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29 10:53
원래는 부제가 아래 짤에 보이다시피 '도둑의 끝' 정도 됩니다.
중의적인 표현이죠.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는 점을 강조함과 동시에 이야기 속 최종 목표와도 연결되거든요.
그러나 한국 정발판 제목은 무려 '언차티드4: 해적왕과 최후의 보물' 이라고(...)
일본판으로 지어진 이름을 가져온 거라는데. 뭐 이런 일은 오래 전부터 역사가 깊긴 하지만 그래도 '베를린 천사의 시' 같은 건 멋지기라도 하지 이건...
그래서 그냥 '언차티드4'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ㅋㅋㅋ
('마지막 편!!!'의 간지를 표현하기 위해 특별히 표정도 어둡게. 색감도 어둡게 잡은 표지.)
재미 있었냐, 없었냐?
라는 가장 중요한 질문에 답을 하자면 '재미 있었다' 편이구요.
근데... 음... 뭐랄까.
이게 정말 그렇게 훌륭한 '게임'이니? 라도 누가 묻는다면 단호하게 '아뇨 그건 좀.' 이라고 말하고픈 그런 애매한 심정이네요. ㅋㅋㅋ
(튀는 진흙, 그게 또 차에 묻고 자동차가 지나간 길엔 바퀴 자국이 남고, 탁 트인 넓은 시야에 저 멀리 하늘엔 새떼가 날아가고 뭐 등등등)
기술적으로는 정말 완벽합니다.
20만원대 그래픽 카드 정도의 성능에도 뒤쳐지는 (노멀) PS4를 갖고 이 정도까지 해낼 수 있다는 게 경이로울 지경이죠.
뿐만 아니라 미술 디자인도 좋고 음악도 튀지 않게 적절하고. 스토리도 '게임 치고는' 상당히 신경을 쓴 편이고 그걸 드러내는 연출도 좋구요.
총질하는 느낌이 좀 어설프고 전투가 너무 단순하다는 단점이 있긴 한데 뭐 이건 본격 총질 게임은 아니고 하니 그러려니... 하면 정말 흠 잡을 데가 별로 없는 게임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좀 거시기합니다. 왜냐면
(우왕~ 이게 게임이야 영화야!!!)
게임 내내, 플레이 타임 대비 플레이어가 직접 자기 뜻대로 뭘 하는 시간이 너무 적습니다.
일단 '영상 감상 파트'가 상당히 많은 편인데 체감상으론 플레이 타임의 절반 정도이니 실제론 1/4 이하였겠죠. 원래 맘에 안 드는 건 더 커 보이니까(...)
암튼 제가 영화 보려고 앉아 있는 것도 아닌데 패드 바닥에 내려 놓고 멍 때리는 시간이 길어지는 게 별로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영화라고 치면 참 별로인 스토리
그리고 영상 감상은 아니지만 사실상 영상 감상이나 다름 없는 부분이 또 굉장히 길게, 자주 나옵니다.
설명을 하자면 뭐 이런 거죠. 이 곳에서 저 곳까지 이동을 하는데 어차피 동료가 주절주절 떠들면서 '이리로 와!' 라고 하고 있어서 그냥 그대로 가야하고 다른 건 못 하는.
(닥치고 우리가 준비한 쩌는 그래픽 감상이나 하면서 슬슬 따라 오렴.)
아마 영상 감상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사람들이 지루해할 테니까 이런 식으로 조작하는 '기분'이라도 느껴보라는 눈속임 의도인 것 같은데.
이것도 뭐 한 두 번이어야지 너무 많아요 정말. ㅋㅋㅋ 뻥이 아니라 그냥 영상 분량에다가 이런 강제 진행 분량을 합하면 전체 플레이 타임의 거의 절반은 잡아 먹을 겁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는 일 없는 분량들을 빼고 나면 남는 건 퍼즐 풀이 + 엔드리스 벽타기 + 전투인데.
일단 퍼즐은 몇 번 나오지도 않는 데다가 너무 쉽습니다.
그리고 쉽다 어렵다를 떠나 그냥 재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사실상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벽타고 길 찾기...
는 늘 그렇듯 아주아주 친절하게 어디에 매달려야 하는지 노골적으로 알려주는 데다가 그렇게 알려주는 길 말고 다른 길로는 절대 갈 수가 없도록 디자인이 되어 있어서 재미도 없고 스릴도 없고 뭐 그렇습니다. 아마 제가 언차티드 시리즈에 툼레이더까지 골고루 다 해 보고 최근엔 젤다까지 하고 있던 사람이라 좀 야박하게 평하는 걸 수도 있긴 한데. 어쨌든 재미가 없어요 언차티드의 벽타기는.
뭐 제작진도 사람들이 질리고 지루해할까봐 벽 탈 때 강제 시점 이동으로 멋진 경치를 보여주거나, 중간중간 무의미한 연출로 떨어질락 말락하는 상황을 넣어주기도 하고. 또 어떨 땐 떨어져서 신나게 미끄러지다가 또 점프해서 어디 매달리는 연출... 등으로 포인트를 주긴 하는데. 그래도 근본적인(?) 재미 없음을 뒤엎을 정도는 아니라서.
(멋진 풍경을 보여줄 테니 재밌어해줘.)
(멋진 연출을 보여줄 테니 재밌어해줘.)
그러면 이제 남는 건 전투 파트인데.
언차티드의 총질은 사실 딱히 되게 재밌지는 않습니다(...)
이건 능력 부족이라기 보단 애초에 방향 설정이 그렇게 되어 있기 때문인데.
'기어즈 오브 워' 같은 모범적 & 전형적인 TPS 게임의 총질과는 다르게 언차티드의 총질은 그냥 뛰고 달리면서 가볍게 가볍게 즐기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실력이 는다든가, 뭔가 시스템적인 깊이가 있어서 파고들수록 재미를 느낀다는가 그런 거랑은 거리가 멉니다. 그냥 가까이 있는 적들 몇 놈 쥐어 팬 다음에 무기 집어 들고 여기저기 달리고 숨고 하면서 난사하다 보면 다 쓰러져 있는 식이죠.
나름의 독특한 재미가 있긴 하지만, 특별히 대단히 칭찬해주고 싶은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제겐.
종합을 하자면 '쩌는 그래픽과 훌륭한 연출로 보고 듣는 재미는 훌륭하나 직접 하는 재미는 애매한' 게임이라는 느낌적인 느낌.
그래서 저는 걍 그랬습니다.
하지만 엔딩 보고 한참 있다 문득 생각을 해 보니 이런 면이 있더군요.
이 게임은 '입문자'용에게는 최고입니다.
일단 눈호강을 확실히 시켜 주고요.
시스템이 단순하고 모든 상황에서 힌트가 격하게 친절해서 깊이는 없을 지언정 진입 장벽도 없습니다.
실제로 내가 하는 것에 비해 훨씬 화려하고 멋진 모습들이 펼쳐지니 괜히 기분도 좋구요.
하루에 한 챕터씩 클리어한다고 치면 스토리 영상 10여분 구경하다가 npc가 이끄는대로 산책하며 풍경 좀 보다가 가볍게 20분 벽 타고 20분 총질하면 거뜬!
(사실 이 장면에서 실제로 게이머가 하는 일은 그저 조준하고, 쏘세요! 정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실까봐 저희가 미리 하얗게 칠해 놓았습니다!)
(광활하고 자유롭고 막막해 보이지만 실제로 달려 보면 은근슬쩍 다 막혀 있고 그냥 외길입니다. 탐험이 아니라 관광지 탐험 상품 같은 느낌. 요금 6만원에 15시간!)
그리고 이런 게임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도 그리 나쁘지 않아요. 제가 안 좋게 평해 놓은 부분들도 '특별히 뛰어나지 않다'는 것 뿐이지 모두 평타 이상의 수준은 되거든요. 총질이 너무 단순해서 싫다면 잠입 컨셉으로 하나씩 처리하는 식으로 스스로 난이도를 높여도 되구요. 그런 데다가 최고의 볼거리를 제공하니 이 정도면 뭐 괜찮은 게임인 거죠. 우주 명작이라는 극찬이 부담스러울 뿐.
그래서 이제 마무리하자면.
플스4를 샀는데 딱히 뭘 해야할지 모르겠다. 사세요. 가볍게 즐기기 좋고 또 뭣보다 자신의 지름에 자부심을 심어줍니다. ㅋㅋㅋ
콘솔 or 패키지 게임들에 익숙하지 않아서 게임이 너무 어렵다... 는 분도 사세요. 여러분들 같은 사람들을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임이란 자고로 게이머가 직접 뭔가를 해나가는 재미가 아니겠는가!' 라는 분들에겐 추천하기 좀 그렇습니다.
'라스트 오브 어스를 해 보고 스토리에 너무 감명을 받았어요!' 라는 분들은 하지 마세요. 스토리 별 거 없는 건 언차티드 시리즈의 전통(...)입니다.
하지만 그 어떤 성향의 게이머가 플레이하더라도 평타 이상의 감흥은 줄 수 있게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나쁘지 않아요.
덤.
아무리 생각해봐도 최종 악당 녀석은 너무 억울하고 불쌍합니다.
사실 그 양반은 드레이크 형제에게 뭐 잘못한 게 없어요. 자기 돈 들여서 보물 힌트 구입하려는데 드레이크 형제가 훔쳐가고. 자기 돈 주고 보물 매설 추정 지역을 사들여서 자기 돈 들여서 파내고 있는데 드레이크 형제가 훔쳐가고. 찌질한 게 죄라면 무기 징역감이긴 하지만 그래도 이 게임 최악의 악당은 드레이크 형제입니다. 남의 땅에 숨어 들어가서 보물 훔치는 입장이면서 달려드는 경비병들 다 쏴 죽여 버리고 해맑게 웃는 주인공이라니(...)
2017.05.29 11:22
2017.05.29 13:53
저도 본문에서 대충 섞어 쓰긴 했지만 사실 라스트 오브 어스와 파크라이는 언차티드와는 정체성이 많이 달라서 직접 비교는 애매하죠.
하지만 저는 라스트 오브 어스도 그 무의미한 상자/판때기 옮기기 퍼즐이 지겹다고 생각했던 까칠한 사람이라... ㅋㅋㅋ 같은 사람이 만들어서 그런지 그 지겨운 퍼즐이 언차티드4에 또 반복되더라구요. 상자 옮기고 밟고 올라가고 상자 떨어뜨리고 밟고 올라가고...
2017.05.29 11:26
엄청난 그래픽 때문에 로딩할 데이터가 많아, 로딩타임마다 영상들을 배치하다보니- 게임의 흐름이 좀 끊기는 느낌이 있더군요.
개인적으론 시리즈 중에 2편을 가장 재밌게 플레이했고, 총질 자체는 3편이 가장 재밌었습니다.
4편은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긴 했지만. 뭐랄까요. 하나의 시리즈를 완전히 떠나보내는 느낌이라 감회가 남다르더군요.
시리즈 중 재미는 가장 덜했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이라니 뭉클하게 감상에 젖을 수 밖에 없었던 '백투더퓨처3'를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2017.05.29 13:55
시리즈의 팬이라면 다들 엔딩 보면서 감회가 없을 수 없었겠더라구요.
예시가 아주 적절하네요. 맞아요. 저도 백 투 더 퓨처3을 그런 마음으로 봤습니다.
2017.05.29 11:52
2017.05.29 14:19
네. 정말 입문작용으로는 최고의 게임 같아요. ㅋㅋ
2017.05.29 15:08
2017.05.29 18:20
2017.05.29 23:52
실망입니다. 로이배티님의 다년간에 걸친 자세하고 친절한 게임글 때문에 PS4로 입문해서
작년 연말엔 해외 직구로 프로도 사고, 엑스박스원이 엄청난 할인을 하길래 그것도 구입.
그저께 글 때문에 마눌님 구박에도 불구하고 스위치도 살까말까 고민중인 사람인데 이제서야 언챠4 엔딩이라니요.
언챠 시리즈는 플스 구입하면 당연히 해야하는 의무라고 들었습니다만...
2017.05.30 08:44
왜냐면 플스4를 지난 주에 구입했으니까요. 하하; 이번 세대 엑박, 플스 나올 때 엑박 먼저 사고 그 다음 플스 살만한 타이밍에 어쩌다 보니 (배요네타2 하려고!!) 위유를 사고 그 다음에 플스4를 사려고 하니 플스 프로가 나온다고 하고 플스 프로 나오길 기다렸더니 국내 물량이 너무 적어서 계속 못 사고... 이러다가 지난 주에야 간신히 샀습니다. ㅋㅋㅋ
그래도 구입하자마자 언차티드 구입해서 1주일만에 끝 보고 글 올렸으니 너그러이 용서를. (_ _)
전 개인적으로 매달리기가 너무 많아서 좀 질리더군요.
뛸 수 있는 거리인지 아닌지는 직접 뛰어봐야 아는 것 정도는 뭐, 시리즈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습니다만...
제 첫 콘솔 게임이자 스킵스킵 없이 스토리를 제대로 따라가본 첫 게임이 라오어, 두번째가 파크라이4인데, 너무 띵작들로 시작해서 뭐든지 시큰둥해진 것 아닌가 싶기는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