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년작입니다. 런닝타임은 1시간 54분. 스포일러는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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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미 박스 오피스 1위!!!" 영화들 중 상당수는 결국 본전을 못 뽑기도 하죠. 이 영화도 마찬가지였구요.)



 - 미래입니다. 인류는 이미 50년 전에 '포믹'이라는 외계 생명체들에게 침공을 받았고, 거의 궤멸 직전까지 몰렸지만 한 군인의 초 수퍼 울트라 캡숑급 원맨쑈 활약으로 대역전을 이루며 막아냈습니다. 하지만 '포믹'의 본진은 여전히 건재했고, 인류는 그들의 재 침공에 대비해서 인권이고 상식이고 다 초월한 시스템을 만들어 운용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아이들의 겁나 빠른 반사 신경과 적응력을 활용해야만 외계인들을 상대할 수 있다나... 뭐 이런 논리로 어린 애들 중 유망주를 뽑아서 군인으로 키우는 거죠. 그리고 의외로 굉장히 많은 아이들과 부모들이 본인 내지는 자식이 여기서 성공하길 기대합니다. 납득이 안 가지만 영화에는 배경 설명이 없어요. ㅋㅋㅋ


 암튼 거기에 우리의 '엔더'군이 있습니다. 시작부터 이미 군 수뇌부의 주목과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천재 소년이구요. 이 녀석이 피라미드 다단계식으로 구성된 훈련 학교들을 광속으로 수료해가며 위로, 위로 올라가서는 결국 전 지구군을 통솔하는 지휘관이 되기 위한 테스트를 받게 된다... 뭐 이런 얘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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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그런진 모르겠지만 암튼 시작부터 이미 지구 최강 전설, 엔더 위긴 군이십니다.)



 - 인기도 많고 내용도 영화화하기 딱 좋아 보이는 소설이 있다. 그런데 분량이 영화 한 편에 집어 넣긴 좀 버겁네? 라는 상황일 때 사람들이 내릴 수 있는 결정엔 대략 두 가지가 있죠. 1. 영화 한 편 분량에 맞도록 이야기를 대대적으로 뜯어 고쳐 재구성 한다. 2. 처음부터 영화 여러 편으로 기획하거나 아님 걍 드라마 시리즈로 만든다. 상식적인 선에선 이렇습니다. 근데 가끔은 이상한 발상을 한 사람들에 의해서 이 '엔더스 게임' 같은 영화가 나오기도 해요. 그게 뭐냐면, 그냥 요약본을 만들어 버리는 겁니다. 중요한 장면들 다 때려박고, 런닝 타임 안에 이야기 다 끝내고!! 그럼 사람들이 좋아하겠지!!!!! 라는 생각일까요. 하지만 그러면서 다 날려 버린 디테일 어쩔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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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계 생명체랑 우주에서 싸우는 내용이다 보니 온통 cg 범벅이겠죠. 다행히도 퀄은 준수합니다.)



 - 그래서 이 영화는 시작부터 전개까지 내내 당황스럽습니다. 굉장히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는데, 하나같이 중요하지 않은 사건들이 없건만 그 중 거의 대부분이 5분 안에 해결이 돼요. 길어야 10분. 나름 적지 않은 캐릭터들(특히 훈련 학교의 친구이자 라이벌들)이 등장하는데, 이들과 주인공의 갈등도 다 시작과 거의 동시에 마무리됩니다. 엔더의 가족들(특히 형과 누나)이나 해리슨 포드, 비올라 데이비스가 맡은 군인들 같은 인물들은 분명히 뭔가 배경이 있고 역사가 있는 인물들이고 정말 그렇게 보이도록 행동합니다만. 뭐 그냥 쏜살 같이 스쳐가거나 아님 걍 병풍으로 끝나요. 중간에 엔더가 넘나 큰 충격을 받아 훈련소를 떠나는 전개도 나오는데, 역시 5분만에 돌아옵니다. ㅋㅋㅋㅋ 그 과정에서 '니가 좀 설득해줘' 라는 이유로 엔더를 만나러 간 캐릭터가 '난 설득 안 할 거에요!' 라고 큰 소리 쳐 놓고는 엔더를 만나자마자 '넌 돌아가야해!' 라고 태세를 전환하는데 왜 그랬는지는 영원히 알 수 없구요.

 그냥 영화가 내내 이래요. 그러니까 이건 1시간 50분짜리 블럭버스터급 해피타임 명작 극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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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올라 데이비스가 연기하지만 뭐, 이 캐릭터가 없었어도 이야기가 딱히 달라질 건 없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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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에선 아주 중요한 캐릭터였다는 주인공 누나님도 마찬가지구요.)



 - 근데 뭐 되게 재미가 없냐... 고 하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해피타임 명작 극장 재밌잖아요? ㅋㅋㅋ

 일단 이게 제작비를 1억 달러 넘게 들인 영화인데. 이 정도 제작비와 스케일 큰 이야기로 외계인이랑 뿅뿅 거리면서 우주 전쟁 벌이는 영화가 마블 빼면 생각 외로 별로 없어요. 그런 측면에서 우선 점수 따고 들어가는 부분이 있구요. 클라이막스의 거대한 결전 부분도 연출이 괜찮았어요.

 또 기본 설정이 워낙 강렬하잖아요. 이게 결국 소년병 키워서 지구의 운명을 맡기는 이야기인데 그게 얼마나 짠하겠습니까. 또 그 소년들이 험한 군대 문화와 극심한 경쟁을 겪으면서 고생하고 다투고 또 서로 감정 나누며 성장하는 이야기니까요. 배우들도 잘 해주고 해서 저렇게 요약식으로 막 흘러가는 와중에도 짠한 마음은 충분히 생깁니다. 

 거기에다가 원작을 유명하게 만들었던 그 반전(사실 뭐 요즘 세상엔 대부분 눈치를 채겠습니다만)도 이야기의 마무리 감으로 썩 괜찮구요. 


 그러니까 이걸 '만들자' 라는 발상 자체는 괜찮았다고 생각해요. 그걸 만들어낸 방식이 문제이지. 그냥 조금이라도 뭘 좀 쳐내고서 그 대신 디테일을 살려서 더 이입할만한, 최소한 좀 더 멀쩡한 이야기로 다듬었다면 훨씬 나았을 텐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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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도 막 이런 거 나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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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거 구경하는 거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한 번 보실만 해요. 아아주 못 만들었다든가 그런 건 아니고 좋은 장면도 꽤 있거든요.)



 - 캐스팅이 은근히 화려합니다. 주인공 엔더 역의 에이사 버터필드도 촬영 당시에 이미 떠오르는 아역으로 충분히 주목 받고 있던 양반이고. 아비게일 브레슬린에 헤일리 스 타인 펠드도 나오구요. 어른들도 해리슨 포드에 벤 킹슬리에 비올라 데이비스. 이 정도면 꽤 알차게 챙겨서 만든 훌륭한 캐스팅이지만 이미 수차례 설명 드린 그런 이유로 인해 이게 별로 쓸 데가 없습니다. 뭐 캐릭터들이 살아날 틈을 줘야 배우들도 일을 하죠. 그나마 주인공인 에이사 버터필드의 경우엔 나름 불꽃 연기로 이 허술한 드라마를 잘 채워줍니다만. 해리슨 포드나 벤 킹슬리는 정말 가볍게 얼굴 비추고 용돈 벌어가신 거 아닌가 할 정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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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니깐요. 헤일리 스... 죄송합니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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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용돈 벌이 할배들과의 만남.)



 - 결론은 그래서 뭐, 추천할만한 영화는 아니라는 거겠죠. 막 재미가 없는 건 아닌데, 재밌게 잘 봤다고 남에게 추천하기엔 뭐가 많이 모자라요.

 그냥 때깔 좋은 우주 전쟁물이라면 일단 구경은 해줘야 직성이 풀리는 분들이라면 나쁘지 않을 것도 같구요.

 원작을 읽으셨고 그래서 영화에서 대충 넘어가는 부분들을 뇌내 보정으로 처리 가능한 분들. 그리고 원작 이야기가 시각화된 모습이 궁금한 분들이라면 봐도 좋겠고.

 그 외엔 굳이 뭐... 라는 생각입니다. 헤일리 스타인펠드 좋아하는 분들이라 해도 마찬가지구요. 워낙 별 역 아니어서 이거 보실 시간에 '지랄발광 17세'나 그 외 주인공으로 나온 출연작들 중 아무 거나 한 번 더 보시는 게 나을 겁니다.




 + 이 영화의 엔더가 '오티스의 비밀 상담소'의 그 오티스라는 건 영화를 다 본 후에야 알았습니다. ㅋㅋ 세월이란.



 ++ 여기서 소년들+소녀 하나가 벌이는 전투들은 다 훈련용 게임으로 보여지는데, 이런 걸 보고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좋아하겠군' 이란 생각을 하신다면 게임 하는 사람들을 정말 모르시는 거죠.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영화가 어설프게 게임 흉내 내는 걸 보면 오히려 촌스럽고 유치하다고 싫어합니다. ㅋㅋㅋ 물론 이 영화의 경우엔 게임이 게임답지 않은 게 나중에 어느 정도 설명이 됩니다만.



 +++ 근데 영화를 보는 내내 좀 이상했던 것 하나. 영화 중반에 꽤 오래 분량은 잡아 먹는 그 무중력 분대 전투 훈련은... 대체 왜 하는 걸까요. ㅋㅋ 뭐 훈련 시켜보고 지휘관 못 할 놈들은 나중에 걍 보병으로라도 써먹겠다. 뭐 이런 식으로 이해는 할 수 있지만 워낙 영화 내내 '시간이 없다!!!'는 걸 강조하니 대체 저게 뭔 뻘짓인가 했습니다.



 ++++ 그리고 마지막 전투 말이죠. 그냥 드론을 쓰지 그랬니... 라는 생각을 하면 너무 야박한 걸까요. 설마 그 기술력으로 무인 전투기를 못 만들 리도 없고. 또 애시당초 전투 컨셉을 보면 무인기를 썼어도 문제가 생기긴 커녕 오히려 작전 수행력이 훨씬 좋아졌을 것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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