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에 대한 전략적 지지

2017.04.30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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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SNS에서 많은 심상정 지지자들에게 리트윗 되는 멘션 중 이런 게 있습니다. '심상정은 퍼펙트가 아니라 디폴트다.'
심상정이 완벽하다고 생각해서 지지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죠.

정의당에 대한 이미지는 평소에 어떠셨나요? 예전 박노자가 유사한 비판을 했던 것 같은데, 좀 단순하고 과격하게 말하자면 좌파를 참칭하면서 대중 정치의 확장을 꾀한답시고 정작 핵심인 노동과 계급을 논하지 않는 진보팔이들. 생각해보면 노심조가 진보신당 깨고 나올 때부터 이런 비판은 늘 있었던 것 같기도 합니다. 일부 동의하는 면도 있고요.
요즘 어떤 대선 후보의 일부 지지자들을 통해서 재생산되는 심상정 비판 내용들이, 심상정의 상당수 지지자들에게 별로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은 평소 그렇게 생각해왔던 측면이 있기 때문이죠.

최근 중식이 밴드 기용과 넥센 성우 논평 철회 사태 때 정의당과 그 당의 대표였던 심상정을 가장 비판했던 이들은 누굴까요? 지금 심상정 지지의 가장 큰 목소리를 내고 있는 소위 트페미들이죠. 07년 민노당 시절부터 여성주의를 내세웠던 심상정이, 매우 첨예하게 대립중인 젠더 이슈에서 맹탕같은 모습을 보이며 깔끔하게 수습하지 못해 가장 실망을 느꼈던 그 사람들이요.
그래서 어떤 대선 후보의 일부 지지자분들이 이르듯이 다가와서 '야, 심상정의 페미니즘과 LGBTQ에 대한 인식이 사실 낡았던 거 알고있니?'라는 식의 비판을 해도 '응, 이미 다 아는데?' 라는 반응이 나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럼 크게 신뢰하지 않음에도 왜 지지를 하느냐? 심상정이란 정치인을 도구 삼아, 후보가 대선 행보 이후 밝힌 소수자와 노동자에 대한 공약이 우리 사회의 평균으로 작용하길 바라서이죠.

대선 토론에서 후보자들이 내뱉은 말들은 빠르게 대중들에게 흡수되어 그 사회의 중요한 사회적 의식 지표로 작용합니다.
집안 일은 여자의 천명이라는 말을 한 홍준표에게 사과를 받아내고, 성폭행모의자를 대선 후보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선을 긋고, 성소수자의 정체성은 찬반의 문제가 아니라 일갈을 하는 후보의 의식 수준이 적어도 이 사회의 디폴트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죠.

심상정이 대통령 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심후보의 공약이 공수표건 뭐건 간에, 심상정이 내세운 가치에 호응하는 목소리를 내서 유의미한 득표율을 보여준다면 차기 집권이 아주 유력한 민주당과 문재인 후보가 소수자와 노동자의 문제를 평소보다 더 무겁게 받아들일 가능성이 커지겠죠. (당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보지만 그게 안철수여도 마찬가지입니다. 심후보의 유의미한 득표로 문재인 후보가 아닌 안후보가 당선 되면 심후보를 지지한 목소리의 무게를 평소보다 중히 받아들이겠죠.)
그렇게 되면 여성, 소수자, 노동 이슈에 있어 좋은 활동을 보여준 진선미, 은수미, 장하나, 남인순같은 여성 정치인들을 더 적극적으로 키워줄 수 있는 토대가 될 수도 있고요. 궁극적으로는 그 분들이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가 되는 날도 올 수 있겠죠.

엊그제 대선 토론 기조연설에서 심상정 후보가 태어나서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는 게 보통 사람의 행복이라는 이상한 소리를 했습니다. 낙태죄 폐지와 차별금지법에 동의한 사람이 그런 말을 하면 일관성이 없는 거죠. 비판할 건 비판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후보들 중 앞선 말한 임신중단권과 차별금지법에 동의한 사람은 심상정밖에 없기 때문에 마음에 안 들어도 지지를 계속 이어나갈 수 밖에 없는 거죠.

정리하면 이런 전략적 지지의 매커니즘이 현재 심상정 후보를 지지하는 대다수의 인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몇몇 분들이 올리시는 글을 보면 심상정 후보 지지자들이 심상정이란 정치인을 최대치, 절대선의 존재로 본다는 전제를 가지고 계신 것 같아 글을 올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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