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깔끔하게 딱 2000년도 영홥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2분. 장르는 드라마/코미디 쯤 되겠네요. 특별한 스포일러는 없겠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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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남이 나오는 로맨스 영화로 포장하고팠던 주최측의 간절함이 느껴지는 사기 포스터입니다. 주인공 저 사람 아니잖아!!! ㅋㅋ)



 - 살짝 좀 정신 사나운 도입부는 생략하고 핵심만 요약하자면, 자기 공장을 운영하는 부자 중년 아저씨 '까스텔라'가 주인공입니다. 걍 일 밖에 모르고 문화 생활은 다 쓰잘데기 없다고 생각하며 똑똑함에 대한 자격지심이라도 있는지 죄 없는 자기 부하 직원을 '넌 꼭 말투가 정치인 같다'며 갈구고 그래요. ㅋㅋ 그러던 이 양반이 조카 때문에 강제로 끌려간 연극 공연의 주연 배우 '클라라'에게 홀딱 반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넘나 지적이고 예술가 갬수성이 풍부하셔서 무식쟁이 까스텔라에게 기겁을 하는 (하지만 생활비 버느라 영어 선생 일을 수락해버린) 이 배우님에게 주인공이 어떻게 좀 비벼 볼 기회란 게 생길 수 있을까요.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워 보이지만 할 줄 아는 거라곤 저돌적으로 노력하는 것 밖에 없는 까스텔라는 포기하지 않고요...


 ...라는 메인 스토리를 기둥 삼아 이들의 주변 인물들. 까칠하고 취향에 있어서 무관용 원칙을 준수하는 주인공 와이프, 고집 세고 좀 널럴한 도덕관을 가진 마니, 세상 시니컬하지만 그럼에도 선악 기준은 엄격하게 두고 싶어하는 프랭크, 그냥 다 이해하고 세상을 좀 밝게 보며 살아 보려는 소탈남 브루노 등등이 얽히고 설키며 각자의 굳건한 '취향'을 내세우며 격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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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스터의 훈남 젊은이를 보고 설레는 맘으로 극장에 들어선 관객들은 진짜 주인공의 실체를 파악하고 충격에...)



 - 제목으로 크게 한 몫 했던 영화 중 하나죠. 이 영화 개봉 전후로 문자 그대로 '타인의 취향'을 존중하는 자세에 대한 칼럼을 수십개는 읽은 것 같아요. 또 뭔가 폼나는 표현을 쓰고 싶어하던 필자들에게 수도 없이 인용됐었구요. 게다가 또 이 시기가 인터넷이란 게 폭발하고 커뮤니티가 사방에 생기고 사람들이 이전보다 격하게 소통을 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기잖아요. 그래서 더더욱 타이밍 좋게 화제가 되고 화두가 되었던 '제목'을 가진 영화가 됐던 것 같아요. 정작 영화를 본 사람은 그렇게 많진 않았던 것 같지만... 아, 제 얘깁니다. 지금 22년 후에야 보고 글 적고 있잖아요.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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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이 분이 저 분의 마음을 얻기 위해 노력하는 이야깁니다. 멀쩡한 유부남인데 등장 인물들 중 그 누구도 그걸 신경쓰지 않아요. 역시 프랑스!!!)



 - 도입부에서 대충 '주인공들과 기타 등등' 같은 느낌으로 요약을 해놨는데. 사실 이 영화의 주요 등장 인물들은 거의가 자신의 이야기를 가지며 비중 있게 묘사되죠. 또 그 몇 명의 사람들은 다들 관계가 이렇게 저렇게 얽혀 있어서 자연스럽게 자신의 다양한 측면을 드러내며 입체적인 캐릭터가 됩니다. 말하자면 까스텔라의 운전사인 브루노가 술집에서 만난 마니를 프랭크와 연결지어 주는데 그 마니는 또 클라라(여배우)의 친구이고... 뭐 이런 식으로요. 그리고 이런 캐릭터들이 하나 같이 다 컨셉이 확실하면서도 동시에 '암튼 나쁜 사람은 아님'이라는 톤이 확고해요. 그러니까 각자 대표하는 바가 분명하고 자신들의 개성을 당당하게 표출하면서도 은근히 좀 귀여운 캐릭터들이 우루루 몰려나오는 앙상블 코미디를 생각하면 되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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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수의 등장 인물들이 좀 말이 안 될 정도로 겹겹이 얽히지만 애초에 가벼운 코미디니 대충 넘어갑시다.)



 - '타인의 삶'과 비슷하게 이 영화도 결국 예술이 중요한 소재가 됩니다. 어떻게든 클라라에게 잘 보이려는 까스텔라는 클라라를 위해 영어로 시를 지어 바치고, 클라라가 좋아하는 책을 읽고, 연극을 보러 다니며 나중엔 클라라 친구의 전시회에 가서 그림까지 삽니다. 근본적으로 '교양'이란 걸 싫어하고 일부러 기피하기까지 하던 이 아저씨가 그러다 자신도 몰랐던 자신의 미적 취향을 발견하게 되구요. 또 그 과정에서 자기 자신의 삶에 대해 성찰도 하고, 결과적으로는 그냥 예술 취향 획득을 넘어서서 자신의 삶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게 되는 이야기에요. 일종의 성장담인 거죠. 사랑과 예술의 힘으로 우리 스크루지가 사람 됐어요!!


 물론 '예술 하나 모르던 무식쟁이가 예술을 이해하는 우월한 존재가 되었어요!' 라는 식으로 우악스럽게 가진 않습니다. ㅋㅋ 까스텔라가 이렇게 노력을 통해 변화하면서, 까스텔라를 노골적으로 조롱하고 무시하던 '예술가'님들도 자신들의 오만함을 돌이켜보고 생각을 조정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무지하다고 해서 취향도 없는 건 아니다. 그런 자신의 취향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을 지식의 부족을 핑계 삼아 낮추어 봐선 안 된다는 교훈을 얻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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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매하신 아티스트 군단. 하는 짓들이 워낙 재수 없어서 원래 재수 없던 주인공에게 연민을 느끼게 하는 역할입니다.)



 - 그리고 앞서 말했던 다양한 캐릭터들. 역시 다들 하나씩 역할을 부여 받고 성실하게 수행합니다. 도덕성에 대한 보수적 성향과 리버럴 성향. 성과 성역할에 대한 관점. 삶에 대한 낙관과 회의. 그리고 사랑과 연애에 대한 관점까지, 이 영화에서 중요한 관계로 맺어지는 사람들은 모두 다 이렇게 서로와 상반되는 부분을 갖고서 부딪혀요. 그리고 그 결과 역시 다양합니다. 화해하기도 하고 맞춰주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이런 다양한 결과들까지도 영화의 테마와 잘 맞는 부분 같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앞서 말했듯이 이 영화의 인물들이 거의 다 동글동글하기 때문에 이런 갈등과 충돌도 그렇게 막 첨예하게 표현되진 않는데요. 근데 또 절묘하게 그 와중에 할 얘기는 다 한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이었어요. 우리 까스텔라님은 영화 초반엔 정말 우악스럽고 무식한 양반으로 그려지고, 또 이런 까스텔라를 조롱하는 예술가님들의 모습 또한 충분히 재수 없게 느껴지구요. 그러면서도 결국엔 다들 둥글게 둥글게로, 크게 억지스럽지 않게 포용해낸다는 점이 참 인상적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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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두모두 둥글게 둥글게. 그리고 센터의 여성분은 각본 감독 조연을 혼자 다 해내신 플레잉 코치님 되시겠습니다.)



 - 의외로 상당히 로맨틱한 영화이기도 합니다. 아뇨 뭐, 기본적으로 로맨틱 코미디인 게 맞는데요. ㅋㅋㅋ 암튼 당도를 살짝 낮췄을 뿐 이 영화 속 연애들은 헐리웃 로맨틱 코미디들 못지 않아요. 해피 엔딩도 있고 새드 엔딩도 있지만 어느 쪽이 되었든 잘 짜여진 이야기와 매력적인 캐릭터들 덕에 마지막에 상당한 여운을 납깁니다. 그러니 그냥 가볍게 장르물로 즐기기에도 크게 부족함이 없는 재밌는 영화였어요. 옛날 옛적 대호평 유럽 영화... 라는 이미지는 크게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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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주인공은 나라고!!)



 - 배우들 연기가 다 좋지만 당연히도 주인공인 까스텔라 역의 장 피에르 바크리 아저씨 연기가 참 재밌고 좋습니다. 영화 초반에 '매우 비호감'으로 출발해서 마지막엔 응원하고 싶어지는 갸륵한 아저씨... 로 낙차 큰 변화를 보여줘야 하는 역인데 되게 자연스럽게 잘 했어요. 정말로 마지막엔 이 양반의 행복을 빌게 되더군요. ㅋㅋㅋ

 여배우들 중엔 주인공 상대역인 클라라 역할을 맡은 분도 참 연기 재미나게 잘 해주셨지만 역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건 미모의 자유주의자 마니 역할을 맡은 분이었습니다. 일단 젊고 또 가장 예쁘시구요. (쿨럭;) 연기도 좋고 참 매력적인 배우님이네... 하고 검색을 해봤더니 아그네스 자우이, 감독 본인이시더군요. 뭐야 이거. 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찾아보니 주로 배우와 각본가로 열일 하시고 연출은 많이 안 하셨는데. 다들 좀 비슷한 느낌의 메시지들을 담은 코미디/드라마이고 그 모든 영화들에 까스텔라 아저씨가 함께합니다. 참으로 컨셉 확실한 분이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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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을 대신하여 잘 생김을 맡고 계신 두 분. 이 중 좀 젊어 보이시는 분은 또 마지막에 쌩뚱맞은 웃음 주시고요.)



 - 암튼 그래서 재밌는 영홥니다. 초반에 인물 여럿이 나와서 좀 정신 없이 전개되는 게 있긴 한데 거기만 대충 넘기면 계속 웃기고 귀엽고 짠하고 그런 이야기에요. 뭔가 프랑스스럽게 시종일관 서로 독설을 쏟아대고, 또 가식도 떨고 얄미운 짓도 하지만 최종적으론 평범하게 귀엽고 사랑스런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소소하게 훈훈한 드라마들이 있구요.

 예술과 삶을 찬양하고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 같은 진지한 이야기를 꽤 직설적으로 하는 영화지만 어렵지도 않고 그냥 재밌어요. 혹시 아직도 안 보신 저 같은 게으름뱅이들이 계시다면 볼 거 없을 때 한 번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별로 취향 타기 힘들 정도로 모난 곳 없이 재밌는 영화라서요.




 + 엔딩 직전에 에필로그 식으로 이런 게 흘러나오는 장면이 있어요.




 아마 에디트 피아프는 모르는 사람도 이 곡은 거의 다 알지 않을까 싶죠.

 물론 제겐 이 노래 나온 영화라고 하면 '파니핑크'입니다만. 이미 인셉션에게 스틸 당해 버린 것... ㅠㅜ



 ++ 결국 영화가 끝날 때 쯤엔 단 한 명의 캐릭터만이 철퇴급 데미지를 입게 되는데요. 뭐 영화 테마상 그게 맞긴 한데 훈훈한 분위기 속에서 워낙 혼자만 그렇게 되니 좀 안쓰럽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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