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쇼맨, 그리고 이윤택

2018.03.08 22:30

googs 조회 수:1863

전 몇년 전 <위대한 쇼맨>의 제작소식을 짤막한 기사로 보고, 바로 관련 소식에 노출을 끊은 채 기다려서 개봉 당일에 봤습니다.

물론 제가 서커스란 소재에 매우 흥미가 있고, 휴 잭맨을 좋아하기 때문에 관련 스포를 전혀 접하지 않고 영화를 보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얼기설기 엉성했지만 아주 끝내주는 넘버가 몇 곡이나 있었고, 그걸로 매우 만족스러워서 영화정보를 검색했고,

절망했습니다.



영화가 픽션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P.T.바넘이란 실존인물의 전기에 가까웠고

그 자는 매우, 매우 심각한 이윤택 혹은 김기덕같은 존재였더군요.


소수자와 장애인들을 freak show란 미명 하에 착취하고, 그밖의 심각한 범죄혐의도 가득한. 

옛 시대여서 기록이 희미한 것이 그자에겐 차라리 면죄부일 듯 할 정도더군요.


노래가 아무리 좋은 들 얻다 쓸까요?

이 영화의 노래가 좋아서 가끔 찾아들어도, 그때마다 목구멍에 무언가 턱 걸리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좋아하던 배우인 휴 잭맨에 대한 리스펙트까지 거의 바닥났어요.

아니, 어떻게, 사람이 X-men에서의 울버린 캐릭터로 소수자들의 아이콘으로 거듭났던 사람이..

게다가 <LOGAN>으로 완벽한 퇴장까지 했으면서...


어떻게 이런 폐기물을 10년이나 직접 시나리오도 쓰면서 제작할 수가 있단 말인가요?

저처럼 휴잭맨의 팬들에겐 마치 안희정이 하루아침에 본색을 드러낸 정도의 큰 충격이었어요.


만약에 세월이 수십여 년 지나서,


이윤택의 전기영화 <위대한 극작가> 같은 게 나오면 어떨까요?

물론 해당 사건의 피해자와 관계자들이 아직 남아있을 동안에. (물론 정확히 비유하자면 '해외에서' 만들어져야겠지만)


역시 사람들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차가운 시선을 보낼 겁니다.


더이상 '작품은 작가와 구분해서 봐야 한다' 같은 구시대의 문장이 설 자리는 없다고 봅니다.


휴 잭맨이 p.t.바넘의 생에서 어떤 긍정적 비전을 보았는지 따윈 알고싶지도 않아요.

아마 그는 바넘을 소재삼아 소수자를 위하는 척 하는, 말 그대로 어떤 '쑈'를 그리고 싶었겠지만..


그건 이제 정말 쑈가 되어 버렸지요.


이제 사람들의 인식은 구시대에서 빠르게 벗어나고 있어요. 그런 점에선 이 나라가 그래도 희망은 남아있단 생각도 듭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공지 제 트위터 부계입니다. [3] DJUNA 2023.04.01 25912
공지 [공지] 게시판 관리 원칙. 엔시블 2019.12.31 44426
공지 [공지] 게시판 규칙, FAQ, 기타등등 DJUNA 2013.01.31 353284
121686 그 잡채라는 유행어 너무 싫네요ㅠ [9] 첫눈 2022.11.30 1067
121685 넷플 웬즈데이 대박 났네요. [12] LadyBird 2022.11.30 804
121684 프레임드 #264 [7] Lunagazer 2022.11.30 115
121683 요즘 본 영화들에 대한 짧은 잡담... [2] 조성용 2022.11.30 563
121682 [바낭] 카라 신곡 'When I Move' 뮤직비디오 [8] 로이배티 2022.11.29 673
121681 에피소드 #13 [2] Lunagazer 2022.11.29 114
121680 프레임드 #263 [2] Lunagazer 2022.11.29 124
121679 우루세이 야츠라 Only You [2] catgotmy 2022.11.29 279
121678 [넷플릭스] '엘리트들', 저엉말 신기한 시즌 6 [2] S.S.S. 2022.11.29 432
121677 잡담, 조개탕, 기부 [3] 여은성 2022.11.29 522
121676 플로렌스 퓨는 얼른 어른스럽게 보이는거고 실은 이렇게 어려요 [2] 가끔영화 2022.11.28 626
121675 상해에서 있었던 (반정부)시위 이야기 [5] soboo 2022.11.28 889
121674 프레임드 #262 [4] Lunagazer 2022.11.28 130
121673 [왓챠바낭] 용의자 X씨가 뭔 헌신을 하셨는지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댓글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29] 로이배티 2022.11.28 882
121672 이번 월드컵에서 또 하나의 콩가루 집안 벨기에 [12] daviddain 2022.11.28 791
121671 루팡 3세: 칼리오스트로의 성 [1] catgotmy 2022.11.28 243
121670 [넷플릭스바낭] 팀 버튼 버전 아담스 패밀리, '웬즈데이'를 봤어요 [14] 로이배티 2022.11.27 1250
121669 Irene Cara 1959-2022 R.I.P. [6] 조성용 2022.11.27 346
121668 흥미로운 다큐나 영화 추천해주세요 [2] 산호초2010 2022.11.27 348
121667 엡스타인의 그림자: 길레인 멕스웰(왓챠) [2] 산호초2010 2022.11.27 346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