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낭] 진상 권하는 사회

2017.10.31 13:41

로이배티 조회 수:2212

0.

프롤로그 격으로 미리 바탕에 깔고 가야할 이야기를 먼저.

결혼해서 독립할 당시 그냥 동네에 전단지(사은품!! 사은품!!!) 깔려 있던 인터넷 업체를 그냥 불러다 설치한 후 8년을 그냥 써 왔어요.

당시엔 그냥 인터넷만 썼고 대략 4년쯤 후 부터는 같은 업체에서 iptv도 추가를 했죠.

그래서 인터넷은 8년 반, iptv4년 반을 사용한 상태였습니다.

  

 

1.

근데 이 업체 서비스가 가면 갈수록 별로... 인 수준을 넘어 괘씸해지는 겁니다.

그러니까 인터넷 속도가 갈수록 느려지는데, 그게 그냥 좀 느리다 수준을 넘어서 iptv 시청 중에 컴퓨터를 켜서 인터넷 접속이 추가 되면 티비 화면이 뚝뚝 끊기는 수준까지 가더라구요. 그래서 as를 요청하면 기사님은 오셔서 아무 문제 없습니다~’ 이러고 가시는데 인터넷은 다시 정상이 됩니다(...) 그리고 몇 달 있으면 다시 똑같아지고. 기사님 부르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라며 가시는데 속도는 다시 정상이 되고. 이게 이렇게 반복이 되다 보니 이 업체 놈들이 주기적으로 대역폭을 제한해 버리는 게 아닌가... 라는 의심까지 들어서 인터넷을 마구 갈아타고 싶어지는 가운데 다른 서비스 업체에서 수십만원 어치 사은품을 퍼준다길래 조건을 따져 보니 갈아탈 경우 최소 약정 기간 3년간은 20여만원 이득을 보며 서비스도 업그레이드 된다는 결론이 나와서 갈아 타기로 결정하고 바로 계약까지 끝냈습니다.

 

 

2.

일이 코믹해진 건 그 다음인데요.

다른 회사에서 와서 설치해주고 간 후 원래 업체에 해지 신청을 했더니.

사은품 명목으로 xx만원을 제공해 줄 테니 그 쪽 계약 취소하고 남아달랍니다.

근데 제가 이미 받기로 한 액수에 한참 못 미치는 데다가 괘씸하니까 걍 해지 해달라고 그러고 전화 끊었죠.

그랬더니 한 시간 후에 또 전화가 옵니다. 사은품 액수는 그대로지만 장비를 모두 최신, 고급형으로 교체해 주겠대요.

하지만 역시 갈아 타는 경우보다 혜택이 모자라고... 괘씸하니까! 그냥 해지해달라고 했죠.

그랬더니 또 한 시간 후에 전화가 왔습니다. ㅋㅋㅋ 이번엔 쿨하게 얼마 받고 갈아 타냐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액수를 말 해줬더니 그대로 맞춰 주겠답니다. 액수는 똑같이, 그리고 장비는 모두 새 것으로.

이렇게 되니 결국 쓰던 서비스로 잔류하는 게 이득이 되는 상황이 되었... 지만 괘씸하니까!!!!!!

 

그냥 갈아 타겠다고 말 하고 끊었어요.

잠시 후에 며칠 안으로 우리 회사 iptv 셋탑과 인터넷 공유기를 반납 받으러 가겠다는 문자가 오더군요. 그걸로 일은 끝...

 

일 줄 알았는데.

 

 

3.

한 달 반이 넘도록 안 오더라구요. ㅋㅋㅋㅋ

받으러 오면 바로 편히 주려고 종이백에 담아 현관에 놓아 두었던 셋탑은 어디로 갔는지 신경도 안 쓰이고 뭐 그러고 살던 중에, 토요일에 이 회사 기사라면서 전화가 왔습니다. 세 시에 받으러 가도 되겠냐고. 근데 그 연락 받은 게 두 시인데다가 밖에 나와 있는 상황이라 그 때쯤 상황 봐서 연락 주겠다고 했죠.

그런데 의외로 집에 일찍 가게 되어서 셋탑 찾아서 꺼내 놓고 연락해드려야지... 하고 있는데.

 

안 나오더라구요 그 셋탑이.

 

그래서 기사님께 사정을 말씀드리고 나중에 와달라고 했는데, 이 분께서 분실하신 거라면 변상금 나올 수도 있어요라고 알려주시는 겁니다.

 

변상금이라니. 

장기 고객으로 개무시당하며 오랜 세월 버티다가 이제 겨우 작별했는데 이제사 변상금까지 줘야 한다니!!!

 

싫어 죽겠다는 맘으로 몇 시간에 걸쳐 집을 한 다섯 번 정도 뒤집어 엎었지만 안 나옵니다

아마도 현관에 놓여 있던 종이백을 누가 분리 수거 쓰레긴 줄 알고 내다 버린 거겠죠.

격한 탈력과 좌절 상태로 수색을 포기한 후 컴퓨터를 켜고 변상금이 얼마나 나올지 확인해 보려는데 무려 iptv 셋탑이란 물건을 분실 씩이나 하는 멍청한 사람이 많을 리가 없잖습니까. 아무 것도 안 나오더라구요.

 

그래서 결국 회사 홈페이지로 들어가 약관을 다운 받아 첫 페이지부터 끝 페이지까지(...) 읽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세한 얘긴 하나도 없고 이런 공식이 나오더군요.

 

(48-사용개월수) / 48 * 장비가격 = 변상금

 

근데 생각해보니, 저는 4년 반을 썼으니 이미 50개월을 넘겼거든요.

그렇담 변상금이 0이 되지 않습니까?

그래서 환호...를 하려고 하는데 그렇담 얘네들은 그 물건을 왜 받아가는가.

그리고 이렇게 48개월 동안 임대료를 내고 그 후 그 물건이 내 것이 된다면 이 양반들은 왜 이걸 할부 판매가 아니라 임대라고 하는가. 등등 앞뒤가 안 맞는 부분들이 막 떠오르면서 혹시 이 약관이 뭐가 잘못된 거거나 제가 뭘 잘못 이해한 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어서 다시 불안해졌죠.

 

...라고 적다 보니 글이 너무 길어져서. ㅋㅋㅋ

 

결론 삼아 이틀 후 서비스 센터와의 통화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습니다.

 

사용 기간 48개월이 지난 장비는 분실해도 변상을 할 필요가 없다. 공유기만 달라.

- (공유기도 48개월 넘게 썼는데? 라는 제 질문에) 아니 셋탑만 분실하셨다고 하니까...

- (48개월 넘기면 변상할 필요가 없다는 건 제 물건이 되었다는 뜻 아니냐?는 질문에) 아니 그게 임대니까 고객님 물건이 되는 건 아니고 원래는 저희가 회수를 하는 거지만...

- (말이 앞 뒤가 안 맞는 것 같은데 어쨌든 그럼 공유기도 반납 안 해도 되는 거지? 라는 질문에) 네 뭐 그렇게 하시겠다면야...

 

그래서 걍 그럼 전에 연락 왔던 기사님께 받으러 오실 필요 없다고 전해주시고, 혹시라도 다음 달에 지금 대화랑 다르게 뭐 청구 되는 거 없게 확실히 해 달라고 얘기하고 끊었습니다.

 

혹시나 해서 덧붙이는 얘기지만 요약 내용이 저렇게 시종일관 예의바르고 얌전하게 대화 나눴어요. 전화 받는 분들이 무슨 죕니까. 약관으로 장난 치고 슬쩍 소비자들 떠보면서 사기 치는 회사가 문제지. ==


암튼 참으로 한숨 나오는 대한민국 대기업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거 4년 넘은 구형 셋탑이랑 훨씬 오래된 구형 공유기 가져가봐야 돈 얼마나 된다고 안내도 안 해주고 주인 몰래 막 가져가려고 하니... orz


대한민국에선 장기 고객이라고 뭐 잘 해주는 게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냥 약정 기간 끝나면 선물 퍼주는 데로 갈아타는 게 이득.

혹은 갈아타겠다고 협박(...)하면서 선물 받아내는 게 이득.

그냥 조용히 살면 호구.

결론은 진상 고객이야말로 대한민국이 요구하는 가장 이상적인 소비자상이라는 것.



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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