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개봉했는데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 같은 영화들을 따라다녔습니다.

그녀가 말했다같은 경우에는 조조 관람하면서 영화관을 혼자서 쓰는 드문 경험을 했고요.

 

기예르모 델 토로의 피노키오

원작 소설과 전설적인 디즈니 애니메이션도 좋아하지만 베니니나 제멕키스 같은 괜찮은 감독들이 실사판을 말아먹은 어두운 전력이 있는 소재라 내심 걱정하면서 봤습니다.

하지만 제 걱정을 깔끔하게 말소하는 훌륭한 각색이었고요. 누가 기예르모 델 토로가 아니라고 할까 피노키오보다는 프랑켄슈타인에 가까운 각색이었습니다. 생각보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파시스트 시기 이태리 배경도 좋지만, 원작 소설이나 디즈니판에 안 나오는 근사한 환타지 설정이 제일 맘에 들었고요. 참 디즈니판과 소설이 거의 비슷한 비중으로 원작 역할을 합니다. 원작 소설에 없는 말하는 귀뚜라미가 역할이 크고, 디즈니판을 패러디한 뮤지컬 넘버가 있습니다.

이완 맥그리거가 근사하게 지미니 크리켓 역할을 하지만 틸다 스윈튼이 목소리를 빌려주는 푸른 천사야 말로 엎드려서 숭배하고 싶은 디자인과 연기였습니다.

 

그녀가 말했다

뉴욕 타임즈의 두 기자가 미투 운동의 계기라고 할 수 있는 와인스타인 성폭력 기사를 낸 이야기를 전형적인 스토리로 풀어냅니다. 첨에는 이렇게 큰 사건인 줄 모르고 접근했다가 점점 사건의 규모를 알게 되고, 신변 노출을 꺼리는 피해자들을 찾아다니며 진심어린 대화와 공감으로 아픈 이야기를 끌어낸다는 설정은 뻔하다면 뻔한 방식으로 흘러가는데요. 아직 젊은 여성이자 아이 엄마인 두 여자 기자가 워라벨을 맞추려고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과 취재 과정이 얽히는 부분이 특히 흥미로웠습니다. 그리고 피해자들이 나름 씩씩하게 살아가지만 몇십년 후에도 성폭력 후유증에 괴로워하는 모습도 잘 담아냈다고 보고요. 두 주연도 잘 해내지만 패트리샤 클락슨의 편집장도 너무 멋집니다. 성폭력으로 고소를 해 봐야 성과를 거두기 어려우니 어찌어찌 합의를 하고, 일단 합의한 후에는 이에 대해 말할 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성폭행범을 비호하는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 부분이 정말 가슴 아팠습니다.

 

'본즈앤올'

식인 몬스터들의 러브 스토리가 이렇게 애틋해도 되는 겁니까! 이 역에 깔맞춤인 티모시 샬라메도 그렇지만 아직 신인인 테일러 러셀은 정말 눈에 확 들어오고요. 사회에 적응하기 불가능한 젊은 연인이 미국 시골지역을 떠도는 모습은 굉장히 고전적인 사회부적응자-반영웅 역할이긴 한데요. 이들의 식인이 생각보다 너무 적나라하게 그려져서 놀라긴 했습니다. 얼마 전까지 헐리우드 영화의 주요 소재였던 흡혈귀 못지 않은 무서운 괴물이기도 한데 훨씬 물질적이라고 할까.

둘만의 러브 스토리라면 식상할 수도 있으련만 마크 라이런스가 효과적인 조연으로 역할을 해 주고, 감독의 이전작에서 샬라메의 자상한 아버지 역을 맡았던 마이클 스털버그가 더 효과적인 조연으로 잠깐 등장합니다.


결과적으로 세 영화 다 좋은 작품인데 너무 본 사람이 없는 듯 해서 아쉽습니다. '피노키오'야 네플릭스 공개 전 잠깐 개봉이니 네플릭스 풀리면 보실 수 있을 거고요. '본즈앤올'은 주연 겸 제작자인 샬라메의 스타파워로 그럭저럭 관객이 있었는데요. '그녀가 말했다'가 썰렁한 것이 제일 아깝습니다. 이 분야의 고전인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같은 영화에서 남자 기자들이 비슷한 역할을 했을 때는 몰랐던 여성직업인의 고민이 드러나는게 영화 주제 랑 딱 맞아떨어져서 와닿았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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