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레이드 러너 2049 뒷북 촌평

2018.04.07 00:38

soboo 조회 수:1312


 1. 

 2019 블레이드 러너는 어둡고 습하고 끈적거렸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더 차갑지만 건조하고 먼지투성이네요


 2.

 음악도 그런 톤에 맞춰서 미니멀의 끝을 달렸고 매우 적절한 선택으로 보였습니다.


 3.

 디스토피아는 전편에서보다 더욱 더 절망스럽게 느껴집니다.

 이미 자본(웰레스사)은 충분히 세상을 장악해버렸고 '인간'혹은 인간적 가치는 이미 사라지고

 무한대의 욕망만이 남아 있군요.


 4.

 웰레스사의 회장실의 공간디자인이 흥미로왔습니다.

 미니멀의 끝판왕급 공간에 물과 약간의 빛을 가미해서 손톱만큼의 인간적 느낌? 마저 날려버립니다.

 회장의 비주얼은 '예수'를 연상 시키더군요.  

 그가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번식까지 하게 하려는 의도를 보여주는 짧은 대사는 의미심장합니다.


 5.

 모든 최고의 문명을 가능하게했던 '노예'가 (아마도 정치적 이유로?) 더 이상 불가능해졌으므로 '노예'가 될 복제인간을 만들어내고

 스스로 번식까지 하여 유일신의 위치가 되어 세상을 지배하겠다는 '의지'가 전혀 허황되게 전해지지 않더군요.


 6.

 삼성같은 부도덕하고 반사회적인 재벌기업이 극한의 과학기술을 독점한다면 충분히 저런 발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보여요.

 인간들은 가상의 사랑, 욕망에 열정을 소모하며 웰레스사의 부를 축적시키는 도구이면서 똥만드는 장치로 전락하고

 번식력까지 갖춘 복제인간으로 세계를 재구축하여 '유일신'으로 세상을 지배하려는 웰레스 회장의 의지가 전혀 허황되게

 느껴지지 않아요.



 7. 

 2시간이 넘는 런닝타임중에서 가장 인간적?이고 따뜻한 느낌이 나던 시퀀스는 데커드 경감이 숨어 있던 폐허 한가운데였어요.

 다른 곳과 달리 갈색의 색감이 지배하고 있었고 웰레스 회장의 욕망에 비하면 인간적이기까지한 소박한 '욕망'이 지배하던

 도박장에는 2049년에는 초사치품으로 여겨지는 원목가구들과 가죽소파들이 넘처나고


 엘비스프레슬리와 프랭크시내트라의 노래가 나옵니다. 

 (아마 영화에서 이 장면 때문에 전작과 달리 음악이 극단적으로 절제되었던게 아닌가 싶어요)

 

 

 8. 

 영화속 세상의 갈등은 이제 더 이상 인간vs복제인간이 중심이 아니군요.

 그것은 정체성의 문제도 포함됩니다.  

 2019에서 인간을 복제인간과 구분하던 '기억'의 문제도 자본은 이미 해결해버렸는데 그 해결도 결국 oo 의 상상력일 뿐이고 말이죠.

 뭐가 리얼이고 뭐가 가상인지도 무의미해집니다.

 징징거리는 찌질한 (진짜)인간군상들과 진지하고 열망에 차있는 복제인간 레지스탕스들과의 대비는 그런 의미겠죠.


 9.

 그래서 저같은 자본주의를 극복할 대상으로 생각하는

 사회주의자 입장에서 보자면 2049는 전작보다 한발자국 더 나아간 문제의식을 보여준 작품으로

 기억할거 같아요.

 


 10.

 그래서 한번 더 보기로 했습니다.




p.s  영화를 다 보고 듀게를 비롯한 여기저기 리뷰들을 보게 되었어요. 

      예상외로 혹평이 더 많았고 전작을 못본 사람들이 더 좋은 평가를 하는게 인상적이더군요.

      전 그 모든 단점에도 불구하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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