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리어넌 2시즌 단상...

2022.11.14 03:57

여은성 조회 수:436


 #.워리어넌 2시즌을 봤어요. 이런 가벼운 환타지물일수록 무게추가 필요한 법이라고 생각해서 원장수녀와 과학자의 부하아저씨를 인상깊게 봤죠. 1시즌이 너무 기억이 안 나서 2시즌을 본 다음에 1시즌을 재주행했네요. 



 1.사실 1시즌을 중간중간 넘겨가면서 봐서 '이런 사람이 있었나?'싶은 캐릭터가 많았어요. 기억나는 건 중년 여자 과학자와 중년 여자 과학자의 부하. 이 배우는 별로 중요한 캐릭터는 아니었는데 억양과 피부색이 너무 기억에 남아서 기억하고 있었어요. 뭣보다 나는 이런 이야기의 무게감은 저런 캐릭터가 잡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현실이었다면 정말 엄청나게 성공했고 독대하기도 힘들 사람이지만, 속물들이 득세하기 힘든 이런 환타지물에서는 늘 엿먹는 캐릭터로 등장하는 아저씨들이요.


 그런데 저런 아저씨들이 잠깐잠깐 나올 때 정말 '성공한 중년 남자'라는 느낌이 팍 드는 게 중요해요. 저런 캐릭터들이 괜히 재수없게 굴고 틱틱거리면 극에 무게감이 없어지거든요. 그래서 매너있는 태도와 멋진 수트핏, 잘생기진 않았지만 뭔가 사회에서 성공한 것 같은 인상...그런 부분들을 배우가 잘 표현해 준 것 같았어요. 그래서 2시즌에 나오는 교황아저씨나 중년여자과학자의 부하 아저씨가 꽤 마음에 들었다죠.


 저런 아저씨들이 이런 장르의 극중에서 받는 취급과는 별개로, 느낌만큼은 정말 그럴듯해 보여야 하거든요.



 2.어쨌든 카밀라를 보고 '이런 캐릭터가 1시즌에 있었나'라고 고민했는데...생각해 보니 이런 약간 어설프고 한참 성장중인 귀요미 캐릭터는 당연히 있는 게 국룰이니까 그런가보다 싶었고. 원장수녀도 '이런 캐릭터가 있었나'싶었는데 이런데 늘 나오는 엄격근엄진지 원장수녀 또한 있어주는 게 국룰이니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 열폭릴리스는 가물가물하게 기억나는 수준.



 3.원장수녀는 정말 좋았어요. 위에 쓴 '성공한 중년 남자'느낌이 극에 중요하듯이 '근엄한 관리자 여자'느낌도 아무렇게나 다뤄선 안 돼요. 아무 대사나 액션이 없어도, 그냥 화면에 잡히는 것만으로도 평생 수녀원에서 엄격하게 살아왔을 것 같은 사람처럼 보여야 하거든요.


 어쨌든 원장수녀의 '찔러도 피한방울 안날 듯한'근엄함이 아주 좋더라고요. 해골처럼 딱 잡힌 얼굴의 골격이나 곧은 자세나 마른 체형...이런 것도 연기의 일부분이라고 한다면 워리어 넌에서 제일 좋은 연기자가 아닐까 싶은.  


 그나저나 원장수녀가 설정상으로도, 배우 나이로도 60대인가 싶었는데 후반에 나오는 걸 보고 이상해서 검색해 보니 40대 중반이네요.  



 4.휴.



 5.베아트리스에 대해 써봐야겠네요. 미친 미모, 미친금수저, 미친 전투력...모든 걸 갖춘 캐릭터가 여기 있는데 대체 왜? 주인공이 헤일로를 가지고 있는 건지? 1시즌부터 궁금했어요. 헤일로를 아무나 장비해도 똑같을 리는 없고...2시즌 중간에 릴리스의 대사를 감안하면 헤일로는 강한 사람이 장비하면 뻥튀기로 더욱 강해지는 게 공식설정이예요. 1시즌을 다시 보니까 원장수녀 입으로도 단련된 사람이 장착하면 더욱 강해진다고 인증.


 그렇다면 주인공의 등짝에서 헤일로를 빼서 베아트리스에게 끼워주면 모든 게 해결될텐데 대체 쟤네들 뭐하는거지? 헤일로는 아무나 장비할 수 없는 건가보다 싶었는데...황당하게도 2시즌 마지막에 주인공이 베아트리스에게 이제 헤일로는 네가 가지라는 이야기를 해요.


 ...아니 베아트리스가 헤일로를 쓸 수 있는거라면 그냥 1시즌에 헤일로를 베아트리스 등에다 박았으면 되잖아? 악당들이 2시즌에서 매번 주인공에게 '너처럼 멍청한 애가 헤일로를 가져서 다행이얔ㅋㅋ'이러고 있는데...베아트리스가 헤일로를 장비했으면 전투력도 전투력이고, 애초에 악당들에게 낚일 일도 없었을텐데.


 어쨌든 이번 시즌의 베아트리스는 어디서 다른 드라마를 찍다가 투입된건지...뚠뚠이로 돌아온데다 피부까지 그을려 있어서 좀 아쉽긴 했어요. 그래도 얼굴가리개를 내리면 진심모드 최강전투력인 건 어디 가지 않아서 안심.


 1시즌에 지나가는 대사를 보면 베아트리스가 본인의 수저는 금, 다이아를 넘어 웬만한 왕족급이라는 사실을 슬쩍 흘리는데...주인공을 꼬시기 힘들어지니까 재산으로 낚아 보려는 심산이었던 걸까요? 아니 이런생각을 하는 게 너무 속물인가; 



 6.주인공에 대해 써봐야겠네요. 사실 주인공이라기보다 헤일로에 대한 불만인데...헤일로가 딱히 주인공을 강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지 않아요. 저 정도의 아이템이라면 강할 때는 팍팍 강해지게 해줘야 카타르시스가 있는데...그냥 주인공의 건강보조장치 수준에 불과한 아이템. 작동할 때는 확실하게 초음속으로 날아다니고 건물도 부수고 해야 제맛인 거 아닌가. 


 주인공은 뭐...솔직이 캐릭터성 같은 건 없어보이고 그때그때 플롯의 진행에 필요해지면 적당히 정의로워졌다가 아니었다가를 반복하는 장치 같아요. 플롯의 흐름을 생각하지 않고 본다면 그냥 놀고먹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여자아이. 그래도 백만불짜리 미소를 갖춘 배우라 보고있으면 기분이 좋아져요.


 아 그러고보니 백만불짜리 미소란 말은 너무 옛말이네요. 화폐가치가 하락했으니...저 말이 나온 시기를 감안한다면, 한 2350만불짜리 미소쯤은 되겠네요. 



 7.어쨌든 워리어 넌은 캐스팅의 승리인 것 같네요. 주인공은 진짜 짜증나는 인간이지만 웃는 얼굴을 보면 '그래...머리가 나쁘니까 저러는 거겠지.'정도로 넘어가줄 수 있어요. 베아트리스는 그 배우가 아니면 본인 분야에서의 엄격함과, 일상생활에서의 어설픈 바이브를 표현할 수 없을듯. 카밀라는 평범한 배우가 했으면 무존재감 그 자체였을 캐릭터가 됐을거같고. 교황아재는 평소에는 속물이지만 마지막까지 몰리면 약간의 진정성을 발휘하는 아저씨 느낌을 잘 살림. 원장수녀또한 캐스팅의 승리. 릴리스는 아무것도 안하고 있어도 얼굴 전체에 탐욕과 열폭이 덕지덕지 붙어있어서 이배우가 아니면 안될듯. 


 빈센트 신부도 좋았어요. 빈센트 신부가 좋았다는 게 아니라 그걸 연기한 배우가요. 사실 2시즌에서 이 아저씨의 행적은 이해가 안돼요. 애초에 별로 하는 것도 없고, 직장에서는 행보관 정도의 비중임. 그냥 대충 일반직원들이 일하는 곳 기웃거리면서 인사받는 게 일과임. 한데 아드리엘 편을 들 정도로 큰 배신을 감행한 캐릭터가 구슬픈 표정을 몇 번 짓더니 갑자기 회개해버리는 전개는 어이가 없었어요. 생각해 보세요. 기독교 전체를 배신하는 정도의 결단을 내렸다면, 다시 주인공 편으로 돌아서는 데에는 좀더 큰 이유가 있어야 해요. 본인 말로는 듀레티의 죽음때문에 그런 거라는데 분위기상 이미 배신은 훨씬 전에 때린 거였음. 그러니까 이 아저씨는 사실상 아무 이유없이 아드리엘 편에서 주인공들 편으로 돌아선 거예요. 아드리엘이 딱히 대접을 박하게 한 것 같지도 않고...경쟁자와의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 같지도 않은데 배신이 너무 뜬금없음.


 그런데 배우의 표정이 지닌 페이소스랄까...그게 너무 좋으니까, 단독 컷에서 좀 슬픈 표정을 짓는 몇 장면...그리고 주인공이랑 괜히 벽에 그려진 낙서를 보는 뒷모습만으로도 아드리엘을 배신하는 게 이해가 되는 수준. 


 

 8.그나저나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의 텐션이 좀 내려간 느낌이예요. 카밀라 정도만 깝돌이로 남아있고, 주인공은 2시즌 내내 개드립을 봉인한 상태. 미친과학자+재벌의 스웩을 뽐내던 박사아줌마는 거만하던 모습이 1도 안남아있고 쭈굴이가 됐음. 1시즌에는 분명 부내나는 옷 입고 bitchface를 장착하고 다녔던 것 같은데...아들이 실종됐다는 걸 감안해도 너무 텐션이 떨어져 있어요. 


 딸이 실종된거면 뭐 저렇게 슬퍼할 수도 있겠지만 아들은 또 낳으면 그만 아닌가? 싶었는데 1시즌을 다시 보니 불임이라는 언급이 나오네요. 다시 낳을 수 없으니까 저렇게 슬펐던 거구나...로 이해하면 너무 사이코패스 같나?



 9.이렇게 써놓고 보니 아드리엘 캐스팅이 아쉽네요. 혹시 조시 할로웨이인가...싶었는데 아니었고. 너무 사이비 교주스러운 안전빵 백인 배우를 캐스팅한 느낌. 적당히 어울리긴 하는데 다른 배우들 캐스팅이 너무 좋아서, 그냥 유들유들한 아저씨처럼 보였어요.


 한데 설정상 아드리엘은 지하실에 천년동안 갇혀있던 캐릭터잖아요. 좀더 꼬였거나 좀더 형형한 눈빛을 가졌거나 좀더 지친 인상을 가졌거나 좀더 비열해보이는 배우였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차라리 아드리엘을 빈센트 배우가 맡고, 빈센트 역을 아드리엘 배우가 맡았으면 나았을지도. 설정상, 저쪽 세계에서 존나 쎈놈이 자길 노리고 있는 상황인데 그걸 그렇게 걱정하는 분위기도 안 나고. 좀더 조급해하거나 신경질적인 면모가 있었으면 좋을 거 같은데...인상만 보면 마치 사업이 번창하는 ceo 같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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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시즌을 다 보고 1시즌 다보니 못보고 지나간 장면들이 있네요. 중간에 메리가 어떤 미술상을 찾아가면서 '여긴 베아트리스의 부모님이 피카소 그림을 사러오는 곳 같다'라는 언급이 있음. 


 그리고 릴리스가 운반자로 내정된 건 집안 때문인 것 같네요. 중간에 듀레티가 릴리스에게 '너희 가문은 우릴 오랫동안 후원해왔다'라는 언급을 하는 걸 보면 둘다 명문가지만 릴리스 집안은 오래전부터 가톨릭+비밀결사와 끈끈한 사이고 베아트리스 가문은 비밀결사와 무관한듯. 베아트리스에 대해서 본인피셜로 가족들이 기숙학원에 처넣었다고 말하고, 후에 '스위스의 명문 기숙학교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다'라는 타인피셜이 있는 걸 보면 일반적인 학교를 다니다가 이곳으로 흘러들어온 것 같아요. 가톨릭을 오랫동안 후원해온 릴리스는 가문의 인맥으로 운반자로 내정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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