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8.31 17:39
Journey 님이 소개해주신 웹툰을 보고 상당한 감명을 받아서 가사분담에 대한 생각을 결혼생활에 10년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다시 해보게 됩니다.
남편과 저는 맞벌이인데, 육아와 가사는 실무면에서는 정말로 딱 절반정도 갈라서 '공평'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그런 것은 아니었고, 초반에 대화(내지는 의견충돌)을 좀 했지요. 사실 남편이 가사일을 '도와주지'않아서 화가 난 적은 별로 없었지만, 그걸 '도와주는'걸로 생각하는 것에서 화가 아주 자주 많이 났었던 생각이 납니다.
프로젝트 매니저라는 묘사가 딱 맞는 것이, 실제 하는 일의 분량은 비슷하지만, 그걸 계획하고 분배하고 이러는 자체가 정말 에너지가 많이 소요되고, 뭔가, 왜 함께 하는 삶에서 나 혼자 책임을 져야하는가라는 회의가 느껴져서 좀 쓸쓸하고 힘들더라구요.
사실 가사노동보다, 경제적인 계획이나, 특히, 장기적인 아이의 교육문제 (어떤 학교에 보낼것인가, 과외활동은 어느것으로 골라야할까 )같은 것을 혼자 '계획'하려다보니 특히 어떤 것이 잘 안되면 아무래도 책임감과 죄책감이 느껴져서 괴로운 점이 생기고..
지금은 어느정도 포기.. 내지는 남편과 내가 잘하는 분야가 다르니 서로 분담을 다르게 하자는 생각으로 그냥 살고 있는 것 같아요. 남편은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정확적확하게 수행을 엄청나게 잘하는 편이고, 저는 좀 덜 정확하고 대신 기획이나 아이디어를 잘 내는 편이고.. 당신도 좀 주도권을 가지고 책임감있게 어떤 일이 필요한지...먼저 좀 생각과 계획을 해달라 이런 대화는 스트레스 레벨에 비해서는 너무 전달이 애매하게만 되는 면이 있어요. 그래서 그 웹툰이 반갑더라구요 :)
시간이 갈수록 '옳은'길이 아니라 에너지가 덜 소용되는 쪽으로 가게 되는 것 같아서 좀 마음에 걸리기는 합니다만... 삶의 다른 부분에서들처럼 계속 현실과의 타협이네요.
집에서 어떻게 가사분담들 하시나요 ? (특히 기획/실무 부분에서..)
2017.08.31 18:09
2017.09.01 05:14
네., 정말 좋았습니다. 남편과도 지난밤에 같이 보고 얘기를 좀 나누었구요. 직장과는 달리, 서로 옮음을 계속 따지기보다는 보듬어주면서 그 과정을 해나가는 것도 중요하니까 천천히 함께 가보려구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2017.08.31 18:10
결국 시간나는 사람이 가사일 하는거 아닌가요. 먼저 퇴근하는 사람이 설겆이/빨래 하고 애씻기고 나중에 출근하는 사람이 애밥먹이고 어린이집 보내고요.. 청소야 주말에 같이있으니 같이 할수 밖에 없고 반찬이야 요리할 시간이 없으니 반찬가게에서 사먹고요 (사실 요리할 필요도 없죠..사먹는게 맛이나 영양이나 비용이다 다 우위)......아무리 가사를 나눈들 시간이 없는 사람이 어떻게 가사일을 할수가 있겠습니까.
2017.09.01 05:20
그렇습니다. 시간이 나는 사람일수록 '그때 가장 필요한' 가사 실무를 해야겠지요. 그러나 제 생각에는 본 만화 (그리고 제 상황)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눈에 안보이는 (그러니까 머리속에서 일어나고 있는) 기획 부분인 것 같습니다. 회사에서 기획부서가 현장에 나가서 일을 하지 않는다고 없어지지는 않지 않겠습니까 ? 가라님이 지난 댓글에 달아주셨듯이 가정밖에서 '시키는 일만 잘한다'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니까요. 맞벌이부부들의 경우 (특히 아이까지 어린경우) 가사 분량자체를 줄여가도록 노력하는 것은 잘살아보세님이 말씀하신것처럼 효과적이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희경우는 같은 시간에 같은 차량으로 출퇴근을 해서 딱히 누가 일찍 출퇴근을 하는 것은 없고.. (남편이 그러나 월급은 더 많이 받는군요. -_-;), 식사는 주말에 왕창 만들고 얼리고 이런식으로 맛은 좀 떨어져도 집밥으로 먹으려고 노력중입니다. 이렇게 하고 냉동야채를 적극 사용하고 하니까 확실히 부엌일을 많이 줄어들더라구요.
2017.09.01 05:21
다툰다는 것은 사실 희망이 있기때문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 차후 과정이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나중에라도 기회되시면 나누어주시면 좋겠네요.
2017.09.01 03:14
어차피 가사일이라해도 남편이 생각하는 가사일이랑 아내가 생각하는 가사일은 차이가 날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분담에 관한 조율을 시작하기전에 일단 어떤게 가사일이고 어떤게 가사일이 아닌지 부부사이에서 동의하는것이 좋지 않을까 개인적으로 생각해봅니다.
2017.09.01 05:25
좋은 조언 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떤 갈등에서이든지 '용어정의'를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는 것은 필요한 과정같습니다. 이 웹툰의 강점도 파트너들이 생각하는 그 가사일의 정의에 대한 '차이'를 잘 짚어준 것이라고 생각하구요. 개인적으로는 가정을 돌아가게 하는 모든 일이 가사의 정의라고 생각합니다 (재정, 아이교육, 휴가계획, ... 청소나 요리도 물론 포함이구요)그리고 가사일이 돌아가는 것의 기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위생에 대한 민감도같은 것도 부부가 다를수가 있으니까 다른 모든 면에서와 마찬가지로 천천히 맞추어가야하겠지요.
2017.09.01 07:18
2017.09.01 07:30
2017.09.01 08:46
2017.09.01 13:44
그건 일단 둘다 그게 자기일이라고 생각하고 시행하고 있는 상태일 때 '생길 수도 있는' 불만이구요. 해봐야 아는 문제죠.
하기도 전에 아마 그럴걸 하고 먼저 선 그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그리고 내맘에 들게 하라는 거 자체가 이미 총 책임자는 '나'라는 전제예요, 상대가 책임지는 부분이라면 당연히 상대 의견을 더 존중해야 하고 서로 맞춰나가는 과정이 있어야죠. 그게 불편할테니 그냥 네가 하는게 나을걸? 이런건 현 상황을 고착시킬 뿐이고요.
가계소득 분담이 남편쪽에 많이 치우친 문화라는 것도 결국은 다 얽혀있는 문제예요. 쟤가 가계부담 더 지고 있으니 니가 일 좀 더 해 막상 나눠 하면 더 불편할 수도 있어 이건 좀..
일단 저희 집만 봐도 둘 중에 하나가 그만둔다면 소득 조금이라도 많은 제가 일을 유지해야 하는 형편인데도 그런데요.
2017.09.01 15:30
저도 이 만화 보고 깨달은 바가 있어 짝꿍에게 자신이 생각하는 분담률을 동시에 까보자고 했어요. 셋, 둘, 하나, 공개!
의외로 거의 비슷하더군요.
내 생각 : 나 65 남의편 35
남의편 생각 : 나 70 남의편 30
양심은 있는지... 저는, 남편이 50:50 정도 부를 줄 알았거든요.
나름 분담한다고 하는데도 이렇게나 치우치네요. 제가 더 많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해요. 맞벌이지만 출퇴근시간이 크게 차이나거든요. 그래서 제가 늦게까지 집에 있다가 아이 등원시키고 출근합니다. 퇴근도 일찍 해서 아이 케어하고요. 하루 3시간 이상 출퇴근 시간의 격차가 있으니, 어쩔 수 없다고는 생각하고 있어요.
2017.09.01 19:16
2017.09.01 23:58
2017.09.02 00:09
2017.09.02 02:35
아...... ㅜㅠ
2017.09.02 17:29
그렇죠. 이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한쪽이 가사기획에 대한 '경력직'이 되버리니까 더 분담하기가 힘들어지는 것 같아요. 가족/가사이런 것들이 사실 회사업무와 원리는 비슷한데 (기획.실행, 분담..이런것들), 그런 원리가 전적으로 적용이 가능하지는 않다는 점에서 참으로 애매합니다. 가족은 기본적으로는 챙겨주고 싶은 사랑하는 사람들이니까요.
제가 처음 그 만화를 접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기쁩니다.
1:1로 가려고 노력하고 대화하고 (때로는) 다투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더 노력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