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지인들을 잘 만나는 편은 아니지만 가끔은 소식이 궁금한 후배 하나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집안 형편도 어렵고 남들에게 안좋을 일도 많이 당해서 이런저런 세상에 대한 응어리가 많은 친구라

가끔은 딱하기도 혹은 대견하기도 한 친구입니다.

 

그런 결핍이 많다보니 남들이 가진것에 대한 열망이나 갈구가 엄청 심했던 친구입니다. 가방끈도 짧다보니 남들보다

빨리 사회나와서 열심히 돈벌이 해서 가정을 하나 꾸리는게 자신의 목표였거든요. 워낙 어린 시절이 불우하다보니

화목한 가정에 대한 결핍이 남다를 수 밖에는 없었겠지요.

 

그렇게 무던히 노력을 해도 사실 벌이가 딱히 좋지는 않았던 모양입니다. 성실히는 했지만.

결국 나름 좀 모았던 돈으로 사업도 했다가 결과는 영 신통찮고 지금은 어찌어찌 잘 자리잡아서

정규직으로 매달 벌이는 되는 모양이더군요.

 

돈도 돈이지만 어릴때 가져보지 못했던 인간관계에 대한 욕망도 커서 일을 하면서 참 사람도 많이 만나고 다니더군요.

그렇게 친구도 사귀고 어쩔땐 애인도 사귄 모양인데 사람일이 제맘대로 되는게 없다고 사람들 사이에서도 상처를 많이

받아서 험한일도 겪고 그랬더군요. 특히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하고 사랑에 속아 돈날리고 뭐 그런 뻔한 얘기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한 동안 연락이 뜸하다가 참으로 오랜만에 연락이 와서 술한잔 기울이며 이런 저런 얘길했습니다.

 

헌데, 사람이 좀 태도가 많이 바뀌었다해야하나 아니 근본적인 삶의 자세 자체가 바뀐것 같더군요.

예전에는 무언가에 늘 쫒기고 악귀처럼 욕망을 쫒고 그랬던 친구가 매우 차분하다 못해 심드렁한 태도로 일관하더군요.

 

그간 무슨일이 있었느냐고 물어봤더니 한참을 망설이다 입을 열더군요.

그동안 자신이 신기루를 쫓았다고......남들이 하면 나도 해야하고 남들이 가진걸 나도 가져야 하고 그런 강박에 사로잡혀있었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무얼해도 행복감이나 만족감을 느낄수도 없었고 늘 불안하고 초조했었다고 하더군요.

 

지금은 너무 편하답니다. 연애, 결혼, 집 이런것들을 포기하고 아니 그런것들에 대한 관심이 사라지고 나니 자신이 무엇을 할까 어떻게 살까

이런 생각을 하게 되니 삶의 활력이 생기더라는거죠. 지금은 돈 때문에 하고 있는 이 일을 그만두고 자신이 진정 하고 싶은 일도 찾아볼 생각이라더군요.

 

적어도 자신에게는 이제 돈에 대해서는 그리 걱정이 없답니다. 어릴때 그렇게 싫었던 달동네의 단칸방이나 고시원도 괜찮다네요.

그냥 자기 자신의 힘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좋답니다. 앞으로 돈 들어갈 일도 없을거라하더군요.

물욕 자체가 사라진 듯 보였습니다. 욕망을 절제하면서 자유를 얻은 셈이더군요.

 

한적한 공원에 혼자 앉아 먹는 삼각김밥과 생수한통이 그렇게 꿀맛일수없다네요. 예전에는 늘 자기 SNS에 벼라별 음식 사진이 다 올리던 친구인데 말입니다.

 

대신에 세상과 타인에는 철저히 무관심해진듯 보였습니다. 그전에는 늘 자신의 결핍 때문에 유행하는거는 뭐든 따라하고 늘 남들이 하는거에 뒤쳐지기

싫어했던 친구가 말이죠. 사람이 근본까지 변해버린 모습은 저도 본적이 잘 없기에......

 

뭐 그러고 보니 요새 그럼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긴 한것같더군요. 일본에서도 사토리 세대니 뭐니 하면서 현실과 욕망에 대해 달관한 사람들이

많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고. 물론 그게 개인 성향의 자유로운 변화기라기 보다는 사회에 개인이 적응해나가는 모습의 하나라고 봐야겠지만요.

 

어쩌면 인간은 또 다른 모습으로 진화해나가고 있는건지도 모르겠네요.

 

 

 

 

ps. 혹시 무슨 계기가 있어서 이래됐냐고 물어봤더니 믿었던 사람한테 배신을 당해 돈도 잃고 사랑도 잃고 뭐 그랬다더군요.

해서 처음엔 그냥 경찰에 신고만 하고 포기했다가 너무 분한 마음에 어찌어찌 그 두 년놈들을 계속 추적해서 찾았고 결국

잡아서 요절을 내려했는데 얼마후에 지들이 알아서 사고로 뒈져버렸다더군요. 분을 못이겨서 사고난 블랙박스 영상을 찾아

매일 시간날때 마다 봤다더군요. 하나는 공중으로 날라가고 하나는 바닥에 갈리고. 그러다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영상도

지우고 돈 찾는것도 포기하고 혼자 방황하다 문득 깨달음을 얻었다네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01401
107146 넷플릭스 가입 [3] 김지킴 2017.10.11 1426
107145 진짜 쓰레기 기레기는 경향신문이죠 [24] soboo 2017.10.11 3061
107144 안쓰는 물건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가 궁금해요 [10] 루이보스 2017.10.11 1953
107143 제임스 스튜어트 만세! 오드리 헵번 만세! [4] 모르나가 2017.10.11 1202
107142 원더우먼 만화책의 탄생을 다룬 영화가 나오는군요 [4] 부기우기 2017.10.11 665
107141 이런 서울대생 진짜 존재하나요?; [28] Journey 2017.10.11 3443
107140 청각장애인을 위한 인공지능 문자통역 서비스에 기여해봅시다 [4] Journey 2017.10.11 604
107139 하비 와인스타인 성추행 관련 뉴요커 기사 [12] glow 2017.10.11 2353
107138 마녀의 법정 재밌네요 [5] 키드 2017.10.11 1285
107137 80년대 운전면허 시험장 [2] 가끔영화 2017.10.10 1271
107136 [벼룩] 더 레슬러, 장고 등 초회한정판 블루레이 여러 장 [1] hajin 2017.10.10 469
107135 안녕 히어로 리뷰 [6] 티미리 2017.10.10 593
107134 거... 박연선 작가님... 너무한거 아니오... [7] 달빛처럼 2017.10.10 2535
107133 스타워즈 에피소드 8 라스트 제다이 예고편 [4] 부기우기 2017.10.10 835
107132 엑스-파일 시즌11 [4] theforce 2017.10.10 1336
107131 Jean Rochefort 1930-2017 R.I.P. [1] 조성용 2017.10.10 691
107130 시상식 풍경 가끔영화 2017.10.10 410
107129 어렵지 않은 반찬 하나 찾았네요 [2] 가끔영화 2017.10.09 1511
107128 추석 연휴 동안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3] 조성용 2017.10.09 1418
107127 [펌] “미국이 전쟁을 말할 때, 한국은 몸서리친다” 소설가 한강, 뉴욕타임스 기고문 [11] 윤주 2017.10.09 233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