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7년작입니다. 런닝타임 98분에 장르는 하이틴 코미디/호러. 스포일러는 없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제목의 뜻은 별 거 없고 걍 주인공들이 운영하는 블로그, 트위터 계정 이름이에요.)



 - 어두컴컴한 밤에 으슥한 곳에 주차된 승용차 안에서 고딩 커플이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어라? 남자애가 얼마 전 넷플릭스 '두 리벤지'에서 갑부집 애로 나왔던 걔네?? 라는 반가움도 잠시. 얘는 곧바로 연쇄 살인마의 칼에 맞아 머리통이 쪼개지구요. 비명을 지르며 도망가는 여자애를 쫓아가던 살인마는 갑자기 무슨 트랩에 걸려 쓰러집니다. 그리고 여자애 친구가 튀어나와 둘이 참으로 해맑게 기뻐하는데, 알고 보니 이 둘은 자기들이 전설의 연쇄 살인마가 되고 싶어서 사부를 찾고 있었던 거래요. 하지만 살인마님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 협상은 결렬되고 우리 여고생들은 '언젠가 우리가 실컷 죽인 다음에 저 아저씨에게 덮어 씌우자'며 살인마를 굴욕적으로 감금합니다.


 그리고 나머지는 뭐... 그냥 그 둘이 하고팠던 일 열심히 하고 다니는 이야기에요. 열심히 계획하고 연습해서 이 사람 저 사람 죽여 보고. 그러면서 대외적으로는 이 연쇄 살인을 자기들이 캐보겠다면서 블로그, 트위터 개설해서 '구독과 좋아요!' 구걸하러 다니구요. 근데 자꾸만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본인들이 받아야할 관심을 제대로 받지 못 해서 이 둘은 신세를 한탄하며 타개책을 찾아보려 하는데...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주인공들이 연쇄 살인범이고 그걸 갖고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코믹 슬래셔... 라고 생각하면 사실 그리 흔하진 않습니다. 성별이 여성이면 더욱.)



 - 곧 없어질 시즌이 인수 전까진 그래도 뭔가 해 보겠다고 프랑스의 '블랙필즈'라는 회사랑 계약을 맺고 그 회사 작품들을 열심히 업로드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이 회사는 숏폼 전문 플랫폼을 컨셉으로 잡고 있는 곳입니다. 그래서 영화 한 편 분량의 이야기가 10분 단위로 끊어져서 에피소드 아홉개, 열개 이런 식으로 올라오고 그래요. 예전에 제가 보고 글도 올렸던 '데드 우먼 워킹' 같은 게 대표적인 듯 하구요. 그런데... 이 경우는 좀 희한합니다. 이 영화는 걍 98분짜리 극장용 영화에요. 근데 이걸 판권을 사서 아홉 토막을 내고는 시작과 끝에 크레딧을 넣고 서비스하는 겁니다. ㅋㅋ 아니 뭐 이런 경우가!!

 애초부터 숏폼을 의도한 게 아니다 보니 문자 그대로 영화를 토막내서 보는 기분이구요. 계속 튀어나오는 크레딧 때문에 흐름도 끊기는 기분이었고. 그래서 좀 헷갈립니다. 보면서 종종 집중이 안 될 때가 있었는데 그게 영화 자체의 문제였는지 강제 숏폼화 시켜 버린 블랙필즈의 문제였는지...;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슬래셔가 들어간 코미디일 거라 생각하고 봤는데 그냥 코믹한 슬래셔였습니다?)



 - 암튼 그래서 이게 어떤 영화냐면요. 장르 쪽으로 따져 보자면 코미디가 아주 강한 슬래셔 무비입니다. 계속해서 뭔가 깐족거리는 개그 톤으로 흘러가는데 또 그 와중에 슬래셔, 혹은 스플래터에 되게 진심이에요. 누구 하나 죽일 때마다 나름 열심히 궁리해서 조금이라도 특이하고 현란한 폭력 및 신체 절단 장면을 보여주려 노력하는, 그런 장면들이 이야기보다 살짝 더 우선시 되는 영화입니다. 

 그리고 이게 이 영화의 핵심 같아요. 생각해보면 뭐, 요즘도 신체 절단을 탐구하는 B급 호러 영화들은 꾸준히 나오지만 그게 이렇게 가볍고 발랄한 코미디와 연결되는 경우는 흔치 않았던 것 같거든요. 더군다나 이야기 측면에서도 좀 튀는 게 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당연히 메타 개그도 들어가긴 합니다만. 마구 넣어서 패러디물 느낌을 내진 않구요.)



 - 그 '이야기 측면'에 대해서 말해보자면 하이틴 성장물입니다. 정확히는 그 틀을 가져다가 사이코 호러물로 만든 이야기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러니까 답답한 시골 마을의 답답한 문화와 사람들에게 질린 10대 소녀들이 좌충우돌하며 꿈을 찾아 가는 이야기인데 그 꿈이 연쇄 살인마라는 뭐 그런...;


 근데 이게 21세기 영화구요. 여성 둘이 주인공을, 그것도 살인마 역할을 하는 호러 무비구요. 그렇다 보니 뭔가 또 '호러 장르의 여성주의적 재해석' 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짐작을 하게 되지만, 아닙니다. 그딴 거 없어요. 주인공들이 여자인 건 그냥 진부해질 수 있는 이야기에 튀는 느낌을 주고, 또 살인 장면들에서 주인공들을 고생 시켜서 좀 더 웃기기 위한 아이디어일 뿐 더 이상의 뭔가는 없구요.


 주인공들이 sns와 인터넷 유명세에 집착하는 모습을 통해 요즘 세대들의 문화를 풍자해보자... 뭐 이런 이야기려나? 라고 생각해보면 그것 역시 꽝입니다. 그냥 '요즘 애들은 다 이러니까' 들어간 설정일 뿐 그걸 갖고 무슨 진지한 이야기를 해 볼 생각은 애시당초 없어요. 다시 말 하지만 이 영화는 그냥 '웃기는 스플래터 무비'가 목적이고 그 외의 무슨 거창한 의도 같은 건 없습니다. 뭐 감독의 의도는 뭔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런 게 있었다면 실패에요. 그런 진지한 건더기... 같은 건 영화 내내 전혀 안 느껴지거든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이런 게 내내 나오긴 합니다만. 딱히 깊이 같은 건 없고 걍 '짜증 나는 요즘 십대들'을 표현하며 드립들 추가하는 정도로만 쓰입니다.)



 - 장점을 말하자면. 

 일단 웃깁니다. 대놓고 초현실적으로 막 나가는 두 주인공의 캐릭터도 재밌고 또 그걸 맡은 배우들이 참 잘 소화해서 수시로 자잘한 웃음을 주고요.

 그리고 폭력 장면들도 잘 만들었어요. 라고 말하니 뭔가 변태 같은데, 암튼 그렇습니다. 매번 다양한 상황과 전개를 넣어서 벌어지는 액션(...)을 뻔하지 않은 느낌으로 재밌게 보여주고요. 또 그 와중에 이 장르 팬들 섭섭하지 않게 신체 손상 강도도 상당한 수준으로 보여지구요.

 그러니까 애초에 의도한 목적은 거의 다 달성한 영화인 겁니다. 덧붙여서 '아마추어 10대 여성 살인마 콤비'라는 설정 덕에 개성도 확보가 되구요. 다 보고 나서 확인해보니 비평적으로 꽤 성공한 영화던데. 아마도 본인이 선택한 장르를 잘 소화했다는 점에서 칭찬 받은 게 아닌가 싶었구요.



?scode=mtistory2&fname=https%3A%2F%2Fk.k

 (이젠 슬슬 부모 떼고 이야기해도 될 것 같지만 그래도 굳이 '멕 라이언 아들!!!' 이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이 스윗남도 출연하구요.)



 - 다만... 한 가지 문제가 좀 있는데요.

 원래 이 장르의 영화들은 다 보고 나서 상큼 깔끔 기분 좋게 마무리하라는 식으로는 잘 안 만들잖아요? 이 영화도 그래요. 권선징악과는 아주 거리가 먼, 거의 위악에 가까운 결말로 끝을 맺는데요. 그게 영 그렇습니다.


 그러니까 우리의 주인공들은 영화로 구경하는 재미가 좋을 지언정 결국엔 사이코패스 살인마들이에요. 정말 눈꼽만큼의 가책도 아쉬움도 없이 막 지르고 다니는 인간 말종들인데. 아무리 그래도 요즘엔 이런 식의 이야기를 만들면 최소한 살생부 명단의 사람들 설정에 신경을 좀 써서 관객들의 심적 부담을 덜어주는 게 트렌드거든요. '프리키 데스데이' 같은 영화처럼 말이죠. 근데 이 영화는 그런 게 전혀 없습니다. 희생자들 중 대부분이 그냥 아주 선량한 학생, 시민들이고 진짜 하찮은 이유로 주인공들의 타겟이 되어서 처참하게 죽어나가요. 그렇다보니 차츰차츰 뭔가 기분이 불쾌해지고. 끝까지 가면 아.......... 이건 좀.............. 이런 기분이 가득해지더라구요. 더군다나 이게 기본적으로 '코미디' 영화이니 말입니다. 허허.



img.gif

 (비호감 사이코패스 살인마지만 배우는 넘나 매력적이셨던... ㅋㅋ 요즘 엑스맨 3부작에 스톰 역으로 나왔던 분이에요.)



 - 암튼 그랬어요. 만든 분들이 여러모로 센스 있는 분들이다 싶었고. 주인공들 캐릭터도 잘 빚어서 센스 있는 배우들에게 잘 맡겼구요.

 뭐 다 좋았는데, 아무리 봐도 이게 슬래셔 무비 같은 걸 즐기는 팬들에게 훈계하려고 만든 영화는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차라리 처음처럼 끝까지 팔랑팔랑 가볍게 갔음 나았을 텐데. 막판에 나름 진지한 드라마, 캐릭터를 넣어두고 그걸 이용해서 더욱 기분 나쁜 엔딩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 한 것 같아서 '이게 뭐꼬!!!' 라는 기분으로 마무리하게 되어 버렸네요. 98분 중에 93분 정도는 그래도 계속 즐겁게 봤는데 말이죠.

 좀 위악적인 이야기라도 부담 없이 즐기시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셔도 좋을 거에요. 어쨌든 영화 자체는 잘 만들었습니다. 재밌구요.

 결론적으로 추천은 하지 않겠습니다만. 어차피 보실 분도 없으시겠죠. 플랫폼이 시즌이니까요... ㅋㅋ




 + 개인적으로 요즘 미국 청춘물들에 빠지지 않는 sns(콕 찝어 말해서 인스타그램)에 목숨 거는 10대들 묘사는 좀 많이 지겹습니다. 이젠 재미도 없고 감동도 없고... 그렇지만 정말로 미국 10대들이 그런 상태라면 뭐 그런 제 의견은 무의미하겠죠. 근데 정말 그 정도로 목숨을 걸까요? 한국 10대들은 엄청나게 사용하긴 해도 그렇게 목숨을 거는 느낌과는 좀 다르던데...;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399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54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62
121716 요통이 심한 상태에서 헬스는 정말 안되나요? [10] 산호초2010 2022.12.03 473
121715 왜 이러고 사는지 모르겠어요 [4] 어디로갈까 2022.12.03 633
121714 요수도시 (1987) catgotmy 2022.12.03 244
121713 우와 우리나라 16강 올랐네요 [14] 가끔영화 2022.12.03 951
121712 2022 New York Film Critics Award Winners [3] 조성용 2022.12.03 294
121711 그동안 욕해서 미안 [4] 사막여우 2022.12.03 798
121710 [티빙바낭] 본 김에 이어 달린 '웜우드: 좀비 아포칼립스' 잡담 [4] 로이배티 2022.12.02 292
121709 달과 화성이 붙어있어요 [2] 가끔영화 2022.12.02 248
121708 안티 백종원 [5] Sonny 2022.12.02 836
121707 프레임드 #266 [4] Lunagazer 2022.12.02 111
121706 Sight & Sound 역대 베스트 영화 리스트 발표됐네요 [6] modify 2022.12.02 601
121705 벨기에 떨어졌군요 [3] daviddain 2022.12.02 391
121704 U2 - I Still Haven't Found What I'm Looking For [2] catgotmy 2022.12.02 183
121703 오늘 우리 월드컵 스코어 어떻게들 예측하세요? [13] theforce 2022.12.02 658
121702 [넷플추천] 노르웨이산 초자연재난스릴러 '트롤' [6] LadyBird 2022.12.01 533
121701 21세기 대한민국의 온라인 공간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17] 일단은익명 2022.12.01 1490
121700 프레임드 #265 [7] Lunagazer 2022.12.01 132
121699 이승환에 대해 catgotmy 2022.12.01 553
121698 유가족들이 시신을 찾지 못해 헤맸다고 하더군요 도야지 2022.12.01 414
121697 [넷플릭스] '리타', 그리고 덴마크 사람들 [4] S.S.S. 2022.12.01 369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