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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사실 전 이 영화가 스릴러, 드라마인 줄 알았어요.

쟝르에 코미디가 섞여 있길래, 그냥 양념처럼 섞여있나보다 했더니,

이 영화는 되려 스릴러라기보다는 블랙 코미디에 가깝네요.

정확히 말하면 미국식 휴머예요, 그래서 한국 대중에게는 갸우뚱할 수 있을 거 같아요.


1. 중간중간 웃긴 장면들이 있는데, 우려한 만큼 관객들이 안 웃어요.

웃어야 되는데, 안 웃는 거죠. 또는 별로 안 웃길 수도 있었구요.

이럴 때마다 저는 누군가가 웃음보를 터뜨려줬으면 좋겠어요.

늘 느끼는 거지만 '너무 점잖은 관객'은 영화도 재미없게 만들어요.

미국 관객들과 봤다면 더 재밌었을 수도 있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미국 정서라는 뜻은 전혀 아니구요)

사실 이건 정서 문제 같아요. 딸이 강간 살해, 게다가 살해 후 불에 탔죠.

복수심에 불탄 엄마를 바라보는데, 당연히 웃을 수가 없어요.

모든 것이 애잔한 엄마의 시각으로 바라보게 되고 그래야만 할 것 같단 말이죠.

그게 도리이기도 하구요.


2. (약 스포)

사실 제일 웃겼던 장면은, 밀드레드(프랜시스 맥도먼드)가 자기 차에 캔을 던진 아이를 찾으며,

너가 그랬냐며, 처음에 남자애의 낭심을 차고, 그 옆에 여자애를 쳐다보는 부분인데,

여기서 과연 저 여자애도 때릴 것인가, 설마 아니겠지, 하는데, 그 여자애한테도 똑같이 중심부를 차는 장면이었어요.

개인적으로는 너무 웃겼는데, 관객들은 굉장히 침착하더라구요.

어떻게 여자를 때리며, 어떻게 여자의 그 부분을 때려! 라는 생각이 1차적으로 들고,

2차적으로는 '딸을 잃은 엄마의 분노'라는 감성도 묻어나는 거죠.

웃긴데, 웃으면 안 될 것 같은 블랙 코미디의 묘미랄까..

뭐 사람을 창밖에 집어던져도 살아남는 것도 그렇고, 워낙 말도 안 되는 폭력이다보니,

아 그냥 영화구나 생각하고 보면 되려 맘이 편하더라구요.

많은 관객들이 영화를 다 보고나서 영화 전단지에 나온 '강렬한 코미디'라는

한 줄 리뷰를 보고, 그제서야 고개를 끄덕였기를 바래요.

(그래도 꽤 많은 여성분들 입장에선 이 영화가 미묘하게 기분 나쁠 수 있을 것 같기도 해요)


3. 물론 영화를 묵직하게 받쳐주는 드라마 요소도 있어요.

사실 밀드레드 전남편의 골빈 애인이 말하는 '분노가 더 큰 분노를 부른다'가 이 영화가 말하는 바이기도 하죠.

좀 더 보충하자면, '욱해서 엉뚱한 곳에 화풀이를 하고,

또 다른 분노가 생기고, 또 다시 엉뚱한 사람이 희생당하며, 이게 무한 반복' 되는 거죠.

마지막 딕슨(샘 락웰)과 밀드레드의 대사와 행동이 모든 걸 말해주네요.


4. 흑인차별, 여성차별, 성소수자차별과 같은 이슈들이 나오는데,

한 가지 간과한 또 다른 차별이 나와요. 장애인차별입니다.

재밌는 것은 그 차별의 주도자가 바로 주인공 밀드레드라는 건데요. 모순적이죠.


5. 브렌단 섹스톤 3세, 익숙한 배우 이름이 나와서 보니,

<보이즈 돈 크라이>에서 이미 강간범 역할을 했던 배우가 비슷한 역으로 나오네요.


6. 자막 번역이 아쉽습니다, 많이 아쉬워요. 근데 어쩔 수 없었나보다 싶어요.

영화는 맛깔스러운 욕설들이 한가득 나옵니다, 하지만 자막이 그걸 그저 '망할, 빌어먹을' 따위로밖에 표현을 못 합니다.

번역가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내 자막 규정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이 자막이 영화를 쓸 데 없이 무겁게 만들기도 합니다.

뭔가 성적인 개그나, 엄마한테 거침없이 욕하는 거나, 이런 게 한국 정서와 또 안 맞았던 모양이기도 하구요.

딕슨에게 반말하는 밀드레드도 딱히 맘에 들지 않구요.


7. 네, 한국 개봉제도 맘에 안 듭니다.

아무리 줄여버린다 쳐도, 단수/복수는 살려줬으면


간당간당하고 애매모호한 쟝르라서 그런가 영화가 무게감 있진 않았는데,

그렇다고 재미없지도 않았고, 웃기긴 한데 뭔가 속시원하게 웃고 싶은데 피식거리기도 하고,

그 와중에 주제는 꽤나 무겁고. 음, 받아들이기 꽤나 어렵습니다.

일단, 저의 손에 꼽는 영화까지는 아닙니다.

차라리 극장이 아니라 혼자 집에서 봤다면 좀 더 재밌게 봤을까 싶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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