹어 봅니다 [18] 로이배티 2012.11.11 5536
121812 슈스케 보다가 깜짝 놀랐습니다 [17] espiritu 2013.11.16 55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