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m.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328.html


“‘넌 최선을 다했다. 네가 할 수 있는 부분은 그 이상으로 해냈다’라고 해주셨다. ‘그때 너로 인해 산 사람도 있지 않냐’라고 말씀도 하시는데…. 나한테는 큰 위로가 되지는 않는다. 나를 안아주는 사람이 있고, 다독여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로는 받았지만, 지금은 유족들에게 정말 죄송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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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경찰관의 인터뷰는 참혹했던 현장과, 그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시민들을 연상케합니다.  그리고 저런 경찰이 있었음에 안도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어떤 사람들은 이 인터뷰를 두고 착한 경찰들을 마녀사냥하지 말라는 재료로 사용합니다. 경찰들은 그곳에서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사건의 규모가 워낙에 커서 사람들은 죽을 수 밖에 없었으니 이제는 그만 질문을 해야한다고.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습니다.  그 책임을 지우면 유족들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그 어떤 이에게도 책임을 묻지 못한 채 불운으로 납득하고 알아서 장례를 치르면 되는 일이냐고.


만약 그런 주장을 그대로 따라가본다고 합시다. 내년 이태원의 할로윈은 어떤 축제가 될까요. 이제 시위주최측도 없으니 그 어느 단체장이나 정치인도 책임질 필요가 없는 "행사 아닌 무언가"가 될 것입니다. 거기에서 시민들은 헐크도 아닌데 수만명의 인파의 흐름을 일일이 체크하면서 할로윈을 즐기는 틈틈이 생존을 도모해야할 것입니다. 저 경찰관은 과연 그런 할로윈을 원하고 있을까요. 유족들과 시민들이, 그 어느 누구도 탓하지 않고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은 채 얌전하게 슬퍼만 하면서 다음부터는 자력으로 위험을 눈치채고 알아서 낄끼빠빠해주는 그런 할로윈을 원하고 있을까요. 아마 그는 자신과 엇비슷한 책임의식을 가진 경찰들이 할로윈 현장에 더 많아지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자신의 후회를 두번 다시 반복하지 않도록 정치인들이 그 기틀을 마련해주기를 바랄 것입니다. 


그리고 현실은 반대로 흘러갑니다. 아주 커다란 재난이 발생해서 백명단위의 사망자가 나왔을 때,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고 죽은 사람들만 불쌍하게 되었다는 그런 회의적인 세계조차 이뤄지지 않습니다. 책임을 요구하는 사람들의 압력에 못이겨 억지로라도 꼬리자르기를 하고 책임을 누군가에게 지우려고만 합니다. 그것은 선동당하는 시민들 때문이 아니라, 책임자들이 뭐라도 던져주고 끝내야겠다는 면피성 책임만을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52/0001808488?sid=102&lfrom=twitter&spi_ref=m_news_twitter


'이태원 파출소 직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서 B씨는 10만명 넘는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도 본청의 경력 지원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B씨는 "112 신고는 시간당 수십 건씩 떨어진다. 당일 탄력근무자 포함 30명 남짓 근무하면서 112 신고 뛰어다니며 처리하기도 바쁜 상황에서 압사사고를 예상해서 통제하고 있었다면 112신고는 누가 뛰느냐"며 "혹여 강력 사건이라도 발생해서 누군가 죽었다면 왜 가만히 걸어가는 사람들 통제하느라 강력사건 못 막았냐고 비난하시지 않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어 "인파가 몰릴 것을 예상했으면서 대비는 파출소 소속 직원이 했어야 했느냐. 경찰청, 서울청, 경찰청장은 뭘 했느냐. 광화문 집회에 그렇게 많은 기동대가 필요한가"라며 "일이 터졌으니, 112신고가 있었으니 책임은 일선 경찰관이 져야 하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B씨는 "살달라 손 내밀던 모든 손을 잡아주지 못해서, 그 기억들이 가시지 않아 괴로워하는 젊은 경찰관들에게 사고에 대한 책임까지 짊어지게 하는 게 최선인가"라며 "아무 대비책도 없었고 관심도 없었던 서울시장, 경찰청장, 용산구청장 및 윗선 본인들 스스로 먼저 감찰받으라"고 직격했다. 다만,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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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이태원 참사를 두고 비분에 차서 책임을 묻는 사람들이 과연 "경찰만을" 이야기했던가요? 여기 게시판에서부터 트위터나 다른 곳의 사람들이 윤석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행안부 장관과 용산구청장의 비인간적인 인터뷰에 대해 화를 내고 있습니다. 경찰의 책임이 없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책임은 경찰 개개인의 인성이나 성실함의 부분이 아닙니다. 왜 맨 위의 인터뷰의 경찰들 같은 사람이 구조적으로 그 숫자가 적을 수 밖에 없었는지, 그 숫자를 최종적으로 결정한 것은 누구인지 사람들은 계속 묻고 있습니다. 그러나 경찰청장은 이를 현장경찰들의 태만으로만 판단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묻습니다. 왜 너희들이 일을 잘못했냐고 모든 책임을 현장의 경찰들에게만 뒤집어씌우는 거죠.

현장에서 인원배치가 더 필요하다고 보고도 했고, 참사 현장에서는 적은 숫자의 인원으로나마 고군분투를 했습니다. 의인으로 취급받는 경찰 본인조차 트라우마에 힘들어합니다. 그러나 이런 경찰들이 맞닥트린 현실적 한계는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그저 얼마나 일을 못해서 이런 일이 생겼는지 졸지에 참사의 최종책임자로 몰리고 있습니다. 누가 이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요. 선동당한 시민들? 아무나 골라잡는 언론? 아닙니다. 이런 결정을 내리는 행정부 윗선입니다.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065349.html


서울의 한 경찰서 소속 ㄱ경정은 2일 윤희근 경찰청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현장 책임론’을 언급한 것을 두고 “정말 실망스럽다”고 밝혔다. ㄱ경정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에 올린 글에서 “‘현장 대응이 미흡했다’라는 답변은, 지휘부가 성실히 책임을 다하고, 현장에 충분한 경찰력과 장비를 지원했을 때 가능하다”며 “승진을 하여 더 높은 계급을 달아준 이유는 그 책임의 무게를 지라는 거다. 경찰청장이 현장 책임론만 언급한 건 정말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러니까 이태원 참사 현장에서 온 힘을 다해 시민들을 구하려했던 경찰에게서 우리는 그런 질문들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 경찰들의 실패는 자신의 임무에 소홀했다거나 무책임한 탓이 아닌데, 왜 그 전적인 책임을 다 이들이 뒤집어써야하냐고요. 그리고 싸구려 인성론과 소명의식 대신에 구조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왜 저렇게 선량한 경찰은 혼자서 고군분투를 펼쳐야했는지, 그를 도울 수 있던 다른 경찰들은 다 어디에 있었고 왜 이렇게 인력이 충원되지 않았는지 같은 것들을요.


https://www.yna.co.kr/view/AKR20221102093651004?input=1195m


특수본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용산구청, 서울시소방재난본부, 서울종합방재센터,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다산콜센터, 이태원역 등에 수사 인력을 보내 참사 당일 112 신고 관련 자료와 핼러윈 경비 계획 문건 등을 압수수색하고 있다.


그리고 경찰청은 용산경찰서 등 현장에서 참사를 막으려고 애를 쓰던 현장 인력들을 무려 "압수수색"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들은 죄인이 아닙니다. 미비한 구조 안에서도 어떻게든 할 수 있는 구조와 통제를 하려고 마지막까지 책임을 지던 사람들이죠. 오로지 죄를 묻고 따지는 것밖에 하지 못하는 검찰 정부 최악의 무능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저는 이런 검찰 정부의 "인간 사냥"을 이제 멈추고 싶습니다. 그리고 정확한 책임을 묻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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