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사람들은 여행을 가서 유명하다는 분수대에 동전을 던지곤 하죠. 나도 가끔 비슷한 일을 해요. '언젠가는 갈 것 같은' 주식에 돈을 던져두곤 하죠. 분수대에 던지고 잊어버려도 되는 동전 정도의 돈을요. 여러 군데의 분수대에 던져놨죠.


 그걸 분수대라고 불러도 좋고 잿더미라고 불러도 좋겠죠. 나는 비유법을 좋아하니까요. 왜 잿더미냐면, 불사조를 찾으려면 잿더미에서 찾아야 하잖아요? 그야 대부분의 잿더미에는 잿더미뿐이지만 어떤 잿더미 안에는 분명 불사조가 살고 있으니까요. '왠지 불사조가 있을 것 같은' 잿더미에 돈을 넣어두고 잊어버리곤 해요. 


 그냥 연휴가 끝나면 숨죽이고 있던 주식이 휙휙 가는 경우가 있어서 한번 써봤어요.



 2.굿닥터 한국판은 보지 않았는데 예고편을 보니 자폐증 천재 외과의 이야기인 것 같더군요. 주인공이 프레디하이모어니 안 볼 수가 없죠. 내게 프레디 하이모어는 누굴 연기하든 배우가 캐릭터를 보정해주는 배우 중 하나예요. 키퍼 서덜랜드(바우어 형)나 매기큐(니키타)같은 배우죠. 하이모어는 너무 귀요미라 노먼 베이츠를 연기할 때든 숀 머피를 연기할 때든 약간 요정 느낌이 나서 연쇄살인범이나 자폐아 같지가 않아요.


 그래서인지 어떤 의미에선 미스캐스팅 같기도 해요. 너무 상큼해서 하이모어가 왕따당하는 게 아니라 하이모어가 사람들 전체를 왕따시키는 것 같은 느낌이 나기도 해서요. '제가 늦은 게 아니라 버스가 늦은건데염 ㅋㅋ'할 때는 정극이 아니라 시트콤 느낌. 그래도 역시 좋아요.



 3.어쨌든 3화까지 봤는데...주인공 너무 대단하잖아요. 경험이 중요할 분야인데 실력이 너무 만렙 느낌이예요. 하우스랑 진단배틀 붙여놔도 지지 않을 것 같은 포스를 풍기는데 남들이 포기하는 수술 플랜도 척척 제시하고 거기에 주종목이 외과수술이라니. 그냥 굿닥터에서 o를 하나 빼고 갓닥터라고 불러도 될 정돈데요. 


 실제로 사람을 째는 것만큼은 경험이 정말 중요하다고 들었는데 2화에서 잠깐 실력을 선보일 뻔 하다가 말긴 했어요. 설마 외과수술까지 선배 의사보다 뛰어난 거라면 앞으로 일어날 갈등은 어떤식으로 만들어 낼지 궁금해요.



 4.휴.



 5.이 드라마에서 병원의 모두가 하이모어를 우쭈쭈하게 되면 곤란하잖아요. 드라마가 끝나 버리니까요. 모모에서 사람들이 '어쨌든 모모에게 가 보게.'하는 것처럼 이 드라마에서 '어쨌든 숀 머피에게 가 보게.'하게 되어버리면 그게 마지막화니까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갈등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그게 주인공의 실력 부족이 아니라 다른 데서 땡겨 오는 거면 어떤식으로 갈지 궁금해요. 


 개인적으론 자질있는 주인공이 뭘 배울 기회가 없어서 뒤처지는 스토리일 거라고 여겼는데 이미 만렙을 달성한 채로 시작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래서 '실력이 만렙인 주인공을 계속 문제삼는'상황이 계속 벌어지는 건가 궁금해요. 원작에서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작가와 요리사는 비슷한 것 같아요. 다른 작가가 몇몇 재료를 꺼내놓고 재료 다듬기를 시작하면 '앗, 저 재료를 가지고 대체 뭘 만들려는 거지?'하는 궁금증이 생기거든요. 그리고- 


 '저 자식, 설마 내 예상을 넘어서는 요리를 만들지는 않겠지.'


 하고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게 되죠.



 6.킹스맨은 실망이었어요. 1년에 250조를 번다는 사람이 본부 관리를 저렇게 허술하게 해서 털리다니. 혹시 이거 본인의 몸을 몽땅 개조해서 기계인간이라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건가 싶었는데 마지막까지 너무 허무했어요.


 7.하아...지겹네요 인생. 어쩔 수 없죠.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까 그냥 참고 꾸역꾸역 사는 수밖에 없어요. 가끔 사랑을 비웃는 것처럼 떠들긴 하지만 아니예요. 사랑은 내가 감히 조롱할 수 없는 한 가지 중에 한 가지죠.

 쳇...빌어먹을 세입자가 방을 엉망으로 쓰고 나가서 내가 직접 문을 손봐야 해요. 일단 젯소인가 하는 걸 문짝에 발랐어요. 이제 마르길 기다렸다가 페인트칠을 해야 하죠. 장판과 벽지는 스스로 할 수 없으니 맡겨야 하지만 문짝 정도는 직접 하고 있어요. 하다 보니까 재밌는 것 같기도 해요. 

 인간은 그래요. 힘든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차라리 지루한 게 낫고, 지루한 상태가 너무 오래 지속되면 차라리 힘든 게 낫다고 여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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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슬 2호선이 다니기 시작하겠네요. 수영장에 가서 백색소음과 함께 잠잘 계획중이예요.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게 계속 이어지는, 적절한 물살 소리가 잠들기에 최적이예요. 

 잠자는 건 정말 쉬운데 잠드는 건 너무 어려워요. 요즘은. 어렸을 땐 둘 다 쉬웠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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