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나왔어요. 에피소드 6개짜리 영국 드라마구요. 편당 대략 한 시간 좀 안 되는 정도입니다. 스포일러는 없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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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 보고 나서 다시 보면 의미심장한 포스터.)



 - 도입부가 정신 사나워서 정리가 어려우니 걍 간단하게 요약 해보겠습니다.


 사회복지사로 일하는 루시라는 여성이 주인공입니다. 재밌고 잘 생긴 남자랑 결혼도 했었지만 둘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 '아이작'이 정서적으로 문제가 심각한 편이라 남편은 그걸 못 견디고 런. 혼자서 빡세게 아들을 키우며 눈물의 세월을 보내요. 그런데 여기에 덧붙여서 루시에게는 또 한 가지 피곤한 것이 있으니, 매일매일 새벽 3:33에 악몽을 꾸며 잠을 깨 버린다는 겁니다. 그리고 자꾸 이상한 게 머릿 속에 선명하게 떠오르는데 데자뷰라고 하기엔 자꾸 현실과 다른 게 보여서 대체 이게 뭔가 싶고. 엎친 데 덮치는 상황으로 아들에게도 자꾸 뭔가가 보이는 듯...

 그런데 그 시국에 바로 그 동네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요. 두뇌 명석하고 헌신적이지만 피만 보면 토하는 훈남 형사님이 그 사건을 추적하는데, 어찌저찌 추적은 되는데 뭐가 다 이상하고 납득이 안 가는 가운데 당연히도 이 사건의 단서는 루시와 그 아들을 향해 갑니다. 루시의 데자뷰가 이 사건들과 연결될 것이야 말할 필요도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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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빌런님이 네임 밸류로 압도하긴 하지만 이 드라마의 주연 배우는 엄연히 이 분. 제시카 레인님입니다. 근데 제가 잘 몰라서 죄송...;)



 - 재밌는 드라마, 특히 장르물 쪽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그냥 진짜로 이야기 자체가 되게 기발하고 재밌는 게 있겠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는 좀 평이해도 그걸 아주 재밌게 들려주는 경우가 있겠구요.

 OTT 범람으로 인해 저렴한 장르물들이 미친 듯이 양산되어 나오는 요즘 시국에 사실 전자에 해당하는 작품은 그렇게 많지가 않습니다. 비슷비슷한 이야기들이 너무 많이,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쏟아져 나오다 보니 뭐 참신한 이야기 만들어내기가 참 힘들죠. 

 그래서 그런지 요즘은 후자와 같이 아이디어 자체는 좀 평범해도 그걸 어떻게든 흥미롭고 재밌게 꾸며내는 쪽으로 작가들이 머리를 더 가열차게 굴린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이런 걸 잘 하는 작가들이 스타 작가가 되는 것 같고. 이 시리즈를 직접 쓰고 제작한 Tom Moran이라는 양반도 좀 그런 쪽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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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스타, 피터 카팔디님. 닥터 역을 맡으려면 일단 조류상이 기본 옵션인가 보죠?)



 - 그러니까 다짜고짜 시작부터 미스테리로 가득합니다. 과거, 현재, 미래가 교차되고 계속해서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또 그냥 평범한 장면인 줄 알았던 상황에서 갑자기 의문의 떡밥이 튀어나오구요. 아하 대충 이런 이야기구나... 라고 감을 잡은 기분이 들 때마다 타이밍 참 좋게 '아니거든!' 하고 다른 방향으로 톡톡 튀어서 도망가는 게 작가 양반이 시청자들 머리 굴리는 걸 참 잘 예측하고 이야기를 쓰는구나 싶기도 하구요. 

 ...사실 너무 정신이 산란해서 1화는 별로, 2화 초반까지도 좀 재미가 덜하기도 합니다. ㅋㅋ 근데 당최 뭔 얘긴질 모르겠으니, 그거라도 알고 나서 접든가 말든가 하자. 라는 맘으로 일단 계속 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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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을 돕는 정의의 형사님들. 이런 드라마의 형사 치고 매우 많이 유능하다는 게 의외(?)의 재미를 줍니다.)



 - 결론적으로 잘 만든 드라마 맞습니다. 대략 3화쯤 가면 이야기 흐름에도 적응이 되고, 대략적인 방향이 보이기 시작하구요. 또 이게 의외로 캐릭터들이 단단하고 매력적입니다. 영혼 없는 아들에게 필사적으로 사랑을 쏟아 부으며 고통 받는 루시도, 피도 못 보는 체질이면서도 자기 일에 사명감을 갖고 달려드는 추리 천재 형사님도, 심지어 루시의 그 영혼 없는 아들과 정체불명의 빌런 할배까지도 모두 다 스테레오 타잎에서 살짝 벗어나면서 인간적인 부분들을 갖고 있고. 결국 보다보면 정들어요. 그래서 이들이 빚어가는 드라마에 설득력이 생기고 그러니 현란 복잡한 떡밥 놀이도 집중해서 즐길 수 있구요. 게다가 이 떡밥 놀이가 마지막에 가면 죄다 하나로 묶여서 말도 되고 나름 흥미로운 진실로 드러납니다. 재밌게 잘 만들었어요.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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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국 드라마를 지탱하는 근간이 되는 모자 관계. 호러처럼 시작해서 멜로로 가는데 그 수위(?) 조절이 참 맘에 들었어요.)



 - 문제는 '자, 이제부터 시작이다!!!!!' 엔딩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이래서 새로 나온 드라마 같은 거 함부로 보는 게 아닌데요. ㅠㅜ 

 게다가 처음 시작할 때 제가 뭘 잘못 봤는지 에피소드가 10개인 줄 알고 보고 있었는데 6번이 끝나고 나서 다음 에피소드 대신 예고편이 나오는 걸 보고 깜놀...; 그러니까 아마도 예고편까지 포함해서 관련 영상이 10개였나 봅니다. 그것도 모르고 좋다고 보며 어서 다음 이야기!! 했던 저는 그야말로 좌절. 분노. 충격과 공포!!!

 그러니까 첫 시즌이 기-승-전-결 중에 대략 '기' 하나 정도라는 느낌이었습니다. 떡밥 설명 다 끝나고 궁금했던 것들 싹 다 해소하고서 새로운 국면으로 뛰어들며 바로 엔딩. 끝.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음 시즌을 기대하세요. 언제 나올지는 우리들도 모르지롱~ 까르르르!!! ㅠㅜ

 혹시나 해서 검색해봤지만 아직 컨펌된 건 아무 것도 없군요. 허허. 시즌제 드라마 다 망해버렸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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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답해! 다음 시즌 언제 찍냐고!!! 만들기는 할 생각인 거냐고!!!!!)



 - 따로 결론을 낼 것도 없겠는데요.

 드라마도 튼튼, 떡밥 놀이도 깔끔, 배우들 연기 좋고 연출 좋고 다 좋습니다. 간만에 아마존 프라임으로 접한 수작이지만 일단은 보지 마세요. ㅋㅋ

 보아하니 최소 서너 시즌 이상은 나와야 정리될 이야기 같은데 괜히 손 댔다가 오랜 세월 기약 없는 고통 받을 필요 있겠습니까. 묵혀 뒀다 나중에 시즌 좀 쌓이면 한 번에 보시길. 호기심에 호기심이 꼬리를 무는 스타일의 이야기라 그렇게 한 번에 달리는 게 나을 거에요.




 + 보는 내내 떠오르는 작품이 하나 있었는데 말입니다. 이 제목을 말하면 많은 분들이 안 볼 거야!! 라고 결심하실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지만 그래도 굳이 말씀드리자면 바로 '다크'입니다. ㅋㅋㅋ 작가님이 그 드라마 재밌게 보셨나보다... 라고 생각하며 봤어요. 닮은 구석이 은근히 꽤 많습니다. 근데 걱정은 마시길. '다크'처럼 줄거리 이해 포기하고 봐야 하는 작품은 아닙니다. 본문에도 적었듯이 5~6화에서 다 정리되고 이해 돼요.



 ++ 간판 제작자 겸 작가는 Tom Moran이란 분입니다만. 스티븐 모팻이 공동 총괄 프로듀서로 이름을 올려 놓고 있습니다. 사실 전 '셜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좀 시큰둥한 이름입니다만. 설마 또 '셜록' 같은 만행은 저지르지 않아주길 바랄 뿐입니다. 끝을 내라고! 성실하게 다음 시즌 뱉어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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