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에 이런 저런 영화들을 보다 보면 제법 권위 있는 영화상에 후보로 올라있고 평론가 평점이 엄청나게 높은데도


이 영화가 정말 그렇게 훌륭한 영화인가 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어요. 


사실 올해 여러 영화상 후보로 오른 영화들을 찾아보면서도 이런 의문이 많이 생겼죠.


왜 나한테는 이 영화가 그렇게 대단해 보이지 않지? 왜 내 마음을 파고드는 영화가 없지? 하는 물음이 생기는 영화들을


계속 보게 되는 거예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다 보이는데 내 눈에만 안 보이나? 나만 못 느끼는 건가? 싶기도 하고...)


물론 이 영화 탄탄하게 잘 만들었네, 이 영화 신선한데 하는 느낌은 종종 받았지만 와, 이 영화 대단하다, 정말 멋지다,  


이런 경이로운 느낌을 주는 영화는 올해 나온 영화 중에 거의 찾지를 못했었어요.


제 기대치가 너무 높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제 감수성이 둔해진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원래도 둔한데 ^^)


하여간 영화 찾아보는 보람이 별로 없던 차에 드디어 와, 이 영화 정말 멋지다 하는 생각이 드는 영화를 한 편 발견했어요.


Columbus(2017)


앞으로 올해 나온 다른 영화들을 좀 더 찾아본다고 해도 이 영화보다 더 마음에 들지는 않을 것 같아요.   


아마 이 영화가 저에겐 올해 최고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아주 고요한 분위기의 영화인데 이상한 긴장감이 있어서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더군요.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가면서 관객들로 하여금 도대체 이 사람들에게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계속 궁금하게 만들고 끝까지 관객의 주의를 집중시키는 힘이 있어요.


콜럼버스는 미국의 인디애나 주에 있는 도시라는데 영화의 배경으로 나오는 멋진 건물들과 풍경들을 보면서


이런 도시가 실제로 존재하나 싶어 눈이 휘둥그레졌고 기회가 되면 한 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영화의 배경이 이렇게 보는 사람의 마음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영화는 참 오랜만에 본 것 같아요.


만약 큰 화면으로 볼 수 있다면 그 느낌이 훨씬 더 증폭될 것 같고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을 맡은 Haley Lu Richardson이라는 배우는 올해 가장 제 마음을 울리는 연기를 보여주네요.


만약 이 배우가 없었다면 이 영화는 멋진 건물들에 대한 영화, 촬영을 잘 한 독특한 분위기의 영화로만 남았을지도 모르는데


이 배우의 연기 덕분에 인간에 대한 영화, 한 인간의 고통을 위로해 주었던 어떤 공간에 대한 영화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직 2017년 듀게영화상이 시작되지 않았는데 올해 저는 이 영화에 감독상, 촬영상, 여우주연상을 주고 싶네요. ^^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간들이 참 멋져서 프로덕션 디자인상도 주고 싶지만 이 영화의 세트는 만든 게 아니라 실제 건물과


그 내부인 것 같아서 그런 경우에도 상을 줄 수 있는지는 모르겠어요.


이 영화는 저에게 올해 Best Poetic Movie이기도 해요.


Kogonada라는 이상한 이름(아마도 예명?)을 가진 감독의 첫 작품이던데 앞으로 이 감독이 어떤 영화를 만들지 기대됩니다.


(상을 주고 싶은 영화가 생기니까 얼른 듀게 영화상 시작했으면 좋겠어요. ^^)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408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3961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2578
121599 신작dvd소식 [3] 감자쥬스 2010.08.06 2872
121598 이번에 구입한 레어 만화책 [13] 바다참치 2010.08.06 4402
121597 지금 듀게에 익명으로 글쓸 수 있나요? [15] 금은 2010.08.06 2918
121596 [역사 야그] 그도 한 때 왕따였다, 율곡 이이 [18] LH 2010.08.06 7495
121595 후배의 독특한 도서관 할아버지 이야기.. [10] 서리* 2010.08.06 3705
121594 엑스파일 박스셋 DVD가 다시 나왔네요? [6] 로이배티 2010.08.06 2860
121593 아저씨보고 짧은생각(스포일러 없어요) [2] 동면 2010.08.06 2247
121592 쇼퍼홀릭으로서.. [6] 라인하르트백작 2010.08.06 2821
121591 [30대 솔로의 히스테리성 바낭] 까칠까칠... [9] 가라 2010.08.06 3599
121590 타블로 관련) 죽는 루머, 안죽는 루머 / 이민자, 교포 등을 어찌 볼까 [10] DH 2010.08.06 4159
121589 30대 솔로들에게 최적화된 운동.... [13] 윤보현 2010.08.06 4481
121588 사유의 새로운 습관_중권의 글 [4] run 2010.08.06 2668
121587 토이스토리3 봤습니다. (스포없음) [5] 바이엘피아노 2010.08.06 2364
121586 쇼퍼홀릭으로서.. [5] 라인하르트백작 2010.08.06 2902
121585 메리 루이즈 파커 - O, August 2010 사진과 기사 [4] 프레데릭 2010.08.06 2261
121584 공포영화 '제시카 죽도록 겁주기' 잘 봤어요. [4] 꽃과 바람 2010.08.06 2637
121583 악마를 보았다..제한 상영가 / 크랙...청소년 관람 불가 [16] GREY 2010.08.06 3676
121582 이번 주말에 정동진독립영화제 가시는분 있나요?-_-/~ [4] 7번국도 2010.08.06 1786
121581 토이스토리 3 (스포일러가 조금 있습니다) [5] 이사무 2010.08.06 1906
121580 듀나인이라고 적기에 참 뭐한 질문 글 [12] Apfel 2010.08.06 3187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