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일기...(호감)

2019.05.21 03:52

안유미 조회 수:745


 1.지겹네요. 오늘도 뭐 지겨운 날들 중 하나인거죠. 큰 승리도 없고...큰 위기도 없고...뭐 그런 날들 말이죠. 


 그리고 이 밑에 넋두리를 죽 쓰다가 다 지웠어요. 써놓은 게 좀 아깝긴 하지만, 어차피 맨날 하는 소리더라고요. 맨날 하는 소리를 또 하기도 지겨워서 지웠어요. 



 2.늘 쓰듯이 돈은 좋고 사랑은 별로예요. 받는 입장에서도 주는 입장에서도 말이죠. 이 이유는 내가 받는 사랑의 카테고리에서 기인하는 거예요. 인간이 인간에게 가지는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죠. 호기심일 수도 있고 연민일 수도 있고 희생일 수도 있고 조화일 수도 있어요. 그런데 내가 받게 되는 사랑을 가만히 분석해보면 그것은 대개 '기대감'이거든요.


 기대감의 문제는, 그것은 마치 호감을 신용카드 긁듯이 긁는 것과도 같다는 거예요. 그러나 상대가 내게 가지는 기대감은 늘 착각인 경우가 대부분이란 말이죠. 그러니 내게 기대하는 사람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실망의 시기를 늦추는 게 전부거든요. 뭐 어쩔 수 없죠.



 3.그래서 요즘은 일반 여자와 만나서 이야기하다가 재치있는 말이나 재미있는 애드립이 떠올라도, 굳이 입밖에 내지 않고 넘어가곤 해요. 왜냐면 그렇게 재미있는 남자가 되어버리면, 그녀는 내가 내일도...다음 주에도...다음 달에도 재미있고 유쾌한 사람일 거라고 생각하게 되거든요.


 하지만 나는 맨 처음 만난 날이 가장 재미있는 사람이고, 시간이 갈수록 재미도 없어지고 성의도 없어지는 사람이란 말이죠. 그게 문제예요.



 4.휴.



 5.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나의 돈을 좋아하는 여자라면, 매우 확실하게 선이 그어지죠. 그녀의 업장에 가서 돈을 쓴다-쓰지 않는다 이렇게 둘로 나뉘니까요. 큰 감동은 없겠지만 야속함을 느낄 일도 없어요. 


 왜냐면 돈은 정진정명하거든요. 누가 주는 돈이든간에 '주기만 하면' 그 돈은 똑같은 돈이니까요. 실망할 것도 없고 다르게 해석될 여지도 없죠.


 하지만 나를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면 똑같이 최선을 다하거나 똑같이 성의있게 굴어도 상황이나 관계의 진행도에 따라 달리 해석되는 법이예요. 내가 변한 게 없어도 상대가 나를 다르게 해석하려고 마음을 바꿔먹는 순간, 나는 다른 사람...그녀가 더이상 사랑할 구석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리니까요. 하지만 돈은 똑같거든요. 지난 번에 준 액수랑 똑같기만 하면 '아, 그래도 은성이가 나를 이 정도는 생각해 주는구나.'라고 알아먹으니까요. 



 6.뭐 좋은 거예요. 남자는, 그가 아니라 그의 돈을 좋아하는 여자와 만나면 이해받을 일은 없지만 오해받을 일 또한 없으니까요. 어쩌면 인생은 그것이 최선인지도 모르죠.


 하긴 그것이 사랑의 속성인지도 모르죠. 원래 호감이란 게 서로를 깊게 알아가면서 총량이 불어나는 건 아니니까요. 사실 호감이란 건 서로 잘 모를 때...아주 약간만 서로를 알게 되는 어느 순간 폭발하며 최대치를 찍는 법이거든요. 그게 이성간의 호감이라면 특히 더 그렇고요.



 7.전에 썼듯이 기운 넘치게 목청을 높여서 무언가를 떠드는 사람들은 사실 아는 게 별로 없기 때문에 그러는 거예요. 아예 아무것도 모를 때는 조용하지만 인간은 100가지 중 10가지 정도를 알게 되면, 자신이 무언가를 제대로 안다는 확신에 빠져버리니까요. 버트런드 러셀의 말마따나,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현대사회에서 똑똑한 사람들은 매사를 의심하는데 바보들은 지나치게 자신만만하다는 것이다.'라는 거죠.


 하지만 사회학자든 과학자든 페미니스트든, 100가지 중 95가지 정도를 배우게 된 사람들은 목청을 높이지 않아요. 왜냐면 한 가지 사실로 총체적인 진실을 규명해낼 수 없다는 걸 잘 아니까요. 모든 것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실타래라는 걸 그들은 잘 아니까요.


 사랑도 비슷한 것 같아요. 상대에게 느끼는 사랑의 최대치는 서로에 대해 아주 잘 알거나 아예 모를 때가 아니라, 아주 조금 알았을 때가 가장 강한 법인 것 같아요.



 8.휴...벌꿀빙수랑 칵테일이 먹고싶네요. 아 아닌가...해장용으로는 별로일지도요. 역시 고기를 먹는 게 나으려나요. 낮에 고기를 먹고 밤에 벌꿀빙수와 칵테일을 먹으러 가는 게 좋을려나요. 하지만 빌어먹을 신라호텔의 문제는 밤에 가면 만석인 경우가 너무 많단 말이죠. 그 산구석까지 힘들여 갔는데 사람이 꽉 차 있으면 머리끝까지 화가 나는 기분이예요. 가성비가 좋은 게 낮에는 장점이지만 밤에는 단점이 된단 말이죠. 낮에 빙수를 먹으러 가고 밤에 고기를 먹으러 가야 하나...하지만 그랬다간 속이 뒤집힐지도...뭐 어떻게든 되겠죠.



 9.왕좌의 게임이 끝났군요. 내년에 극장판 왕좌의 게임-역습의 스타니스-편이 나오길 기다려 봐야겠어요.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266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81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315
121581 혼돈의 트위터 [5] 예상수 2022.11.19 503
121580 사촌동생이 수능을 봤습니다! [2] Sonny 2022.11.18 484
121579 프레임드 #252 [4] Lunagazer 2022.11.18 121
121578 [왓챠바낭] 스포일러 피하기 참 어려운 영화, '히든 페이스' 잡담입니다 [12] 로이배티 2022.11.18 518
121577 데시벨이라 쓰고 시간낭비라 읽고 [2] 라인하르트012 2022.11.18 444
121576 오프비트 공포영화 바바리안 봤습니다 [7] theforce 2022.11.18 404
121575 머라이어 캐리 - I'll Be There (MTV 언플러그드) [1] catgotmy 2022.11.18 232
121574 영혼수선공 [4] singlefacer 2022.11.18 374
121573 [왓챠바낭] 각색이 많이 힘들었나 싶었던 영화, '엔더스 게임'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2.11.18 524
121572 수능전일 정원오의 트윗 [4] Lunagazer 2022.11.17 430
121571 조은희 "김건희 빈곤포르노? 장경태가 유사 성희롱 했다" [11] 왜냐하면 2022.11.17 926
121570 바낭 - 바보의 특징(예의는 지능?) 예상수 2022.11.17 245
121569 못먹는거라 이름 아는 사람 못봤어요 [5] 가끔영화 2022.11.17 334
121568 '이마 베프' 추천 [6] thoma 2022.11.17 388
121567 김상훈 국민의힘 비대위원 “삼성, MBC 광고 즉각 중단해야” [1] 도야지 2022.11.17 396
121566 프레임드 #251 [2] Lunagazer 2022.11.17 131
121565 우타다 히카루 - beautiful world [2] catgotmy 2022.11.17 281
121564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singlefacer 2022.11.17 466
121563 [영화바낭] 타인 트릴로지(...) 완결편, '완벽한 타인' 잡담입니다 [7] 로이배티 2022.11.17 440
121562 더 원더 the wonder 2022 [3] 가끔영화 2022.11.16 34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